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가볍게 눈을 내리깐 채 느긋하면서도 집요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주단우가 첫 소절을 뱉어 낸 것에 유어원들에게서 감탄이 터졌다.
콘셉트에 맞추어 어른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게끔 형 라인은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착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 와이셔츠를 안쪽에 갖춰 입은 채 착용한, 핏이 맞아떨어지는 검은 정장.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코디에 포인트를 주는 붉은 행커치프와 셔츠의 카라 깃에 장식된 은빛 핀 브로치.
버건디 색깔의 수트를 입은 강현진과 회색 수트를 입은 도지혁 또한 붉은 행커치프와 각기 다른 디자인의 핀 브로치로 포인트를 준 상태였다.
시상식 때 볼 수 있었던 정장과는 달리 무대 의상으로 만들어진 수트로, 형 라인은 의도한 대로 색다르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에 유어원들이 크게 환호하는 동안, 낮은 음색으로 단번에 분위기를 틀어잡은 주단우가 제 파트를 이어 나갔다.
어디까지 이끌릴진 알 수 없어 부르는 대로 끌려갈 뿐
I’m prying a god, 들어 주지 않는 기도에도 미친 듯 속삭여
잘못된 선택에 풀려나는 호기심
심장을 파헤치는 욕망은 널 더 욕심나게 해
주단우가 노래하는 동안 돌출 무대에서 본무대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던 강현진에게 핀 포인트 조명이 비춰진다.
잘못된 만남이 만들어낸 Religion
의문 없는 욕망이 점점 더 목을 졸라도
네 앞에 서면 가쁘게 미소지어
숨이 가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던 강현진이 목끝까지 채웠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어내는 것에 비명 같은 탄식이 쏟아지는 동안, 조명은 이제 도지혁을 비춘다.
몽롱해진 머릿속 날카로운 감각을 따라 시작된
이 기묘한 대치
승자가 될 수 있다면 끝내 목줄까지 네게 쥐어 줄 텐데
갈급해 보이는 강현진에 비해 오히려 노랫말 속의 대치를 즐기는 듯 입꼬리를 올린 채 걸음을 걷던 도지혁이 곧 검은 소파에서 일어난 도지혁, 돌출 무대에서 본무대로 걸어온 강현진과 합류한다.
마주친 채 서로를 훑는 듯한 시선으로 동그랗게 맴도는 세 명. 고요해지는 비트를 따라 들려오는 작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주단우가 다시 노래한다.
So tell me, my natural born
It’s either love or death
What’s your choice?
속삭이듯 뱉어진 주단우의 목소리에 따라 짙어진 기타음. 그와 함께 검은 소파 앞쪽에 자리를 잡은 세 명이 비트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조되는 비트마다 채워진 안무를 통해 유어원들의 감탄을 끌어낸 세 명은 곧 후렴구의 시작과 함께 여유롭게 움직이며 몸을 쓸어내리는 듯한 포인트 안무를 선보인다.
Natural born, 손에 넣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갈증
넌 숨을 쉴 때마다 차올라
답지 않은 조급함이 차올라
I wanna show you how i feel about you
네가 나처럼 느낄 수 있다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텐데
낮고 도발적인 음색으로 제 파트를 소화하는 도지혁, 다정하고도 감미로운 미성으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강현진.
It’s all coming down, my natural born
넌 천부적으로 날 사로잡아
점점 더워지는 숨 속 우린 좀 더 좁혀져 가
이와 함께 결정타를 날리듯 후렴구를 마무리하는 주단우의 목소리까지.
-얘들아 우리 이거 맨눈으로 봐도 되는 거냐.. 나 지금 굉장히 위험한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심장 개떨려 얘들아 너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황하는 소년들이었잖아 갑자기 왜 이렇게 으른 남자가 돼서 온 건데
-아 도지혁 ㄹㅇ물만난 물고기같은거ㅠㅠㅠㅠㅠ 미치겠습니다… 진심 퇴폐미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잘어울리면서 술은 잘 마시긴 하는데 찾아먹진 않음 운전면허 없음 몸관리 좋아함? [개좋음…… 님은 진짜 천생아이돌이세요
-원디어 섹시컨셉 정권찌르기 오늘부터 1일차 들어간다… 안되겠다 내가 원디어 전멤버 섹시컨셉을 봐야만 죽어서도 한이 없겠다
-아니 ㅅㅂ진짜 작정하고 무대짜셧냐고요 원디어 알고보니 무서운사람들이었네 유어원 홀려서 죽이려고 작정한거죠 지금
-강현진 무대천재 모먼트 또 한 번 갱신됐다… 노래 가사에 맞춰서 단추 푸는 거 봤어? 저거 포착한 분 있으면 제발 저한테 데이터팔아주세요…… 제가 지금 스트리밍뿐만이 아니라 모든 각도에서의 강현진을 봐야할것같거든요
-얘들아 피가 필요하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ㅎㅎ 누나 지금 헌혈하러갈게 좀만기다려
이렇듯 유어원의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큰 감격을 느끼고 있는 쪽은 따로 있었다.
-나 이든이한테 절해도 돼? 단우 목소리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노래가 나와줘도 좋겠다 싶었는데 설마 이런 노래가 나와 줄 줄은 몰랐어
-나는 형 라인들한테도 너무 고마운 게 동생 라인 쪽이 찬희를 키카드로 삼았다면 형라인 쪽은 누가 봐도 단우가 키카드인 게 보여서ㅠㅠ 우리 애가 매력 뽐낼 수 있게 자리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
-솔직히 형라인 단우 제외하고는 둘 다 너무 잘하는 춤멤이어서 걱정했는데 단우가 여기에서 절대 꿀리지 않게끔 자기 할일 잘할 수 있고 오히려 장점 뽐낼 수 있는 구성 만들어줘서 너무 좋다
-뎌돌때부터 멘날 우리애 무대에서 딸리니 뭐니 하던 새끼들 이거 보고 있냐 이 무대 찐으로 살리는 게 누군지 봐라
바로 아닌 듯해도 설움이 많았던 주단우의 팬들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비난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주단우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지금까지 춤을 잘 못 추기 때문에 무대 소화력이 없다는 식의 비난을 받아 오곤 했다.
주단우가 춤을 잘 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부족한 만큼 어떤 제스처를 선보이며 그것을 메우려 하는지, 무엇보다도 주단우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는 팬들은 그렇기 때문에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꼬투리를 잡은 사람들은 주단우의 다른 면을 보려 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팬들의 말도 듣지 않으려 하고 있었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단우가 너무 자랑스러워
-단우 새로운 모습 보게 돼서 너무 좋아ㅠㅠㅠㅠ 무대 안 끝났으면 좋겠어ㅠㅠㅠ
그렇기 때문에 보란 듯 만들어진 형 라인의 무대에 주단우의 팬들은 깊은 만족감과 함께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단우의 음색과 존재감은 무대를 휘어잡고 있었고, 그것은 도지혁과 강현진의 춤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과 장점을 무대를 보는 관객들에게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깊어질수록 위험해지는
위험할수록 강렬해지는
그래서 더 놓을 수 없는
이렇듯 유어원들이 감탄을 쏟아 내는 가운데, 노래는 어느새 브릿지로 접어든다.
고요해지는 비트 위, 낮게 연주되는 첼로 음처럼 무겁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단우가 파트를 이어 감과 함께 세 명은 각자 느릿한 움직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세 명이 자리를 잡은 곳은 자신들이 빠져나왔던 세 개의 문이다.
자신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추는, 거울로 되어 있는 세 개의 문. 그 앞에 자리 잡은 세 명이 곧 몸을 움직인 순간, 유어원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미쳤냐 진짜 고소하고 싶어
-아니 이거 진짜 관람가 딱지 안 넣어도 되는 거냐고요ㅠㅠㅠㅠㅠ ㄹㅇ로 미칠 것 같아
-이 춤 짠 거 누구냐? 도지혁이지? 지혁이는 역시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안다
-아 현진이 춤선 진짜 대박이다………
-ㅁㅊ단우야… 단우야… 나 네 이름 부르다 앓다 죽을 것 같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춤추기? 미쳤냐고… 여기에 플로어 동작을 섞어? 니들 진짜… 사람 미치게 한다..
무대가 하이라이트로 접어든 것에 따라 세 명이 유어원을 홀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노랫말 속 ‘natural born’이라도 되는 듯, 세 명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몸을 움직인다.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대 붙이듯 웨이브하고, 이와 함께 세 명은 한순간 훅 쓰러지듯 몸을 낮추어 바닥 쪽으로 마치 펼쳐지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이와 함께 허리 힘을 이용해 세 명이 손을 쓰지 않고 몸을 일으키는 안무를 소화하는 것에, 주단우의 팬들은 다시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개쩌는 것도 개쩌는 건데 난 진짜 단우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가 이 무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눈물나는 것 같아
-단우 지혁이랑 더불어 원디어 공식 연습벌레라더니 이번에도 연습실에서 시간 진짜 오래 보냈겠다..ㅠㅠㅠ 현진이가 동작 연습 많이 도와줬다고 저번 u라이브에서 얘기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이런 고난이도 동작들 정말 연습도 노력도 많이 필요했을텐데ㅠㅠ
-자신이 잘하는 모습 말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아이돌을 대체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어 난 주단우가 이래서 좋아
주단우가 이번 무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을지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매번 주단우가 춤을 못 춘다, 원디어 멤버가 되는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간 이유가 있다, 육각형이라는 말을 채우지 못하는 유일한 멤버라는 식의 말을 들으며 억울해하고 분노하던 팬들이다.
때문에 팬들은 언제나 주단우에게만은 그 말들이 닿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주단우도 모를 수만은 없었을 터였다.
원디어는 지금까지 팬들의 요구 사항을 그 어떤 아이돌들보다도 더 빠르게 캐치해 오곤 했고, 그러한 빠른 피드백으로 더 좋은 무대와 팬 서비스를 팬들에게 전달해 주곤 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무대는 주단우의 팬들에게는 어떠한 증명과도 같이 느껴졌다.
It’s all coming down, my natural born
넌 천부적으로 날 사로잡아
점점 더워지는 숨 속 우린 좀 더 좁혀져 가
주단우가 그런 이야기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극복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명.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디어라는 이름에 어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증명으로.
그리고 그것은 이른바 ‘결과’로도 나타났다.
띵동!
아직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주단우]특기(춤): B- -> B(스텟 1 상승!)
부단한 노력, 실전이 만들어 낸 긴장감, 쌓인 숙련도가 마침내 몸에 체화됨에 따라 [디자인 유어 아이돌> 마지막 경연 이후 내내 잠잠했던 주단우의 춤 스텟이 한 단계 올랐으니까.
끊임없이 파고드는 natural born
흐려질수록 뚜렷해지는
목줄을 쥔 순간 방심하는 너
그 순간의 작은 속삭임
이렇듯 주단우가 자신도 모르는 새 성장을 이뤄 냄과 함께 유어원들이 무대 위의 세 사람에게 홀린 듯 집중해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퍼포먼스는 어느새 하이라이트에 접어들었다.
다시금 잦아드는 기타 음에 맞추어 느릿한 걸음으로 움직이는 세 명.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긴 주단우가 깊은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속삭인다.
Make your choice, my love
It’s either love or death
Which one?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았던 이전 가사와는 달리 위협하듯, 혹은 잡아먹을 듯한 마지막 소절이 뱉어진 후.
“와아아아!!!”
“지혁아!!!!”
“현진아!!”
“단우야!!!”
열화와 같은 함성이 공연장을 채운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 세 사람의 무대는 앞으로 유어원들이 오랫동안 언급할, 또 하나의 ‘레전드’가 될 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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