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8)
적당한 선을 유지한 채 무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내 아집이다. 그건 팀원들을 기만하고 더 나아가 무대를 보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꼴이었다.
그러니 무언가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그건 내 애매한 마음가짐일 터였다,
‘[디어돌>에서 떨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변한 건 아냐.’
하지만, 그렇다 한들 무대를 적당히 해내선 안 될 터였다. 그건 이놈들뿐만이 아닌 전생의 나 또한 기만하는 결과가 될 테니까.
‘…단 한 번도 무대를 대충 한 적은 없었어.’
컨디션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날의 무대 상황이나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난 단 한 번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멤버들과의 사이가 벌어져도.
점차 설 무대가 사라져 가도.
선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했다. 내가 라이트닝을 포기했다 한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거니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진심을 쏟아 내려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 아이돌이 된 것이었다. 그러니 대충할 수가 없었다. 타성에 젖을 수도 없었다.
라이트닝에 기회는 적었고 시선을 받을 기회는 더더욱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는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회 한 번을 얻기 위해, 그 무대 하나에 올라서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런 만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무대에 올라서기 위해 내가 지나야 했던 시간들을, 그때의 내가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떨어지든 떨어지지 않든, 그것과 관계없이 무대만큼은 제대로 해내야 해.’
그런 내 모습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시스템의 안배를 비롯해 그를 통한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 데뷔를 하게 될 수도, 혹은 열심히 했음에도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떨어지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주어진 것만은 제대로 해낼 생각이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일 테니까.
“유하, 이거 먹을래?”
나는 배식판 위로 툭 떨어지는 고기 조림을 바라보았다. 에이든 리가 어쩐지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얼굴로 제 식판에 있던 음식을 내게 준 것이었다.
“…그럼 넌 이거 먹어라.”
“어?”
나는 에이든 리의 식판에 후식으로 받은 젤리를 하나 던져 주었다. 제 식판에 올려진 젤리를 바라보던 에이든 리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은 건 바로 그때였다.
“어디 아파?”
“뭐?”
“…갑자기 좀 이상한데?”
“뭔 소리야?”
나는 어이가 없어 그렇게 대답한 후 에이든 리가 준 고기 조림을 입 안에 넣고 씹었다. 그러나 에이든 리의 걱정 어린 시선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유하, 아픈 거 같아서.”
“…하나도 안 아픈데.”
“…근데 왜 갑자기 의욕적이야?”
“뭐?”
에이든 리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툭 내뱉고는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이미 말을 꺼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안 하고 싶어 했잖아.”
“…….”
나는 대답 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주단우가 흘긋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전 의견 차가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려 했던 것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주단우를 안심시킬 겸, 급작스럽게 변화한 듯 보이는 내 태도를 의심스러워하는 에이든 리를 달래기로 했다.
“어디서 나오고 어디서 들어갈지 잘 생각하라며.”
“어?”
내 말에 긴장한 얼굴이던 에이든 리와 주단우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하고 싶고 안 하고 싶고를 떠나서… 네 말이 맞아. 어디서 나오고 어디서 들어갈지, 뭘 얻고 뭘 잃을지 선택하는 건 중요해.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다, 그걸 무대까지 끌고 가려고 했고. 그걸 좀 버렸을 뿐이야.”
“…….”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해내는 거잖아.”
에이든 리의 말이 맞았다. 현재의 마음과 상관없이 무대 위에서는 제대로 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무대 위에서 숨을 생각 없으니까 그건 걱정 마. 적당히 할 생각 없다.”
나는 말을 마치고 내려 두었던 숟가락을 다시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내 앞과 옆 놈들의 숟가락은 멈추어 있는 채였다.
그에 눈을 들어 보니, 어딘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얼굴의 주단우와 뭔가 결심한 표정의 에이든 리가 보였다.
“…안 먹냐?”
내가 어색하게 묻자, 에이든 리는 말없이 제 식판 위에 있던 젤리를 집어 내 식판 위에 놓았다.
“아니, 너 먹…….”
후두둑.
그러고는 제 식판 위의 고기 조림을 몽땅 들어 내 식판 위에 얹어 주었다.
어이가 없어 놈을 바라보자, 에이든 리가 힘을 단단히 준 목소리로 고개를 주억대며 말했다.
“더 먹어. 유하, 잘하려면 더 먹어야 돼.”
그 말에서 묘한 압박 같은 게 느껴져,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만 잘해야 하냐? 너도 잘…….”
“…나 먼저 갈게.”
그때 주단우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때 아닌 반찬 싸움을 하고 있던 나와 에이든 리는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주단우의 식판에는 아직 음식이 가득 남아 있었다.
“밥 더 안 먹어도 돼요, 형?”
“배 안 고파요?”
“아니…….”
그에 혹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싶어 나와 에이든 리가 묻자, 주단우는 망설이는 듯하더니 굳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좀 더 연습하고 싶어서. 먼저 가 있을게.”
결연한 어조로 그렇게 말한 주단우는 결국 식판을 들고 먼저 가 버렸다.
‘…뭐야? 괜찮은 거 맞나.’
그 급작스러운 이탈에 내가 멍하니 바쁘게 멀어져 가는 주단우를 바라볼 때였다.
“유하, 안 되겠다.”
“어?”
에이든 리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곧 제 식판에 있는 음식들을 와르르 쏟아 버리듯 내 식판 위로 올려 주었다.
내가 기함하자 에이든 리는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유하는 더 잘 먹어야겠어. 유하, 역시 잘해.”
“아니, 내가 뭘……?”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에이든 리는 그저 씩 웃을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놈은 그렇게 호쾌하게 내 식판 위로 밥을 던져 놓은 주제에 졸지에 자신이 먹을 것 하나 없이 비어 버린 식판 때문에 배식통에 한 번 더 다녀와야 했다.
* * *
남은 이틀의 연습 시간이 지나고, 미션 당일.
“죽겠다…….”
“떨려…….”
“나, 나 괜찮아? 괜찮나? 메이크업 어때? 헤어는? 코디는? 이렇게 리본 묶으니까 예쁘냐?”
“진정해요, 형…….”
2조는 실시간으로 죽어 가는 중이었다.
‘…무대 경험이 처음이라 그런가.’
다들 월말 평가니 뭐니 하는 무대 정도야 서 봤겠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 무엇보다도 회사와 관계되어 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평가해 줄 관객을 만나는 건 처음일 터였다.
‘나도 이랬나…….’
문득 생각해 보니 신인 시절은 다 이렇지 싶었다. 나 또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날 잠도 못 이뤘던 기억이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데도 도통 졸리지가 않아서 이상하게 깨어 있는 상태로 무대를 마쳤지. 그 후에는 곧장 곯아떨어졌었고.
‘어제 보니 이놈들도 잠 못 자는 거 같던데.’
어제 저녁 보니 천세림도 새벽까지 뒤척이는 듯했고, 주단우는 아예 잠을 못 잤다. 상황을 보니 다른 놈들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고.
즉 이 중에서 멀쩡한 건…….
“우리 1등해요~!”
에이든 리, 한 명뿐이었다.
‘이놈이야말로 경력자 아닌가.’
알고 보니 이 자식도 회귀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작태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대기실에 모여 있는 모든 연습생들이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에이든 리는 얼굴 가득 생기가 넘쳐흘렀다.
“기대된다, 그치~. 우리 잘하자!”
“…그래, 잘하자.”
나는 대충 그렇게 답하고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에이든 리는 애초부터 걱정이 없는 놈이니 패스고, 다른 놈들도 긴장하고 있을 뿐 별다른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러니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
바로 주단우였다.
주단우는 아까 전부터 말없이 가사지에 적힌 가사를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자신이 창작했을 테니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불안해서 그렇겠지.’
주단우는 이미 레벨 재평가에서 한 번 실수를 했고, 그 전에는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D등급을 받아야 했다. 자신감이 없을 만도 했다.
게다가.
-유하야, 고마워.
-예? 뭘요?
-…그냥 다. 나도 적당히 하지 않을게. 우리 열심히 하자.
합숙 오 일차의 저녁, 먼저 연습을 하러 떠났던 주단우는 모든 연습이 끝난 후에도 홀로 연습실에 남았다.
주단우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는 거야 테마송 미션부터 이어져 온 일이었지만, 그날부터 주단우는 한층 더 초조해 보였다.
‘내가 한 말이 뭔가를 건드린 것 같은데.’
원래도 무대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텐데, 내가 한 말이 주단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아니면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걸 확인하는 건 무대 위에서이겠지만, 나는 상황이 벌어진 후에야 뒤늦게 상태를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조용히 가사를 외우는 주단우의 옆에 앉았다. 주단우가 생각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연습에 너무 열중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형.”
“어, 어어?”
그에 내가 인기척을 내며 어깨를 건드리자, 주단우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화려한 메이크업이 되어 있었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나는 주단우에게 불쑥 손을 내밀고 요구했다.
“가사지 줘요.”
“…왜?”
“얼른.”
주단우는 우물쭈물대다 가사지를 내밀었다.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 들고 접어 내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왜…….”
그러자 주단우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사지가 들어간 내 뒷주머니를 흘긋대는 게, 내가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형, 가사 다 알고 있잖아요, 창작자인데.”
“…….”
내 말에 주단우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기색은 여전했기에, 나는 불쑥 입을 열어 물었다.
“제가 레벨 재평가 등급 결과 발표 날 했던 말 기억해요?”
“어?”
주단우는 바로 감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그에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그날 내가 했던 말을 상기시켜 주었다.
“다음번에 같이 무대하자고 했잖아요.”
“아, 응…….”
“형, 그거 아직까지 빈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같이 D등급 하면서 친해졌으니까 한 말이라고.”
주단우는 내 말에 정곡을 찔리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역시나.’
내가 자신을 칭찬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누군가가 자기와 같이 팀을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고도 여기지 않았을 테고.
나는 한숨을 삼키고 주단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멍한 얼굴에 나는 그에게 좀 더 정확하게 말해 주기로 결심했다.
“제가 말했죠, 그거 빈말 아니라고.”
“…….”
“형을 위로하려고 한 말도 아니었고, 친해서 한 말도 아니에요. 그거 진심이었어요, 같이 무대하자는 거. 형이 잘하는 사람인 거 알고 있으니까.”
몇 번이고 생각한 것이지만, 주단우는 괜찮은 놈이었다.
마스크도 좋고 재능도 있다. 성격도 좋아서 팀에 무난하게 잘 섞여 들어가는 놈이고, 분위기를 해치지도 않는다. 그룹 생활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주단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가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이런 놈들은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끝도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노력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재능인 것이고.
“하는 만큼 해요.”
“어?”
그런 만큼, 나는 주단우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못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근데.”
나는 주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할 수 있는데 못하지는 말자고요.”
“……!”
그리고 주단우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면, 이번 무대는 충분할 터였다.
“2조랑 14조, 준비 들어가실게요!”
“네!”
“네!!”
곧 스태프가 우리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건너편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코디를 맞춘 14조가 우리를 쏘아보는 것이 보였다.
에이든 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진하게 씩 웃어 보였다.
“우리 잘해 봐요~!”
그러면서 먼저 하이파이브를 날리고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무대 백스테이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하, 있잖아. 내가 말 안 한 거 있는데.”
그렇게 백스테이지로 향하는 도중 불쑥 내게 다가온 에이든 리는 뜬금없는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여 왔다. 어쩐지 눈이 이상하게 돌아 있는 듯해 나는 떨떠름하게 물었다.
“…뭔데?”
에이든 리는 기묘하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씩 웃었다.
“나, 이기는 거에 진심이야.”
“…….”
“그니까 다 뭉개 버리는 거야, 알지?”
기대하는 바가 커~.
그렇게 말하며 압박하듯 어깨를 힘 있게 잡아 오는 에이든 리를 바라보며 나는 차마 말하지 못한 말을 삼켰다.
그런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어, 이 전형적인 천재 과 놈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