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뭔데? 나도 보여……!”
침묵하는 유찬희를 두고 인상을 찌푸린 천세림이 휴대폰을 빼앗듯 낚아챈 건 그다음의 일이었다. 답답한 듯 화면을 바라본 천세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것에 곧 멤버들은 하나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그리고 화면을 바라본 후, 멤버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휴대폰을 한 번, 그 뒤를 이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유찬희를 한 번 바라보았다.
‘…이건.’
그럴 수밖에 없었다.
-ㅇㄷㅇ ㅇㅊㅎ 자기 좋다는 팬들 후리고 다닌 여미새인 거 폭로함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기묘한 ‘폭로’가 매니저 형의 휴대폰 화면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잠시만.”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 수 없는 침묵 속에서 휴대폰을 전달받은 나는 가만히 그 내용을 읽었다. 화면에 떠올라 있는 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위스퍼 게시글이었다.
-나 유찬희랑 사귀었던 팬들 중 한명이고 ㅇㄷㅇ 결성 전 뎌돌부터 걔 빨았음 당연히 돈이랑 시간 다 써 가면서 걔 데뷔하라고 매일 기도했을 만큼 찐팬이었고 ㅇㅊㅎ데뷔후에 디엠으로 연락 이어가다가 사귀게 됐어
유찬희에 대한 ‘폭로’ 첫 문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위스퍼를 통해 유찬희에 대해 ‘폭로’한 팬은 유찬희가 데뷔 후 자신과 스케줄이 빌 때마다 사적으로 만났으며, 아직 미성년자였던 유찬희에게 자신이 선물과 용돈을 주며 데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해가 바뀌고 난 후 유찬희가 자신뿐만이 아닌 또 다른 팬들과 문어발 연애를 이어 갔음을 알게 되었고, 그에 유찬희에게 항의했으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단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신빙성은 조금도 없는 글이었다. 원디어는 지금까지 휴가도 몇 번 받지 못하는 바쁜 스케줄을 이어 왔고, 유찬희는 대부분 멤버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느라 혼자였던 적도 몇 번 없었으니까.
“정말이야? 찬희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원디어의 스케줄에 익숙한 매니저 형마저도 의심의 눈초리로 유찬희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 폭로는 그저 말뿐인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안 믿겠지 싶어서 증거 녹음이랑 사진들도 첨부해
폭로자는 유찬희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비롯해 유찬희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까지 올려 둔 상태였으니까.
얼굴은 블러 처리 되었다 한들 얼굴형과 머리스타일 등이 비슷한 동일한 여자와 함께 찍은 유찬희의 사진들은 스케줄 중에 찍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편안한 티셔츠나 후드티, 패딩 등 날짜는 전부 달랐지만 사석에서 찍은 것인 듯 편안한 차림새인 데다 얼굴도 화장기가 없는 등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던 것이다.
-쫓아오지 좀 마! 몇 번 말해요, 싫다고! 얼굴 좀 그만 보고 싶다고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애초에 우리가 언제 그런 사이였는데요?
사진들이 불러온 의심에 쐐기를 박은 건 누가 들어도 유찬희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이었다.
파일에는 유찬희의 목소리가 겨우 몇 마디 정도 녹음돼 있을 뿐이었지만,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자신을 붙드는 누군가와의 실랑이가 그대로 녹음돼 있던 것이다.
한숨 소리와 우는 소리 같은 게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녹음 파일이 재생되던 중,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 그런 적 없어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유찬희가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던 멤버들의 얼굴이 유찬희에게 가 닿았다. 유찬희는 주먹을 꽉 틀어쥐고 말했다.
“저 한 번도 우리 계약서 내용 어기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애초에 팬들한테 이딴 쓰레기 짓 같은 거 할 생각도 없어요.”
“…….”
“저 잘하고 싶어요. 잘하고 싶어서 데뷔했는데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요, 전 팀에 민폐 끼칠 생각도 없고 애초에 이런 짓 할 정도로 생각 없지도…….”
“유찬희.”
허둥대는 그 목소리에 매니저 형이 다시금 가늠하는 듯한 얼굴로 유찬희를 바라볼 때였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울 것 같은 얼굴로 유찬희가 나를 바라보는 것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호텔로 돌아가자. 설명은 그때 들을게.”
“하지만…….”
“그리고 그렇게 필사적일 필요 없어.”
“…….”
유찬희가 고개를 푹 숙이는 것에 나는 대답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믿어. 적어도 너랑 같이 사는 멤버들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돼야 하고.
나는 그 뒷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에 유찬희가 시무룩한 얼굴로 조용히 끌려오는 것에, 나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다시 매니저 형에게 돌려준 채 발걸음을 옮겼다.
* * *
“합성이라고?”
“…아마도요.”
호텔로 도착한 후, 유찬희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의기소침한 얼굴로 해명을 이어 갔다. 그렇게 나온 말은 증거랍시고 올라온 사진들이 합성이라는 것이었다.
“잘은 기억 안 나는데… 저 사진들 아마 제가 예전에 거리에서 만난 팬분들이랑 찍어 준 것들일걸요.”
“너 길 가다 팬 만나서 사진도 찍어 주고 그랬어? 왜?”
“유어원이라고 하시니까 그냥 반가워서…….”
유찬희는 어물대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 매니저 형이 깊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찬희야…… 공적인 스케줄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사진 찍어 주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말마따나 그렇게 일상에서 찍힌 사진들은 공격당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휴대폰에 띄워진 유찬희의 합성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원본은 오로지 그 팬의 휴대폰에만 있는 탓에 반박 글로 사용할 수도 없는, 그렇기 때문에 더 ‘신빙성 있어진’ 조작된 증거 사진들을.
“그냥… 다들 좋아하시니까, 유어원이 좋아하면 저도 좋으니까 그렇게 했던 건데. 이게… 이런 쪽으로 악용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형평성이니 안전, 이미지 관리 등 사진을 찍어 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꽤 복잡하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단 한 장뿐인 사진은 위험하니까.’
그 소유권이 유찬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다면 그 사진이 어떻게 이용되든 손을 쓰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유찬희 같은 공인, 특히 아이돌에게 그건 꽤 예민한 문제고.
“애초에 개인 시간도 별로 없었잖아요. …많이 찍어 드리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기억하고 있는 거고. 다들 멀리서도 알아봐 주시고 다가와 주셔서… 반가워해 주셔서 그랬던 건데.”
유찬희도 그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유찬희 또한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만큼 배울 건 다 배웠고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우리 맨날 그렇게 이야기하잖아요. 팬분들이 행복해하시는 걸 최우선으로 하자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하려고 했던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찬희가 그렇게 행동한 건, 그게 매일 멤버들과 이야기하는 방침 중 하나이자 자신이 원하는 일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찬희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으로 팬분들이 행복해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으니까.
“…이럴 줄은 몰랐어요, 정말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유찬희의 ‘터닝 포인트’가 된 건.
‘이것 때문이었나?’
나는 시무룩해진 유찬희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크게 놀란 것도 놀란 것이겠지만, 이번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유찬희가 어떻게 될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ㅇㅇㄷ ㅇㅊㅎ 태도 왜저럼? U라이브에서는 맨날 동태눈깔에 휴대폰은 개 쳐 보면서 팬들이랑 소통하는 데에는 관심없고 예능을 나오든 본업을 하든 의욕없는 거 개티나 -ㅊㅎ야 너는 팬들이 그냥 감정없는 atm같지?
오냐오냐해주고 사랑해주니까 허투루해도 될거같아? 데뷔초 너는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실망이다 좀 떴다고 바로 태도가 바뀌는구나 -디어돌 때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 애였는지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 실망스러운 한편으로 너무 속상하다 네가 마음을 닫아버린 이유를 너무 잘 알아서 못 지켜준 게 미안해서 닿을 방법이 없어 결국 나도 널 떠나가게 되는 게 슬퍼서
유찬희의 ‘터닝 포인트’는 이미 아이딘 시절에도 한 번 있었으니까.
‘계약 만료를 1년쯤 앞뒀을 때쯤이었나…….’
아이딘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유찬희의 논란이 터졌던 게.
상황은 이번과 비슷했다. 유찬희가 팬들과 함께 찍어 준 사진, 일상 속에서 유찬희가 팬들과 만났던 일화들이 괴상한 형식으로 변질돼 커뮤니티에 퍼졌다.
유찬희가 팬들을 가지고 놀고, 팬을 우습게 여기고 돈줄 취급이나 하는 등 더러운 인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아마 견제였겠지.’
혹은 그저 누군가의 심심풀이에 불과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유찬희에게 따라붙은 루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공식 입장을 통해 반박을 해도 사람들은 쉽사리 믿어 주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계속되어 결국 유찬희는 자숙 아닌 자숙에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이 유찬희의 루머를 더는 이야기하지 않게 될 때쯤에야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그 뒤에야 실은 유찬희에게 따라붙은 말들이 결국 ‘억까’에 불과했음이 밝혀졌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떠난 팬들은 많았고 일반 대중들은 뒤이어 밝혀진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러지 말걸, 괜히…….”
무엇보다도 유찬희가 마음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유찬희의 ‘진짜’ 논란은 거기서부터였다. 불성실한 태도, 팬들을 향한 혐오, 사라진 활동 열의,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아이딘의 계약 만료까지 따라붙게 된 건.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돌이킬 수 없게 됐으니까.’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건 안전이지만, 그와 동일하게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또 한 가지가 있었다.
‘멘탈.’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 말이다.
오히려 몸보다도 더 수복이 어려운, 한 번 잃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 중 하나.
아이딘 시절의 유찬희는 스스로 팬들에게 배반당했다 느끼고 마음을 닫았고, 그것은 결국 본인의 태도 논란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
‘라이트닝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아이돌은 큰 사랑을 받는 만큼 공격당하는 일도 잦다. 공격을 하는 대상은 일반 대중일 때도, 팬분들일 때도 있고.
그중 가장 큰 타격이 되는 건 팬분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때였다. 내 편이라 생각하던 상대가 뒤돌아서는 것만큼 타격이 큰 일은 없으니까.
본인의 잘못이었다 한들 이런 식으로 팬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던 멤버가 스스로 돌아선 경우는 라이트닝 시절에도 있었다.
공작소를 차려 중국으로 돌아간 라이트닝의 유일한 중국 멤버, 하오란이 이런 식으로 팬들에게 마음을 닫았었으니까.
‘그래서인가.’
아이딘 시절의 유찬희, 라이트닝 시절의 나.
두 명에게 일어났던 비슷한 ‘과거’를 떠올린 나는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유찬희의 운이 바닥까지 떨어진 이유, 무엇보다도 그가 아이딘이었을 때보다 더 큰 사건을 맞닥뜨린 이유는 두 개의 ‘과거’가 충돌했기 때문이며.
“…어떡하죠?”
즉, 이번 일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 결과 또한 두 배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