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사진 원본은요? 혹시 뜬 건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우선 상황을 좀 더 파악하기 위해 그렇게 묻자, 매니저 형은 골치아프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곤 답했다.
“일단 별스타그램에 올려져 있던 한 개는 발견했어, 나머지는 아직 찾는 중이고. 워낙 사진이 많이 변형돼 있어서 찾는 게 좀 어렵네.”
“네. 그럼 그건 좀 더 찾아보는 걸로 하고……. 찬희.”
나는 그렇게 대꾸하곤 곧 유찬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침묵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던 유찬희가 퍼뜩 고개를 들은 것에 나는 물었다.
“하나 더 묻자. 녹음은 어떻게 된 거야?”
“그건…….”
그에 유찬희는 바로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논란에 대해 딱 잘라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던 것과 달리 어딘가 이상한 그 모습에 멤버들의 얼굴이 심각해진 것도 당연했다.
“혹시 사적으로 만난 팬이… 있었던 거야?”
“아니, 설마… 아니지? 너…….”
“아, 아니에요! 사적으로 만난 적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닌데, 근데…….”
조심스럽게 묻는 주단우에 이어 천세림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묻는 것에 유찬희는 다급하게 손까지 내저어 가며 부정했다. 그리고는 흘끔 나를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것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뭔데? 말해 봐. 뭘 더 고민해.”
“…일찍 말 안 했다고 혼날 거 같아서요.”
“뭐?”
“하, 그니까…….”
그렇게 고민하던 유찬희가 끝내 결심했다는 듯 토해 낸 말은 어찌 보면 다행이고 어찌 보면 한숨이 나오는 말이었다.
“사생이라고?”
“네……. 녹음은 아마 저번 휴가 때 같아요.”
이미 일 년도 더 전부터 같은 숙소를 쓰는 멤버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일을,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찬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설명했다.
“일본으로 가족끼리 휴가 갔을 때도 그렇고, 집 내려갔을 때도 쫓아왔었어요, 그 사람. 동생들한테도 접근하는 바람에 더 못 참겠어서 그 사람이랑 단둘이 남았을 때 그만 좀 쫓아오라고 이야기했었던 건데… 아마 그게 녹음된 것 같아요.”
유찬희는 그렇게 말하며 그 사생팬이 ‘디어돌’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줄곧 쫓아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친 후 공식 스케줄뿐만이 아닌 사석에서도 자주 마주쳤으며, 그 사람은 꼭 자신이 혼자 있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
“사이니 뭐니 했던 건?”
“그 사람이 저랑 자신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이상한 말을 해서 그 말을 받아친 것뿐이에요. 다른 의미는 전혀 없었고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는 경악한 멤버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듯한 유찬희를 바라보며 또 하나를 물었다.
“…그럼 디어돌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 사람을 마주쳤었단 거지. 말은 왜 안 했어?”
“말하긴 했었어요, 예전에. 그때 해결이 안 돼서 그렇지.”
“언제?”
“…DIO에. 그다음엔 로드에도.”
“뭐?”
나는 그 말에 매니저 형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살벌해진 멤버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에, 유찬희는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아니, 지금 매니저 형들은 잘못 없어요! 우리 매니지먼트 팀 갈려 나가기 전에 말했던 거니까.”
“갈려 나가기 전이면…….”
“…형 팬 그 새끼 나가기 전에요. 그때 그런 말 들었거든요. 어차피 처리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형들 괜히 신경 쓰이게 하면 팀 전체가 손해라고. …그때는 그 말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유찬희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에 나는 결국 참으려던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올렸다.
‘X발, 그 새끼. 가지가지도 하고 갔군.’
매니지먼트 팀이 정리되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골치 아플 일이 없다 생각했건만, 이미 갈려 나간 새끼가 어지럽혀 놓은 여파가 여태껏 남아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시절이라면 유찬희가 사생에 대해 뭐라 이야기를 했든 로드가 들어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윗선까지 올라갈 것도 없이 아예 매니저 선에서부터 잘려 나갔을 테고, 유찬희는 혼자 속앓이를 하다 다시 이야기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됐겠지.
‘DIO는 놀랍지도 않고.’
만약 유찬희의 소속사인 DIO가 일을 잘했다면 로드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DIO는 애초부터 아티스트 관리를 개차반으로 하는 것으로 업계 측에서도 유명했다.
‘말마따나 DIO 소속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사생들 중 지금까지 처벌된 케이스가 단 한 번도 없다고 할 정도니까.’
그러니 당시에는 연습생이던 유찬희를 제대로 케어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이미 두 번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유찬희는 결국 말하는 걸 단념했을 테고.
“그땐 그렇다 쳐. 하지만 매니지먼트 팀이 교체된 다음에는 왜 말 안 했는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하기 싫었어요. 형들도 사생 때문에 데뷔 전에도 후에도 고생한 거 아니까. …뭣보다 저 아니어도 조심해야 될 일들이 많잖아요.”
무엇보다도 같은 팀에 모든 멤버들이 각별히 주의를 요하고 있는 놈이 하나 더 있는 만큼, 말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을 터였다.
‘…주변을 좀 더 잘 봤어야 하는데.’
그렇기에 나는 새삼스럽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닥치는 위협에 신경을 쓰느라 주변을 소홀히 한 것을 부정할 순 없었으니까.
“…앞으로는 네 안전과 관련된 일이면 주변 신경 쓸 것 없이 말해. 우리가 얼마나 힘들든, 무슨 일이 있든 마찬가지야. 알아야 서로 해결해 줄 수 있어. 너도 알잖아.”
“…네. 죄송해요.”
유찬희가 갈려 나간 전 매니저 놈에게 쓸데없는 말을 들었단 걸 눈치채지 못한 것도 그렇고.
나는 사과하는 유찬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곤 시무룩해하는 유찬희의 곁에서 주단우와 강현진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도지혁과 천세림, 에이든 리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모습들을 훑었고.
“일단 오늘은 쉬는 걸로 하죠. 형은 혹시 뭐 발견되는 거 있으면 단톡방에 공유해 주고요.”
“그래, 알았어.”
우선은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회사 직원분들께도, 멤버들에게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안 쓸 이유는 없겠지.’
나 또한 바닥까지 떨어진 유찬희의 ‘운’을 올릴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행운 룰렛권의 대상을 ‘유찬희’로 특정하시겠습니까?』
YES◀ / NO
『! 경고!』
타인의 ■□에 관여할 경우, ‘사용자’의 ■□이 □□□에 더욱 가까워집니다.
그 와중에 뜻밖의 경고 문구와 다시 마주할 줄은 몰랐지만.
* * *
‘…이건 처음인데.’
잠시 호텔 로비 쪽에 나와 있던 나는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과거의 재현’을 해결하기 위해 운을 쓸 때와는 달리 시스템이 나를 한 번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시스템은 내가 ‘과거의 재현’을 막아 내면 오히려 보상을 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운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 같군.’
시스템은 지금, 내가 이번 ‘과거의 재현’을 막아 내는 데 행운 룰렛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했던 것이다. 여전히 내가 페널티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듯이.
“…….”
지난번에 활성화한 ‘운을 보는 눈’은 ‘과거의 재현’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떠올랐다. 그때 나는 ‘눈’을 활성화했지만 별다른 페널티를 받지 않았고.
즉, 그렇다는 건.
‘페널티의 발생은 이 일을 해결하고 난 후라는 뜻이 되겠지.’
이번 사건을 위해 주어진 ‘눈’에 대한 페널티는 내가 유찬희에게 관여한 이후 주어지게 된다는 뜻일 터였다.
무엇보다도 그 페널티의 발현은 유찬희를 대신해 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테고.
‘적당한 수준에서 끝날 것 같지 않으니까, 이 페널티는.’
그럴 자격도 권한도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나는 현재 정확히 내가 무슨 페널티를 받게 될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시스템조차 조심스러워할 정도의 페널티. 그게 대체 어떤 것이든, 부여받은 순간 페널티는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터였다.
“…하.”
그렇기에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을 통해 과거로 되돌아오고, 목숨을 부지하고, 어떻게든 아이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나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 페널티가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어느 쪽으로든 나는 변화와 마주하게 될 터였다.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회귀하고, 목숨을 부지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꺼.”
“……! 형.”
하지만, 그에 대해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돌아간 호텔 방에서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 유찬희와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투어를 위해 도시를 옮길 때마다 함께 방을 쓸 사람을 바꾸고 있는 지금, 나는 뉴욕에서는 유찬희와 함께 방을 쓰고 있었다.
유찬희에게도, 내게도 잠깐 혼자 생각을 정리할 만한 시간이 필요할 듯해 로비로 나왔다가 돌아온 순간 유찬희가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내 말에 다급히 휴대폰을 끄는 것에 나는 물었다.
“너, 반응 찾아봤어?”
“…….”
유찬희는 대꾸하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대꾸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반응만으로도 나는 놈이 저와 관련된 말들을 찾아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어할 거면서 왜 보는데?”
“…알고는 있어야 하잖아요.”
유찬희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유찬희는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야.’
처음에야 툴툴거린다 해도 누구보다도 쉽게 정을 주고, 주변에도 잘 휩쓸리는 타입이다. 그런 놈이 팬들이라 해서 다르지는 않았을 터였다.
“형, 진짜…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래서 더 힘들어할 수밖에 없겠지. 아이딘 시절에는 아예 사람이 바뀔 수밖에 없었을 테고. 정으로 비롯된 행동이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돌아온 것이니까.
그에 나는 놈에게 대꾸했다.
“잘못 아냐.”
딱, 내가 해 줄 수 있는 단 한마디를.
정말로 유찬희의 잘못은 아니었다. 유찬희의 행동은 그 순간 팬분들에게는 기쁨을 줬을 테고, 그건 나쁜 게 아니었으니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어서 했던 행동을 잘못이라 탓할 생각은 없다. 잘못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런 유찬희의 행동을 매도하고 곡해한 쪽이니까.
‘하지만 유찬희가 좀 더 몸을 사렸다면 자신을 지키는 데에는 더 용이했겠지.’
그렇지만 유찬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선택했다. 그게 이런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 거다. 진심으로 유찬희는 거리에서 만난 팬분들이 행복하길 바랐을 테니까.
“…자꾸만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진들은 어떻게 그 사생 팬에게 가게 된 걸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고. 그 사람들이 직접 준 건지, 그냥 애초부터 그럴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 간 거였는지… 자꾸 의심하게 돼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일 테고.
유찬희는 그렇게 말하곤 잠시 말을 흐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 무서워요, 무대 오르는 거.”
곧 내가 가장 우려하던 말을 털어놓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