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다음 날, 유찬희는 리허설에 나왔다.
“…….”
그래 놓고는 자신이 온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듯 계속 멤버들의 눈치를 보긴 했지만.
‘누구 한 명 한숨이라도 쉬면 그대로 호텔로 돌아갈 것 같군.’
평소와는 달리 멤버들에게 말도 걸지 못하는 것 하며, 무대에 오르기 전 머뭇거리는 것 하며 누가 봐도 평소의 유찬희다운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색한데.’
게다가 아무리 리허설이라 한들 지나치게 굳어 있기도 했고.
모니터링을 하던 중 유찬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려는 마음은 있다 한들 생각처럼 몸이 잘 안 움직여지고 있는 듯 초조한 얼굴이었다.
‘애초에 평소처럼 구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공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한들, 자신의 논란과 마주한 게 바로 어제 일이다. 긴장은 어쩔 수 없을 터.
“아이고, 찬희~ 무슨 일이야. 우리 찬희의 준비된 귀여운 눈웃음 대체 어디 갔어?”
“으음, 찬희 지금 웃어도 제대로 눈웃음이 안 나올 것 같은데… 눈이 거의 붕어 상태네.”
“이든아. 찬희 짐 가방에서 라면 좀 빼 달라니까, 안 좋다고.”
“어, 나 잘못 없어요! 난 한국에서 찬희가 짐 쌀 때 캐리어에서 라면 몰래 뺐었어요. 찬희가 중간에 한인 마트 가서 라면 또 사 온 거지.”
“라면보다는 밥이 나은데……. 한식 먹고 싶으면 말해, 찬희야. 즉석밥 가져온 거 남아 있어. 김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은 오히려 작정하고 평소처럼 굴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평소처럼 유찬희의 어깨 위로 턱, 팔을 올린 천세림이 능청을 떠는 것에 이어 안쓰럽다는 듯 도지혁이 이어 말하고, 강현진이 부러 에이든 리를 탓하다 주단우가 슬쩍 말을 건네는 것에 유찬희의 얼굴에 당황이 번졌다.
평상시와 같이 별것도 아닌 일에 트집을 잡아 자신을 몰아가는 멤버들의 모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자신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대로 자신 또한 평소처럼 대해도 괜찮을지, 아니면 눈치를 보는 게 맞는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한 모양이었으니까.
“자던 중에 웬 라면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만. 변했네, 원래는 비활동기라도 공연 전날에는 조절해야 예쁜 모습 보일 수 있다고 하더니.”
“……! 제가 안 먹은 거 형이 더 잘 알면서!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어제는 공연 전날은 아니었잖아요!”
그러다 결국은 대놓고 자신을 신경 써 주는 멤버들에게 말려들어 주기로 결정한 모양이었지만.
내 말에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이 된 유찬희가 낄낄거리는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은 어제 라면을 먹은 적이 없다며 열심히 변명하고 있을 때였다.
“찬희야, 잠시만.”
“…네?”
유찬희는 곧 자신에게 손짓하는 매니저 형의 부름에 더럭 겁을 먹은 얼굴을 했다. 또 한 번 무슨 일이 났는지 걱정하는 기색이었지만.
“이거 네가 꼭 한번 봐야 할 거 같아서.”
유찬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 매니저 형이 자신을 부른 게 어제와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임을 깨달은 듯했다.
-아니 저거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인데 내 얼굴 어디가고 웬 이상한 사람이 붙어있냐 -길 가다가 원디어 유찬희님 만나서 사진 찍은 본인입니다 -얘들아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썰 풀어본다ㅋㅋㅋㅋ 같은 찬프(찬희 최애)들 단톡에서만 공유한 사진이 왜 저기에 있냐고
“…이건.”
그렇다기에 매니저 형의 얼굴은 전날과는 달리 너무나 밝았으니까.
* * *
-아니 진짜 뭐가 맞는 거야 찬희가 그래서 팬들을 후리고 다녔다는 게 맞아? 아니면 그냥 저 사진들이 다 합성인 게 맞는 거야? 녹음은 또 뭔데
유찬희에 대한 ‘폭로글’이 올라온 후, 유어원들은 두 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저 사진들 합성 맞음 얼굴 가려진 저 여자 있는 쪽 부분 뭉개진 거 하며 미묘하게 색감도 안 맞잖아 저걸 찐으로 믿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사람들 원디어 바빠서 유찬희가 헛짓거리 못했을 거다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언제 아이돌 연애가 그런 거 가려가면서 터졌어?
ㅋㅋㅋㅋ 바빴기 때문에 그런 거 날 일 없다[-뭐 이렇게 나이브해 케팝덕질 한두해 해봄? ㅋㅋㅋ 니 아이돌을 왜 믿어 그러니 호구되는거야~-믿을 만한 증거도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 차갑게 돌아서는 거 진짜 어이없고 마음아프다 이 와중에 투어 공연은 또 어떻게 돌지 걱정되고.. 찬희 마음 여리고 멘탈도 약한 거 팬들은 다 아는데… 그냥 멤버들이 잘 다독여줬음 좋겠어 -올팬(멤버를 모두 좋아하는 팬)이라고 달아놓은 유어원들 아무일도 아닌척 유찬희 빠는 거 왜이렇게 웃기냐ㅋㅋ 올팬이면 오히려 방출운동 벌여야 하는 거 아님? 팀 자체를 사랑하시는 거면 딴멤들한테 민폐 오지게 끼치는 애 먼저 방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 거지같이하네 팀자체를 사랑해서 차니믿는거란생각은 안하시나ㅋㅋ 님은 어디가서 유어원이라고 하지마시길 써방할 최소한의 노력도 안하고 조작증거도 못알아보는 팬 차니도 필요없을테니까요^^-아 팬코(팬 코스프레)하는 놈들 왜 이렇게 나대 개신났네 진짜ㅋㅋㅋ 얘들아~! X도 모르면서 원디어에 대해 말 함부로하지 말렴~! 유어원들 산전수전 다 겪었고 뭐가 옳은지 뭘 믿어야 하는지 정도는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다~!
한쪽은 유찬희에게 실망해 그가 입장을 밝히길 바라는 쪽, 한쪽은 사진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유찬희가 악의적인 루머에 말려들었을 뿐이라 주장하는 쪽이었다.
그 와중에 이런 루머에 한쪽 발을 걸치기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들러붙는 통에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도 커뮤니티를 비롯해 SNS는 난장판이었다. 그에 대한 피로도가 극심해진 팬들은 어서 회사가 공식 입장을 내기만을 바라고 있었고.
-얘들아 이거 진짜 봐야 될 것 같다
그렇게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와중에도 점차 확산되어 가는 루머에 유어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사진) 작년 11월에 원디어 유찬희랑 사진 찍었던 유어원입니다
홀연히 등장한 한 게시글에 유어원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원디어도 출국했고 시험 준비도 있어서 세상이랑 담쌓고 사느라 바로 알지 못하고 너무 늦게 안 것 같아서 찬희한테는 미안한 마음만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사진 원래 찬희가 고민하다 찍어 준 거란 거 알아서 더 그렇고요
조작글에 업로드된 사진들 중 하나의 주인이라고 밝힌 유어원은 그렇게 서두를 뗐다. 작년 11월, 자신이 어떻게 유찬희를 만나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까지를 자세히 기재하면서.
-그때 로드 매니저 사건 있고 난지 얼마 안 되었을 즈음이어서 마음이 많이 불안했던 상태였는데 길거리에서 떡볶이 사러 나온 찬희랑 마주쳤었어요ㅋㅋ손에 비닐봉다리 엄청 커다란 거 들고 있었던 거 보니까 멤버들 주려고 사 가는 거 같았는데 저 유어원이라고, 반갑다고 하니까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해 주더라고요사인을 너무 받고 싶었는데 펜이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욕심인 거 알지만 혹시 같이 셀카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찬희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고요 자기 쌩얼이기도 하고 원래는 하면 안 된다고 했었거든요..
아 그렇지 찬희는 공인이니까 싶어서 알겠다고 하는데 찬희가 정말 고민하다가 에이 뭐 어때요 하면서 사진 찍어준 게 기억나요사진으로 제가 좋아해 주면 그걸로 자긴 됐다고 요즘 팬분들 못 만나는 거 자기도 다른 멤버들도 아쉬워하고 있는데 이렇게 만나서 좋았다고요그 사진은 정말 극소수 같은 찬프들한테만 공유했었는데 어떻게 이상한 쪽으로 굴러들어가 찬희를 해치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 찾아볼 생각이고요전 찬희가 저를, 그리고 유어원을 위하는 마음으로 해 준 선의가 더 이상 이상한 쪽으로 곡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모자이크도 안한 사진 푼 거고요찬희는 팬들 우습게 보는 애가 아니에요 너무 소중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려고 하는 애지 그냥 그 진심만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찬희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 같아서요
그렇게 말을 끝낸 유어원의 게시글이 링크로, 캡처로 팬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을 때였다.
-조작글에 있는 사진 원본 첨부합니다 유찬희님 만나 사진찍은 사람입니다 -미치겠네 저 사진이 왜 저깄어??? 조작글에 있는 사진 중 하나 제 거예요ㅋㅋㅋㅋㅋㅋ 진짜 어떤 새끼냐
그 뒤를 이어 속속들이 사진들의 주인이 나오기 시작한 건.
-제 사진은 디어돌 파이널 때쯤 유찬희님이 같이 찍어준 거예요 솔직히 아이돌메이커 아니었는데 팬이라고 응원하겠다고 한번만 사진 찍어달라니까 찍어주셨던 거고요 유찬희님에 대해 팬만큼 아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그분 그럴 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되게 귀여우셨고 팬들 소중히하는 티가 잘 모르는 저한테까지 느껴졌는데 여미새라뇨ㅋㅋ.. 말도 안돼요-내 사진 찬희가 가족들이랑 같이 휴가 나왔을 때 찍어준 거임… 어디 유포했다가 찬희한테 해 될까봐 찬프 단톡방에만 풀었던 사진인데 이게 왜 거깄는지는 모르겠다ㅋㅋ 한가지 확실한 건 저 지랄한 놈 누군지 찾기는 쉬워졌단 거임 나도 이제 수색들어갈거니까ㅋㅋ
한 명 한 명 유찬희가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어 줬을 때의 상황과 함께 원본이 공개된 덕에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폭로글에 있던 증거들이 조작되었을 거라 믿던 사람들이 원본의 사진과 링크를 첨부해 재빨리 반박글을 나르기 시작하고.
-나 찾은 것 같은데? 폭로글 쓴 애
그러다 보니 곧 폭로글을 쓴 사람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조작글에 첨부되어 있던 사진 중 전체 공개로 되어 있던 사진은 단 하나뿐. 나머지는 유찬희와 사진을 찍은 팬들이 자신과 친밀한 팬들 혹은 비공개 계정에서만 공유한 것뿐이었다.
한정된 사람들만 접할 수 있던 사진. 그렇기 때문에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된 순간, 그것을 유포한 사람도 찾기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공통분모를 찾아내면 될 일이었으니까.
때문에 이른바 ‘본인 등판’이 이루어진 지 반나절 만에 폭로글의 주인은 팬들에 의해 끌려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얘 찬희 사생임ㅋㅋㅋㅋㅋㅋ
-저사람 찬프 단톡방에서 맨날 쎄한 말하던 사람 아니었나 -아 시발 나 저사람 알어 맨날 차니 일정 미묘하게 존나 잘 알고 있어서 설마했는데 사생이었네
끌려 나온 순간, 그 사생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다른 유어원들이 알게 된 것도 당연했고.
-저사람 비계(비공개 계정) 털었는데 진짜 끔찍하다 어떻게 평소에 차니 따라다녔는지랑 차니가 자기한테 무슨 말 했는지 다 적혀 있고 자기 망상도 끄적여놨네;;
-저 사람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차니 앞장서 패던 사람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는 까빠들 중 제일 악질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은 몰랐다 진짜ㅋㅋㅋㅋ 녹음파일도 다시듣게 되네ㅋㅋㅋㅋ-아 이 사람 계정 폭파됐는데? 도망쳤나봄
그에 다급히 계정을 닫았다지만, 이미 유어원들에 의해 캡처된 사진들이 확산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녹음파일 원본 찾았다 (유찬희_mp3)
자신이 언젠가 다른 사생에게 흘렸던 녹음 파일이 공개되는 것 또한 막지 못했고.
그렇게 공개된 녹음 파일 속 대화는 폭로글에 올라온 것과는 전혀 달랐다.
-동생들한테는 왜 접근하시는데요. 제발요. 저번에 그랬잖아요, 그만 좀 하라고요. 이런 거 하나도 안 반갑다고요.
-너는 왜 나한테만 차가워? 팬들 좋다며. 그럼 얼굴 보는 거 좋아해야지.
-이렇게 보는 건 싫어요. …아, 건드리지 마세요! 쫓아오지 좀 마! 몇 번 말해요, 싫다고! 얼굴 좀 그만 보고 싶다고요!
-내가 이러는 것도 다 너 잘못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네가 자꾸 이러니까 찾아올 수밖에 없게 되잖아. 우리가 어떤 사인데. 넌 나 없으면 못 살잖아.
-애초에 우리가 언제 그런 사이였는데요? 아니에요. 전 이런 거 싫어요. 당신이랑 무슨 사이였던 적도 없고요. 팬 아니시잖아요.
잘 짜깁기된 녹음 파일 사이사이는 유찬희의 두려움으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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