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풀린 건 녹음본뿐만이 아니었다.
「익명1: 찬희 진짜 겁 많죠ㅋㅋ 귀여워
익명2: 이래놓고 막상 또 안 따라다녀주면 서운해할 거면서ㅋㅋㅋㅋ익명3: 솔직히 이것도 잠시죠ㅋㅋㅋㅋㅋ 찬희야 그냥 누려~ 선배 아이돌들 봐 인기떨어지면 이렇게 시간이랑 돈 써서 따라다녀주는 팬들도 없어지잖아ㅠ익명1: 지금이 행복한 거란 걸 찬희도 언젠간 깨닫겠죠ㅎ익명4: 하 근데 점점 원디어 따라다니기 힘들어지지 않아요?
ㅋㅠㅠㅠ 로드 이 미친새끼들 가드 개빡세고 애들도 틈이 안 보여가지고ㅋㅋㅋㅋㅋ익명2: 솔직히 형들이 막내 엄청 잡는 것 같아요 성공이 그렇게 하고 싶니ㅋㅋㅋㅋㅋ익명3: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도 개웃겼는데 얘네 팬미팅끝나고 회식할 때 앞에서 우리가 진 치고 있으니까 유하부터 시작해서 다른 형멤들이 시선끌고 냅다 막내들부터 탈출시킨거ㅋㅋ익명2: ㄹㅇ거의 첩보작전ㅋㅋㅋㅋㅋ 뭘 그렇게까지해 익명4: 아~~ 찬희야 혼자 좀 다녀라ㅠㅠㅁㅊ넘아 갓스물이면 클럽도 다녀보고 그래 대충 끼어서 같이놀게ㅋㅋㅋㅋㅋㅋ익명5: 진짜로ㅠㅠㅠ 가뜩이나 요즘 원디어 반응오는 것도 힘든데 애가 돌아다니질 않아ㅠ익명4: 하.. 전 솔직히 이러다 진짜 못따라다닐 지경까지 가는 건 아닌지 좀 걱정돼요 회사에서도 점점 신경써주고 더 바빠지면 솔직히 언제 따로 볼 수 있겠어요익명1: 솔직히 저희 떨구려고 하는 것도 엄청 보여서ㅋㅋㅋㅋㅋ 좀 괘씸하지 않아요? 확 그냥 지금까지 모아논거 다 풀어버릴까보다ㅎ익명3: 헉 뭐 있어요?
익명1: 풀려면 뭘 못풀겠어요ㅎ
익명5: 그럼 우리 그냥 장난 한번 쳐볼까요? 가뜩이나 요즘 유입 많아져서 유어원 판 분탕질 심한데 찐사 아닌 애들은 좀 나가게ㅋㅋㅋㅋ」
유찬희의 녹음본이 풀렸던 단톡방에 들어가 있던 사생들이 나눈 대화의 캡처본 또한 함께 딸려 나온 것이다.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유어원들은 알 수 있었다.
몇 차례의 고소 진행으로 수그러든 줄 알았던 사생들은 여전히 원디어를 따라다니고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원디어의 최근 성과에는 불안감을, 회사와 멤버들 스스로가 강화한 가드에는 괘씸함을 느꼈다는 것.
그렇게 꾸며 낸 ‘장난’의 결과로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끔찍해서 끝까지 못 듣겠어
-싸패 왜 이렇게 많냐 이렇게까지 하고 싶어 진짜?
-미친새끼들아 이걸 씨발 니들끼리 공유하면서 낄낄댔다는 거지 지금 니들이 좋아한답시고 입털고 다니는 애는 무서워하는데 니들은 이걸 보면서 애 망가뜨릴 생각만 한 거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잘되는 걸 축하해줄 생각은 못하고 어떻게든 끌어내릴 생각만 하는 게 팬이 맞아? 이게 어떻게 팬이고 이게 어떻게 사람 좋아하는 마음일 수가 있어 사람 취급도 안하는 거지 -믿음과는 별개로 찬희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고통받았다는 게 너무 눈물이 나 그걸 지금 알았다는 게 너무 화나
빠르게 확산되는 캡처와 녹음본. 그에 따라 사실을 알게 된 유어원들의 반응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경악한 것은 같았으나, 유찬희를 믿었던 팬들을 비롯해 이른바 ‘중립 기어’를 박았던 팬들은 안도를 느끼며 거칠 것 없이 입을 열 수 있게 된 반면, 논란을 믿고 유찬희를 공격하던 쪽은 침묵함으로써 커뮤니티와 SNS의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로드가 절대 가만 안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얘네 처리 잘해놔야 앞으로 이런 일 안 생길 것 같고 뭣보다 애들이 안전해질 것 같아 우리 스스로도 조심해야 하고 -솔직히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데.. 원디어가 유어원을 사랑해주는 만큼 유어원도 원디어를 건강하게 사랑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애들이 우릴 친근하게 대해주는 건 좋다지만 이렇게 사석까지 찾아와달란 뜻은 아닐 거잖아요..
-팬으로써 아이돌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이해 못할 건 아님.. 근데 그게 내 아이돌을 다치게 하는 길이라면 제발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우리한테도 이득임… 만약 원디어가 다치면 우린 걔네를 영원히 못 보게 되잖아요 오래 사랑하고 싶으면 거리를 지킵시다
그와 함께 말이 나온 것은, 이전부터 거론되던 원디어와의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디어는 최근 데뷔한 아이돌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팬들과의 거리감이 없는 그룹이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팬들과 소통을 나눠 주는 아워스, 매 활동마다 빠지지 않는 대면 프로모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오는 깜짝 이벤트하며 작업 과정을 비롯해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를 빠짐없이 공개하는 자체 콘텐츠까지.
유어원에게 있어 원디어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려운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 친근함이 원디어의 매력이 되어 유입을 불러오고 있었고.
그렇기에 팬들 중에서는 그 친근함에 기대 원디어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분위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유어원 또한 많았다.
무엇보다도 원디어는 리더부터 시작해 이미 데뷔 전부터 사생 피해를 입은 멤버가 다수인 팀이 아닌가. 데뷔 후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생 소식에 이미 스스로 자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토대로 그러한 말이 나온 것도 당연했다.
-아니…. 아……… 얘들아 이거 봤어..?
-나 울거같은데 어떡해
그리고 그렇게 슬슬 터져 나오던 이야기들에 불이 붙은 건 원디어의 뉴욕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뉴욕 공연에 간 팬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하나둘 SNS에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을 때, 몇몇 유어원들이 차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광경을 마주한 것이다.
[“와아아아!”]공연이 거의 마무리되어 갈 때쯤이었다. 앵콜 곡인 ‘Milky way’를 부르며 돌출 무대를 따라 팬들과 마주하는 멤버들 사이, 유찬희가 가만히 자신의 얼굴을 팬들에게 내민 것은.
멤버들이 유어원을 향해 손을 뻗고, 유어원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들어 셀카나 동영상을 남겨 주곤 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원디어는 팬 서비스가 좋은 아이돌이었고 이미 뉴욕 이전의 투어에서도 그러한 일은 자주 있어 왔으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자기를 팬들한테 맡기지
그러나 유어원들이 놀란 것은,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 멘탈이 약하고 겁이 많은 유찬희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자신을 내맡겼기 때문에.
[“유하!”] [“찬희!”]흩뿌려지고 있는 색색깔의 컨페티. 공연이 절정에 달아오른 후 팬들의 함성과 함께 거의 끝이 나고 있을 때였다.
무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팬들과 마주하는 멤버들 사이, 나란히 걷고 있는 유찬희와 원유하의 모습이 보인다. 두 명은 땀에 젖은 채 슬로건을 각자의 어깨에 두른 채 무대를 따라 걷고 있다.
그중 원유하의 눈길이 어느 한쪽 가장자리에 닿은 것은 유찬희가 제 파트를 소화하고 있을 때였다.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의 원유하가 무대 바깥쪽을 바라본 후, 그는 곧 유찬희를 한번 흘긋 바라본다. 마치 무언가를 가늠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러다 곧 유찬희가 제 파트를 모두 마쳤을 때, 원유하는 가만히 유찬희의 손을 끌어 자연스럽게 그가 그 가장자리를 바라보게 이끌었다.
[“……!”]그에 따라 무대 바깥쪽을 바라본 유찬희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떠오른 건 그 직후의 일이다. 잠시 무언가를 갈등하는 듯하던 유찬희의 옆에서 원유하는 그를 가만히 기다려 주고, 유찬희는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 그쪽으로 다가가 내려선 후 얼굴을 내민다.
그런 유찬희를 따라간 동영상은 곧 가장자리에 있던 플래카드를 담는다. 삐뚤빼뚤하고 어색한 한국어로 쓰인 한 유어원의 부탁을.
「찬희, 다치게 하지 않을게
인사하게 해 줘」
썼다기보다는 그린 듯한 글씨. 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유어원 사이로 얼굴을 내민 유찬희는 가만히 눈을 감고, 곧 그 얼굴 위로 몇 개의 손이 닿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그러나 유찬희에게는 어떠한 강압도 가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떨리는 손으로 아주 잠깐 얼굴을 건드린 후 손을 거두고, 누군가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고, 누군가는 위로하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뺨을 두드려 줄 뿐.
얼굴을 내민 후 잠시 긴장한 듯 침을 삼키던 유찬희는 그 조심스러움에 곧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로 변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유찬희는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을 마주하고, 천천히 펜스에서 물러서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 일련의 과정이 담긴 동영상은 수많은 유어원들에게 공유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위로받는 것 같지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찬희인데 -찬희는 어떻게 유어원을 믿고 얼굴을 내밀었을까 무섭고 화도 났을 거고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냥 마음이 너무 울렁거려 -나는 이게 찬희가 우리한테 건네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자기는 유어원 믿고 있다고 안 다치게 할 거 안다는 메시지….. 그걸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보여줬구나 싶어
말마따나 유찬희가 용기를 냈다는 걸 몰라볼 수가 없었으니까.
유찬희가 상처받았으리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애초에 피드백이 확실한 원디어가 이렇게 커다랗게 일어난 사건을 모를 리가 없고, 자신의 친절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사실에 유찬희는 충격을 받았을 터였다.
때문에 팬들은 유찬희가 혹시나 팬들을 무서워하게 되지는 않을지, 혹은 이른바 ‘빠혐’을 보이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다.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것만큼 충격적인 일은 없고, 이번 일은 충분히 사람을 바꿔 놓을 법했으니까.
그렇기에 유찬희는 팬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맡김으로써 바뀌는 것이 없음을 알리려 한 것이었다. 자신은 여전히 팬들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면서.
-찬희 마음도 다른 멤버들 마음도 더 이상 배신받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믿음은 믿음으로 사랑은 사랑으로 돌려주고 싶어 다들 그랬으면 좋겠고 -서로 거리를 지킴으로써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전 정말 좋아한다면 우리도 원디어 지켜줘야 되잖아요-언제든 원디어가 우리한테 자기들을 맡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그렇게 원디어를 대해 줬으면 좋겠고
때문에 유어원들은 그 용기에 대한 답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수가, 더 진심으로.
그렇기 때문에 유어원들은 깨닫지 못했다.
-근데 저 사생 단톡방 녹음본이랑 캡처 누가 뜬 거임?
그렇게 유어원 사이의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된, 유찬희의 결백을 알려 준 녹음본과 캡처본이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났다는 것을.
여느 때와는 달리 ‘폭로자’는 없으며, 앞으로도 사람들은 그것을 흘린 사람을 영원히 알지 못하게 되리란 것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