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지직-
-……!
유찬희를 지정해 행운 룰렛을 돌린 날. 천천히 바뀌기 시작하는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확인한 후, 나는 문득 귀를 울리는 듯한 이명을 들었다.
들어본 적 있는 이명. 없어질 줄 알았던 시스템이 버그에 의해 잠식된 후, 시스템이 내 목숨을 구명해 줌과 동시에 나를 또 다른 시나리오에 던져 놓았을 때 들었던 소리였다.
그에 다급히 켜 본 시스템 창. 나는 문득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 경고!』
타인의 운명에 관여한 대가로 ‘사용자’의 운명이 □□□에 더욱 가까워집니다.
떠오른 경고에 쓰인 익숙한 문장. 그곳에 내가 지금까지 읽지 못했던 단어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줄곧 에러가 난 듯 깨진 글자로 가려져 있던 단어. 그것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다급히 내가 받은 보상들을 확인했다.
그에 따라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운명 □■□』
□□□의 ■■만이 쓸 수 있는 운명 □■□
발동 조건이 충족될 때 사용할 수 있다.
발동 조건: ‘사용자’의 운명이 □□되었을 때
발동 페널티: ‘사용자’의 운명이 □□□에 더욱 가까워집니다.
지난번 연차별 업적 달성으로 받았던 ‘보상’의 단어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 ‘보상’이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이미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말이 직접적으로 포함된 보상이 적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을 것임은 확실했으니까.
그에 나는 생각했다.
‘…자격이 된 건가, 아니면 페널티에 가까워졌을 뿐인 건가?’
□■으로 표시되어 있던 페널티의 단어가 풀린 것은 시스템이 말했듯 내가 유찬희의 ‘운명’에 간섭했기 때문일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 유찬희 때만 이런 게 풀린 거지?’
왜 유찬희만은 다른 때와 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재현’은 이미 이전에도 몇 번이나 떠올랐다. 그 ‘과거의 재현’에 멤버들이 휘말린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그때마다 나는 ‘운’을 써 사건들을 해결해 왔지만, 그건 이런 식으로 내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과거의 재현’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또 모를까, 대부분 단발성 퀘스트로 끝이 난 후 뒷일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 나는 유찬희의 ‘운명’에 직접 개입했다는 경고를 받게 되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와 유찬희 때가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그리 오래지 않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건 유찬희가 ‘겪었던’ 일이다.’
말마따나 나는 정말로 유찬희의 운명을 직접적으로 건드려 버렸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나는 유찬희가 아이딘으로서 데뷔했을 때 겪었던 사건을 회피시킨 것이었으니까.
‘과거의 재현’은 내가 회귀 전 겪었던 일이 이번 생에 다시금 일어나는 것이었다. 즉, 멤버들은 휘말릴 뿐 자신들이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다시 맞닥뜨리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건 나의 과거이기도 했지만, 유찬희의 과거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됐고.’
아이딘의 멤버였던 유찬희는 사건을 이겨 내지 못했다. 그는 열의를 잃고 팬들을 두려워하게 됐으며 그로 인한 태도 논란에 휘말렸다.
이 사건을 통해 놈이 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찬희가 원래 겪었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운’을 씀으로써 그러한 결과를 막았다. 즉, 나는 정말로 유찬희의 ‘운명’에 크게 개입해 버린 셈이 된 것이다. 그게 내 페널티의 이유일 테고.
‘내가 운명을 바꾸었다, 라…….’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신, 혹은 나를 또 다른 생으로 되돌려 놓은 시스템이나 할 법한 일이지.
회귀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스템이 내게 원하는 건 명확했다. 내가 운명을 바꾸길 원한 것이다.
그에 따라 시스템은 관리자를 앞세워 내게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내렸고, 관리자는 감시와 조력을 해 주었다. 성공적으로 운명을 바꿀 때엔 보상이 내려졌고.
하지만 이번에는 보상이 아닌 페널티가 따랐다는 건.
‘시스템과 관리자에게 이건 상정 밖의 일이란 거겠군.’
시스템과 관리자는 내가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 될 터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허락되지 않은 힘을 휘두른 거고.
즉, 이번 페널티는 내가 제멋대로 힘을 휘두른 대가로 주어진 듯했다.
‘…하지만, 좀 이상하긴 하지.’
내가 타인의 운명을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데뷔하면서 천세림과 주단우의 탈락을 막았고, 아예 새로운 팀을 데뷔시켰으니까.
그때 시스템은 내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그때 시스템은 나와 엮어 그들의 운명까지 바꾸는 것을 원했었던 것일 테니까.
그렇기에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생각했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버그.’
이전 생을 어떻게든 현재에 덧씌우려 하는 ‘버그’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끝이 났어야 할 퀘스트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퀘스트가 끝이 난 상태였다면 내게 논란을 이렇게 단번에 해결할 힘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만히 있지도 않았을 테니 어떻게든 손은 썼겠지만, 그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형태로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유찬희의 변화를 막고자 했고 그에 따라 운명을 어그러뜨리고 말았다. 권한이 있다 한들 허락되지 않은 힘까지 써서.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내가 ‘페널티’를 받음과 동시에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인지.
‘어쩌면 그 두 가지 다일 수도 있겠군.’
생각해 보면, 내가 떠올린 두 가지의 가능성 모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나는 페널티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격’을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또 한 번의 생을 얻어 돌아오게 된 이유, 날 휘두르는 시스템의 비밀을 알게 될 자격을 알게 됨과 동시에 나는 ‘관리자’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 모든 것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써는 관리자가 유일했으니까.
‘…그건 내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하지만 그건 기뻐할 일은 아닌 듯했다.
이미 ‘페널티’라고 명시돼 있듯, 그건 ‘원유하’라는 인간에게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니까.
* * *
-우리 원깅이들… 좋아 보이네….. (창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짤) -하 쓰발 애들 보고 싶어 죽겠다 대체 원디어 언제 귀국하냐 -얘들아 문화재 외국 반출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지 않니?
원디어가 한국을 떠난 지 이제 한 달. 한국에 있는 유어원들은 쓸쓸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줄곧 공백 없이 달려온 그룹이니 만큼, 해외 투어를 통해 나가 있는 동안 느껴지는 부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아악 얘들아 니네 팬서비스 미쳤니
-공연장에 있는 해외 유어원들을 시샘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어쩌구저쩌구 모르겠고 나 없는 데서 그렇게 귀엽지 좀 마 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들 진짜 경각심 좀 가져;; 외국에서 그렇게 귀여우면 그쪽에서 너희 여권 뺏을수도 있단 말야;;;
무엇보다 원디어의 콘서트가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유어원들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번 서울에서의 콘서트로 재미를 알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만큼 서러운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부러운 건 원디어의 컨디션이었다.
-애들 진짜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아니 얘들아 너희 앵콜의 끝이 대체 어디냐고 앵콜 앵앵콜 앵앵앵콜 앵앵앵앵콜까지 하면 정말 양심상 “저희 이게 마지막 곡이네요ㅠㅠ”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공연이 지속될수록 원디어가 지치기는커녕 더 살아나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최근의 사건 때문인지 더 가까워진 듯한 팬들과의 거리는 더더욱 부러운 마음이 들게 했고.
-나 지금 LA 공연만 기다려
-외국 유어원들이 올려주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연명한 지 한달….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LA 스트리밍 내놔
때문에 한국의 유어원들은 애타게 LA 공연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원디어의 북미 투어의 마지막인 LA 공연은 실시간 스트리밍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화면으로 보고 있는 유어원, 잘 지냈죠?”] [“보고 싶었어요~!”]그렇게 애타게 기다린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LA 공연 당일. 오랫동안 참아 온 유어원들은 각자의 컴퓨터 혹은 스크린을 두고 앉아 간만에 보는 원디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원어민인 에이든 리를 비롯해 어릴 적의 유학 경험으로 영어에 능숙한 천세림이 주가 되어 현장에 있는 관객들과 나눈 인사. 그 뒤를 이어 곧 익숙한 한국말로 멤버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것에 한국의 유어원들은 절로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만큼 보고 싶었겠니
-진짜 개 보고 싶었다 너희 없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고 싶었던 만큼 열렬한 반응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디어는 자연스럽게 미주 투어의 마지막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나눈 후 무대를 이어 나갔다.
그에 따라 유어원들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 공연을 보고 있을 때였다.
-?? 얘들아 나 방금 좀 이상한 거 본 거 같은데
공연이 진행되는 와중, 누군가가 올린 캡처에 유어원들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설마 더 트렌타 미켈레임?
└?? 엥? 미켈레가 왜 원디어 공연에 있어요
└엥 에바;;ㅋㅋㅋㅋㅋㅋ 그냥 닮은 사람 아닌가?
원디어의 공연 중간중간 스치듯 관객석을 잡는 카메라. 그 끝에서 한 유어원이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초대석에 앉아 있는 미국의 팝스타 미켈레 데이비스를.
-아니;; 님들아 제대로 봐봐 닮은 사람이라기에는 얼마전에 올린 별스타 사진이랑 머리스타일도 똑같고 뭣보다 미켈레 트레이드마크인 입술점도 같은데?
└헉 진짜네? 미친 쟤가 왜 저깄음?
└그러고보니 미켈레 저번에 원디어 샤라웃한 적 있지 않나??
└와; 그냥 노래 좋다고 해준 건줄로만 알았는데 설마 멤버들이랑 따로 연락이라도 했나?? 어떻게 원디어 콘서트까지 왔지?;;
‘더 트렌타’의 메인 보컬이자 프로듀서인 미켈레가 원디어를 샤라웃 했다는 것은 이미 유어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샤라웃이 이렇듯 공연에 초대할 정도까지의 인연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기 때문에, 유어원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공연에 와 준 미켈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멤버들이 공연이 끝날 때쯤 직접적으로 미켈레를 언급한 것에 이어, 공연이 끝난 직후 멤버들과 미켈레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야.. 얘들아.. 설마 큰 거 오냐?
하지만, 그것이 놀라움에서 그치지 않고 유어원들의 설렘으로 이어진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See you soon!」
이제 미국을 떠날 예정인 원디어의 사진 아래 ‘조만간 보자’라는 문구를 적어 넣은 미켈레의 말이 어딘가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뭐지? 나만 이상한 거 느끼는 거 아니지?? 원디어 곧 미국 뜨는데 뭘 다시 봐-미켈레 좀 있음 앨범 낸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얘긴가? 미켈레 앨범 내고 나면 투어 돌 거니까 그때 다시 보자 이런 거? 한국 투어도 할 거란 스포?
-나 너무 김칫국 마시는 것 같긴 한데 설마 미켈레랑 원디어랑 콜라보하는 거면 어떡해?
그에 따라 유어원이 각자의 추론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LA 공연을 마친 원디어가 미주 투어를 정리하고 다음 나라로 떠나기 전 잠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유어원이 원디어에게서 자신들이 예상하고 있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 얘들아 이거뭐야
유어원들은 원디어와 더 트렌타의 컬래버 사실을 잠시간 잊고 다른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유하랑 이현이 봤어요
원디어가 귀국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원유하와 백이현의 목격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