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97)
‘이제 열한 시 됐나.’
개인 팬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지만, 곧 짜증스럽게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뭐야? 아직도 아홉 시?’
분명 하루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겠지, 싶었음에도 아직 시간은 오후 아홉 시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유난히도 길었던 하루, 휴일의 시작인 금요일을 맞이했음에도 개인 팬은 저녁 시간 내내 집에 틀어박혀 평소라면 흐르는 것을 아까워했을 시간이 순삭되기만을 바라는 중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유하랑 이현이 조합 대체 얼마 만이야.’
[아이돌나잇>이 종방한 후 공식으로는 거의 2개월 만의 조합으로 원유하와 백이현이 관찰 예능에 동반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아이돌나잇>이 종방한 후, 한동안 개인 팬은 시름시름 앓을 수밖에 없었다. 원디어와 오키드,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음에도 그 두 집의 최애들이 한 명은 촬영으로, 한 명은 해외 투어로 바빠 영 ‘덕질’을 할 만한 떡밥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둘이 따로 만나는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매주 두 번씩 정기적으로 주어지던 최애 조합 콘텐츠가 끊겼다는 것에 개인 팬은 서글픔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원유하의 데뷔 후, 너무나도 안정적인 덕질을 이어 오던 개인 팬에게 급작스런 가뭄이 들이닥친 것이었으니까.
-아니 이현아 너희는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스케줄했으면서 비하인드나 같이 찍은 셀카도 없는 거니 뉴 콘텐츠 좀 다오 아스터유어원 겸업인 사람들 죽어가고 있다
-치대는 이현이 쳐내는 유하 조합 대체 언제 다시 볼 수 있냐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송계 뭐하는데 아이돌나잇이 얘네 놓쳤잖아 고스란히 데려가서 채널 하나 만들라고ㅠㅠㅠㅠㅠㅠ
아쉬워하는 건 개인 팬뿐만이 아니었다. 아스터는 원유하에게, 유어원은 백이현에게 익숙해진 만큼 두 명의 조합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만큼 백이현의 영화 개봉에 맞추어 전해진 관찰 예능 목격담 소식에 팬들은 반색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조합이 팬들이 그토록 바랐던 형태로 되돌아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목격담이 떠오른 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마침내 공개된 티저. 그 안에서 원유하와 백이현은 편안한 차림으로 간만의 휴일을 보내는 듯했다.
꾸미지 않은 수수한 얼굴과 차림새.
[유하는 정말 달라진 게 없네.] [욕하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해? 서운하다, 유하야. 칭찬이었는데.] […망친 만두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데 믿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그리고 [아이돌나잇>에서 봤던 것보다도 더한 ‘치댐’과 ‘쳐 냄’에 팬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한들 처음으로 공개된 두 형제의 사적인 만남. 그 만남은 생각보다도 더 ‘배틀 형제’다웠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하형제 진짜 사석에서도 이렇게 싸워대는 거였냐고
-얘들아 그거 알아챘니 공개된 티저에서 유하 눈 계속 공허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현이 저렇게 웃는 거 얼마 만임 동생 간만에 만났다고 못 놀려서 안달인 형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빨리 본방 내놔!!!!!!!
-와 이하형제 파급력 무슨 일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사집 예고편 미튜브 인동까지 올라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배틀 형제’의 예능 출연에 관심을 가진 건 팬뿐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조작설까지 떠오를 정도로 독특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사적인 만남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주목을 받아, 예고 영상은 곧 미튜브 인기 동영상에 올라가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팬들에게도, 그 둘의 서사를 궁금해하는 일반 대중들도 기대감으로 기다려 온 금요일 열한 시 반.
‘시작한다.’
개인 팬은 이용가가 뜨는 화면을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영겁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혼자 사는 집>의 방송이 시작됐을 때.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셨죠. 대체 불가 독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로 돌아온 오키드의 백이현 씨 모셔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키드 백이현입니다.]“하…….”
개인 팬은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간만에 보는 백이현은 여전히 빛나는 비주얼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동안 [혼자 사는 집>의 패널들과 신변잡기식의 대화를 나누던 백이현은 곧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 어느 정도 자리가 정리되고 난 후, 메인 MC는 그에게 물었다.
[지난번에 출연해 주신 오키드의 태오 씨가 공언해 주시기를, 백이현 씨는 언제나 정돈된 일상을 보내신다던데요, 맞나요? 언제나 계획에 따라 하루를 착착 수행하신다고. 그래서 평소 일상에서 동요하시는 일도 없다고 하고요.] [아, 맞아요! 그래서 팬분들께서는 이현 씨를 ‘ST’ 로봇이다, 그렇게도 이야기하시는 것 같던데. 언제나 냉철하고 성실하면서 또 깔끔하시다고요.] [아, 네. 언제 멤버들과 함께한 자체 콘텐츠에서 MBTI 검사를 한 후 결과가 그렇게 나온 적이 있는데, 멤버 형이 ‘역시 로봇답다’고 말한 후로는 그런 별명이 붙었죠. 음, 전 스스로 로봇 정도는 아니지 않나 생각하긴 하지만요.] [하하, 그만큼 똑바르고 단정하다, 그런 뜻이겠죠. 그런데… 오늘 공개해 주실 일상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과 사뭇 다르다면서요?]이어지는 대화에 개인 팬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어떤 쪽에서 ‘평소와는 다른’ 백이현의 일상이 펼쳐지는지 이미 티저 영상으로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에 백이현은 가볍게 웃고 대꾸했다.
[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조금쯤은 낯설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날것’을 담은 영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기대하시는 것과 다른 영상이 되지는 않을까 조금 우려스럽기도 하네요.] [설마 그럴 리가요! 오히려 그런 날것의 하루를 보고 싶어 방송을 기대해 주실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근데 좀 궁금하긴 하다. 어떤 일상이길래 이현 씨가 이렇게 조심스러워하시는지.] [그럼 우리 더 기다릴 것 없이 바로 가 볼까요? 지금, 이현 씨의 ‘NF’스러운 일상을 만나 보시죠!]그렇게 쾌활한 MC의 말을 끝으로 어두워진 화면. 그다음으로 드러난 건 백이현의 새로운 집이었다.
‘이현이는 진짜 취향 한결같네.’
천천히 드러나는 집을 보던 개인 팬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하얀색과 회색, 검은색 정도로만 꾸며진 단조로운 집.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장식도 되어 있지 않은, 깔끔하지만 어떻게 보면 삭막한 집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던 것이다.
-[이현이 너는 진짜 취향이 없냐? 센스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방이 뭐 이렇게 휑해? 게임기 같은 것도 없고.]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굳이 둘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이게 제 취향이라면 취향이죠. 그리고 전 게임 안 해요, 아시잖아요.]
-[의젓해도 너무 의젓한 막내라니까, 진짜. 매일 어떻게 하면 춤을 더 잘 추고 랩을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애 같아. 가끔은 좀 놀아도 되는데.]
-[하하, 그래서 자랑스러우시면서. 저 아직도 저번에 형들이 술 드시고 들어오셔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어깨 토닥여 준 거 기억하는데요?]
-[…넌 진짜 안 귀여운 막내야, 이현아. 알지?]
백이현의 ‘취향 없음’은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백이현은 언제나 워커홀릭으로 일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몰두하거나 즐기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안쓰럽기도 하고.’
아련한 사연을 가지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막내이자 1위로 데뷔한 백이현은 매번 긴장을 품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백이현은 그 누구에게도 틈을 보이지 않고, 매 순간 몸에 힘을 준 채 살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 일을 제외하고 자신의 일상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어떻게든 떠야 하는 신인 시절에야 그렇다 쳐도,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인지도를 손에 넣은 만큼 팬들은 백이현이 조금쯤 편안한 모습도 보여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단단하게 보이는 백이현이 어느 순간 힘을 다해 고꾸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게 다 뭐예요?] [해외에서 제대로 된 명절은 못 보냈을 것 같아서 음식이나 좀 해 주려고 했지.]그 때문에 아스터들은 원유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완벽한 연예인인 백이현은 원유하가 나타난 후 그나마 좀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으니까.
[혼자 사는 집>의 초반부는 더없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백이현은 기상 후 가볍게 씻고 나와 여유로운 아침을 즐겼고, 집을 청소하는 등 휴일을 맞아 자신을 정돈하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이다.
그 분위기가 달라진 건 백이현이 급작스럽게 인테리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문지니 불판을 바닥에 깔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너무나 차가운 도시 남자의 집 바닥에 깔리는 친근한 나무 소쿠리와 대형 철판 색색깔의 삼색전과 동태전 만두피와 만두소가 담긴 스뎅 그릇
-나 지금 퓨전 음식 먹고 있냐? 이 무슨 동서양의 조화 같은 풍경이지?
-나 이현이가 맨날 파스타만 요리하는 거 보다가 갑자기 애가 명절요리하는 거 보니까 되게 낯설다
동양보다는 서양 느낌이, 친근함보다는 잘 정돈된 차가움이 어울리던 백이현이 내보이는 뜻밖의 뷰에 팬들이 어색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초인종이 눌리고 원유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집에 들어선 건.
뜻밖의 명절 풍경에 어색함을 느낀 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원유하는 공허한 눈으로 말한 것이다.
「Q. 집에 들어오실 때 좀 당황하신 것 같았는데?」
[낯선 풍경이잖아요. 좀, 인지 부조화가 왔다고 해야 하나……. 뜬금없이 이현이 형이 요리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죠. 뭣보다 저 오늘 좀 각오를 하고 온 터라.]겨우 집에 오는 것뿐인데 무슨 각오까지나, 하던 개인 팬은 곧 이어진 자료 화면에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백이현: (블러 처리 된 주소 링크) 여기로 오면 돼^^] [원유하: 대체 날 어디로 부르는 건데? 뭐 하려고 하는 거야?] [백이현: 유하야, 너 같은 팀 분들 스포 막는 역할 아니었어?] [원유하: 됐다] [원유하: 더 말 안한다 그냥]활자만으로도 보이는 원유하의 환멸과 백이현의 즐거움에 웃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진짜 이런 구도 너무 간만이라 반가워 죽겠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배틀형제는 이맛이지
-유하가 유일하게 동생다워질 때+이현이가 유일하게 형다워질 때=이하형제가 붙어 있을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하 근데 저런 거 받고도 오긴 왔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순해
이렇듯 초반의 정적과는 달리 폭소로 시작된 둘의 사적인 만남은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바로 그 구도대로 이루어졌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아, 맞아. 그대로 해.]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이거 진짜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응, 맞아. 그대로 하면 맛이 이상해지는 거.] […내가 설마 틀린 방법으로 하는 게 맞겠냐고 물어봤겠어요?] [하하, 재밌는 방식으로 만들길래. 개성 있고 좋잖아.] [(중얼거리며) 그럼 혼자 다 먹든가…….]한쪽은 치대고 한쪽은 쳐 내는 식의 구도가 이어진 것이다.
[아이돌나잇>에서 보여 주었던 관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그에 어떤 팬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근데 이 둘 죽고 못사는 사이로는 안 보이지 않나?
-중간중간 침묵도 있고 원유하는 백이현 대하는 거 이상하고 백이현도 원유하 대하는 거 이상하고.. 티격대는 건 알겠는데 딱히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은데
어떤 쪽은 비즈니스를 빼고 처음으로 공개된 사석에서 둘이 ‘친하지 않은’ 증거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공개되었다.
[제가 이현이 형을 친근하게 느끼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티격대는 구도 사이의 침묵이 편집에 의해 조용히 조명되다, 어느 순간 원유하가 인터뷰를 통해 조용히 고백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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