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298)
원유하의 인터뷰가 나온 건 준비한 명절 음식으로 식사를 마친 두 명이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백이현과는 달리 원유하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푹 내쉰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뭘 해 봐야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숫제 포기를 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명의 모습이 이어지는 것에 방송의 분위기는 조금쯤 바뀌는 듯했다.
[…….] […….]한 명은 조용히 차를 운전하고, 한 명은 말없이 창밖만을 바라보며 누가 봐도 어색한 공기가 깔린 것이다.
그 분위기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기울이는 것에 맞추어 제작진은 질문 하나를 원유하에게 던졌다.
「Q. 이현 씨와 있는 게 좀 어려우신 것 같던데.」
[…네, 그런 느낌은 확실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현이 형을 친근하게 느끼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을, 그리고 진실을 알고 싶어 했을 질문을.
원유하는 그렇게 대답한 후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묵했다. 그 적막을 카메라가 고스란히 담아 낸 후에야 원유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을 이었다.
[…13년이잖아요,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자란 게.]그 뒤를 이어 카메라에 담긴 건 원유하와 백이현의 관계도가 조명된 기사며 인터뷰, 화보 자료들이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방영 당시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서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누군가가 꾸며 낸 것처럼 ‘감동적인’ 관계도. [유하와는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다신 보지 못할 줄 알았던 동생을 뜻하지 않게, 서로 꿈꾸던 길에서 마주친 거니까.] [아이돌을 하게 된다면 형을 마주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어요. 하지만 기대는 안 했죠. 솔직히 형이 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저부터가 그랬으니까.] [확신은 있었습니다. 저희 둘의 꿈은 같았으니까 유하가 언젠가 아이돌이 되어 저희가 함께 보던 TV에 얼굴을 비추겠구나, 생각했었으니까요.] [전 형과 헤어질 때 너무 어렸어요. 형과 저는 분명 친했고 서로 형제처럼 지냈지만, 당연히 너무 어렸던 날의 기억인 만큼 그 모든 순간을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죠.] [그렇다면 저도 유하가 절 발견하기 쉬운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돌이 꿈이 아니라 목표가 된 건 그때부터였죠. 꼭 해내야 하는 일이 된 거니까요.] [그래서 낯설 수밖에 없죠. 다시 만났을 때의 형은 제게는 형보다는 선배라는 느낌에 가까웠고… 13년이나 되는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예전 같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유하가 반가울 수밖에 없어요. 말했듯, 다시 한번 동생을 얻게 된 거니까요. 예전과는 달라진 것도 있기야 하지만.]그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은 동상이몽과 같았다.
한쪽은 일방적인 반가움을 표했지만 한쪽은 조심스럽게 낯설음을 고백하면서, 두 사람이 왜 서로를 다른 감정으로 대하는지가 드러난 것이다.
「Q. 서로가 달라진 것 같다고 느끼나요?」
[아니요. 형은 예전과 똑같아요.] [유하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Q. 그렇다면 왜 이전과는 달라진 것 같다고 느끼나요?」
[글쎄요,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만들어 낸 낯설음일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합니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죠.]그에 대한 이유에 대해 두 명은 또 한 번 다르게 대답했다. 백이현은 일시적일 것이라 이야기하는 반면, 원유하는 차분하게 그렇게 대꾸한 것이다.
[저도, 형도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이렇듯 거리 두기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당혹에 가까웠다.
-안 친하다는 말 솔직히 안 믿었는데 유하가 너무 확실하게 이현이 밀어내고 있어서 솔직히 좀 당혹스러움;
-아니… 근데 자기 보고 싶다고 불러낸 사람한테 왜 이렇게 선을 긋지? 유하야 너 왜 갑자기 이래 이런 애 아니잖아
-근데 나만 원유하 이해됨? 솔직히 백이현은 12살에 입양됐으니까 기억 선명하겠지 근데 유하는 7살 때 백이현이랑 헤어졌다잖아 솔직히 7살 때 일 세세히 기억하는 사람이 뭐 얼마나 돼 당연히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겠지.. 나같아도 형보단 선배 같이 느껴졌을 듯
-가끔 백이현이 너무 과도하게 원유하한테 치댄다 생각하긴 했는데 이런 것 때문인가..? 진짜 일방향이 일방향이었던 거임??
그렇게 당혹을 느끼는 건 개인 팬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끔 [아이돌나잇>을 보며 원유하가 진심으로 백이현을 밀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이 이어지는 것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게 해가 될 거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무엇보다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굳이 자신에게 해가 될 말을 하는 원유하의 의도였다.
원유하는 머리가 나쁜 아이돌이 아니다. 팀 내에서 리더이자 브레이크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상황을 볼 줄 알았으니까.
그런 원유하가 자신의 인지도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된, 그 후로도 줄곧 자신과 엮였던 백이현과 거리 두기를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 거리 두기는 백이현을 따라 그의 팬이 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렇듯 개인 팬을 비롯해 시청자들의 우려와 당혹, 궁금증 섞인 반응들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화면 속의 두 명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곧 차가 번화가에 도착한 것이다.
[……? 뭐예요?] [늦은 설빔이나 맞춰 줄까 하고.] […늦어도 너무 늦었는데? 아깐 추석이더니 이번엔 설……? 일 년 치 명절을 한꺼번에 보내고 싶은 거예요?]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백이현을 따라 내린 원유하는 제 질문에 장난 같은 답이 돌아오는 것에 어이가 없단 얼굴로 쏘아붙였다. 하지만 백이현은 그 반응에도 가만히 웃고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응, 해 주기로 했잖아.] [대체 언제……?]백이현은 그 대답을 원유하에게 해 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원유하를 이끌고 가게를 누비며 원유하가 제발 그만하라는 말을 외칠 때까지 신나게 돈을 쓸 뿐이었다.
그런 백이현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밝혀진 건 두 명이 그날의 마지막 코스로 사진을 찍었을 때였다. 인화된 사진을 받아 든 원유하가 지친 얼굴로 이제는 제발 대답해 달라는 듯 물은 것이다.
[대체 오늘 형이 뭘 하려고 하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오늘 목적이 뭐였어요? 명절 하루 체험?] [오늘 목적은 딱히 없었어, 계획도 없었고. 음식 해 먹는 거랑 미리 예약해 둔 사진을 제외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 즉흥이었거든.] […형이요?] [왜? 그러면 안 돼? 한 번쯤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도 되잖아.] [아니, 문제인 건 아닌데… 형이 그런다니까 좀 의외긴 하죠. 원래 계획 없이는 안 움직이잖아요.] [보통은 안 그런다더라고.] [뭐가요?]그에 대해 백이현은 대답보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건네며 또 한 번 원유하를 한숨 쉬게 했지만, 이번에는 시청자들까지 궁금하게 하지는 않았다.
「Q. 원유하 씨가 답답해하는 것 같던데. 오늘 하루의 목적이 있었다면요?」
[글쎄요. 실은 목적을 두지 않는 게 오늘 하루의 포인트였는데, 그렇게는 안 보였을까요? 최대한 평범하게 휴일을 보내 보려 한 건데.]「Q. 평범한 휴일이요?」
[네. 모티브를 둔 건 저희 어릴 때 기억이었고요. 유하는 기억 못 하는 것 같았지만.]이어지는 인터뷰에서 백이현은 오늘의 목적이 단순히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어릴 때 유하랑 약속한 게 있었어요. 어른이 되면 제가 유하를 찾으러 가겠다는 거였죠. 그 약속을 한 후에는 진짜 형제가 되면 함께 많은 것을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요.]백이현은 빙긋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한 차례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바가 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으나 거기에는 조금 더 살이 붙은 채였다.
[휴일이 되면 같이 밥을 먹고 놀러 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서로에게 선물을 사 주자고 이야기했었죠. 가족처럼요. 그래서 정말 가족처럼 하루를 보내 봐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계획을 두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해 주고 싶은 대로 해 주는 거요.]그렇게 이야기하는 백이현의 말에 맞춰 화면에는 원유하를 위해 옷을 사 주고 음식을 해 주는 백이현의 모습이 교차 삽입되었다. 오늘 조금쯤 의도를 알 수 없던 행보를 확실하게 설명해 주는, 때문에 더 와닿는 듯한 편집.
그에 개인 팬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아련함을 느끼는 동안 백이현은 덧붙여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의 무계획은 정말 무계획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네요, 다 어린 시절 유하와 제가 원했던 것들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하루는 정말 소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꿈이 모두 이루어진 하루였으니까요.]그런 백이현의 인터뷰가 끝이 날 즈음, 개인 팬은 작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원유하가 밀어내는 것이 너무하다 느껴질 정도로 백이현은 너무나 ‘진심’처럼 원유하를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백이현 진짜 애잔하네…… 쟤는 진짜 무슨 세상에 없는 형처럼 굴어
-이현이가 유하 너무 소중히 생각하는 게 눈에 보여서 좀 눈물날 것 같다.. 13년만에 만난 동생이 너무 좋고 잘해주고 싶고 어릴 때 약속했던 거 헤어져 있는 동안 못해준 거 다 보상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 진심이 너무 기특하고 또 안타까워 유하는 그걸 모르는 게
-유하야 진짜 형한테 좀만 더 따뜻해줘봐…
때문에 시청자들에게서 그러한 반응이 쏟아지며 원유하가 너무하다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이 쏠리고 있을 때였다.
두 명이 양손 가득 든 종이 가방을 들고 백이현의 집에 다시 되돌아온 후,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뀌는 듯했다.
[형, 이거요.] [……? 이게 뭐야?]늦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백이현이 손의 물기를 닦으며 거실로 들어서는 것에 맞추어, 거실 청소를 끝낸 원유하가 종이 가방에서 몇 가지의 물건을 꺼내 백이현에게 건넨 것이다.
[디퓨저, 집에 없길래. 이건 화분이고요.]무뚝뚝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원유하를 가만히 바라보던 백이현은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직후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백이현은 중얼거렸다.
[…향 안 무거운 쪽으로 샀네.] [인공적인 거 싫어했잖아, 어렸을 때부터. 머리 아프다며. 그래서 최대한 은은한 걸로 샀어요.]원유하는 별것 아니란 듯 말했다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던 개인 팬은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몰랐어. 이현이는 인공적인 향을 싫어하는구나.’
이유는 하나였다. 오랫동안 백이현을 좋아해 왔음에도 개인 팬은 오늘 처음 백이현의 ‘진짜 취향’을 알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백이현은 취향이랄 게 없었다. 무슨 색을 좋아하거나 무슨 향을 선호한다거나 무엇을 즐긴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주어지는 대로, 이미지에 맞는 대로, 해야 하는 일을 하곤 했다.
때문에 매번 팬들의 질문이나 인터뷰에서도 백이현은 자신의 호오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요즘 자주 쓰는’이라는 말만을 내뱉곤 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백이현의 취향을 하나라도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단 말을 하곤 했었고.
[그랬나? 내가 자연스러운 걸 좋아했어?] [이건 방에 둬요. 꽃은 아니고 그냥 공기 정화 식물이니까 향 때문에 번거롭진 않겠지. 방이 무슨 무채색밖에 없어.]그러던 와중 백이현의 취향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었으니, 개인 팬을 비롯해 방송을 지켜보던 아스터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지 못하는 백이현의 취향이 그를 낯설다 말하며 거리를 두는 원유하에게서 처음 공개된 것이었으니까.
이와 함께 이어진 인터뷰에 개인 팬은 천천히 원유하가 왜 백이현과의 ‘거리 두기’를 하려 했는지 천천히 깨달을 수 있었다.
[형은 분명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말했듯 상황은 너무 많이 변했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하는 건… 어떻게 서로를 대할지를 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원유하가 부러 백이현을 낯설어한다는 것을 밝힌 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