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
루미엘의 ‘BINGO’는 끈적하고 낮은 휘파람 소리로 시작한다.
유혹하는 듯한, 속삭임 같은 휘파람은 낮은 템포와 키로 진행이 되었지만 유어타입의 ‘BINGO’는 달랐다.
멜로디는 같지만 휘파람이 아닌 게임 속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전자음으로 변형된 음이 조용해진 장내에 울려 퍼졌다.
스크린이 반짝거리고 그 위로 직사각형의 시스템 창이 뜬 건 바로 그 다음이었다.
「START?」
반투명한 시스템 창의 커서가 저절로 움직여 버튼을 누르고, 곧 화면 가득 게임의 시스템 창이 켜졌다.
아주 단출하고 깔끔한, 그래픽화된 주택가의 모습. 그 위로 떠 있는 상태창과 달력의 형태.
직장인 팬은 그게 어떤 것의 오마주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프X세스 메이커?’
스크린의 오른쪽 위에 자리한 달력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무대 위로 핀 조명이 반짝 들어오자 중앙에 있던 하얀 베레모를 쓴 귀여운 얼굴의 참가자, 쯔쉬안이 방긋 웃었다.
-Oh- oh- oh oh- oh- oh
가볍게 허밍하는 목소리와 함께 참가자는 느긋하게 움직였다. 분명 익숙하지만 루미엘의 ‘BINGO’와는 다르게 템포가 빠른 피아노 음이 아래에 깔렸다. 그걸 함께 이끄는 건 적절한 사운드로 울리는 스트링베이스였다.
음악이 흘러감에 따라 스크린의 이미지도 변화한다. 뒤이어 나타난 것은 청량한 하늘을 바탕으로 한 골목길이었다.
쯔쉬안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두 명의 연습생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뻣뻣하게 굳어 있던 두 명이 활기를 찾고 씩 미소 지었다.
“앗…!”
직장인 팬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참가자들 중 한 명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녀와 홈마가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기다려 왔던 원유하였다!
-낯선 만남이지만
너에 대해선 200% 다 알고 있지
-네 맘에 들기 위해 준비된 Schedule
완벽한 day1 시작돼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의 포문을 연 원유하에 이어 느긋하고도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에이든 리가 장난스럽게 리드하며 나왔다.
세 명이 된 연습생들은 왼편으로 이동해 어둠 속에서 자전거 모양의 소품 곁에 서 있던 두 명의 팀원에게로 다가섰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 속 배경이 변화했다. 어느새 스크린 속 배경은 학교의 정면을 비추고 있었다.
-저기 걸어가는 girl
-너를 마주친 순간 바뀌는 오늘
조명이 비추어지자 새롭게 등장한 두 명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가 환하게 빛났다.
발랄한 얼굴로 기지개를 편 황영오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 능청스러운 제스처를 했다. 이어 느긋한 미소와 함께 유연한 웨이브가 돋보이는 포인트 동작을 선보인 김태영이 어느새 다섯 명이 된 연습생들을 이끌고 배경과 함께 이동했다.
이제 그들은 학교의 내부, 창가 옆의 연습생 둘의 곁에 있었다.
-쿵쿵 심장이 뛰는 걸
-진심인지 착각인지 의심할 시간은 없어
가만히 굳어 있던 두 명의 연습생 중 먼저 나온 것은 심장이 뛰는 것을 표현하듯 힘 있게 몸을 튕기며 앞으로 치고 나온 김태영이었다. 주단우 또한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어느새 맞추어진 대형에 합류했다.
-수많은 선택지 속 단 하나의 Bingo
그 정답을 고르게 해
무대 위로 색색깔의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다섯 명은 무대의 중앙으로 모였다. 스크린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뀌고, 그 위로 말풍선과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전자음과 함께 경쾌한 808 비트가 깔리고, 그 위로 누군가의 허밍이 덮인다.
청량한 목소리. 직장인 팬은 그것이 개인 1분 PR 영상에서 들었던 원유하의 목소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I know you know
(The game is start)
I know you know
(The game is start)
한 명씩 합체하는 것 같은 동선에 이어 합이 잘 맞는 군무가 뒤를 따랐다. 잔상처럼 모여들었다가 다시금 펼쳐지는 동작들에 무대 아래 방청객들이 환호했다.
-어서 빨리 다가와(다가와)
어서 빨리 말해 줘(말해 줘)
어서 빨리 잡아 줘(잡아 줘)
루미엘의 ‘BINGO’ 속 애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를 잡아 달라는, 선택해 달라는 산뜻하면서도 매력적인 어필.
앞서 한 명씩 각기 다양한 캐릭터를 조명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살려 주었던 것과 달리 이어지는 후크에서는 모두가 각 잡힌 단체 군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안무는 다양하지만, 군무와 포인트 동작을 적절히 섞어 강약 조절을 준 것이 복잡함을 한결 덜어 내고 무대 전체의 서사를 더욱 살려 주는 듯했다.
-say HI! 네게 인사를 건네
-so FINE! 오늘 날씨가 좋네
-SOMEDAY가 아닐 오늘
-say YES! 시간 있다고 해 줘
so i want you you you~
girl
그 뒤를 이어 정확하면서도 깔끔한 동작, 둘셋씩 붙어 발산되는 능청스러운 연기와 더불어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가 방청객들에게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음악과 절묘하게 섞이는 화음은 멤버들의 아래에 깔려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은 원유하와 더불어 에이든 리라는 연습생이었다. 중창으로, 그리고 제창으로 이어지는 백그라운드 보컬에 노래는 더욱 풍부해져 갔다.
그리고 한곳에 모여 춤을 추던 멤버들이 양옆으로 빠지고, 중간에서 나온 것은 자신 있는 미소를 머금은 화려한 비주얼의 연습생이었다.
-눈을 뜬 순간부터
네가 남긴 pop-up
그 timeline 을 따라가 (come in)
시선을 똑바로 향한 채 때로 방청객들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이는 연습생은 가벼운 웨이브와 함께 랩을 선보여 나갔다.
-True or False 중에 다른 사람은 절대 없지 (Nothin’)
오로지 너만 check
truth from you
둘만 아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건 (all in)
너, 이 퀘스트의 끝엔 오직 너
정해진 시간 속 걱정은 버릴래
망설이지 말고 여기서 찾아
네가 선택할 정답은 바로 나
한 명씩 다른 연습생들이 음을 받아 주며 랩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2절에서 연습생들은 조금 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연기를 해 나갔다.
-익숙한 시간들이 너의 행복을
200% 다 채워 주지
-자연히 채워지는 둘만의 Schedule
매일이 새로운 DAY1
-다가오는 girl 너를 마주친 순간 바뀌는 내일
스크린 뒤의 화면은 이제 다양한 장소로 바뀐다. 학교 운동장, 교실, 밖으로 이동해 놀이공원과 영화관까지. 그 뒤로 보이는 익살스러운 하트 모양 바와 선택지 문구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래픽들 사이로 연습생들은 능청스럽게 둘셋씩 짝을 지어 서로를 견제하고 응원하면서 각자의 끼를 선보여 나갔다.
방청객을 대상으로, 그리고 그들을 바라볼 ‘플레이어’를 위해.
-쿵쿵 심장이 뛰는 걸 진심인지 착각인지 의심할 시간은 없어
수많은 선택지 속 단 하나의 Bingo
-그 정답을 고르게 해
다시금 모이는 군무. 루미엘의 ‘BINGO’속 몸을 쓰는 동작을 끈적함 없이 산뜻하고도 힘 있는 동작으로 바꾼 포인트 동작.
그리고 가벼운 스텝을 주로 한 군무가 점차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며 노래는 끝을 향해 달려 나갔다.
-I know you know
(The game is start)
I know you know
(The game is start)
-어서 빨리 다가와(다가와)
어서 빨리 말해 줘(말해 줘)
어서 빨리 잡아 줘(잡아 줘)
군무 속에서 멈추어 서는 메인 보컬.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곡을 리드하며 화음을 통한 백그라운드 보컬로 존재감을 증명한 원유하가 분위기가 살짝 잦아든 브리지 구간에서 자리에 멈추어 섰다.
-기다렸던 이 순간이 진짜가 될 순간이야
나에겐 너뿐이니까
oh- oh- oh- yeah~
그리고 터지는 폭발적인 고음.
‘미… 미친 거 아냐?’
직장인 팬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하늘을 뚫기라도 할 듯 시원한 고음을 쏘아 올리는 원유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직장인 팬은 그 음이 원래 루미엘의 메인 보컬 유아연이 불렀던 음정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원키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애드립은 원곡과는 전혀 달랐다.
유아연이 유혹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조금 가볍게 가성을 섞어 애드립을 불렀다면 원유하는 단단한 진성으로 불러내고 있었다. 폭죽을 터뜨리기라도 하는 듯 폭발적인 성량으로, 노래의 청량하고 힘 있는 분위기를 십분 살려 내면서.
흔들리는 일 없이 높은 줄 모르고 뻗어나간 고음과 뒤이은 안정적인 후크는 직장인 팬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say HI! 네게 인사를 건네
-so FINE! 오늘 날씨가 좋네
직장인 팬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원유하는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군무를 춰 내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노래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담지 않으면서.
‘뭐야…….’
직장인 팬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슬로건을 흔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SOMEDAY가 아닐 오늘
-say YES! 시간 있다고 해 줘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원유하의 얼굴이 너무나도 기뻐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대를 만끽하고 있는 것 같은, 시원함과 더불어 온몸으로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한 저 분위기를 느끼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so i want you you you~
girl
다시금 짝지어 나오는 연습생들, 마침내 잦아드는 비트. 상쾌한 얼굴로 모여들어 자세를 잡는 일곱 명. 다시금 센터가 나서 허밍했다.
-Oh- oh- oh oh- oh- oh
그리고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는 센터. 일곱 명은 게임 트레일러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게임 창을 배경으로 중앙에 멈추어 서 각자 포즈를 잡았다.
그러자 그들의 뒤에 자리한 스크린 위로 천천히 한 문장의 문구가 타이핑됐다.
「Who’s your type?」
게임 속의 커서처럼 깜빡거리는 문구와 더불어 숨을 몰아쉬는 일곱 명의 얼굴이 양옆의 스크린에 천천히 나타나고.
“와아아아악!!!!”
“미쳤어! 미쳤어!!”
“아아아아악!!!!”
곧 장내가 떠나갈 정도로 거대한 환호성이 직장인 팬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직장인 팬은 노래가 끝난 후에도 엔딩을 위해 자리를 잡고 산뜻한 미소를 유지하는 원유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안개처럼 방금 전에 보았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산뜻한 미소와 함께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앞으로 걸어 나오던 원유하, 내내 다른 연습생들의 노래에 맞추어 애드립을 선보이던 모습, 마침내 끝자락에 쏘아 올렸던 미친 고음까지.
“와아아악! 유하야!! 유하야!!!!”
“…….”
거센 환호성에 섞여 오열하는 듯한, 자신의 뒤쪽 구역 어딘가에 있을 익숙한 덕질 메이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직장인 팬은 직감했다.
‘탈빠는 글렀다.’
…라고.
* * *
“허억, 허억, 허억…….”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나는 눈앞에 뜬 시스템 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끼(집중력) 스텟 성장!」
끼(집중력): C → A+(스텟 6 상승, 잠금 해제-동기화 완료)
“…….”
집중력 스텟 동기화가 완료됐다고?
나는 차마 상태창을 열어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숨을 몰아쉬며 직전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몇 년 만의 무대였지?’
무대에 오른 순간,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관객들을 본 순간 나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했다.
라이트닝으로 활동했던 5년간 나는 다양한 무대 위에 섰지만, 죽음 직전의 1년은 스케줄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던 일상을 이어 나가야만 했다.
팬을 만날 길은 요원했고 그나마 들어오던 지방 행사조차 완전히 끊겨 있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 완전히 발이 망가진 후부터는, 그리고 끝내 멤버들이 각자의 살길을 찾아 탈주한 이후에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무대에 못 설 것이라고.
…다신 그런 환호성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다신 노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로 인해 과거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내 삶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 굴러갔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되돌아와, 평생 다시 서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무대 위에 선 것이었다.
그렇게 무대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그다음부터는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즐겼나?’
즐겼던 것 같다. 웃는 줄도 몰랐는데… 어쩐지 계속 웃었던 것 같고.
‘……즐거웠나?’
그것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대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내쉬었다. 여전히 심장이 쿵쿵 뛰어 대고 있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나는 어쩐지 녹진하게 녹아 버린 것 같은 머릿속을 바로잡기 위해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어째서 집중력 스텟의 동기화가 완료된 것인지에 대해.
한 번의 퍼포먼스로 결정된다기에 기껏해야 한 계단에서 두 계단이 오를 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완전히 잠금이 해제되어 버리다니.
‘…기준이 뭐지?’
알 수가 없어서 더욱 의문스러웠다.
시스템은 어째서 내게 그런 ‘운’을 던져 준 것이며, 나는 어떻게 완전히 동기화를 이뤄 낸 걸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데뷔하라고 용을 쓰는군.’
시스템이 정말 기쁘게 나를 데뷔시키려 한다는 거다.
나는 어느 정도 호흡이 진정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주단우가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물어 왔다.
“유하야, 괜찮아?”
“후……. 괜찮아요.”
나는 주단우가 건네주는 물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를 끝내고 내려오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려 나는 그대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체력 스텟 D+급으로 용썼다.’
체력이 오르지 않았었다면 벌써 병원에 실려 갔을 거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페트병의 뚜껑을 닫았다. 팀원들은 흥분한 얼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응 들었어? 대박 아냐?”
“이 정도면 우리 기대해 봐도 되는 거 아니냐?”
“아, 진짜 제발. 저 소원이에요.”
“유어타입 팀,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네!!”
우리는 스태프의 안내에 맞추어 점수 평가를 볼 수 있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러면서도 진정이 안 되고 쿵쿵 뛰어 대는 가슴에 내가 작게 숨을 고르는데, 그런 내게 누군가 어깨동무를 해 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