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0)
“으, 드디어 집이다~!”
“하……. 진짜 힘들었다.”
“정리는 하고 쉬어. 캐리어부터 방에 가져다 두고.”
숙소에 들어온 유찬희와 에이든 리가 대충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냅다 거실에 엎어지기부터 하는 것에 나는 반사적으로 잔소리하듯 입을 열었다.
어떻게 휴식하든 그건 본인 마음대로긴 하지만, 이러다 또 물건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가만두지 못하는 주단우가 숙소에 발을 딛자마자 일을 시작할 듯해 우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말에도 유찬희와 에이든 리는 그대로 엎어진 채 아무런 말이 없어, 나는 놈들이 설마 오랜 비행에 지쳐 눕자마자 잠들어 버리기라도 한 건가 싶어 머뭇거렸지만.
“조금만 쉬다가 하면 안 돼요……?”
“우리 좀만 자고 일어나서 정리할게.”
“믿겠냐? 좀 믿을 만한 약속을 해.”
곧 부러 힘 빠진 목소리로 불쌍한 척 두 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말하는 것에 다시 한번 확실하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귀국 때마다 놈들이 조금 있다 치우겠답시고 놓아두던 짐을 당일에 처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맞아요. 찬희랑 형이랑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더니, 결국 다음 출국까지 정리 안 해서 그다음 투어 때 정리하지도 못한 캐리어 그대로 들고 나갔었잖아요.”
“음, 확실히 그랬지. 그러고 나서 옷을 잘못 가져왔다고 툴툴댔었고. 다음번에도 그러고 싶은 건 아니잖아, 얘들아. 아니면 지난번처럼 단우가 치워 줄 때까지 냅둘 셈이야?”
“으, 으음… 그건 정말 미안했지만….”
이런 일이 하도 자주 반복되다 보니, 다른 멤버들 또한 이미 두 명의 패턴에는 익숙해진 상태였다. 무슨 말이 나오든 저 둘이 전혀 지키지 않을 것임에 모든 멤버가 동의하는 듯했으니까.
덕분에 어떻게든 저 둘을 움직일 생각으로 천세림과 도지혁이 한 말에 유찬희는 이제야 조금 찔리는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저번에 자신이 방치해 두던 짐을 대신 치워 준 일로 계속 미안해하던 주단우의 이름이 거론되자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다.
“에이~ 어차피 당분간은 어디 오래 갈 일 없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안 그래. 형, 나 진짜 치워요. 알죠? 나 한다면 해요!”
다만, 그런 유찬희와는 달리 에이든 리는 별달리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 듯해 보였다. 여전히 누운 채로 멤버 중 누구도 믿지 않을 호언장담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말이나 못하면.’
아마 본인은 정말 치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긴 했다. 그 마음을 매번 오래가지 않아 잊어버리는 탓에 실천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물론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장장 2달여 간 이어지던 월드 투어가 끝이 난 만큼 한동안은 짐을 쌀 일은 없을 테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제 짐을 치우긴 할 테니까.
“대신 두 캐리어에 있는 옷들은 다음 투어 때까지 계속 갇힌 채 썩을 것 같은데.”
“아, 그럼 이든이가 아낀다던 옷, 다신 못 보는 거네…….”
“에이, 옷은 그렇게 쉽게 썩지 않아요~!”
“그럼 2일 지났는데 여전히 저 자리에 있으면 내가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는 거지?”
“…엇, 그건.”
그 옷들이 그때까지 멀쩡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으으으, 팔다리가 다 쑤시네……. 졸려 죽겠다.”
한편 강현진과 주단우에 이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에이든 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동안, 유찬희는 드디어 짐을 정리할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그대로 비척비척 현관으로 다가서 캐리어를 끌고 거실에 주저앉아 느리게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방 가서 정리해, 다니기 어렵다.”
다만 정리한답시고 하는 행동으로 오히려 거실이 어지럽혀지는 듯해, 나는 푹 한숨을 쉬고는 한마디를 덧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안 돼요. 캐리어 펼칠 공간이 없어.”
“니들은 이제는 진짜 좀… 청소를 할 필요가 있지 않냐?”
그에 유찬희가 단호하게 대꾸하는 것에 나는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놈들의 방을 바라보았다.
다른 멤버들의 방이 전부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것과 달리, 에이든 리와 유찬희의 방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는 탓에 발조차 디디기 어려운 상태였다. 정리에 재능이 없는 두 멤버를 한 방에 몰아넣은 결과였다.
덕분에 나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휴, 우리 막내. 이렇게 정리가 서투른데 어떻게 당장 이번 주부터 MC를 할 수 있을는지.”
“하,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충분히 연습했으니까.”
이렇듯 주변 정리를 못하는 유찬희가 당장 이어질 스케줄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조금쯤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유찬희에게 온 개인 스케줄은 본인이 정리에 대한 재능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는 달리, 어찌 보면 그 능력을 필수로 하고 있었으니까.
“닉이랑은 연락했고?”
“했죠. 아, 걱정 안 해도 돼요. 적어도 걔보다는 잘할 거예요.”
같이 MC를 하게 된 게 정리나 침착함에는 일가견이 있는 LON의 닉인 만큼, 그다지 걱정은 없었지만.
‘유찬희 본인은 닉보다 잘할 거라고 투지에 불타는 모양이군.’
지난 연말 이후 종종 연락을 나누며 투닥거리는 것 같더니만, 유찬희와 닉은 이제 완전히 라이벌로 서로를 생각하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같이 MC를 하게 된 지금도 투지를 불태우는 것을 보면.
‘연습을 열심히 하긴 했지.’
말마따나 투어 도중에도 열심히 딕션 연습을 했으니 말이다.
유찬희에게 음악 방송 MC 제안이 들어온 건 원디어가 막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보통 3년 차 이상 되는 아이돌이 맡는 경우가 보편적인 음악 방송의 MC. 그 자리가 고작 2년 차, 당시에는 아직 데뷔한 후 햇수로 1년도 채우지 못한 원디어에게 주어졌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아, 좀 자존심 상하네. 내가 먼저 투입됐어야 하는데.”
“기껏해야 2주 차이잖아.”
“그래도 내가 먼저 투입돼야 찬희 너한테 선배 노릇할 수 있었을 거잖아. 휴, 아쉽다. 놀려 먹을 기회를 이렇게 놓치다니…….”
“진짜 다행이다, 너보다 먼저 하는 게…….”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이어 천세림까지도 유찬희와는 또 다른 음악 방송의 MC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한 시즌에 두 명의 음악 방송 MC라.’
때문에 나는 원디어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두 명에게 고정적인 스케줄, 그것도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음악 방송 쪽에서 MC 자리 제안이 들어왔다는 건 원디어가 금방 거꾸러질 팀이 아니란 것을 업계 관계자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일 테니까.
‘원디어가 초반에는 언제고 사라질 법한 팀으로 여겨졌던 것을 생각하면 꽤 큰 변화인데.’
원디어가 신인으로서는 드문 주목을 받고 그럴싸한 성과를 얻으며 첫 시작을 잘 끊은 것과 달리, 지금까지 원디어를 향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었다.
한 번 방송을 빛내 줄 이슈거리로는 괜찮지만, 어찌 됐든 기한을 두고 결성된 팀이니만큼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이 팽배했던 것이다.
다만 그러한 의견은 최근에 들어서는 급격하게 옅어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는 커리어 하이, 출연과 함께 큰 화제가 된 [호호식당>과 같은 예능에 이어, 점차 구독자 수를 불려 가고 있는 ‘메큐원’ 등이 대중의 반응을 얻으며 원디어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시간 잘 조절해 가면서 자는 거 잊지 말고, 얘들아. 아직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긴 하겠지만, 내일 광고 촬영이잖아. 연습도 해야 하고.”
원디어라는 팀이 화제성을 띔과 동시에 제대로 된 인지도의 지표 또한 찾아들었으니까.
“TV 광고는 저희 데뷔 이래로 처음이네요.”
“흠, 부상으로 얻는 거 말고 제대로 우리 힘으로 얻은 느낌이라 뿌듯한데.”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끝난 후 데뷔도 전에 찍었던 교복 모델 광고 덕에 이미 원디어는 TV 광고에는 경험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멤버들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일종의 부상 개념이었던 그때와는 달리 온전히 원디어라는 팀의 인지도만으로 얻어 냈기 때문일까, 성취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멤버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었다.
“내일부터지? 우리 한 명씩 별스타그램 계정 만드는 거.”
“네, 일단 저부터~!”
당장 내일부터 멤버들에게 개인 SNS 계정이 하나씩 생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는 SNS 계정 언제 생겨?
SNS 계정에 대한 말이 나온 것은 막 월드 투어를 돌고 있을 즈음이었다.
에이든 리가 미켈레와 함께 한창 곡을 작업하고 있던 중, 이후 작업 등에 대한 컨택을 나눌 때 아무래도 원디어의 공식 계정보다는 멤버의 개인 계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 것이다.
‘늦은 편이긴 하지.’
실은 원디어의 멤버 개인 계정은 슬슬 생겨날 때이기는 했다. 최근에는 SNS로 외국 아티스트들과 의견을 주고받거나 SNS을 활용하는 일거리가 보편적인 만큼, 원디어도 늦건 빠르건 언젠가는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다만 원디어의 SNS 계정 개설이 늦어진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는데.
-시대가 변했기는 하지. 그런데 공식 계정뿐만이 아니라 멤버 일곱 명 계정을 전부 관리하려면 매니지먼트 팀이 좀 죽어나지 않겠어? 아직 위험한 멤버들도 좀 있고 말이야.
바로 갈리기 전의 매니지먼트 팀, 그중에서도 우리를 담당하던 매니저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확실히 일렀던 게 맞긴 하지만.’
다만 시간이 지난 데다 멤버들도 산전수전을 거쳐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인 만큼, 더 주저할 필요는 없을 터. 때문에 매니저 형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번 기회에 각자의 계정을 만들게 된 것이었다.
“기대된다. 유어원들 깜짝 놀라겠지?”
무엇보다도 이번 컴백은 꼭 각자의 계정이 있어야만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을 테니, 정말로 더 미룰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에이든 리는 또 한 번의 ‘깜짝 파티’에 신이 난 듯, 이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에 놓여 있는 캐리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에 이제야 좀 덜 신경 쓸 수 있겠다 싶어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고.
지잉-
“…….”
곧 도착한 문자 메시지를 발견하곤 한숨을 쉬었다.
[엄마: 미안해, 유하야. 그때 같이 일했던 분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딱히 기억나는 건 없다고 하셔. 혹시 뭔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연락할게.]지난번 전화에 대한 엄마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단서는 전무한 거군.’
나는 그대로 침대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어떻게든 백이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단서가 필요함에도, 여지껏 나는 얻은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엄마. 혹시 저와 이현이 형이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알고 계신 게 있을까요?
지난번, 백이현의 집에서 돌아온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과거에 대해 물었다.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건 백이현을 제외하고는 엄마뿐이니까.’
물론 엄마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당시 엄마가 돌봐야 했던 건 나와 백이현뿐만이 아닌 보육원에 있던 수많은 아이들이었으니까.
다만 내가 기댄 것은, 당시의 백이현이 누가 보아도 ‘이상한’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모르는 어린아이. 때문에 백이현은 어린 시절 타인과 쉽게 교류하지 못했다. 그건 시간이 갈수록 쌓여 간 학습 덕분에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러나 엄마는 이미 백이현이 그런 식으로 ‘학습’을 하기도 전의 놈을 알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주 조그만 단서라도 있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건넨 말에 엄마는 조용히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으실 뿐이었다.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이현이와 유하는 꼭 친형제처럼 붙어 있었어. 왜 이현이가 유하랑 친해졌는지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고.
엄마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이 보육원에 오기 전에 나와 놈을 맡았었던 또 다른 직원분들을 수소문해 보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대답이 오늘의 문자 메시지고.
‘…하지만, 아예 단서가 없는 건 아닌가.’
오랫동안 기다린 것에 비하면 확실하게 얻어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물음으로부터 얻어 낸 게 완전히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이현이가 유하를 그렇게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있어. 이현이가 언젠가 보육원의 수많은 동생들 중에서도 유독 네 곁에 있는 이유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무슨……?
-유하 네가 이현이에게 많은 걸 ‘준다’고 말이야.
-제가요?
-응.
그리고 엄마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래서 자신도 너에게 그만큼의 것을 줘야 한다고 말했었던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해가 어려운, 그러나 분명 ‘단서’가 담긴 말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