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1)
‘…나에게 그만큼의 것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와 백이현이 대체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의 말을 듣고 난 후,나는 문득 이전에 도지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한데. 정말 너를 가족으로 생각해서 단 하나의 예외로 두는 건가 싶으니까.
-…예외요?
-너도 빼앗긴 게 있다면, 원래는 유하 너도 이현 씨와는 다시 마주칠 일은 없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지금까지의 백이현의 행동과 소문을 생각해 봤을 때, 어딘가 퍼즐이 맞춰지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들은바, 백이현에 대한 업계 반응은 한결같았다.
함께 일을 하기에 좋은 완벽한 동료, 아니면 타인의 운을 빼앗아 가는 개미지옥.
‘대부분 동료로 시작해 결국 파멸하는 루트를 타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이현은 너무나도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었다. 애초에 남의 뒤통수를 치는 놈이 한둘이 아닌 데다, 오히려 ‘운’과 ‘기회’를 잘 잡는 건 이 업계에서 살아남는 필수 덕목쯤으로 여겨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내가 주목한 건 백이현이 보이는 일관된 행동 패턴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현 씨는 무언가 서로 나눌 것이 있을 때는 상대방에게 영향을 안 미치는 것 같았어.
백이현은 누군가와 같은 이득을 얻기 위해 공생할 때는 피해를 주지 않는 반면, 자신이 연관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떤 거리낌도 없이 타인의 기회를 빼앗는 듯했으니까.
‘본인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경우에는 잠잠하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는 가차없이 구는 듯했지. 그렇게 무언가를 빼앗은 후에는 바로 연을 끊어 버리고.’
지금까지는 백이현의 처신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지는 않았다.
백이현이 연을 끊은 상대는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사고를 일으키거나 문제에 휘말리곤 했다는 듯하니, 지인이라는 이유로 본인에게 올 수도 있을 악영향을 방지하고자 인맥 관리를 했을 뿐이라 생각했으니까. 아니면 단지 더 이상 놈에게 필요가 없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러나 엄마의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백이현이라는 이름 뒤에 붙은 소문이 그저 미신이 아닐 수만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백이현이 작정하고 피해를 줄 만한 놈인가?’
그렇게 생각해 봤을 때, 나는 놈이 ‘작정하지는’ 않았을 거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건 이제와 새삼스럽게 내가 놈을 용서했다거나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백이현이라는 놈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이현은 어릴 때도 같았다.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았고, 감정의 동요를 크게 내보이지도 않았다. 무던함을 떠나서 백이현은 정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런 만큼, 놈이 누군가를 작정하고 망가뜨리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 네가 잘 못 지낼 거라고 생각했거든, 실은. 난 네가 제대로 자랄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서.
-아, 이틀 동안 있었어? 그래도 떠나면서 다른 애한테 너 어디 있는지 얘기는 해 줬는데, 아무래도 선생님께 제대로 전달이 안 됐나 보네.
단지 어쩌다 보니 결과가 그렇게 되었을 뿐.
자신의 이득을 쫓은 결과가 놈이 무언가를 빼앗은 사람의 불행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일 터였다.
‘…그 자식은 딱히 죄책감 따위를 가지지도 않았겠지만.’
물론 백이현은 그들이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그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겠지. 자신이 얽히지 않은 이상 그런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놈이 작정하고 그 모든 것들을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을 때, 나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가 없었음에도 지금까지 백이현과 얽혔던 사람들이 모두 파멸한다는 건 이상하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일들이 백이현의 주변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의도가 없음에도 백이현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불행들. 유일하게 그것을 빗겨 나가는 백이현의 동료들. 그리고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는 어릴 적 백이현의 말.
그 모든 단서들을 조합해 본 결과, 나는 문득 생각했다.
‘백이현은… 정말 사람의 운을 빼앗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놈이 그저 평범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백이현이 나처럼 시스템과 얽힌 존재인 건지,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인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백이현은 재해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피해를 일으키는, 말 그대로 ‘개미지옥’ 같은 존재.
그저 숨을 쉬고 본능대로 움직일 뿐임에도 타인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내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
‘마치 시스템, 혹은 관리자처럼.’
놈이 관리자일 수도 있겠다는 가설은 버렸다. 백이현은 관리자라 보기엔 너무나도 편향적이니까.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백이현은 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아.’
백이현에게는 어떠한 제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놈은 제 이득만을 쫓아 그걸 무턱대고 휘두르고 있는 거다. 칼을 손에 쥔 어린아이같이.
그렇다면 여기에는 한 가지 추가적인 의문이 뒤따른다.
-나는 백이현 씨가 무작정 퍼 주는 사람은 아니라고 보거든.
-왜 이렇게 도움을 준다는데 싫어할까? 이용당해 주겠다는데 왜 이용해 먹지 않지? 내가 속죄를 한다고 생각하면 네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그런 존재가 대체 왜 내게 예외를 두는지 말이다.
‘백이현의 패턴이 한결같다는 건 놈에게도 조건 같은 게 있단 뜻이겠지.’
인지하지는 못하되 백이현은 본능에 따라 동일한 행동 패턴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백이현은 한 번 운을 빼앗아간 상대와는 다시 교류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를 받을 때 하나를 해 주는 식의, 일종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에서 나는 예외적이다.’
물론 나도 백이현과 일종의 거래 관계를 유지 중이긴 했다. 하지만 그 관계는 대등하지 않았다. 내가 놈에게 주는 것보다 놈이 내게 일방적으로 퍼 주는 게 더 많았으니까.
나는 유일하게 놈이 연을 이어 가고 있음에도 서로 대등하지 않은 관계였다. 백이현이 무언가를 빼앗아 간 후 다시 연을 이은 유일한 사례이기도 할 터였고.
그렇게까지 생각을 정리해 봤을 때에서야 나는 비로소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 약속은 한쪽만 기억해도 되는 일이거든. 넌 이미 네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까.
놈의 말대로 나는 백이현에게 이미 ‘대가’를 치렀고, 백이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것을 갚고 있다는 것.
‘대체 내가 뭘 얼마나 놈에게 줬기에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는 확실하다.’
백이현이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는 것 말이다.
즉, 놈은 ‘어떻게든’ 나를 지킬 필요가 있는 듯했다.
그게 곧 자신을 지키는 길이 되기도 할 테니까.
* * *
-얘들아 비상이다 에이든 별스타 팠다
원디어가 길었던 해외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의 일이었다.
기자들이 쏟아 낸 입국 사진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을 때쯤, 급작스럽게 들려온 소식에 유어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멤버 모두가 녹음실에 들어가 녹음을 하고 있는 사진)
dear_iden : hard working 🙂
공식 계정도 좋지만, 역시 멤버 개개인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생각해 왔던 첫 개인 SNS. 그 시작을 에이든 리가 끊은 것에 이어 그가 첫 사진으로 멤버들이 곡을 녹음하고 있는 사진을 올려 준 것이다.
-ㅁㅊ드디어 멤버 개인별스타;;; 진짜 개좋다 이제 우리도 애들 피.꾸(피드 꾸미기) 볼 수 있는거지;;;
-하 만들 때 됐다 됐다 했는데 드디어 생겼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와중에 이든이 효자인것좀 봐 첫빠따라고 멤버 전체샷 올려준 거
-아니 근데 녹음실 사진????? 나만 이거 스포 같아….? 첫 별스타 게시물로 녹음실? 이거 분명 뭐 있다… 큰 거 오는 거 아님??? 새 앨범 오나?
때문에 유어원들은 각자의 추측을 쏟아 낼 수밖에 없었다.
멤버 중 첫 별스타를 개설한 에이든 리가 하고많은 사진들 중 유독 멤버들이 함께 녹음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원디어 소처럼 일하는 거 보면 슬슬 컴백 시기긴 함;;
-아니 근데 컴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지 않았나?? 리팩활동 끝나고 나서 바로 월드투어 갔지 중간중간 한국 스케줄 하면서 자컨 찍었지 이번에는 심지어 찬희랑 세림이 음방 MC로까지 투입되던데 이중 대체 언제 컴백준비할 시간이 있었단 거야;
-그냥 예전에 찍어 놨던 거 올린 거 아닌가?
└그렇다기에는 애들 머리스타일이 좀 최신 같지 않아요? 저거 월드투어할 때 아닌가?
그렇게 팬들이 에이든 리가 올려 준 사진을 보며 원디어의 컴백 시기를 논하고 있을 때였다.
한 유어원이 발견한 사실에 팬들은 사진 속 원디어의 머리 스타일에 주목했다. 사진이 찍힌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척도는 역시 헤어였기 때문이었다.
멤버 대다수가 후드를 쓰고 있거나 버킷 햇이니 비니로 머리를 가리고 있어 확인은 어려웠지만, 팬들은 곧 모자 아래로 빠져나온 모발의 색깔을 보며 그것이 정말로 원디어의 월드 투어 당시 찍힌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검은색이나 갈색모인 멤버들과는 달리 월드투어 직전부터 직후까지 탈색을 한 에이든 리와 유찬희의 모발로는 대충 시기를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찬희 머리색깔 옅은 거 보면 월투할 때 맞다
-엥 월투때 맞나본데? 지금 보니까 녹음실도 애들 원래 녹음하던 곳 아님 한국에서 찍은 거 아닌가 본데
무엇보다도 원디어가 들어가 있는 녹음실이 평소 비하인드 등에서 올라오곤 했던 로드 엔터가 아니란 점에서, 팬들은 그것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찍힌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때문에 어째서 원디어가 해외 투어 도중 녹음실에 가게 된 것인지, 그 사진을 올린 에이든 리의 의도가 무엇일지에 대해 팬들이 논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세림] : 유어원~! 뭐하고 있어요? |ᐖ )و천세림이 갑작스럽게 아워스에 찾아온 건.
-앗 세림아
-난 점심밥먹고 있는 중 세림이는 밥먹었어?
-학교ㅠㅠ
-지금 일하고 있어… 다때려치우고 원디어 노래나 들으러 가고 싶다
-너 생각중~ 세림이는 뭐해?
└[세림] : 저도 멤버들이랑 같이 유어원 생각중이었죠ㅎㅎㅎ
그에 팬들이 댓글을 다는 것에 천세림이 여느 때처럼 능청스럽고도 친근하게 답변을 해 주기 시작하며, 아워스에서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소통의 장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소통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멤버들이랑 같이 뭐해?? 연습해?
└[세림] : 아뇨 저희 뭐 기다리는 중! ㅇ.[
-엥? 뭐 기다려? 점심밥?
└[세림] : 저희 점심은 조금 있다 먹으려구요~ 이든이 형 지금 밥 안 넘어간대요 u.u
└이든이 체했어…??? 괜찮대?
└[세림] : 아뇨 아픈 건 아니구 긴장해서~! ㅎㅎㅎ
천세림이 지속적으로 의미심장한 답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무언가 힌트를 주는 듯한 말들. 그에 유어원들의 설렘이 높아진 것도 당연했다. 평소 무언가를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는 천세림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는 건, 유어원들에게 ‘알아차려 달라’는 시그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문답의 끝에 대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하며 앞다투어 천세림의 포스트 아래로 댓글을 달던 유어원들은 이어진 천세림의 댓글들에는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너희 컴백해??? 뭐야?? 뭐 공개해?? 얼마나 기다리면 돼…?? 나 무릎꿇었어 세림이 너가 답장줄때까지 안 일어난다ㅠㅠㅠㅠㅠㅠ
└[세림] : 3…
-아 감질나 언제 컴백하는지 딱얘기해 지금 시간과 돈 모두 장전했다 너희만 돌아오면 돼
└[세림] : 2…
-뭐야?? 웬 카운트다운??
└[세림] : 1…
잘 대답해 주던 천세림이 갑자기 괴상한 카운트다운을 한 직후.
[이든] : 다들 좋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에이든 리가 알 수 없는 포스트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시발 뭐야? 진짜 뭔데?
-얘들아 제발 확실하게 말해줘 뭔데??? 공식계정엔 아직 안올라왔는데???
-이렇게 해놓고 다들 어디갔어!!!!!!!! 다시 돌아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린 멤버들. 때문에 유어원들은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으로 발을 동동 굴렀으나, 다행히도 유어원들은 그 의문들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에이든 리의 포스트가 올라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얘들아……….. 진짜 비상이다 우리애들 월클 문턱 밟은거같다
(링크) THE TRENTA – MIND BLOWN feat. ONEDEAR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대급’ 컬래버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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