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3)
“하…….”
“한숨 그만 쉬어.”
“…한, 한숨 아니에요. 그냥 긴장돼서 숨을 몰아쉰 거지.”
“긴장하지 마, 찬희~! 잘할 수 있잖아.”
에이든 리의 무던한 응원에도 유찬희는 영 진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손에 든 대본을 꽉 쥔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미 수십 번도 더 읽었을 대본을 읽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어제까지는 괜찮아 보이더니.’
내내 자신은 충분히 연습했으니 같이 MC가 된 닉 정도야 가볍게 이길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하던 유찬희는 막상 당일 아침이 되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첫 생방송 MC를 실수 없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샵에서도, 방송국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내 대본을 읽는 데에만 몰두해 있는 유찬희를 보며 나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만 보고.”
“앗, 형!”
“너 이미 외웠어, 이거. 어차피 눈에도 안 들어오잖아. 방송국 도착하면 줄 테니까 일단은 스페셜 무대 녹화에나 집중해. 대본은 그다음.”
대본을 빼앗은 후 적절한 시기에 다시 건네주는 것 말이다.
“그래도…….”
“너 대본 신경 쓰느라 무대 망치고 싶어? 닉한테 밀리고 싶지 않다며. 괜히 딴 곳에 신경 쓸 여유 없을 텐데. 걔 잘하는 건 너도 알잖아.”
“윽…….”
내 말에 유찬희는 잠시 부루퉁한 얼굴을 했으나 곧 포기한 듯 차 시트에 몸을 기댔다. 줄곧 보고는 있었다지만 대본 내용이 영 머릿속에 안 들어오고 있다는 걸 본인도 인지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거기도 다른 멤버 따라오나? 지오도 와?”
“글쎄,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올 것도 같은데. 예전부터 막내들 걱정 많았으니까.”
“그럼 간만에 보겠다. 그쪽은 우리보다 한 달 일찍 월드 투어 다녀오느라 한동안 못 봤잖아.”
에이든 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지난번 연말 무대 때 현지오가 꽤 마음에 든 듯했다. 그 이후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껴서 LON이 휴가를 받을 때나 이쪽이 쉬는 날에 한 번씩 만나기도 했었는데, 그 만남이 끊긴 건 원디어와 LON이 각자 컴백과 함께 월드 투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약 한 달가량 투어 기간이 엇갈려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는 LON이 외국에 있고, 우리가 외국에 있을 땐 LON이 한국에 있게 되며 만날 기회가 요원해졌던 것이다.
“유하야, 이든아, 안녕. 잘 지냈어?”
“형, 안녕하세요. 건강해 보이네요.”
“오, 지오, 닉!”
그런 만큼 에이든 리는 간만에 만난 현지오가 무척 반가운 듯했다. 최근 들어 드물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걸 보면.
“야, 너는 유하 형만 반가워? 눈 마주쳤는데 왜 말이 없어. 내 안부는 안 궁금해?”
“찬희 네가 별로 다치지 않은 것도 알고, 건강한 것도 아니까. 오늘 아침에도 연락했는데 그 잠깐 새 뭔가 달라지진 않았겠지. 그리고 너는 일 년 봤고 유하 형은 거의 사 년을 봤으니까 아무래도 유하 형이 좀 더 반가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넌… 뭔 말을 해도 이렇게 섭섭하게 하냐?”
“올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만나니까 좋다. 찬희 응원하러 온 거지?”
“정확히는 걱정돼서 온 거지. 너무 긴장하길래.”
만나자마자 다시금 싸움을 시작하는 유찬희와 닉을 두고 나는 현지오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편안해 보이는 차림새의 현지오는 나와 에이든 리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지난번에는 미안해, 기껏 초대해 줬는데 콘서트를 못 가서.”
“왜 미안해? 월드 투어 중이었잖아. 사정 다 아는데 그때 와 달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 아니냐.”
“그래도 시간이 되면 꼭 가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 아, 그래도 스트리밍으로는 봤어. 너무 좋던데, 다들 마음도 잘 맞고. 이든이는 울었지?”
“으, 그건 이야기하지 말자. 나 이제 진짜 울 일 없어.”
한국 콘서트가 이어진 3일간 빠짐없이 눈물을 흘린 에이든 리는 이미 월드 투어가 진행되는 내내 멤버들에게 ‘오늘은 안 우냐’라고 놀림을 당한 상태였다.
때문에 에이든 리는 이제 그 이야기만 나오면 넌더리를 내고 있었는데, 다른 멤버들이 에이든 리의 의외의 모습을 보았다며 흡족해하는 것과 달리, 놈은 자신이 천년의 흑역사를 쌓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신 안 울 거라 선언한 것을 보면 말이다.
‘막상 저래 놓고 다음 콘서트 때 또 울 것 같긴 하지만.’
월드 투어 때도 떼창만 나오면 울먹거렸기에, 이제 팬들은 에이든 리의 눈물 버튼이 무엇인지 감을 잡은 듯했다. 그러니 아마 다음 이벤트에서도 에이든 리는 눈물을 쏟게 되겠지.
“이번에 노래도 잘 들었어. 빌보드 HOT 100 든 것 축하해. 성적 너무 좋더라.”
그렇게 최근 근황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도중, 나는 뒤를 이어 현지오가 건넨 말에 문득 에이든 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고마워. 응, 노래 좋지. 잘 만들어진 거 같아.”
최근 에이든 리를 예민하게 한 문제가 현지오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이제 리허설 준비하러 가실게요!”
“내가 뭐가 됐든 진짜 너한테는 안 진다.”
“잘해 봐. 저희 다녀올게요, 형들.”
다만 그에 대한 말이 더 이어지기 직전, 스태프의 부름에 다행히 화제는 끊기는 듯했다. 투닥대던 유찬희와 닉이 스태프들의 인도에 따라 스페셜 무대의 리허설을 하러 간 것이다.
“그럼 나도 리허설 따라갈래. 찬희 어떻게 하는지 구경해야지.”
여기에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유찬희와 함께 노래를 편곡한 에이든 리가 두 명의 뒤를 따라 나서며, 대기실에는 나와 현지오만이 남게 되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대기실 안에서.
“유하야, 혹시 내가… 이든이한테 뭘 잘못 말한 게 있을까? 좀 말실수한 것 같아서.”
“…….”
나는 예상한 물음에 작게 한숨을 쉬어야 했다.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능한 현지오가 직전의 어색한 분위기를 몰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웃고는 있어도 언급하기 싫다는 양, 평소의 놈답지 않게 애매모호하게 대답한 에이든 리의 말은 현지오를 신경 쓰이게 한 듯했다. 축하 인사에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온 것이었으니까.
“…너 잘못한 거 없어. 말실수한 것도 없고. 하지만 당분간은 ‘MIND BLOWN’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무슨 일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올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도 없었을뿐더러,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에이든 리가 좋아하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예민한 문제라서, 에이든한테는.”
에이든 리는 지금 꽤나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MIND BLOWN’의 성적과 그 뒤를 따라온 잡음들에 의해.
* * *
분명 처음에는 모두가 기뻐했었다. 빌보드 HOT 100에 오른 것도 모자라 10위권 안쪽에 들었다는 건 분명 굉장한 성과이니까.
하지만 그 성과가 수많은 단계를 건너뛴 결과물이기 때문이었을까. 원디어는 잡음을 피해 가지 못했다. 축하와 함께 섞여 들어온 비난과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괜히 연락했나?
-뭐?
그 때문일까, 에이든 리의 상태는 최근 심상치 않았다.
며칠 전에는 작업실에 앉아 곡 작업을 하는 듯하다 대뜸 그렇게 말하기도 한 것이다. 그 뒤에는 별것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든이가 좀, 이상한 것 같지?
-백 퍼센트 이상하죠. 저 형 지금 계속 가라앉아 있잖아요, ‘그’ 이든이 형이.
그런 에이든 리의 변화를 놈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멤버들이 모를 일은 없었다. 애초에 매일 텐션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던 에이든 리가 이토록 침묵이 길어지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뭘 할 방법이 없단 게 애매하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에이든 리가 속 시원하게 뭔가를 털어놓기라도 하면 모를까, 놈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그 무엇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알은체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듯한 낌새였고.
‘자존심이 강한 만큼 더 티 내고 싶지 않아 하는 거겠지.’
자신이 ‘MIND BLOWN’에 따라붙는 말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도, 거기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지 않아 하고 있을 터였다.
애초에 놈 스스로가 ‘MIND BLOWN’이 그저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성과라는 말을 부정하고 싶은 듯, 그 후로는 어떻게든 더 좋은 곡을 내겠다며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기도 했고.
그러다 오늘은 유찬희의 첫 MC 데뷔에 맞추어 간만에 외출을 하는 듯해 이제 좀 기분이 나아졌나, 했건만 여전히 놈은 ‘MIND BLOWN’을 머릿속에서 떨쳐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원디어 컴백해요? 원디어 멤버들 별스타 개설한 이후 첫 게시물들이 뭔가 쭉 이어지는 것 같던데, 스포 맞죠?”
그런 만큼, 나는 이번 컴백을 기다리는 반면 우려하고 있었다. 이번 컴백의 성과와 그 평판에 따라 에이든 리의 컨디션이 좌우될 것임은 분명했으니까.
“맞아. 11월 24일이 컴백.”
리허설에 이어 MC 스페셜 무대의 사전 녹화까지 모두 마친 유찬희, 닉과 함께 대기실에 모여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애초에 티 나라고 하는 스포인데다 굳이 감출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지만.
“어?”
“24일이요?”
그 즉시 놀란 듯한 되물음이 돌아오는 것에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점심을 먹던 현지오까지도 고개를 들고 조금쯤 당황한 듯 그렇게 물었기 때문이었다.
“…왜?”
“아, 그게…….”
그에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내가 던진 물음에 현지오는 어쩐지 난처한 듯한 기색으로 눈만 굴렸다.
그 반응에 내가 어딘가 더 불안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저희도 그날 컴백이라서요.”
“어? 그럼 우리 활동 겹쳐?”
“그렇게 되겠는데.”
대답을 주저하는 현지오 대신 닉이 덤덤한 얼굴로 그렇게 내뱉은 것에, 나는 어째서 현지오가 대답을 주저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연말 무대는 12월 말에 몰려 있으니까… 원디어도 3주 활동하죠? 그럼 이번에는 완전히 같이 하겠네요, 저희.”
“…그럼 좀, 팬분들이 성적 관련해서 예민해하시겠는데.”
“…딱히 팬분들뿐만은 아닐걸?”
“아…….”
유찬희와 닉이 대화를 하다 순식간에 어색해진 것처럼, 또 한 번 원디어와 LON이 맞붙는 구도가 되리라는 걸 두 그룹의 멤버 모두가 모를 리가 없고.
“이번 활동 기대 많이 되네.”
경쟁이라면 질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성적에 간절할 에이든 리가 더 죽기 살기로 매달릴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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