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4)
“곤란하게 됐네.”
“한 번쯤 같이 활동하면 재밌겠다 싶기는 했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겹치고 싶단 뜻은 아니었는데.”
“…팬분들 부담이 좀, 세질 것 같아.”
“일정 옮기긴 어렵겠지?”
“어렵죠.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요.”
원디어와 LON의 컴백 날짜가 완전히 겹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모두가 부담과 함께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중 강현진이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LON과 프로모션부터 시작해 활동 일정이 모두 겹쳐 버리는 건 나 또한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제 와 원디어가 일정을 미룰 수는 없었다.
예정된 컴백 쇼케이스 대관, 프로모션을 위해 출연을 확정시켜 놓은 콘텐츠들, 그 모든 것들을 이제 와 미루기엔 무리가 있는 데다.
“분명 물어뜯길걸요.”
어디에서든 원디어가 LON을 피해 날짜를 옮겼다는 말은 새어 나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벌려 놓은’ 일들이 많은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수습할 순 없었으니까.
‘그리고 원디어가 LON을 피한다는 건 결국 지레 겁먹었다는 뜻이 되겠지.’
가뜩이나 더 트렌타와의 컬래버로 인해 원디어를 향한 주목이 높아져 있는 시기다. 기자들을 비롯해 일명 ‘진짜 리스너’라 자칭하는 놈들이 원디어를 지켜보고 있는 이상, 어떤 꼬투리도 잡혀서는 안 됐다.
-원디어 다음 앨범 퀄리티랑 성적 보고 나서 우리애들 실력이니 뭐니 지껄여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가서는 더트렌타 버스탄거 인정할 수밖에 없게될걸
-갓트렌타덕이지 빌보드핫백 올라간게 어떻게 원디어성과냐?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승리그만하고 니들 다음앨범 안망하길 치성이나드려ㅋㅋ 갓트렌타없이 뭐 얼마나 할건데 비교만 존나 되겠지ㅋ
-원디어 지금 급하게 상의들어갔을 듯 지금 컴백하면 개털릴거 뻔한데 우리 좀 쉴까요 하고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푹쉬어라~ 사람들 잊으려면 시간 걸린다~
원디어가 조금이라도 주저하거나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성적을 냈을 때에는 바로 그 날 선 반응들에 잡아먹히게 될 터였으니까.
“LON 쪽이 날짜 옮길 가능성은… 없겠죠?”
“없지. 카르마가 어디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봤어? 소속 아티스트들 동발로 내보내는 것도 자주 있잖아. 우리 컴백 일정 모르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별다른 말도 없고 자기네들 일정 조절하지도 않은 거 보면 이미 의사 표현은 확실하게 한 거지.”
“소속 아티스트가 많은 만큼 아마 조절은 우리보다도 더 어려울 거고. 말마따나 조금이라도 미루면 당장 내년으로 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다른 선후배 아티스트들 일정도 어그러지니까.”
“하… 어렵다. 지난 연말 때도 빡셌는데 이젠 성적 가지고 붙게 됐잖아요. 유어원이 싫어할 거 벌써부터 눈앞에 보여요.”
유찬희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는 것에 다른 멤버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연말 때 이미 한 번 LON의 팬덤인 피오니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 만큼, 동일한 상황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형… 즐기긴 뭘 즐겨요, 지금 즐길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다만 그런 멤버들과는 달리 에이든 리는 혼자만 여유로워 보였다. 연습실에서 대충 몸을 풀면서 한가롭게 그런 말이나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처음 LON을 봤을 때 경쟁심 느끼지 않았었나.’
그 경쟁의식이 아직 남아 있었던 건지, 아니면 더 트렌타를 좀 덜 생각하고 싶어 일부러 저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에이든 리는 동발을 그다지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경쟁에 진심인 만큼 오히려 더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으니까.
“왜? 재밌잖아. 꼭 서바이벌 하는 거 같은데. 같은 목표 두고 싸우는 거.”
“아니, 뭐… 솔직히 앨범 활동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에만 평화롭지 매번 성적 가지고 다툰단 점에서 서바이벌이랑 크게 다를 건 없긴 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잖아요, 동발이 LON인데.”
하지만 그런 에이든 리와 달리 다른 멤버들은 복잡한 기분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천세림의 말대로 원디어와 LON이 동발로 나오는 건 두 팀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팀이 확실하게 우세했다면 좀 달랐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말마따나 원디어와 LON은 현재 이 좁은 K팝 시장에서 비등한 위치에 서 있으니까.
때문에 누구도 이번 활동의 성적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1위를 모조리 LON에 빼앗긴 채 활동을 끝낼 수도 있을 듯해 보였으니까.
‘시기는 꽤 괜찮았는데 말이지.’
음원 강자라 불리는 걸그룹들이 치열하게 맞붙다 활동을 마무리 지은 게 최근의 일이었다.
여기에 1군에 속하던 남자 아이돌들이 쌓인 연차에 따라 각자 군대니 개인 활동이니 하는 일로 흩어지는 바람에 원디어는 이른바 ‘빈집 털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매번 라이벌 구도로 맞붙는 LON과 동시 발매라.’
LON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는 만큼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임은 확실하고, 그건 우리에게 있어 위협이 될 터였으니까.
아이돌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성적이다. 성적만큼 팬덤의 크기와 인지도가 확실한 지표로 나타나는 건 없기 때문이다.
음반의 판매량, 음원 차트, 음악 방송의 순위. 컴백과 함께 매겨지는 순위는 다음 컴백의 시기와 앨범의 퀄리티를 좌우하기도 했다.
‘때로는 부진한 성적으로 팀의 해체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물론 원디어가 그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낼 일은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유를 부릴 수만도 없었다. 서바이벌로 만들어진 팀인 원디어에게 ‘버릴’ 활동은 없었으니까.
‘원디어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1위를 해야 해.’
그래야만 기한이 정해진 이 팀과 멤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힘이 보태질 테니까.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앞날. 언젠가는 다가올 ‘끝’에서 쌓인 기록만큼 멤버들의 힘이 될 것은 없다. 그러니 그 어떤 때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순 없었다.
“…일단은 지금 이 텐션을 유지하는 것으로만 가죠.”
때문에 천천히 상황을 정리하던 나는 곧 작게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 그에 멤버들의 시선이 꽂히는 것에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곡도, 앨범 콘셉트도, 프로모션까지 다 정해진 상태니까요. 여기서 더 뭘 하고 말고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겠죠.”
“그건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스케줄을 잘 소화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죠. 애초에 덜 연습할 것도 아니었잖아요, 가뜩이나 원디어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벼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렇긴 하지. 예전 방송 영상까지 끌려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이어지는 말에 강현진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부터 바로 직전 활동까지의 영상들이 커뮤니티에 나돌아 다니고 있는 만큼, 애초부터 이번 활동을 허투루 할 생각은 없었다.
“뭐가 됐든 까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음악 방송 MR 제거랍시고 다 뭉개 놓은 게 이번에도 돌아다닐 거 아냐.”
“누가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여러 버전으로 미튜브 돌아다니는 거 볼 때마다, 진짜…….”
현재 멤버들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MR 제거 영상’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아이돌들에게 한 번씩은 따라붙는다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긴 하니까.’
하긴 라이브 영상만큼 ‘가수답지 못하다’며 까기 쉬운 증거물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들이대는 MR 영상들치고 정확성 있는 것들은 없지만.
애초에 음악방송에서 추출해 낸 음원으로 만드는 MR 제거는 정확성이 크게 떨어졌다. 주파수가 합쳐져 나오는 음원에서 목소리만을 정확히 골라내는 것이 어려운 만큼 누가 손질하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다르고, 그런 만큼 악의적인 편집도 너무나 쉬웠으니까.
때문에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덜 꼬투리를 잡히기 위해 컴백 연습에 더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에이든 리는 그에 대해서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뭐, 알아줄 기회 오지 않을까? 당장 연말만 해도 MR 안 강하니까. 그보다 난 얼른 활동이나 시작했으면 좋겠다~ 간만에 재미있을 거 같아.”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 줄 날이 오겠지, 하는 식으로 줄곧 한가로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사람들이 ‘믿어 줄’ 만한 라이브를 보여 줄 기회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렇기에 내가 대체 어떤 식으로 이 잡음을 잦아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K-AREA요?”
“네, LON도 같이 출연하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에이든 리가 만난 ‘기회’를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에이든 리가 원하던 서바이벌과 멤버들이 원하던 라이브를 일시에, 이번 활동에 맞붙을 LON과 함께하는 형태로 말이다.
* * *
멤버 중 강현진의 별스타그램이 마지막으로 개설되고, 원디어와 LON이 동시에 컴백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였다.
나는 회사로부터 TV 스케줄에 관한 소식을 듣고 아연해지고 말았다.
“K-AREA면… 아이돌 뮤직쇼죠?”
“네. 이번 게스트로는 원디어와 LON이 낙점됐고요.”
원디어와 LON이 한 뮤직 쇼에 동시 출연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공영 방송사인 SWS에서 방영 중인 K-AREA는 아이돌들이 출연해 조금 더 ‘각 잡힌’ 무대를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연말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커버 무대나 컬래버 무대, 컴백에 대비한 신곡 공개 등을 위주로 K팝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콘셉트의 아이돌 맞춤형 음악 방송이었던 것이다.
다만 K-AREA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근데 K-AREA는 경쟁 프로그램 아니에요? 두 그룹이 동시 출연해서 어느 팀이 더 방청객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는지 세는 거잖아요.”
뮤직 쇼는 뮤직 쇼지만, 여기에 경쟁 시스템을 추가해 넣은 것이다.
두 팀을 동시 출연시켜 각기 무대들을 보여 준 후 어느 그룹이 더 좋은 무대를 보여 주었는지를 투표하는 식으로.
‘…아예 제대로 맞붙이는군.’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두 팀이 그 전에 K-AREA로 먼저 맞붙는다라. PD들이 환장할 만한 구도긴 하다.
“그리고 보컬 라인끼리 특별 무대를 꾸려 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와서요. LON에서는 메인보컬인 현지오 씨와 리드보컬인 최한결 씨가, 원디어에서는…….”
“…이든과 저군요.”
현지오와 내게 얽힌 서사를 알면 이런 특별 무대도 놓치고 싶진 않았을 테고.
‘말이 보컬 라인 특별 무대지, 정확히는 나와 현지오를 맞붙여 보고 싶은 거겠군.’
래퍼 라인도, 댄서 라인도 없는 특별 무대가 보컬 라인에만 있다는 건 그런 뜻일 터였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서사가 없이는 주어지지 못할 무대니까.
지난 연말 무대 이후로 나와 현지오의 뒤에 따라붙던 말들은 수그러든 상태였다. 그 후 원디어와 LON이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는 티를 내기도 했을뿐더러, 매 활동마다 서로 챌린지에 참여해 주는 식으로 친한 동료라는 인식을 구축해 나갔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경쟁 구도를 타고 붙는 게 달가운 것은 아니었으나,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까라면 까야지.’
음악 방송에 나가는 입장에서 방송사는 갑일 수밖에 없고, 연차도 차지 않은 원디어와 LON은 부르면 부르는 대로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까.
“…저쪽 편곡 얼티밋 뮤직인가?”
무엇보다 이쪽에서는 그 스케줄을 오히려 반기는 놈이 한 명 있는 듯했고 말이다.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에이든 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기획안을 내려다보고 있던 에이든 리는 어느새 최근 본 중 가장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놈이 보고 있던 페이지를 확인한 순간, 나는 문득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아, 아시겠네요. 더 트렌타랑도 꾸준히 작업해 왔던…….”
“음, 알아요.”
국내 최고의 엔터사로서 외국 작곡진을 비롯한 편곡자들과 다수 작업하는 KRM.
“모를 리가 없죠. 나, 팬이었으니까.”
이번에 LON이 더 트렌타와의 오랜 협업으로 유명한 얼티밋 뮤직 쪽에서 받은 수록곡을 들고 나올 예정이라는 것이 종이에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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