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7)
‘뭔가 숨겨져 있겠군.’
‘메큐원’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모니터링 룸이자 대기실로 자리를 옮긴 후, 나는 생각했다.
“멤버들은 이곳에서 제비뽑기 순서에 맞게 교대하시면 되고, 방 안에 들어갔다 나오신 후에는 이곳이 아닌 다른 모니터링 룸으로 가시면 됩니다. 거기서 멤버에게 ‘행동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어요.”
“그럼 아직 방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조언은 못 하고 관전만 할 수 있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아울러 모니터링 룸끼리의 소통 또한 불가능하니, 이 점 또한 참고 부탁드립니다.”
방에 들어간 전후를 나누어 멤버들을 분리해 놓는다는 건 제작진들이 분명 뭔가의 장치를 숨겨 놓았다는 뜻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으… 하필 또 배경이 뭐 저렇대요. 진짜 귀신이라도 나오는 거 아니에요?”
“불탄 병동에 환자복……. 심상치가 않다, 진짜.”
“애초에 사람 없는 병동에 왜 우리 ‘아바타’만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멤버들은 또 왜 나누지? 혹시 지난번처럼 멤버 중 하나가 투입돼서 추격전 하는 건 아니겠지?”
“…왜 절 봐요.”
“아, 유하가 또 투입되려나 싶어서.”
“유하가 아니면…….”
“…나도 아니야, 단우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만은 아닌지, 멤버들은 찝찝한 듯 서로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중 지난번 추격자 역을 맡은 나와 최종적으로 배신을 때림으로써 미션 성공을 막은 셈이 된 강현진을 보는 눈길은 더욱 뜨거웠는데, 나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재밌는 기획인데요. 판을 한번 짜 볼까요?
-…이상한 거 하려는 건 아니죠?
-하하, 그럴 리가요. 원디어 멤버분들은 저희를 너무 악덕으로 보신다니까. 저희처럼 선량하게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가 어디 있다고.
-그런 말 하는 거 양심에 안 찔려요?
-하늘을 우러러 저희는 떳떳합니다. 흠, 그런데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순 있겠는데요. 저희끼리 디벨롭 좀 해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촬영 날 확인해 주세요.
아이디어 소스 제공은 내가 했지만, 이번 촬영의 구체적인 기획에 대해서는 나 또한 전해 들은 게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어찌 됐든, 꼭 미션 성공을 목표로 달려 봐요. 지난번에는 페널티를 받았다지만, 이번에는 성공해서 ‘메큐원’을 털어 먹자고요.”
“솔직히 최근 우리가 전체 성공이 없긴 했으니까.”
그러한 상황에서 멤버들은 또 한 번 각오를 다지는 듯했다. 매 촬영마다 미션이 있는 ‘메이크 유어 원디어’에서 최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탓에, 우리들은 제작진들에게서 그럴싸한 성공 보상을 얻어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멤버들은 이번 촬영만큼은 어떻게든 미션을 성공해 내 ‘메큐원’ 제작진들을 한탕 털어 먹자고 결의를 다지는 모양이었지만, 초반부터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는 듯했다.
“열심히는 해 보겠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네.”
첫 타자가 바로 직관적인 관찰력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도지혁이었던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분위기, 상황을 읽고 판을 짜는 것이나 몸을 쓰는 능력은 뛰어나다지만, 도지혁에게는 멤버 모두가 인정하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직관적인 관찰력이 꽝이라는 것이었다.
‘방탈출이면 방을 뒤지면서 이상한 점들을 확인해야 하는데, 첫 타자가 도지혁이라는 건 좀 불리하긴 하지.’
차라리 어느 정도 단서가 나온 상태라면 모를까, 초반부에는 아무런 힌트도 없이 쌩으로 방을 뒤지며 이상한 점을 찾아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초반부터 차례가 조금쯤 불리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차례에 도지혁이 배정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먼저 갈게, 얘들아. 좀 있다가 보자.”
“화이팅이에요, 형!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스치지 말고 좀 더 뜯어 보기!”
“잘 다녀와요.”
때문에 멤버들은 우려를 담은 눈빛으로 도지혁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 걱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지혁이 방으로 들어간 지 5분 만에 교대를 선언한 것이다.
[오른쪽 섹션부터 확인해 볼게.]도지혁은 방에 들어간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깜빡거리는 불빛 아래 여기저기 그을음이 묻어 있는, 타고 남은 병동을 뒤적이며 방을 탈출할 수 있을 만한 단서나 장치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미안. 역시 모르겠네. 다음 타자 잘 부탁해, 나도 최대한 조언할 테니까.]하지만 도지혁은 흩어져 있는 물건들 사이의 연관성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것들이 몇 있어 그 앞에서 머뭇대기도 했지만, 도지혁은 끝내 그것들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너무 대놓고 어질러져 있는 이상한 장치들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고, 초반부터 페널티를 얻을 순 없다 판단한 듯했다. 그렇게 일찌감치 리타이어를 선언하게 된 거고.
“아, 역시…….”
“아쉽긴 하다. 지혁이 형 중간쯤에 들어갔으면 이것저것 잘 깼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오히려 잘 선택한 거라고 봐요. 시간을 최대한 아껴 주셨으니까.”
다만 그런 도지혁의 선택은 옳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첫 타자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아는 만큼 한계를 인정하고 다음 멤버에게 최대한 시간을 남겨 준 것이었으니까.
“저도 최대한 해 볼게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둔 채 다음 타자로 방에 들어선 건 유찬희는 도지혁의 빠른 판단 덕분인지 충분히 제 역할을 잘 해내는 듯했다.
[이걸 이렇게 돌리면……. 헉, 열렸다!]액션 캠을 매달고 한차례 병동을 누빈 도지혁의 시야를 잘 확인해 가며 수상해 보이는 것들을 기억해 둔 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단서를 찾아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방탈출은 수상함을 하나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되는 듯했다. 대부분 장치들이 연관성 있게 이어지며, 이전 문제를 푼 후 그다음 문제를 푸는 식으로 연결되었으니까.
[또 열었다!]때문에 유찬희는 꽤 빠르게 자물쇠를 열고 단서들을 찾아 나가는 듯했다.
[행동 조언 하나 얻고 싶어요!] [지금까지 찬희 네가 얻은 단서를 조합해 보면… 비밀번호는 네가 처음 찾은 신문이 발행된 날짜인 ‘0429’로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모니터링 룸으로 자리를 옮긴 도지혁에게서 ‘행동 조언’을 얻어 가며,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식으로 잘 상황을 풀어 나가기도 했고 말이다.
“찬희랑 지혁이 형 잘한다.”
“저 조합 좀 괜찮네요. 찬희는 직관적인 관찰력은 있는데 추리력이 좀 부족하고, 지혁이 형은 상황을 연결하는 건 잘하는데 관찰력이 부족하니까.”
“계속 이 페이스대로만 가면 우리는 방에 들어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때문에 멤버들은 손쉽게 이어져 나가는 방탈출에 조금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당연히 일이 그렇게 쉽게만 흘러갈 일은 없었다.
[자물쇠 열쇠는 두 번째 것으로.] [네, 그럼……. 어? 안 되는…….]위이잉-
[뭐, 뭐야?]분량에 미친 ‘메큐원’ 제작진들이 그렇게 쉬운 판을 깔아 놓았을 리가 없지 않나.
불에 타고 남은 잔해 속에 숨겨져 있던 철 상자 안에서 열쇠 뭉텅이를 발견한 유찬희가 도지혁에게서 행동 조언을 얻었을 때였다.
조언에 따라 열쇠 뭉텅이 속 ‘2번’이라고 적힌 열쇠를 자물쇠에 꽂아 넣은 유찬희는 곧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행동을 멈추었고.
[지금부터 5분간 모든 행동을 중지합니다.] [뭐라고요?]곧 첫 번째 ‘페널티’를 받게 되었다.
“5분?”
“너무 긴데?”
그에 멤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총 칠십 분 중 약 18분 정도가 지난 데다 탈출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지금, 5분을 통으로 쉬어야 한다는 건 꽤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었다.
[…저 교대할래요!]그렇게 생각한 건 유찬희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페널티에 따라 오 분간 행동을 멈춰야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유찬희가 손을 번쩍 들고 교체를 선언한 것이다.
[멤버 교체하면 저한테 부여된 페널티는 사라지는 거 맞죠? 그럼 지금 다음 타자랑 교체할래요.]대기 중인 멤버는 총 다섯. 어차피 모니터링 룸에서 조언을 할 수 있는 만큼, 유찬희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는 게 더 이득이라 판단한 듯했다.
“다른 멤버들 분량을 어떻게 챙기려나 했더니, 이런 꼼수를 부렸네요. 오 분간 행동 중지라니, 시간 제한 있는 마당에 그만한 페널티가 어딨어. 그냥 다음 타자로 넘어가란 거지.”
때문에 멤버들은 그제야 제작진들이 왜 다른 멤버들의 분량 걱정을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중간중간 페널티를 통해 멤버 교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행동 중지 페널티가 다음 타자로 넘어가라는 뜻이라면… 페널티 중에 아예 다음 타자로 멤버 교체를 하라는 페널티도 있을 수 있겠는데.”
“그럼 끝자락으로 갈수록 조심해야겠네요. 만약 마지막 타자가 행동 중지나 다음 멤버로 교체하라는 페널티를 받으면 그대로 끝인 거잖아요.”
“그럼 조금 더 조심해서 찾아볼게.”
“조언 최대한 잘 활용해 줘, 단우야. 찬희가 교체된 게 좀 뼈아프긴 하지만… 오히려 직접적으로 모니터링 룸에서 소통하고 바로 조언해 줄 수 있으니까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응, 다녀올게.”
잘 이어지던 흐름이 끊긴 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상황은 초반과는 달리 꽤 괜찮은 편이었다.
‘아바타’의 시선에서 방탈출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줄곧 확인할 수 있었던 덕에 멤버들은 어떻게 방탈출을 이어 가야 하는지 슬슬 감을 잡은 듯했고, 훌륭한 조언자 콤비가 모니터링 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주단우는 강현진의 말처럼 최대한 조언을 귀담아들어 가며 미션을 깨 보겠다고 하고 방으로 향했으나.
[아!]위이잉-
[오염된 물건을 만져 신체에 독이 퍼집니다. 십 분간 행동을 중지합니다.] […멤버 교체하겠습니다.]주단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멤버 교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언을 받아 가며 몇 가지 장치를 풀어 나가는 듯했던 주단우가 곧 유찬희 때처럼 잘못된 조언 탓에 함정을 건드려 버리고 만 거다.
“이상하네.”
“방금 뭐였지?”
그에 모니터링 룸에 남은 멤버들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찬희가 모니터링 룸으로 갔으니까 오히려 조언이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약간… 헛다리 짚는 것 같지 않았어요? 방금.”
“응. 좀 그랬어.”
방금 전 주단우의 요청에 답해 준 도지혁과 유찬희의 ‘조언’이 어딘가 이상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의아한 형태로, 도지혁이 처음에 넘어갔던 ‘수상한 물건’들 중 하나를 만지라고 답변한 것이었으니까.
주단우가 만진 것은 까맣게 변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약병이었다. 뚜껑이 열려 있는 약병 안에는 붉은 물약 같은 것이 담겨 있었는데, 그건 불길하게 빛이 나고 있어 도지혁이 초반에 아예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책상 위에 있는 붉은 물약의 라벨을 읽어 봐.
-……? 음, 네…….
때문에 방금 전의 조언에 멤버들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위험함을 느꼈기에 넘어갔던 것을 만지라고 한 건 누가 봐도 기묘했으니까.
“처음에 제쳐 둔 물건을 왜 지금 만지라고 한 걸까요? 누가 봐도 함정이었잖아요, 그거.”
“뭔가 모니터링 룸에서 따로 오간 대화가 있었던 거 아닐까? 방탈출을 했던 사람들끼리 느낀 게 있었던 걸 수도 있어. 단서가 좀 많이 풀렸으니까, 그 함정들 중 하나가 장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 거겠지.”
“그죠. 뭐, 조언이 힌트는 아니잖아요. 그냥 정말로 멤버들로부터의 ‘조언’일 뿐인 거지.”
“응,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알려 준 건 아닐 거야. 추리야 어떻게든 빗겨 나갈 수 있는 거고.”
그에 멤버들이 모니터링 룸에 있을 도지혁과 유찬희의 생각을 헤아리고 있을 때였다.
“흠.”
나는 고뇌하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진짜 빗겨 나간 걸까?”
곧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얼굴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듯,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에이든 리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