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08)
“그럼 여기서 일단 상황 정리부터 한번 하고 넘어갈까요.”
주단우의 다음 차례인 강현진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 몸에 액션 캠을 매다는 동안, 나는 잠시 멤버들의 주의를 돌렸다.
이제 방에 진입한 멤버는 총 넷. 한 번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단서를 찾기는 더 수월할 터였다.
“방탈출의 배경은 평범한 병원이 아니라 현재 외부에 퍼지고 있는 알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할 백신을 찾아내는 연구 병동. 그리고 우리는 아직 질병에 걸리지 않은, 백신의 개발을 위해 자원한 ‘피실험자’인 거죠.”
“그렇게 연구가 진행되던 중, 백신의 완성을 앞두고 병동에 불이 나 버리는 바람에 연구는 중단. 병동에는 지금 화기가 닿지 않는 실험 공간에 있던 ‘우리’, 즉 ‘아바타’만이 남아 있다, 맞죠?”
“응. 병동은 지금 화재로 연구 중이던 바이러스들이 퍼지는 바람에 곳곳이 위험해져 있고. 그 바이러스들은 절대 외부로 나가면 안 되어서 병동이 알아서 격리 시스템을 발동, 우리는 갇히게 되었다. 이게 풀 스토리.”
“그러니까 우리 최종 목적은 완성 직전의 백신을 어떻게든 완성시켜서 그걸 들고 외부로 탈출해 세상을 구하는 거고.”
“오, 영화 같은데.”
“…이게 맞아? 뭔가 너무 딥한데.”
“이쯤 되면 메큐원 거의 아포칼립스 중독 아니에요?”
지금까지 방 안에서 멤버들이 찾아 낸 정보들을 종합해 방탈출의 배경과 최종 목적 등을 정리한 멤버들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큼의 서사를 준비해 놓았다는 건 역시나 방탈출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는 것이고.
[으아악!]“아, 역시…….”
그건 그만큼 우리를 골탕 먹일 준비를 열심히 해 놨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까.
모니터링 룸에 남은 멤버들은 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강현진이 비명을 지르는 것에 나직한 탄식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위이잉-
[잘못된 구역에 진입했습니다. 감염된 ‘피실험자’가 풀려납니다.] [크에엑-] [잠, 잠깐. 이, 이거 놓…! 으악!]이런 으스스한 배경에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장치가 숨겨져 있지 않을 리가 없고, 애석하게도 그 장치는 꽤 좋지 않은 타이밍에 발동되었기 때문이었다.
“현진이 형, 판타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포칼립스 정도면 괜찮지 않나?”
“…아포칼립스도 판타지 쪽으로 분류되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형이 좋아하는 거랑은 좀 다른 부류지 않냐.”
“어, 맞아. 현진이 형 저런 거 못 견딜걸. 저번에 나랑 해X포터 보다가 좀 끔찍하게 생긴 괴물 나올 때 너무 조용해서 옆을 봤더니 눈 감고 있었어.”
“음……. 귀신만 무서워하시는 건 아니었구나. 뭐, 그래도 리액션은 좋네요. 형의 희생으로 방송이 살았다.”
강현진의 비명에 안타깝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천세림과 에이든 리를 뒤로하고 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현진은 불에 탄 환자복을 입은, 이른바 감염된 피실험자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음, 이거 비밀번호가……. 조언 한번 받을 수 있을까요.]강현진은 들어간 즉시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 나가며 장치들을 풀어 나갔다.
모니터링 룸에서 상황을 보며 뭔가 생각하게 있는 듯, 허둥대거나 괜히 동선을 꼬는 일 없이 주변을 잘 살피며 방을 탈출해 나갔던 것이다.
[그 옆에 있는 상자를 보는 게 좋겠어. 그 안에 뭐가 있을 것 같아.]다른 모니터링 룸에 있을 멤버들 또한 그에 따른 적절한 조언을 내려 주는 듯했다. 주단우에게 건넸던 조언은 잠깐의 실수였다는 듯, 그 후로는 틀린 조언을 주는 법이 없었으니까.
[문이 두 갠데……. 비밀번호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문이 열릴지가 나뉘는 것 같아요.] [0128로 해 볼래?]다만 역시나 ‘맞는’ 대답만 주어지지는 않는 듯했다. 조언을 주는 멤버들의 말에 따라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까진 좋았지만, 다음 방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대신 엉뚱한 문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감염자의 손에 잡혀 행동을 10분간 중지합니다.] […교대하겠습니다!]결국 강현진은 그 안에 갇혀 있던 감염자의 손에 잡혀 어쩔 수 없이 리타이어를 하게 되었고 말이다.
“슬슬 불리한데요. 장치가 얼마나 남았을까요?”
다음 타자는 천세림. 놈은 액션 캠을 매달며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이야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지만, 이제 남은 멤버는 세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총 두 번 방을 이동했으니까. 단서도 꽤 찾은 듯하고.”
“흠, 전체 배경이랑 미션을 알 정도만 많이 찾은 셈이긴 하죠. 뭔가 드문드문 빠진 게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어쨌든 최대한 버텨 보긴 할게요.”
천세림은 고개를 기울이며 그렇게 중얼거리곤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띤 채 나와 에이든 리 쪽을 바라보았다.
“저한테 줄 조언은 없어요?”
그리고는 떠보듯 그렇게 물었으나, 딱히 뭐라 덧붙일 말은 없었다.
“굳이?”
“딱히 없는데.”
“아~ 뭐야, 실망.”
“알아서 잘할 거 아는데 굳이 무슨 말을 더 해. 너 방탈출 할 때마다 성공했었다는 것도 알고, 애초에 네가 뭘 잘못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함정만 조심해~!”
오히려 무슨 말을 덧붙이는 게 더 손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천세림은 원디어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방탈출을 해 본 적이 있는 경험자이기도 했고, 뭣보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리타이어할 것 같지도 않았다.
‘솔직히 원디어 멤버 중에서 천세림이 제일 방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천세림이야 원디어 멤버 중 눈치가 제일 빠른 멤버이기도 한 데다, 상황을 보는 눈도 있고 판단도 빠르면서 무엇보다 이런 쪽으로는 겁이 없었다.
그러니 별달리 걱정할 건 없어 보였다. 그냥 본인의 판단만 따른다면 딱히 놈이 어려워할 만한 건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런 쪽으로 보면… 그건 이놈도 마찬가지겠고.’
나는 문을 나서는 천세림에게 가볍게 손을 흔드는 에이든 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에이든 리도 방탈출을 어려워할 것 같진 않았다.
‘귀신 같은 게 나오는 테마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강현진과는 달리 고어나 끔찍한 걸 무서워하는 기색도 아니고, 눈치나 상황 판단이야… 솔직히 멤버 중 최고 수준 아닌가.’
그저 티를 안 낼 뿐이지.
눈치가 있고 상황을 잘 보기도 하는데, 판단도 빠르다. 뭣보다 놈은 오래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즉, 무언가를 한 번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갔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끔 놈이 무서운 거고.’
때문에 에이든 리는 한 번 엇나가면 잡기가 어려울 터였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능력이 있고 그에 따른 단단한 자아가 있는 만큼, 한 번 결정한 건 그대로 밀고 나가는 행동력까지 있으니까.
‘…최대한 에이든 리의 차례까지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기에 나는 천세림이 방을 모두 깨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어, 저 교대해야 할 것 같은데요.]애초에 이 테마는 에이든 리 때문에 준비된 것이었으니까.
* * *
“음, 이제 유하 가면 나만 남네.”
“못 깰까 봐 겁나냐?”
“…아니? 나 할 수 있어. 애초에 다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세림이가 이것저것 다 깨 놨으니까.”
“그렇지. 몇 개 안 남긴 했으니까.”
나는 액션 캠을 매달면서 대답했다. 그에 에이든 리는 천세림이 나간 병동을 비추는 화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너무 아깝게 교체됐어. 난 세림이가 다 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필 조언이 떨어질 줄은 몰랐지. 유일하게 약한 쪽으로 문제가 나올 줄도 몰랐고.”
“그치, 수학 문제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천세림은 방에 들어간 즉시 장치들을 잘 풀어 나갔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미 방탈출 경험이 다수 있는 만큼 어떤 느낌으로 장치가 숨겨져 있을지, 단서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빠르게 알아챘던 것이다.
[어라.] [잘못된 답변을 입력했습니다. 조언 기회가 모두 리셋됩니다.] […음. 망했네요.]하지만 천세림은 의외의 벽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이 약한 분야인 수학 문제를 만나는 바람에 조언 기회를 사용했으나, 오답을 입력해 모든 조언이 리셋되고 만 것이다.
[…유하 형, 학교 다닐 때 수학 좀 했었죠? 제발 그랬기를 바랄게요. 솔직히 뭐가 되었든 저보단 잘할 거 같으니까 일단 교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있어 봤자 시간 낭비만 될 것 같아서요.]남은 시간은 십오 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천세림은 자신이 애를 쓰는 것보다는 다음 타자로 빠르게 순서를 넘기는 게 낫다 판단한 듯했다.
‘…냄새까지 구현해 놨나. 정말 진심이네.’
덕분에 나는 여섯 번째 타자로 병동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고.
코끝에 느껴지는 퀘퀘한 냄새 속에서 이미 풀린 방들을 스쳐 지나온 나는 어두운 불빛 아래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를 바라보았다.
문제를 본 순간 천세림이 자신이 풀 수는 없을 거라 확신해 내버려 둔 탓에, 종이에는 펜 자국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답은 아마… 0101.’
천세림이 가슴에 매달고 있던 액션 캠으로 이미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모니터링 룸에서부터 봐 왔기 때문에, 해답을 찾아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확인할 겸 종이 위로 공식을 끄적여 본 나는 그렇게 도출된 답이 모니터링 룸에서 대충 풀었을 때와 같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것을 비밀번호 키패드에 입력해 넣었다.
지잉-
“……! 풀렸다.”
그러자 바로 연구실의 문이 풀렸기 때문에, 나는 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연구실 내부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연구실은 방탈출의 거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내는 장소인 듯했다. 때문에 잘 지켜지고 있었던 듯 화재에 피해를 입은 느낌도 거의 없어, 완전히 다른 장소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고.
‘장치는 총 세 갠가.’
나는 자물쇠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키패드가 달린 선반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의 미션은 백신을 완성해 그것을 들고 탈출하는 것. 즉, 우리는 알맞은 재료를 넣어 백신을 완성시킬 필요가 있었다.
찰칵-
“…됐다.”
두 개의 장치는 다행히 쉬웠다. 연구 일지에 있는 숫자나 지금까지 실험에 참여한 피실험자의 숫자 등을 조합하니 대충 답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노란색 아니면 초록색…….”
백신을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재료를 뭘 넣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단서가 없는 건 아닌 듯했다. 방에 놓여 있는 연구 일지에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수집한 식물들의 리스트와 남은 재고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으니까.
‘가장 많이 소비된 건 초록색 식물. 하지만 그에 비해 노란색은 겨우 몇 개가 소비되었을 뿐.’
때문에 나는 백신에 들어갈 마지막 재료가 노란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베이스를 초록색 식물로 했을 때는 만들어지지 않았던 백신이 노란색 식물을 토대로 두었을 때는 만들어졌다는 뜻이었으니까.
[초록색을 넣어 보자.]“…….”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의견은 다른 듯했다.
내가 단서를 찾아냄에 따라 다시금 얻어진 조언 기회. 그에 따라 내게 말을 건넨 멤버는 노란색이 아닌 초록색을 미완성 상태인 백신에 넣기를 원하는 듯했으니까.
‘초록색이라.’
목소리는 변조돼 있어 누가 말한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답으로 유도하는군.’
내게 그렇게 조언한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그는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이번 테마는 아바타.’
우리는 차례만 다를 뿐 하나의 ‘아바타’를 공유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멤버들은 스피커에서 들려온 다른 멤버들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고 도움을 얻어 왔다.
한 사람의 성공이 곧 모두의 성공인 만큼, 멤버들은 굳이 함정을 팔 일이 없었으니까.
때문에 지금까지 멤버들은 스피커에서 들린 목소리를 그대로 따랐지만.
-…진짜 빗겨 나간 걸까?
정말 그 말을 따라도 되는 것일지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답인 말을 그대로 따르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으니까.
하지만.
위이잉-
[잘못된 백신을 조합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만들어졌습니다. 행동을 10분간 중지합니다.]“…교체하겠습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말에 따라 초록색 식물을 조합해 잘못된 백신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음… 내가 마지막이네.]어찌 됐든, 성공도 실패도 에이든 리의 몫으로 남겨 둬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에이든 리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터였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