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10)
-그러다 실패하면?
원유하가 카메라를 차고 나가기 직전 물은 말에 대해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 실패하는 거지.
-뭐야, 리더가 그런 말해도 돼?
덧붙이는 말에 원유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말했으나, 에이든 리는 믿지 않았다.
원유하 또한 아닌 듯해 보이지만 승부욕이 강한 타입이었으니, 그 또한 이번에도 ‘메큐원’ 제작진들에게 지는 구도를 바라진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남의 말 듣고 망하는 것보단 직감대로 행동했다가 실패하는 게 낫잖아.
이어서 들려온 말에 그는 장난스럽게 쏘아붙이려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니까 참고만 해. 뭘 하든 결정하는 건 결국 너니까.
-…그러다 진짜 실패해도 후회 안 해?
-후회는 안 할 것 같은데, 네 선택에 내가 후회하는 것도 웃기고……. 어차피 매번 그랬잖아. 네가 언제 너 하고 싶은 대로 안 한 적이 있었냐?
-…….
-그리고 생각보다 네가 그런 식으로 해서 뭐가 잘못된 적은 없고. 네 급발진은 가끔 골치 아프긴 한데, 그게 나쁜 거라곤 생각 안 해. 그러니까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만 잘 선택해. 그거면 딱히 우리가 질 일은 없을걸.
원유하는 그렇게 말하며 픽 웃었다. 문이 열리고 스태프가 원유하를 데려가기 위해 안내를 시작할 때, 원유하는 뒤돌며 반쯤 장난을 담아 말했다.
-물론 지면 놀리긴 할 테니까 그건 각오해 둬라. 다른 멤버들이 여기까지 해 줬는데 마지막 타자가 실패하면 놀림쯤은 감수해야지.
-아~! 부담 안 주는 거 아니었어?
-부담은 줘야지. 일하는데 책임감 없이 하면 되겠어? 그니까 잘해라.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원유하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문을 닫고 앞서 방탈출을 하러 떠났었다. 그렇게 이어진 차례가 지금 에이든 리에게까지 닿은 거고.
“…….”
에이든 리는 침묵 속에서 눈앞의 키패드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드니 시간은 이제 약 1분 30초가량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OK.”
에이든 리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후 손가락을 움직였다.
삐리릭-
[잠금이 해제됩니다.]그렇게 입력한 비밀번호는 0329.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라는 글이 붙어 있는 탈출구가 아닌,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이 붙은 창고의 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였다.
그는 창고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귀를 세웠다. 스피커는 잠잠했다. 그가 페널티를 받았다는 알림도, 조언을 해 주는 멤버의 목소리도 없었다.
“…….”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창고 안쪽을 확인했다. 창고는 아주 두껍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안쪽에는 무언가를 보관할 수 있는 철제 함과 함께 아주 기묘한 것이 놓여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붉은 버튼이 붙은, 화재에서 살아남은 구역까지도 전부 무너뜨릴 수 있을 법한 거대한 다이너마이트였다.
에이든 리는 잠시 다이너마이트를 가늠하듯 바라보다 자신의 환자복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푸른색 백신을 꺼냈다.
철제 함 안쪽엔 짙은 푸른색의 벨벳이 깔려 있었다. 그 안쪽에 무엇이 담기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처럼.
때문에 에이든 리는 철제함에 백신을 넣은 후 닫아 창고 깊숙이 넣어 두었고, 대신 그 자리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빼냈다.
그때였다.
머리 위에서 변조된 음성이 들려오는 것에 그는 잠깐 고개를 들어 스피커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더 이상 머리 위의 목소리를 따르려 들지 않았다.
에이든 리는 철제함을 창고 안쪽에 깊숙이 밀어 넣은 채 문을 닫고 잠금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구실의 문을 비롯해 모든 병동의 문이 일렬로 열려 있는지를 확인한 후.
“…후.”
가볍게 심호흡을 하다 버튼을 눌렀다.
그에 0:01초로 맞추어져 있던 다이너마이트의 시간이 줄어들어 0:00을 기록한 순간.
“……!”
위이잉-
에이든 리는 병동을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병동이 폭파됩니다. 모든 ‘위험’이 전소됩니다.]직후 자신이 있는 벙커부터 시작해 결국 모든 방을 잠식해 버리는 붉은색, 그리고.
[모든 ‘감염원’의 제거에 성공했습니다.]그들의 성공을 알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도 함께 말이다.
* * *
“진짜 서사 꼬는 데 재능 있다. 어떻게 이런 함정을 숨겨 둘 수가 있어요?”
“너무 미안했어……. 자꾸 이상한 조언을 주게 돼서…….”
“어떻게 저희 멤버들의 신뢰를 이렇게 이용할 수가 있어요?”
모든 방탈출이 끝난 후, 멤버들은 제작진들에게 푸념 섞인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만했다.
“멤버인 척하고 일부러 틀린 조언을 주다니, 멤버들이 그대로 따를 때마다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너무 쉬운 방탈출은 방탈출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이번 방탈출 게임에서 또 한 번 ‘메큐원’ 제작진들은 이런저런 곳에 함정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멤버들의 이름을 빌려서 말이다.
“왠지 이상하다 했어. 멤버들의 조언이 굳이 변조돼 나올 이유는 없잖아요.”
“사람이 실수야 할 순 있지만 중간중간 이게 맞나, 싶은 행동 지시가 나온 것도 그랬고…….”
‘메큐원’ 제작진들이 쓴 방법은 간단했다. 변조돼 나오는 멤버들의 ‘조언’ 속에 일부러 틀린 지시를 섞어 넣어 멤버들을 교체시킨 것이다. 멤버들이 서로를 믿기 때문에 조언을 무조건 따르리라는 사실을 아주 훌륭히 이용하면서.
제작진이 파 놓은 함정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우리가 탈출하면 바로 지게 되는 시스템이기도 했고.”
“우리도 잘못된 백신의 감염자였다니…….”
“애초에 ‘아바타’라는 말에 함정이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요.”
멤버들은 방탈출을 위해 단서를 모으며 우리의 ‘성공 조건’이 방을 탈출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백신을 구하는 것일 뿐, 탈출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탈출하면 사람을 좀비화시키는 백신의 실패작, A-0128이 퍼져 나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니까 말이다.
“설마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한 명씩 행동하는 게 나뉘어진 인격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고요.”
“잘못된 행동 지침도 우리의 인격 중 하나가 말하는 거란 설정인 줄도 몰랐고.”
“그니까 이런 거잖아요, 우리는 A-0128의 감염자로서 인격이 조각난 상태인데 각각의 인격은 그걸 모르고 있는 거고, 감염이 된 줄 모르기 때문에 탈출을 하려 하는 거죠. 우리가 병동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가 본인이 병동을 전소시켰기 때문인 줄도 모르고 있고.”
이번 방탈출의 비화는 이랬다.
A-0128이라는 잘못된 백신의 실험체가 된 ‘나’, 즉 우리 멤버들의 ‘아바타’는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병동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하지만 보안과 함께 방비가 철저한 연구실과 벙커 쪽은 전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여전히 바깥 세계를 구하기 위한 백신이 필요한 상태.
때문에 ‘아바타’는 어떻게 해야 연구원들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곧 그는 유사시를 위해 벙커 쪽에 완성된 백신을 안전하게 보관해 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공간에는 혹 감염자들이 풀려날 경우 그들이 문을 나서기 전 병동을 폭파시킬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가 함께 있다는 것까지도.
“그래서 아바타는 병동에 불을 질러 감염원들이나 또 다른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료들을 모두 없애고, 혹 그 계획을 완벽하게 성공시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벙커까지 가서 사회를 위해 백신을 보관한 후 자신과 함께 병동을 폭파시키기로 마음먹은 거고요.”
하지만 문제는 ‘아바타’가 감염자라는 데 있었다.
조각난 인격은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탈출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나가면 문에 적혀 있던 대로 사회에 ‘또 다른 절망’이 퍼져 나갈 것임을 모르고 말이다.
“조각난 인격 중 하나는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나 모든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인격, 감염에 의해 태어나 공격성이 있는 인격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바타’를 탈출시키려 들었다.
‘아바타’가 백신을 찾으려 할 때는 거침없이 방해를 했으나 출구를 눈앞에 두었을 때는 부러 ‘아바타’를 탈출시켜 외부에 또 다른 절망을 퍼뜨리려 한 것이다.
“근데 그걸 내가 막은 거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아챈 또 다른 인격, 즉 에이든 리는 자신이 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백신을 지킨 뒤 병동과 함께 사라지는 길을 택함으로써 사회를 지키게 된 것이었다.
“네, 그래서 여러분이 성공하신 거고요.”
때문에 원디어는 정말 간만에 ‘메큐원’ 제작진을 이기게 됐고.
모든 함정을 빗겨 가 핵심을 꿰뚫은 에이든 리가 끝내 옳은 해답을 찾아냈으니까.
“와~!”
“수고했어, 이든아!”
“상품? 상품은 뭐예요? 저희 보상 주죠?”
“전체 미션 성공한 게 얼마 만이야……. 이 보상은 어떻게 주실 거예요?”
그렇기에 멤버들은 간만에 신이 난 얼굴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메큐원’ 제작진들에게 성공 보상을 묻는 등 신이 나 보였다.
“그건 다음 촬영 때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 알려 줘요~!”
“미리 아시면 재미없잖아요.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실망시키지는 않겠습니다.”
‘메큐원’ 제작진들은 우리를 실패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는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방탈출 쪽의 상황하며 모니터링 룸의 상황까지도 재밌게 돌아간 덕에 이번 분량도 꽤 잘 뽑힐 게 분명했던 것이다.
-아아악, 이든이 형이 이상한 조언 그대로 따르면 어떡하죠? 힌트, 힌트 뭐 줄 수 있는 거 없을까요?
-아무래도 없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반칙이라고 하니까…….
-나는 내가 진짜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이든아, 제발 우리 말 듣지 마. 진짜 제발.
‘…다들 진짜 간절했지.’
매번 제멋대로 하는 탓에 멤버들의 골치를 썩이던 에이든 리의 마이웨이를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용케 우리 말 안 들었네요? 연구실에서의 조언은 너무 고분고분하게 들어서 진짜 마음 졸였는데. 우리 아닌 거 알고 조언대로 안 따라 준 거예요?”
에이든 리가 최근 꽤 기가 죽은 듯한 모습을 보인 만큼, 이번에도 놈이 괜히 우리 말을 들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신기한 듯 그렇게 묻는 천세림의 말에 에이든 리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아니? 진짜 멤버들인 줄 알았는데.”
“어?”
“응?”
또 한 번 의외의 답을 내뱉었다.
모든 속임수를 파악했기에 말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것과 달리, 에이든 리는 자신에게 조언을 해 준 게 정말 멤버들이라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다 조언 따랐으니까, 그게 룰인가 싶었어. 실은 안 따를 이유도 없고. 멤버들이 잘못된 말 할 리 없으니까.”
그에 대해 에이든 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다음으로 나온 말은 나름대로 타당한, 정말이지 에이든 리다운 말이었다.
“근데 마지막엔 이거 아니지 않나 싶었어. 조언은 조언일 뿐이란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그 자리에 있었던 건 나고, 멤버들 말 들을 이유가 있다면 내 말도 들을 이유가 있는 거잖아.”
놈은 멤버들의 조언 대신 본인의 직감을 따를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으니까.
“오.”
“…말 되네요.”
“이든이의 마이웨이에 감사함을 느낄 날이 오다니…….”
그에 대해 멤버들이 누군가는 감탄을, 누군가는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질문을 던진 천세림은 아하, 작게 감탄사를 내뱉다 이내 고개를 기울이며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럼 형은 끝까지 몰랐던 거네요? 스피커에서 들리는 조언을 해 준 게 우리가 아니라는 거.”
그렇게 보면 방탈출을 하던 중 이상함을 눈치챈 멤버는 누구도 없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이든 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건 아냐, 나중엔 알았거든. 지금 머리 위에서 해 주는 말 멤버들이 하는 거 아니라는 거.”
“엥? 언제요?”
“응, 빨간 버튼 누르지 말라고 했을 때. 이상하잖아.”
“……? 왜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아니었어요?”
“아냐, 이상했어.”
에이든 리는 그렇게 대꾸하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잠시간 말없이 나를 응시한 후, 미소를 띤 얼굴로 시원스럽게 제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내가 선택한 걸 후회시키려는 거 같았으니까. 내가 선택한 거에 대한 결과로 이젠 직진밖에 안 남아 있는데 멈추라는 거였잖아. 그럼 그거는 멤버들이 하는 말 아니겠다 싶었어.”
놈이 어째서 들려오는 조언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그 지시에 이상함을 느꼈는지에 대해.
“멤버들은 이왕 선택했으면 끝까지 가야지, 할 것 같았어서.”
끝내 제 직감을 선택한 이유는 멤버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신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