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11)
“배고프다.”
“집 가서 야식 해 줄까?”
“어……. 그래도 될까요? 기름진 거 땡기긴 하는데. 활동기가 바로 앞이라 먹어도 될지…….”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멤버들은 약간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이미 오전 중에 회사에서 연습을 한 직후 ‘메큐원’ 촬영에 들어간 터라, 오늘치 체력을 이미 모두 소진한 듯했다. 특히 이번 촬영은 다들 적잖이 머리를 쓴 탓에 심력도 고갈되었을 테고.
“하하. 괜찮지, 오늘 다들 고생 많이 했는데. 물론 기름진 걸 먹으면 당장 다음 날 얼굴이 활동기를 코앞에 둔 아이돌답지 않게 팅팅 붓긴 하겠지만, 귀엽잖아. 유어원은 좋아해 주실 거야. 그러니까 괜찮지, 물론.”
“아니, 그게 뭔… 결국 먹지 말란 거잖아요!”
“…샐러드 해 줄게, 찬희야.”
그에 나름의 일탈을 소망하던 유찬희는 이어진 도지혁의 말에 곧 울컥한 듯 소리쳤다.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기가 코앞인데 정말 먹을 거냐고 압박해 대는 맏형을 두고 차마 야식을 먹겠다 말할 수는 없는 듯했다.
그런 식으로 이어진 티키타카의 끝에 주단우가 안쓰럽다는 듯한 얼굴로 유찬희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나 잠깐 회사 좀 들러도 돼요?”
“응?”
웃던 와중 문득 꺼내어진 말에 멤버들의 시선은 한 곳에 모였다.
“잠깐 작업할 거 있어서.”
‘메큐원’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차에 올라탄 뒤 줄곧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에이든 리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이었다.
“…….”
“작업? 편곡 말하는 거야?”
“음~ 네.”
그에 멤버들의 시선에는 또 한 번 우려가 담겼다. 이미 며칠째 에이든 리가 회사 작업실에서도, 숙소에서도 쉬지 않고 편곡만 붙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형, 오늘도 잠 거의 못 잤잖아요. 그 와중에 오늘 스케줄까지 한 거니까 좀 자고 일어나서 하면 안 돼요? 오늘 촬영 머리도 꽤 써서 피곤할 텐데.”
“맞아, 이든아. 아직 기한 좀 있으니까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피곤하면 머리도 잘 안 돌아가.”
때문에 멤버들은 에이든 리에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째 멤버들과 함께 빠짐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제 쉴 시간까지 태워 가며 놈이 하루가 48시간인 양 살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피곤해질수록, 편곡이 에이든 리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수록 에이든 리의 텐션은 더더욱 가라앉고 있었으니 멤버들은 놈이 혹여나 과로로 쓰러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듯했다.
하지만.
“괜찮아요. 최소 1시간에서 최대 3시간이면 될 거 같으니까. 멤버들 가서 씻고 자려고 누울 때쯤엔 도착할걸요.”
“어?”
에이든 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기한을 말함으로써 멤버들의 얼을 빠지게 했다.
-오늘 작업은 몇 시간 할 거 같아?
-음~ 모르겠는데……. 뭐, 할 만큼 하면 끝내지 않을까요.
최근 그런 식으로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 가늠조차 하지 못하던 것과 달리 분명하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이다.
“그럼 나도 갈게.”
“유하도 가게?”
그렇기에 나는 에이든 리에게 대꾸하며 미리 가방을 챙겼다. 슬슬 회사에 도착할 듯했기 때문이었다.
내 말에 에이든 리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것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차피 극야 편곡하러 가는 거잖아. 그 무대 소화하는 게 너랑 난데 네가 가면 나도 가야지.”
“다 만들어진 다음에 연습해도 되는데.”
“됐어. 어차피 나도 연습할 거 있으니까. 곡 어떻게 되어 가는지 확인도 하고 싶고.”
“음, 그럼 OK.”
에이든 리는 굳이 나를 떼어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선선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때문에 나는 문득 직감할 수 있었다.
“정리는 이미 끝난 거였냐?”
“응, 오는 길에.”
에이든 리가 드디어 편곡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결정했다는 것을 말이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시작한 에이든 리는 최소 1시간이 걸릴 거라 말한 것과 달리 거의 30분 만에 편곡을 마쳤다. 이미 차를 타고 촬영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계획은 다 짜 놓았다는 듯이.
‘…에차르트답네.’
에이든 리가 ‘극야’를 편곡한 버전은 수십 개가 있었다. 그중에는 아예 원곡을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찢어발긴 것도 있었고, 아예 다 무너뜨린 다음 재조립한 것 같이 느껴지는 버전도 있었다.
그 모든 편곡을 들으며 내가 생각한 건 에이든 리가 어떻게든 더 트렌타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에이든 리가 그렇게 절박해 보일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놈이 만들어 낸 버전은 달랐다.
“깔끔하네.”
“그렇지?”
무언가 덕지덕지 붙어 있던 기존 편곡들과는 달리, 에이든 리는 오늘 작업물에서 조금도 욕심을 부리지 않은 듯했던 것이다.
담백하고 깔끔하게, 지금까지 어떻게든 원곡을 넘어서 보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지난 작업물들과는 달리 곡이 흘러가도록 그대로 내버려 둔 듯한 느낌. 거기에 제 개성을 덧붙였을 뿐인.
“원래는 더 나은 걸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
그 작업물을 두고 에이든 리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원곡보다 편곡이 더 좋다고 하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시도해 보는데도 마음에 안 들었고, 다 너무 부족한 거 같이 느껴져서. 내가 들어도 이건 원곡 못 넘어선 거 같다, 그 생각 들었으니까.”
“…….”
“근데 실은 넘어설 필요 없었던 거 같아. 극야는 내 곡이 아니잖아.”
이제야 욕심을 버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에이든 리는 작업실 의자에 기대앉고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속 안에 들어차 있던 무거움을 전부 비워 낸 듯 홀가분한 한숨이었다.
“남의 곡을 내 곡으로 만들 생각을 했던 거지, 바보처럼.”
“얼티밋뮤직… 더 트렌타를 이기고 싶어서?”
나는 그런 에이든 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애초에 놈이 극야를 선택한 이유가 더 트렌타 때문이라는 걸 멤버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에이든 리처럼 눈치 빠른 놈이 우리가 그 사실을 눈치챘음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상대하는 건 미켈레도 아니고, 실은 얼티밋뮤직도 아니고 LON인데 괜히 몰입한 거지, 뭐. 나, 지기 싫었거든. 내가 뒤떨어진다는 거 인정하기도 싫고.”
“네가 뒤떨어진다 생각했어?”
“성과에서는? 빌보드 오른 거 내 덕 아닌 건 아니까. 미켈레랑 더 트렌타 아니었으면 우리가 HOT 100 상위권에 들었을 거 같진 않아서. 원디어는 갈 길 멀잖아. 나도 알고는 있었는데.”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한 후 잠시 침묵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 벽에 걸어 둔, 자신이 작업한 앨범의 표지들을 바라본 후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근데 그냥 그게 운이라는 거 인정하기 싫었어. 자존심 상해서.”
처음으로 제 약한 점을 그대로 내보이면서 말이다.
나는 놈을 따라 에이든 리가 벽에 장식해 둔 앨범들을 바라보았다. 놈이 처음으로 제 곡을 대중에 내보였던 ‘디어돌’ 참여 앨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원디어가 발매한 모든 앨범의 커버가 걸려 있었다.
대중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번 앨범의 커버도 곧 그곳에 걸릴 테고.
“운이었긴 하지. 그런데 전조 없던 운은 아니지 않나.”
“…전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대꾸했다. 에이든 리가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하나 놓치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리가 가만히 고개를 기울이는 것에 나는 전조의 뜻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어떤 일이 생길 기미, 그게 이미 충분히 있었던 게 아니었느냐고.
“네가 지금까지 내보낸 곡들이 기대 아래의 성과를 가져온 적은 없다고 보는데. 너도 그건 알고 있잖아.”
“…….”
“그럼 그 성과가 쌓여서 운이 찾아온 거 아냐? 미켈레가 애초에 원디어를 샤라웃한 것도, 대뜸 작업을 하자고 건넨 DM을 무시하지 않은 것도 그 덕일 테고. 네가 지금까지 쌓아 온 것들이 그 운을 만들어 낸 거잖아.”
연예계만큼 운이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대중의 주목이나 좋은 기회는 불시에 찾아오고, 그건 아이돌을 비롯해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크게 바꾸곤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찾아온 운을 놓치지 않는 건 준비된 놈들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애초에 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실력일 테고.
대중의 관심이나 좋은 기회란 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고, 때문에 그렇게 불시에 찾아온 운을 잡아내 놓치지 않는 것도 결국 준비된 놈들이나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운을 붙잡는 건 아니니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기회란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 뿐이다. 운이란 건 그래서 휘발성이 강하고.
“더 트렌타와의 컬래버는 원디어에게 운이자 좋은 기회야. 그리고 또 다른 성과가 됐지. 누가 뭐래도 그건 미켈레가 원디어라는 팀에 흥미를 가지게 한 네 덕이고. 그러니 넌 이 성과를 발밑에 깔고 이용하면 될 일이야. 중요한 건 이 뒷일이지.”
“…….”
때문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언제까지 타오를지 알 수 없기도 했다.
‘뭐… 애초에 이 기회가 갑작스러운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원디어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부터 시작해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 오고 있었다. 커리어는 천천히 쌓여 가고 있었고, 지금까지 발매된 앨범들은 단 한 번도 하락세를 보인 적이 없다.
그러니 언제가 되었건 원디어는 아시아를 벗어난 쪽에서도 반응이 왔을 터였다. ‘히치하이커’가 미켈레에게 가 닿은 것을 비롯해 원디어가 미주투어를 할 정도의 관심을 받았다는 건 그 반응이 슬슬 터질 거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즉, 더 트렌타와의 컬래버는 그러한 관심을 조금 빠르게 불러오는 결과가 됐을 뿐이다. 그러니 앞으로 중요한 건 하나였다.
“그러니까 이 뒤에 뭘 보여 줄지는 네가 정할 일 같다.”
“……!”
“네가 뭘 원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네 직감만 따라. 지금까지 네 직감을 따랐다가 원디어가 잘못된 적은 없으니까.”
에이든 리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괜한 경쟁심에 사로잡혀 곡을 만들기보다는 놈이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고 싶어서’ 곡을 만드는 것 말이다.
‘누군가를 이기겠다고 생각하며 곡을 만들면 시야가 좁아져.’
들어 줄 상대를 한정하게 되니까.
무엇보다도 그건 에이든 리다운 행동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곡을 만드는 걸 즐기는 멤버였으며, 그런 만큼 지금껏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는 대로 곡을 만들어 오던 놈이었으니까.
‘그게 에이든 리의 장점이자 무기인 거고.’
즐기는 천재가 무서운 건 그래서다. 제 직감을 따르기 때문에, 그 즐거움을 제 작업물에 담아 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놈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놈이 만든 곡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고 누군가를 이겨 왔던 거고.
때문에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원디어의 곡으로 빌보드 HOT 100에 오르겠지. 네가 원한 대로 네 고향인 영국에서도 공연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고.”
에이든 리가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놈을 비롯해 원디어는 한없이 성장할 것이란 걸.
곡을 만들어 온 시간이 짧고, 더 트렌타에 비하면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경력과 인지도라 한들 그게 끝까지 그렇지는 않을 거란 걸.
‘에이든 리는 성장할 거고, 그건 이 팀도 마찬가지겠지.’
지금 에이든 리가 미켈레에게 묻어간다는 평을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곡은 더 트렌타의 이름을 달고 나왔고, 우리는 더 트렌타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진짜 그렇게 될 거 같아?”
“하면 하겠지. 넌 못 할 거 같냐?”
하지만 끝없이 걷다 보면 언젠가는 원디어가 더 트렌타를 앞질러 갈 날이 올 수도 있을 터였다. 갈 길이 멀다는 건 어쨌든 가기만 하면 된다는 뜻 아닌가.
내 말에 에이든 리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기울인 상태로 조금쯤 장난스럽게 능청을 떨었다.
“…흠. 그럼 그때 가서 만약 못 하면 유하 탓해도 돼? 나한테 너무 희망 심어 주는데, 지금.”
“먼저 윔블던 가겠다고 한 건 너였잖아. 책임 전가는 왜 해?”
“같이 가 준댔잖아. 그럼 짐 나눠 져야지. 나한테 희망 가지게 했으면 그 책임도 져 줘, 유하.”
“어이없네…….”
그에 에이든 리가 한결 풀린 얼굴로 가볍게 농담을 하는 것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완전히 제 페이스를 찾은 듯했던 에이든 리를 두고 헛웃음을 흘린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먼저 가게?”
“연습하러 간댔잖아. 대충 어떻게 할 건지 봤으니까 됐어.”
“요즘 연습 열심히 하네.”
“해야지.”
나는 그렇게 대꾸하며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SUB MISSION: 성장의 길』
달성도 – 92.7%
얼마 전에 시작한, 강현진 이후로는 처음 사용해 보는 ‘최적의 길’의 진행도를 나타내는 시스템 창을.
“너 혼자 무대 하는 거 아니잖아. 네가 뭔 곡을 들고 오든 소화해야 하고.”
에이든 리의 말이 맞았다. 짐을 져야 하는 건 놈뿐만이 아니었다.
원디어라는 팀의 멤버 모두가 더 나은 무대를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듯, 나 또한 그래야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메보 메보 하는데 그게 아이돌 사이에서나 인정받는 보컬인 거지 어디 찐 가수한테 비길 수나 있겠냐고ㅋㅋㅋㅋㅋ 아이돌 오타쿠들 하는 소리 들으면 기가참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마무리 작업 끝내면 먼저 가라. 늦어질 수도 있어.”
지고 싶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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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