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13)
데뷔를 했다 해서 연습을 덜하거나 레슨을 받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매번 무대가 있는 만큼 더 자주 시험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야 했기에 멈추어 설 수는 없었다. 그 어떤 콘셉트도 소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능력치를 쌓아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내 스텟은 [디자인 유어 아이돌> 이후 오른 적이 없지.’
그러나 그 가운데 내 스텟만은 여전히 데뷔 때의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경험치를 얻지 않는 건 아닌 듯했지만, 능력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을 덜하는 것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님에도 어째서 능력치가 오르지 않는지에 대해.
-유하는 진짜 한 번 데뷔했었던 사람 같아.
그에 대한 답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능력치는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내 능력치는 회귀 전의 것이니까.’
현재 나의 능력치는 내가 회귀하기 전, 즉 25살이었을 당시의 것이었다. 즉 지금보다 훨씬 이후에나 가지게 될 능력치였던 것이다.
‘즉 스물한 살의 원유하가 스물다섯 이후의 능력치를 가지게 되는 건 이상하다는 거군.’
때문에 시스템은 내게 일종의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했다.
시스템이 정해 놓은, 25살이라는 원유하의 끝. 그것을 넘어서기 전까지 나는 시스템에 의해 휘둘리며 성장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행운 룰렛을 돌리시겠습니까?』
YES / NO◀
때문에 시스템은 그 성장까지도 자신에게 맡기라 종용하고 있었고 말이다.
‘…간만에 기분 개같은데.’
내 인생을 남이 틀어쥐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때마다 나는 내 두 번째 삶이 시스템에서 잠시 빌려 온 것만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시스템은 내게 확실히 새로운 기회와 선택권을 주지만, 결국 제 틀 안에서 나를 통제하고 있었으니까.
너무나도 간단하게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기라 말하는 듯한 그 시스템 창을 보았기 때문일까.
『SUB MISSION: 성장의 길』
최적의 루트를 검색하시겠습니까?
YES◀ / NO
나는 굳이 다른 길을 선택해 버리고 말았다.
누군가를 성장시킬 수 있는 ‘통찰안’의 기능. 이전에 강현진의 슬럼프를 벗어나게 해 주었던 그 기능을 내게 써 버린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운 포인트를 지불해 가면서, 스스로 움직여야만 하는 쪽으로.
다만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스물다섯 이후에는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해 나가야 해.’
결국 시스템에서 벗어날 거라면 굳이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시스템에 맡기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아이돌을 하는 이상 실력은 꾸준히 쌓아 가야만 한다. 이뤄 내야 하는 성장에는 끝이 없겠고, 그건 시스템이 날 떠나간 이후에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그 성장까지도 손쉽게 이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진심인 만큼, 이 직업을 유지하는 능력은 오로지 내 힘이길 바랐으니까.
-[유하야, 우린 ‘Beyond’를 보컬 경연곡으로 선택하려고 해.]
굳이 반칙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걸 나한테 말해 줘도 돼?]
현지오가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원디어와 LON이 K-AREA에서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서로의 경쟁곡은 당일까지 몰라야만 했다. 그래야만 서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제 경쟁곡을 밝힌 현지오에게 내가 그렇게 묻자, 놈은 웃으며 대답했다.
-[모른다고 해서 너희 쪽이 덜 준비할 것 같지도 않고, 알았다고 해서 괜히 이쪽을 견제하기 위한 곡을 선택할 것 같지도 않아서.]
-[이래 봬도 경쟁인데, 우리가 무슨 곡을 어떻게 편곡할 줄 알고.]
-[하고 싶은 대로 할 거 아니야? 이든이 성격은 그래 보이던데. 정말 만에 하나 나쁜 방법으로 경쟁을 하려고 해도 네가 그걸 가만둘 리도 없고.]
-[…너무 믿어 주는 거 아니냐? 우린 4년이나 경쟁해 왔잖아.]
-[그래서 믿는 거야. 네가 어떻게 경쟁하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유하 너는 편법은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알려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니까.]
-[…….]
-[난… 좀 즐겁거든, 이번 촬영. 다시 연습생 때로 돌아간 것도 같고… 내가 이제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네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도 될 거 같아서.]
현지오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줄곧 긴장한 채 무대에 올랐었다고 말했다. 무대 위라서 오는 긴장감과는 달리, 그건 자신이 정말 이 자리에 있어도 될지 모르겠다는 의혹에서 오는 긴장감이었다고.
-[모르겠어, 지난 연말 이후 뭐가 달라진 건지는. 하지만 그때 네가 그랬잖아, 이제 우린 옛날과 다르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응.]
-[무대 위에서 가끔 정말 괜찮은 게 맞나, 생각이 들 때면 그 생각이 나더라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긴장이 풀렸고. 이제는 무대 위에서도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아.]
현지오는 이내 자신이 이제 정말 데뷔를 했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벌써 데뷔 3년 차가 된 주제에 이제 와 이런 걸 느끼는 게 웃기지만, 이제야 정말 LON의 메인보컬이 된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어. 유하 네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도 보고 싶었고.]
그 때문에 나는 선택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성장하는 길,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온전히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길을.
지금의 능력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 보는 게 낫겠지.’
나 또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게 현지오든, 멤버들이든, 팬분들이든.
한 자리에 멈춰 서 있는 아이돌은 매력이 없고.
“원디어, 보컬라인 무대 녹화하러 이동하시겠습니다!”
“OK. 파이팅하자, 유하!”
“그래.”
오래 사랑받으려면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건 당연했으니까.
* * *
“와…….”
올팬은 탄식 같은 감탄사를 뱉어 내며 응원봉을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진짜 레전드.’
이제 막 끝난 LON의 보컬라인 무대. 방금 전 보았던 퍼포먼스의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아, 무대가 끝나고 세트를 교체하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와, 설마 저쪽 커플링곡을 가져올 줄은 몰랐네.’
LON이 경쟁곡으로 가져온 것은 원디어의 데뷔 앨범 커플링곡이었던 ‘Beyond’였다.
첫 앨범의 콘셉트인 청량에 맞추어 조금은 가볍고 몽롱한 음으로 가득 차 있던 반주는 편곡에 의해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바뀐 노래를 찰떡처럼 소화해 내는 현지오와 최한결에게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오 실력 더 는 것 같아.’
무엇보다도 메인보컬인 현지오는 그 무대에서 제 능력을 십분 발휘했고 말이다.
최근 U라이브를 할 때마다 보컬 레슨이 있다거나 연습을 하고 있다는 등 몇 번 말을 흘린 적이 있어, 현지오가 데뷔 이후에 오히려 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 상승을 꾀하고 있단 걸 모르는 팬은 없었다.
때문에 현지오는 매 활동곡마다 조금씩 성장한 모습을 보여 주곤 했지만, 오늘은 유독 감동이 심했다. 예상했던 대로 너무나도 날것의 라이브였기 때문에 현지오의 성장이 확실하게 느껴진 것이다.
“와, 숨소리 하나까지 진짜 다 들리네요…….”
“하……. 방송 송출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좀 쫄리긴 하는데, 진짜 같이 호흡하는 기분 아니었어요? 지오 실력 많이 는 것도 느껴지고. 감정이 정말…….”
주변의 피오니들이 말을 잇다 말고 한숨을 쉬는 걸 들으며 올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현지오라는 보컬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은 말들은 기교는 충분하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보컬의 기술적인 실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지만, 노래에 감정을 담는 것은 조금쯤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지오가 발라드 곡 부를 때 좀 아쉽단 평이 많았었는데.’
오히려 음색에 치중해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훈수질도 들어야 했고 말이다.
다만 그러한 반응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지오는 무대에서 자주 웃고 편안한 모습을 보이곤 했던 것이다.
그에 더해 이제는 어떤 복잡함 없이 감정이 충분히 담긴 무대를 보여 줬지 않나.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 기대 이상이었던 무대에 피오니들을 비롯한 현장의 방청객들은 감동한 기색이었다.
‘이 정도면 쉽게 이기겠는데.’
때문에 올팬이 오늘의 경쟁이 조금쯤은 쉬워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와아아아!”
주변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올팬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바뀐 세트 쪽으로 원유하와 에이든 리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관객들을, 정확히는 응원봉을 든 채 앞쪽에 자리한 유어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미쳤다, 뭐야? 흑백?”
“애들 진짜 오늘 작정했나 봐요…….”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올팬은 가만히 두 명의 의상을 확인해 보았다.
에이든 리는 검은 와이셔츠에 핏이 맞는 슬랙스와 부츠를 신고 있었고, 원유하는 그와 반대되는 어떤 장식도 없는 심플한 하얀 와이셔츠에 마찬가지로 색만 다를 뿐인 슬랙스와 하얀 구두를 신고 있었다.
화려한 액세서리도 과도한 스타일링도 없이 깔끔하게 머리만 세팅해 둔 채인 두 명은 방청객과 눈을 맞추며 인사한 후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에이든 리는 옷에 녹아들 듯한 검은 그랜드 피아노 쪽에, 원유하는 피아노와 약간 거리를 둔 작은 스툴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직후 두 명은 카메라 사인이 들리기 전 자리에 앉아 자세를 가다듬고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런 두 명을 약간은 시큰둥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조명 갑니다.”
올팬은 순간적으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파랗게 가라앉아 있는 무대. 그 위로 쏘아지는 하얀 조명이 제 얼굴 위로 닿자마자.
“……?”
“네, 녹화 들어갑니다. 3… 2……….”
에이든 리는 조용히 고개를 내리고, 그와 반대로 가만히 고개를 든 원유하의 얼굴 위로 그늘이 지며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무대에 감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뭔, 분위기가…….’
올팬은 머뭇대면서도 순간적으로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꼿꼿하게 편 허리와 대비되는 느슨한 어깨, 가볍게 마이크를 틀어쥐고 있는 손, 이미 단번에 몰입된 듯 나른한 표정.
그 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이전과 똑같은데도, 조명이 쏘아지고 원유하가 가만히 눈을 내리깐 것만으로 분위기가 백팔십도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바뀐 공기. 그에 침묵하는 좌중 속.
-♩♬
가장 먼저 들려온 건 침묵을 깨는 피아노 소리였다.
흠칫 놀란 올팬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랜드피아노에 앉은 에이든 리가 수려한 손을 뻗어 건반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그 무엇보다도 밀도 있는 감정을 담아 손을 움직이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