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17)
‘와.’
힘 진짜 빡 줬네.
원디어와 LON, 두 팀의 모든 유닛·스페셜 무대가 끝나고 투표가 종료된 직후였다. 엔딩을 위해 준비된 무대 세트를 본 홈마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곡에 맞는 적절한 세트가 준비되어 있던 건 지난 무대들도 마찬가지였으나, 방송의 대미라 할 수 있는 타이틀곡 무대는 그 수준이 남달랐던 것이다.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는, 어딘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건물들. 무채색 장미꽃이 장식하듯 건물의 틈새마다 피어 있는 가운데 자리를 잡고 인스트가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멤버들.
‘코디도 장난 없다.’
연결을 표현하는 듯 서로의 팔과 다리를 잡고 첫 대형을 맞춰 낸 멤버들은 하얀 의상을 입고 있었다.
약간 핏이 넉넉한 셔츠와 캐주얼한 흰 바지. 손목과 발목 즈음에서 조여지는 구조의 옷들은 멤버 각자의 매력에 맞게끔 포인트가 제각각 달랐다.
자칫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의상이기에 가슴팍의 포켓, 어깨 부분의 트임 등으로 디테일을 조금씩 다르게 해 의상에 변주를 준 것이었는데, 그에 반해 의도된 공통점도 또 하나 있었다.
‘리본 늘어뜨린 사람 누군지는 몰라도 복 받았으면.’
모두의 몸을 구속하듯 묶고 있는 푸른 리본 끈 말이다.
하얀 셔츠를 입은 팔에서, 바지에서, 푸른 리본은 멤버들을 연결하고 또 단단히 붙잡아 놓듯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내추럴한 헤어와 함께 몽환적이고 나른한 느낌을 더해 주는 듯한 메이크업은 더더욱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앨범의 발매와 함께 열린 컴백 쇼케이스와 비견될 정도로 빡센 무대 세트와 코디. 그에 홈마는 기대감에 부푼 심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엔딩까지 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딱 한 가지만 빼면.
연차상 LON의 후배였으므로, 원디어는 엔딩을 장식하지 못했다. 때문에 홈마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와아아아!]곧 그 아쉬움을 지워 버릴 수 있었다.
오히려 유닛 무대의 여운이 끊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다음 무대를 이어 나가는 게 더 좋은 일임을, 무엇보다도 그걸 ‘의도하고’ 곡이 만들어졌음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홈마는 어느새 익숙해진 전주에 기대감 섞인 눈을 빛냈다. 스치는 듯 가벼운, 어딘가 몽롱한 휘파람 소리. 그와 함께 연주되는 피아노 리프.
-ah~
들려오는 허밍. 속삭이는 듯한 원유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멤버들은 뭉쳐 있던 대형 속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다.
한 명씩 대형에서 벗어나는 멤버들의 동작은 물 흐르는 듯 부드럽다. 세트장 뒤로 파동처럼 번지는 아지랑이를 표현하는 것처럼.
멤버들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옷에서 흘러내리듯 묶여 있는 푸른 끈이 가볍게 휘날린다. 그 이미지가 주는 묘한 분위기에 따라 멤버들이 서로에게서 몸을 틀었을 때, 중앙에는 강현진이 홀로 남는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강현진의 눈동자에는 어딘가 묘하게 초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사람을 당겨 오는 듯한 깊이 있는 무게감으로 강현진이 입을 열었을 때.
-꿈결같은 목소리
난 너와 더 가까워져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심장이 울리는 듯한 무거운 베이스 소리가 깔리며 멤버들이 빠르게 삼각형 모양의 대형을 만들어 내 다시금 연결된 것이다.
-like a destiny 네 온기를 느낀 건
내 가슴은 폭발할 듯 뛰어
너와 마주친 그 순간부터
몸을 낮추는 멤버들 사이에서 강현진이 가볍게 제 귀를 건드리며 손을 뻗는다. 유연한 동작에 이은 초연한 표정.
몸을 비트는 강현진의 반대 방향으로 스치듯 빠져나오는 건 주단우다.
-chase your scent
번져 오는 tempt
남겨진 너의 흔적을 쫓아
내 안에 지펴진 불씨
-이젠 눈을 떠도 네 생각에 잠긴 채
떨쳐 내지 못해
낮게 깔리는 주단우의 나지막한 랩과 함께 천세림이 파트를 잇는 동안 유연한 군무가 따른다.
팔과 다리를 이용해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듯한 안무. 끊는다기보다는 모든 동작을 연결시키는 듯 나른한 움직임 속에서 확실하게 주어지는 완급 조절.
여기에 홈마는 유독 멤버들의 페어 안무가 많다는 점에 흡족함을 느꼈다.
서로를 터치하고 어긋나면서도 다시금 연결되는 듯한 동작. 쫓고 쫓기는 것 같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찾아내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 곡에는 또 한 번 변주가 가해진다. 현악기가 더해지며 고조되는 것 같던 반주가 어느 순간 공백을 담고 가라앉은 것이다.
-This love that burns more deeper
(deeper, deeper)
이 감정은 더 뜨겁게 날 몰아붙여
-This obsession takes me higher
(higher, higher)
어디까지 치솟을지 알 수 없어
그러한 공백을 채우는 건 보컬이다. 천세림과 함께 등장한 도지혁이 포인트를 주듯 노래를 하는 동안, 원유하의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 부추기듯 마지막 구절을 반복한다.
-온도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열기로
하얗게 타올라, 네게로
그리고 감정을 몰입시키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원유하의 프리코러스와 함께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공백을 메우는 속도감 있는 베이스.
‘어라?’
그에 홈마는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발매 후 이미 몇 번이고 들은 탓에 더 새로움을 느낄 일은 없었을 텐데도, K-AREA에서 듣는 ‘Flame’은 발매 쇼케이스에서도, 음방에서 들었던 것과 왠지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새로운 느낌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Fallin’ into the white flame
(more deeper, more higher)
끝없이 타오르는 desire
너로 인해 나는 번져 가
거부할 수 없는 충동이 돼
이전에 나왔던 모든 곡의 ‘절제’가 바로 이 곡을 위한 것이었음을 홈마는 바로 깨달았으니까.
빠르게 휘몰아치던 반주가 멈추고 무대 세트의 꽃들에 색깔이 비춘다. 어느새 하얀 장미가 되어 버린 꽃들 뒤로 하얀 불꽃의 이미지가 번져 나가며 이전의 절제와 대비되는 화려한 반주가 터져 오른다.
-Fallin’ into the white flame
(more deeper, more higher)
점점 몽롱해지는 fever
너로 인해 나는 퍼져 가
멈출 수 없는 this flame
몰아치는 현악기 소리, 반복되는 피아노 리프, 그 위를 맴도는 휘파람 소리. 후렴구를 장식하는 건 멤버들의 합창이었다.
절제 뒤에 따르는 화려한 보컬. 차마 무대에서, 귓가에서 들려오는 노래에서 고개를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은 몰입감에 홈마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어지는 군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일곱이 모두 보일 수 있는 W자 대형으로 선 멤버들이 몸을 쓸어내리는 동작을 선보일 때마다 유혹하는 듯 강렬한 이미지가 보여졌으니까.
몸에 묶인 리본은 흐르는 듯 움직이는 멤버들을 따라 유연하게 흔들리며 동작을 더 화려하게 만든다.
전신으로 번져 가는 열기를 표현하듯 팔과 다리, 목을 가볍게 쓸던 멤버들은 곧 목을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열기가 치솟아 몽롱해지는 자신들을 표현해 냈다.
-아득히 타올라, 네게로
그리고 또 한 번 흩어지는 멤버들 사이, 천천히 고개를 숙인 원유하가 고개를 틀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을 때 홈마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터뜨렸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스포일러 작성자의 말처럼 원디어가 칼을 갈고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는 게 너무나 확연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홈마가 감탄한 건 원디어가 너무나도 똑똑한 형태로 K-AREA에 무대를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유닛곡이 다 이어져.’
원디어는 LON의 곡을 가져와 편곡하면서도 타이틀로 이어지는 일종의 흐름을 만들어 낸 듯했다.
유닛곡에 들어가 있는 반주의 형태, 편곡을 위해 변경한 트랙에 추가된 악기들이 ‘Flame’과 묘하게 이어지는 구석이 있으면서도 모든 곡이 마지막 곡을 위해 세팅돼 있었으니까.
즉, 원디어는 하나의 테마에 맞추어 자신들의 콘서트에서나 쓸 법한 방식을 택한 듯했다.
그에 홈마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승부사다.’
방송사 좋자고 꾸린 K-AREA의 유닛 무대를 자기네들의 타이틀곡을 돋보이게 할 수단으로 삼았다는 건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생각해 낼 수 없는 방법이었으니까.
이와 함께 느껴진 건 곡을 편곡해 낸 에이든 리의 확실한 의도였다.
-Can’t escape, can’t break free
Every moment You got me under its spell
I’m yours, can’t you tell?
-(네 모든 것이 날 사로잡아
어디서든 네 이름을 불러)
그는 곡이 진행되는 내내 말하고 있는 듯했다. 원디어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고.
이유는 하나였다.
-예정된 파멸 What’s wrong with that
재해 같은 감정 조절할 수 없는 사고
끝내 재가 되어 버린대도
그는 방송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Flame’을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하게 받아들이길 바란 것이다. 그래서 ‘진짜 자신들의 곡’을 돋보이게 할 수단으로 부러 이전 곡들에 흐름과 공백을 만든 거고.
그리고 그건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전 곡들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보는 ‘Flame’은 그 어떤 때보다 더 격정적으로 닿아오고 있었으니까.
2절에 이어 다른 멤버들이 양옆으로 빠지며, 중앙으로 나선 건 유찬희와 주단우, 천세림이었다.
주가 되는 유찬희와 주단우에 맞추어 숨을 불어넣듯 천세림이 포인트를 준다.
-예측할 수 없는 불길에 기꺼이 날 맡겨
위험할수록 달콤해지는 마음
-(순조롭게 어긋나는 감각)
-모든 게 사라질 때까지
끝내 네게 닿을 때까지 타올라
Cause I’m caught, you know that
직후 다시금 양옆에서 중앙으로 합류한 멤버들에 맞추어 강현진과 도지혁에 의해 댄스 브레이크가 펼쳐진다.
두 개의 대형으로 나뉜 멤버들이 서로에게 손을 뻗으며 자리를 바꾸고, 이내 그들이 한데 섞여 들어가다 이내 두 명을 중앙에 둔 채 다시금 거리를 벌린다.
그렇게 나타난 것은 에이든 리와 원유하였다.
-알 수 없는 이 열기의 끝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은 낙인이 돼
나지막한 음성으로 숨을 몰아쉬듯 노래하는 에이든 리. 허스키한 목소리 뒤로 이어진 건 덤덤한 원유하의 보컬이었다.
몸을 낮추어 서로를 잡았다 놓는 동작 뒤, 원유하는 천천히 걸어나와 노래한다.
-미쳐 버린 대도 널 쫓아 영원한 불길로
마침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돼-
순간 모든 것이 놓아지듯 사라진 반주. 그에 맞추어 가볍게 쏘아지듯 울려 퍼지는 원유하의 목소리. 그에 홈마가 순간적으로 아득함을 느끼는 동안, 배경이 변화한다.
“미친…….”
화려한 군무와 함께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3절에 맞추어 하늘에서 흩날리는 색색깔의 컨페티. 하얗게 물들었던 배경과 세트의 장미는 어느새 파란색으로 물들어 간다.
극적인 변화. 그와 맞추어 또 한 번 몰아치는 반주와 함께 멤버들의 합창이 이어진다.
-Fallin’ into the white flame
(more deeper, more higher)
끝없이 타오르는 desire
너로 인해 나는 번져 가
거부할 수 없는 충동이 돼
Fallin’ into the white flame
(more deeper, more higher)
점점 몽롱해지는 fever
너로 인해 나는 퍼져 가
멈출 수 없는 this flame
아득히 타올라, 네게로
그 뒤로 쌓이는 화음은 원유하와 에이든 리의 것이다.
사람들을 고조시키는 반주와 아득함을 느끼게 하는 합창 속, 원유하와 에이든 리가 쌓아 올리는 백 보컬은 곡에 한층 화려함을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남는 것은 인트로와 동일한 휘파람 소리다. 피아노 리프가 사라진, 황량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공백.
그 안에서 다시금 중앙으로 나온 것은 두 사람, 강현진과 주단우다.
-Can’t resist, can’t turn away
(cause)
낮게 깔리는 화음을 배경으로 속삭이는 목소리. 모든 힘을 연소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천천히 뒤로 걷는 멤버들 사이, 주단우는 고개를 돌린 채 마지막으로 읊조린다.
-(My heart’s on fire)
끝내 토해 내진 마지막 소절. 자리에 멈추는 멤버들.
“…….”
홈마는 뒤돈 채 고개만 카메라 쪽으로 돌리는, 상기된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말을 잃고 말았다.
[투표의 결과는…… 무승부입니다!]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케아 결과: 무승부
원디어 1승 1패 론 1승 1패로 동점
이긴 무대는 극야랑 클라우드나인
근데 나는 솔직히 타이틀곡까지 투표 붙였으면 원디어가 이겼을 거라고 봄…. 이건 론 노래가 안좋다거나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케아 무대로만 쳤을 때 원디어가 머리를 ㅈㄴ잘썼음;
└엥 왜? 머리 쓸 일이 뭐 있어?
└궁금하면 케아 봐봐;; 지금 미튜브 가면 케아에서 올려준 직캠도 볼 수 있는데 진짜ㅋㅋㅋ 이건 유닛곡 무대랑 타이틀곡 다 이어서 봐야됨… 그럼 이해할거임…
-얘들아 누가 더 위너같아?
방구석에서 대가리벅벅긁으면서 아이돌무시하고 진짜음악 나불대면서 님 음악 하타취~ㅎ 이러는 자칭 진짜리스너들
본업 개확실하게 하면서 자신이 숟가락얹었네 하는 말 듣게 한 쪽 회사가 만든 곡 개쩔게 편곡해서 자기 곡 아래에 깔고 누가들어도 상타취 라이브 선보인 아이돌
└닥후자;
-얘들아 청순한데 유혹적일 수 있어? 유혹적인데 청순할 수 있어? 그 어려운 걸 원디어가 해냅니다
경쟁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원디어가 끝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 낼 듯하다는 생각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