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25)
원디어와 LON이 다사다난했던 활동을 모두 마친 날 밤. 원유하와 현지오가 함께 진행한 합방에서는 두 팬덤 모두가 잊을 수 없을 만한 이야기가 다수 풀려 나왔다.
각 그룹 멤버들과 관련된 일화, 대뜸 전화를 걸어와 라이브에 난입하는 멤버들로 인해 발생하는 해프닝 등. 라이브는 대부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 냈다.
때문에 그날의 합방은 팬덤을 넘어서 다른 K-POP 팬들에게까지 넘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런 재미있는 장면들만으로 팬들이 그날의 합방을 ‘레전드’라 칭하는 건 아니었다.
-[솔직히 신기해. 오랫동안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고 숙소도 썼으니까 더 알 건 없겠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주 멤버들에게서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고 있거든. 대부분 좋은 방향이고, 그건.]
-[아마 다른 멤버들도 널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서로 성장해 나가는 거잖아.]
-[…그런 걸까? 다른 멤버들도 나랑 비슷한 시선으로 봐 주고 있는 거라면 정말 좋겠다. 나는 생각하거든… 이런 사람들이랑 같은 팀을 하게 된 건 내가 얻은 최고의 행운인 거 같다고. 그래서 좀 궁금했어, 유하 너도 그런 생각한 적 있는지. 나랑 같은 팀을 하는 게 이 사람들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
그날의 합방에서는 두 멤버가 서로 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가감 없이 보여 주었던 것이다.
팀 활동이 어떻냐는 채팅 질문에 서로의 팀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을 이야기하고 있던 중 나온 현지오의 질문. 그에 대해 원유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지. 이런 말 하면 또 나중에 클립 따다가 천세림이 단톡방에 올리고 낄낄대며 놀리겠지만.]
-[원디어 쪽은 진짜 재미있게 노는 거 같아. 사이 너무 좋다.]
-[막상 당해 보면 별로 재밌지만은 않아……. 어쨌든.]
솔직한 대답에 또 한 번 멤버들의 ‘몰이’가 따라붙을 것 같다며 벌써부터 질색하는 얼굴로 고개를 젓던 원유하는 곧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멤버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보다도 더 자주.]
-[난 원디어 보면 좀 운명 같기도 해,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모인 게. 내가 봤을 때 원디어 멤버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 없어서. 착한 것 같아, 다들.]
-[착하다기보다는 서로에게는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게 보여서 고마운 거고.]
-[아, 좀 취중진담 같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지난번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 했었지? 우리. 그때 일본에서….]
-[술 얘기는 하지도 마, 저번에 연말 끝나고 술 마셨다가 괜한 말 꺼내서 한참 동안 놀림받았으니까……. 네? 동영상 같은 거 있냐고요? …없어요.]
-[유하야, 유어원분들 쪽 채팅에 지금 세림이가 거짓말하면 되냐고 채팅 달았는데.]
-[…‘좋아지려고’ 노력한다는 거 취소. 사지로 밀어 넣네, 멤버가. 내 존엄 좀 지켜 줘라.]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원유하의 모습에 현지오는 한바탕 웃더니 이내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나 되게 자주 생각해, 원디어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서로 마음도 잘 맞고, 취향도 맞는 거 같고. 그래서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도 돼? 유하, 너는 처음부터 이 멤버들이랑 잘되겠다, 생각했었어?]
-[설마 그럴 리가. 그때는 솔직히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 사람도 너무 많은데 당시에는 주변을 신경 쓸 만한 여력도 없었고, 솔직히 일찍 떨어질 거라고도 생각했어서.]
그에 대해 원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백 명이 함께 참여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 연습생들 중에서 이 여섯 명과 어떻게 얽힐 줄 알았느냐는 거였다. 애초에 그럴 여력도 되지 않았고 말이다.
일찍 떨어질 줄 알았다는 원유하의 말에 유어원 쪽 채팅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폭발적으로 채팅이 달리는 동안, 원유하는 빙긋 미소 짓고는 덧붙였다.
-[근데 멤버들의 첫인상만은 확실해. 나한테 가장 처음 말 건 게 에이든이었는데, 편집돼서 아무도 알지 못하시겠지만 자기 평가하러 내려가기 전에 에이든은 아예 선언했었거든, 자기 이름을. 그땐 솔직히 ‘뭐 어쩌라는 거지?’ 싶었지만.]
-[등급 평가 전에 대뜸 자기는 에이든 리다, 이렇게만 말한 거야? 이든이답다. 기억해 달란 거였나 봐.]
-[그랬던 거 같긴 해. 그다음에는 단우 형과 세림이와 만났고, 그다음이 찬희랑 현진이 형, 그다음이 지혁이 형 순으로 첫인상들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 당연히 초반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하나둘 같은 과제를 해 나가면서 후반부쯤 생각했지. 이 사람들이면 괜찮겠다는 거.]
원유하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 지금의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도움을 받았고 그로 인해 어쩌면 데뷔까지 버텨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데뷔 후도 마찬가지야. 나도 마찬가지거든, 멤버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발견하는 건. 그런 게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고. …아니, 이건 정정할게. 이 사람들이 모여서 ‘몰이’에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그건 나쁘네.]
-[그러는 유하 너도 자주 멤버들 놀리는 거 같던데? 편해 보여서 보기 좋았어, 나는.]
-[…그래? 편해 보였어?]
그에 원유하는 잠깐 놀란 듯한 얼굴을 했다. 타인이 자신들을 보았을 때 편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원유하는 잠시 동안 침묵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아주 예상 밖의 말을 들었다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가. 익숙해지긴 했나 보다. 생각해 보면 거의 3년이니까, 만난 지도.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원디어가 아닐 때가 생각나지 않는 건. 지금이 너무 편하니까. 이보다 더 좋은 ‘현재’는 생각 안 나고.]
-[응. 지금이 너무 좋아서 예전 생각이 이젠 안 나지.]
원유하는 잠시간의 고뇌 끝에 현재가 정말 만족스럽다고 다시 한번 고백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너무 좋은 만큼, 과거를 오래 떠올릴 이유가 없다고.
그러면서 원유하는 말했다. 오랫동안 이 팀을 하고 싶다고.
-[지오 네 말이 맞아. 가끔 운명같이 느껴지거든, 이 팀이. 그래서 쉽게 깨지지 않을 운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너도 그럴 테지만.]
-[응, 되는 데까지 가 보고 싶지.]
-[어. 이왕이면… 그래, 말마따나 디너쇼를 할 때까지.]
-[아하하, 그럼 우리 오래 활동해야겠다. 서로 컨벤션 센터 빌려서 크게 열자. 아, 그럼 그때도 경쟁하겠네.]
-[그럼 그땐 동시 개최는 피하는 걸로. 나도 너희 쪽 디너쇼는 궁금하니까 그땐 관객으로 갈게.]
-[아, 좋아. 그럼 초대석 빼 놓아 주는 거야?]
-[기왕이면 티켓팅해. 좋은 자리는 팬분들 드려야 하니까.]
이렇듯 감동으로 시작해 또 한 번의 꽁트로 끝난 대화는 다음 화제로 이어졌으나, 그 대화는 클립으로 따여 두 팬덤에서 오랫동안 공유되었다.
-아니 얘들아 원디어는 가족이라니까
-ㅠ레전드아냐…? 유하 자기 친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 봐… 이게 친구의 맛이란 거임?ㅠㅠ 너 멤버들 앞에선 절대 이런 솔직고백 안하잖아
-불확실함으로 점철된 서바이벌에서 이토록 확실한 그룹이 나왔다는 건 정말 운명이라고밖에는
-디너쇼 얼마면 되는데 미리 공지해주라 총알장전해놓게
-솔직하지 못한 우리집 리더가 다른 집에서 우리 멤버 너무 좋다고 필터없이 고백하는 거 보고 지금 술까고 싶은 기분 됐는데 어떡함?
└같이마셔요~^^ (두병째 까면서)
-자기랑 오랫동안 함께한+함께할 수도 있었을 오랜 친구 앞에서 지금 자기 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는 유하 얼굴이 너무 행복하고 미련도 없어보여서 그냥 ㅈㄴ울거같음.. 난데없이 레전드로 심장폭격하는 것 좀 그만해주라 나 진짜 눈물날거같음
└우는 거 님만은 아닐 거 같은데요 라이브 보던 원디어 애들도 다 울었을 듯..
└제발 누군가 단톡방 캡처해서 올려줬음 좋겠어요 유하의 사랑폭격 받은 멤버들 반응 레알로 궁금함
└그럼 그거 푸는 김에 전설의 “원유하 술주정” 동영상도 제발;
└그거 유하가 디너쇼때 풀어준대요^^(날조)
각자 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두 멤버의 대화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보다도 더 오랫동안 팬들에게 여운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고 많았어.”
“오로지 애정이 있어 해낼 수 있었던 전시회였다……. 유하 덕분이지, 이게 다…….”
“그래, 내일 유하 보러 가니까 좀만 더 힘내고.”
그만큼 애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이틀간 진행된 전시회가 끝나고 내부 정리를 마친 홈마와 직장인 팬은 지친 걸음으로 술집으로 향했다. 당장 다음 날 예정된 연말 무대가 있는 탓에 많이는 못 마시겠지만, 원유하의 생일 겸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끝낸 것에 대한 자축을 하기 위해서였다.
“유하는 밥 먹었으려나. 미역국은 먹었겠지?”
“단우가 이런 거 빠뜨릴 애는 아니지. 아침에 해 주지 않았을까 싶어.”
“단우는 정말 밥에 진심이니까……. 정말 유하랑 단우랑 같은 팀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유하는 밥 먹는 건 그렇게 좋아하면서 또 엄청 간절하지도 않은 것처럼 굴잖아,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것처럼.”
“그런 걸로 치면 진짜 유하랑 같은 팀이라 다행인 멤버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 밥 안 먹었을 때 챙겨 줄 사람도 있고, 서로 건강이나 멘탈도 챙겨 주고 서로에게 엄격하게 굴어 준다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응. 그래서 팀 덕질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 같지… 하.”
“…울어?”
“아니, 오늘 라이브 봤잖아…….”
“아, 그거…….”
테이블에 도착한 술을 까던 홈마가 문득 울컥하는 것에 직장인 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난 또 왜 전시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에 휴대폰 꺼내 드나 했지. 설마 깜짝 생일 파티를 라이브로 송출해 줄 줄 누가 알았겠어.”
전시회가 한창 진행되던 저녁 여섯 시 즈음, 원유하의 깜짝 생일 파티가 라이브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목격한 유어원들은 또 한 번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고.
「SURPRISE!」
갑작스럽게 알림이 뜬 라이브 제목은 평소 멤버의 생일날 올라오곤 하던 것과는 달랐다. 특히 원유하가 내걸곤 하는 제목의 분위기와도 차이가 있었고 말이다.
그에 의아함을 느끼며 라이브를 본 유어원들은 모두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대기실로 보이는 공간에 멤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생일자인 원유하를 제외하고 말이다.
-[우리끼리 이야긴데, 오늘 깜짝파티를 할 거예요.]
이에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유어원들에게 천세림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천세림의 설명은 이랬다. 지난 일 년여간 깜짝파티를 계속해 온 탓에 멤버들은 이제 자기 생일날에는 무조건 파티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이에 따라 원유하도 오늘 그다지 긴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이다.
-[자존심 상해서 안 되겠어요. 얼마 전에 감동받는 일도 있었는데 유하 형에게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주겠어.]
-[그, 웃게 만들어 주겠다가 좀 더 좋은 이야기 아닐까, 세림아….]
-[무슨 소릴. 단우 형, 기쁨의 정수는 눈물이라고요. 뭣보다 전 너무 유하 형이 우는 걸 보고 싶고요. 유하 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운 적 없으니까.]
-[하하, 세림아. 결국 유하가 우는 게 보고 싶단 거구나?]
-[멤버를 울리는 게 맞는 걸까……. 그건 잘 모르겠긴 한데…….]
-[오, 나도 그건 궁금하긴 한데.]
-[어쨌든, 지금 유하 형은 잠깐 매니저 형이랑 나가 있거든요. 일부러 휴대폰도 두고 가게 만들어 놔서 저희가 라이브 튼 건 모를 거고요. 이때 파티를 준비해 보려고 해요.]
-[너 진짜 깜짝파티 중독이다…….]
멤버들이 한마디씩 덧붙이는 와중에도 천세림은 우직하게 주먹을 쥐었다. 최근 ‘레전드 멤버 사랑’을 보여 준 만큼 원유하에게도 동일한 감동을 돌려주겠단 거였다.
다만 어떻게 원유하에게서 눈물을 뽑아낼 거냐는 질문에 천세림은 씩 미소 지으며 답했다.
-[실은 유하 형한테서 눈물 뽑아내기는 생각보다 쉬울 거 같아서요. 한번 해 보죠.]
더없이 호기로운 선언. 그러나 뒤이어진 ‘준비’에 라이브를 지켜보던 유어원들은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냐?]
-[서프라이즈~!]
천세림이 준비한 건 더없이 간단하지만, 어찌 보면 예상외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원유하의 예상을 빗겨 나간, 예상외로 성공적인 ‘서프라이즈’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