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이번 촬영은 제작진 인력을 최소한으로 배치해 최대한 MT와 휴식이라는 콘셉트를 살리는 쪽으로 되어 있었다.
때문에 멤버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매니저 형 없이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차는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들을 나누어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배치 끝에 나뉜 팀은 둘.
“그래도 다행이다, 팀에 면허 소지자가 꽤 있어서.”
“최근에는 운전을 안 한 지 좀 되긴 했지만요.”
“…여행자 보험 들까?”
“…그 정돈 아니에요.”
“현진아, 힘들면 바로 나랑 교대하자.”
한 팀은 형 라인. 운전자는 강현진, 조수석은 도지혁, 또 다른 운전면허 소유자인 주단우는 뒷자리.
“형은 운전면허 언제 땄어요?”
“나 연수받을 수 있는 나이 되자마자 바로. 우린 연수 기간이 좀 오래 걸려서 진짜 딴 건 한국 나이로 한… 열아홉쯤이었나? 한국 오기 전이었어.”
“오, 좀 됐네요? 근데 전 왜 한국에서 형이 운전하는 거 본 적이 없죠?”
“흠, 스케줄 다닐 땐 딱히 쓸 일 없으니까? 우리 휴가도 별로 없어서 한동안 못 쓰기도 했고.”
“…그럼 한국에서는 운전 많이 안 해 본 거 아니에요?”
“근데 저 지금 생각난 건데… 영국은 운전석 오른쪽 아니에요? 좌측통행이라. 거기에 한국에서 운전 별로 안 해 본 거면… 별로 익숙하지 않겠네요? 한국 도로에.”
“…지금 바로 보험 들 수 있나?”
“다들 안전벨트 꽉 매라.”
“아니, 나 운전 잘해!”
또 다른 팀은 막내 라인. 유일한 면허 소지자인 에이든 리는 운전자, 조수석은 나, 막내인 천세림과 유찬희는 뒷자리였다.
‘근데 정말 운전을 맡겨도 되긴 한가.’
다만 어쩐지 의심스러운 에이든 리의 경력에 나를 비롯한 막내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유하 형, 형은 면허 없어요? 뭐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아르바이트 하려고 원동기 면허 따 놨던 거라 지금은 쓸모 없어. 그러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단우 형 불러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형!”
“나 기본기 탄탄해! 한국에서는 그냥 운전할 일 별로 없었단 거지 운전 안 한 건 아니야. 디어돌 직전까지만 해도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구.”
그에 원동기 면허밖에 없는 내게까지 질문이 돌아오는 것에 에이든 리는 억울해진 모양이었다. 바로 자신의 운전 경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 온 후에도 운전을 했다고 말하며, 에이든 리는 데뷔 후에는 굳이 차를 끌고 다닐 일은 없었지만 면허가 아까워 시간이 날 때마다 운전 연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존심이 상한 듯 답지 않게 꽤 필사적인 변명이었다.
“흠. 왠지 형 가끔 되게 편안한 복장으로 어디 갈 때가 있다 했더니, 그게 연수였구나.”
“진짜 믿어도 되는 거죠? 우리 연초부터 막, 힘들어지고 그러는 거 아니죠?”
“믿어도 돼, 나 무사고야.”
“그래, 알겠어. 믿을 테니까 타라.”
“…유하, 왜 그렇게 말하고 보조 손잡이 잡아?”
“얘들아, 꼭 안전 운전 하고. 이든이도 힘들면 꼭 전화해, 중간에라도 교대하자.”
그 반응에 마지못해 차에 올라타면서도 나는 슬쩍 보조 손잡이를 잡았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것까진 알겠지만, 어쨌든 안전을 중시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이다.
“섭섭하다… 아무도 나 안 믿어…….”
“에이, 안 믿는 게 아니고 그냥 안전을 중시하는 거죠. 우리 몸 챙겨야 하잖아요~. 안전벨트는 필수니까.”
“한국은 뒷자리도 보조 손잡이 필수야?”
“…이거는 그, 덜컹거림 방지를 위해서라고나 할까?”
“형들 출발한다. 따라가자.”
그에 에이든 리는 시동을 걸 때까지도 툴툴거렸지만, 곧 자신이 완벽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신뢰를 얻기로 다짐한 모양이었다. 그 뒤로는 전례 없는 집중력을 보이며 그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운전을 선보였으니까.
“정답! 데이데이 선배님 MIRACLE!”
“오, 정답~! 찬희 1점 추가.”
“아~! 나 알았는데, 저거 인트로!”
물론 그 집중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놓쳐 버린 정답에 아쉬운 탄식을 내뱉은 에이든 리가 곧 핸들 옆을 손으로 탁 내리치는 것에 나는 슬쩍 앞을 살폈다. 사고란 방심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니만큼 혹여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다음 노래!”
“흠, 이번엔 뭘 틀어 볼까.”
“뭐가 나오든 이번에도 이든이 형은 한발 늦을 거 같은데.”
“아냐, 다음엔 진짜 맞춰!”
그러는 동안 세 명은 열성적으로 다음 노래를 고르기에 바빴다. 여행지까지 가는 길이 꽤 먼 만큼, 확실하게 시간을 때울 만한 게임을 찾아낸 게 무척 즐거운 모양이었다.
-심심한데 저희 노래 맞추기 할래요?
-오, 좋아.
-K-POP이면 누구한테도 안 지지. 뭐 걸까요?
-꼴찌에게 페널티 몰아주기로 갈까. 뭐가 됐든 ‘메큐원’ 다음 촬영 때 페널티는 꼴찌가 받기로.
갑작스러운 K-POP 맞추기 배틀이 열린 건 숙소에서 출발한 지 약 삼십 분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출근 시간을 피해 늦게 출발했음에도 서울을 빠져나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에 지루해하는 멤버들을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든 천세림이 시작한 K-POP 배틀은 꽤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작곡을 하고 있어 노래에 박식할 것 같던 에이든 리가 예상 외의 부진을 피해 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럼 최종 순위 정리할게요. 1등, 유하 형. 2등, 찬희. 3등이 이든이 형.”
“유하 왜 잘해?”
“아이돌 연습생만 오 년 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아무래도 신곡이 나오면 듣고 거울 모드 한 번씩 따 보는 게 일상이었다 보니. 애초에 K-POP을 좋아해서 연습생 해야겠다 싶었던 거기도 하고요.”
유찬희의 대답에 에이든 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설마 자신이 꼴찌를 할 줄은 몰랐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어느 정도 이 결과를 예상했던 듯했지만 말이다.
K-POP에 빠져 한국행을 결심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에이든 리는 장르를 접한 기간이 짧았다. 게다가 이 차에 탄 건 천세림과 유찬희가 아닌가.
“이 두 명이 예전에 K-POP 아이돌 추억 팔이 라이브 했던 거 기억 안 나냐.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감탄했었잖아, 너.”
“아, 맞다.”
천세림과 유찬희는 과거 한 명은 여자 아이돌, 한 명은 남자 아이돌 쪽으로 딥하게 파고들어 간 K-POP 라이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반응이 좋자 이제는 아예 시리즈처럼 정기적으로 추억 팔이 라이브를 하고 있기도 했고.
‘그 라이브 덕에 K-POP에 진심이라는 소문이 나서 음방 MC 자리까지 얻게 된 거니까 충분히 불리하다고 예상 가능했을 텐데.’
그러니 이 등수는 어쩌면 예정된 것과 다름없다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에이든 리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으니까.
“으, 이거 카메라 꺼내서 메모리 지우면 안 돼? 페널티 이상한 거 줄 거 같은데.”
“어허, 어딜 그런 소리를? 우리는 어떤 편집과 날조도 없는 리얼 방송이에요. 지금 시청자들 기만하려고 하는 거예요, 형?”
“편집은 있지.”
“날조도 있지 않나?”
“어쨌든, 페널티를 피하는 건 안 돼요. 내리자마자 제작진분들한테 연락해서 다음 촬영 때 이든이 형한테 페널티 주라고 할 거예요.”
“휴, 나는 유하가 꼴찌할 거 같아서 하려고 했던 건데 왜 내가…….”
“왜 갑자기 날 물고 늘어지냐?”
다만 에이든 리는 막상 꼴찌를 하고 나니 자신이 얻을 페널티가 좀 우려된 모양이었다. 아무리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에이든 리라고 한들, ‘메큐원’ 제작진이 멤버들을 어떻게 굴리는지 이미 충분히 아는 만큼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괜히 옆에 있는 날 걸고 넘어지는 것에 내가 한마디 하자, 에이든 리는 툴툴대며 답했다.
“유하 평소에 K-POP 이야기는 잘 안 했잖아. 그래서 유하 페널티 걸리면 합의해서 오늘 술 마시자고 하려고 했지.”
“아니, 그건 굳이 얘기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안 한 거고… 넌 왜 이렇게 나 술 마시는 데 집착하냐? 뭐 좋은 꼴을 본다고.”
“어, 유하 형. 그거는 동의 못 하는 발언이에요. 지금 원디어에서 형이랑 같이 술 마시고 싶어 하는 멤버들이 얼마나 많은데.”
“맞아요. 형, 진짜 저 소원인데 일 년에 한 번씩만이라도 같이 술 마셔 주면 안 돼요? 진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맥주 두 캔만.”
“그게 내 주량이잖아. 그냥 죽으라는 거랑 뭐가 달라?”
그에 합심이라도 한 것처럼 오늘 정도는 같이 술을 마셔도 되지 않느냐며 들러붙는 세 명에게 나는 칼같이 대꾸했지만, 놈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미련이 들끓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진짜 뭐지?’
그에 나는 혹시라도 뭔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눈을 가늘게 떴다. 멤버들이 가끔 술을 같이 마시고 싶다는 말을 안 했던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끈질겼던 것이다. 마치 뭔가 꿍꿍이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심지어 그때 그 술 우리랑 마신 것도 아닌데… 지오 형만 아는 거잖아요, 유하 형이랑 같이 술을 마시면 어떤지.”
“너무하다, 멤버는 우린데. 유하가 멤버를 사랑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그럼 딱 한 캔만 어때요? 형이랑 술 게임 해 보고 싶어요. 기껏 MT 가는데 게임을 안 하기는 좀 그렇지 않아요?”
“‘술’이 먼저야, ‘게임’이 먼저야? …어쨌든 게임이라면 할 수 있어, 굳이 술 안 먹여도. 그거면 됐지?”
“오, 그래요? 그럼 저희 MT 가면 게임은 하는 거죠? 이번에도 꼴찌 페널티 붙여서?”
“…너무 속 보이는데. 너 그렇게 해 놓고 술을 마시게끔 페널티 붙이려는 거잖아?”
“하하, 그건 아무도 모르죠. 단지 확언할 수 있는 건 페널티엔 제한이 없단 거예요. 근데 뭐, 괜찮지 않을까요?”
그에 나는 태연스럽게 능청을 떠는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다음 말을 듣는 순간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꼴찌만 아니면 페널티는 안 받을 수 있잖아요. 설마 형이 꼴찌를 하겠어요?”
왠지 오늘 하루가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
‘이 자식, 처음부터 이렇게 흘러가길 바라고 K-POP 배틀을 시작했군.’
오늘 천세림이 무조건 맥주 캔을 내 앞에 놓아 두고야 말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