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숙소에 도착한 건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1박 2일 동안 먹을 음식을 산 우리들은 도착 후에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오, 진짜 온수 풀 있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형들! 앞에 바다 있는 거 봤어요? 뷰 장난 아니던데, 좀 있다 산책 갈래요?”
“아, 이렇게 본격적인 곳일 줄은. 여름이 아닌 게 아쉽네. 지금 들어가면 많이 춥겠지?”
“지금 이 날씨에 바다 수영 하면 심장 마비 걸려 죽어요. …근데 진짜 좋긴 하네요, 숙소가.”
그건 바로 ‘포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큐원’ 제작진 측이 마련해 둔 숙소가 꽤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포상이라고 해 놓고 또 이상한 데다 굴리려 들 줄 알았는데.’
확실히 의외다 싶어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솔직히 MT랍시고 불러다 놓고 필요한 물품을 얻고 싶으면 미션을 해내라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숙소는 더없이 평범했던 것이다.
미리 설치돼 있는 카메라를 제외하곤 정말 최소한의 촬영 인력만 배치돼 있는 데다, 별도의 게임이 준비돼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정말 휴식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신기하네… 진짜 놀라고 하는 건가?”
“너무 평소랑 다르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다. 마트에서 음식 재료 살 때도 한도 없는 카드였고, 숙소도 너무 좋고. 아무리 포상이라 한들 평소에 비해서 너무 퍼 주는 거 같아.”
“…혹시 나중에 지금까지 쓴 돈을 전부 물어내라고 하는 건 아닐까. 노동으로 갚으라든가…….”
“…설마.”
“에이, 형들~! 뭐 그렇게까지 생각해요.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일 없는 거 보면 이번엔 아마 진짜 놀라고 하는 걸걸요. 솔직히 우리도 이런 거 찍을 때 됐잖아요.”
그에 의아함을 담아 주변을 둘러보는 나처럼 멤버들도 오늘의 촬영이 조금은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그중에서도 주단우와 강현진이 혹시 모르는 상상을 하는 것을 천세림은 낙천적인 말로 달랬다. 지금껏 아무 일 없는 거면 안심해도 되지 않냐는 것이었다.
‘확실히 따로 준비된 게 없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제작진이 평범한 촬영인 척하고 뭔가 비밀을 숨겨 놨던 전적이 많은 탓에 멤버들이 쉽게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긴 했지만, 나는 트렁크의 짐을 옮기며 몇 차례 숙소를 확인한 끝에 오늘 촬영에 별도로 숨겨진 것은 없는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숙소에는 꼭 필요한 물품이 빠져 있지도 않았고, 정말 휴식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멤버들과 함께 놀 만한 것들도 필요 이상으로 구비돼 있었다.
‘…너무 당하고 살았나.’
누가 봐도 멀쩡한 숙소를 너무 면밀히 살펴봤다는 것에 순간 현타가 와 나는 머리 위로 손을 짚었다. 몇 번을 확인해 봐도 오늘 촬영에 숨겨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러니 긴장할 필요는 없어 보였지만.
“형, 누가 먼저 바다 찍고 돌아오는지 내기할래요?”
“…보통 산책이란 건 여유 즐기려고 하는 거 아니었냐.”
천세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어떻게든 모든 내기에 나를 포섭시키려고 하는 데에서 그럴 수만도 없을 듯해 보였다.
대충 짐 정리를 끝낸 후 바다 산책을 나가자며 슬쩍 내기를 언급하는 천세림에게 내가 떨떠름하게 대꾸하자, 놈은 답지 않게 시무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 그럼 안 해요? …형이 게임해 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
“아쉽다. MT는 다들 처음이니까 이것저것 생각해 온 거 많았는데. 이렇게 아무런 목적 없이 우리끼리 노는 촬영은 거의 처음이니까 이번 기회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면 좋겠다 싶어서…….”
“…아니, 대체 뭘 얼만큼 하려고?”
“나름대로 프로그램 짠 게 있었는데. 폐기해야겠네요…….”
대체 뭔 프로그램?
제작진도 미션을 뺀 마당에 대체 무슨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으나, 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곤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바다만 찍고 돌아오면 되냐?”
“오~ 역시 유하 형!”
어찌 됐든 할 수 있는 거라면 굳이 흥을 깨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이런저런 사건이 겹쳐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나도 할래! 이번엔 꼴찌 안 해.”
“인원 수 느는 거면 이번에도 페널티 걸죠? 꼴찌하는 사람이 점심 먹고 뒷정리 혼자 다 하기 어때요? 그거 싫으면 다른 페널티로 바꿔도 되고~.”
“OK. 언제 출발해?”
“아, 그건… 지금요.”
“……!”
“야!”
“천세림, 이 치사한 놈아!”
“단우야, 현진아. 우리는 점심 준비 좀 해 둘까?”
“네.”
“얘들아, 늦지 않게 와.”
바비큐 위주로 해 먹기로 한 저녁은 막내 라인이, 조금 더 손이 가는 음식을 하기로 한 점심은 형 라인이 준비하기로 한 것에 따라 도지혁, 강현진, 주단우가 부엌으로 향하는 것을 뒤로하고 나는 천세림의 뒤를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막상 달리니 엔돌핀이 돌기라도 하는 듯, 앞서가는 세 명은 벌써부터 웃고 떠드는 등 난리가 나 있었다. 당장 12월까지만 해도 수심이 가득 찼던 게 무색하게 말이다.
그에 나는 조금쯤 안도하는 자신을 느끼고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뭘 하려고 하는 건지는 알겠어요. 근데 진짜 그래도 괜찮아요? 형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안 괜찮을 게 많으니까 묻는 거죠. KRM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연습생도 있어요?
당장 현지오와의 합방을 계획했을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일이 잘 마무리된 게 조금은 기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치우기 위해 내가 KRM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려 한다는 걸 말했을 때, 멤버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KRM가 소속 아티스트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아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괜찮겠죠, 형이 로드 매니징 받고 있으니까. 근데 그다음은요? 저희 계약 종료될 때쯤엔, 그게 아니더라도 솔로 활동이 허용되는 연차가 됐을 때 KRM가 형을 어떻게 대우할지 누가 알아요. 어떻게든 대차게 굴려서 형 굴복시키려고 할 거 뻔한데.
-굴복당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당장 3년이 지나고 나면 KRM는 내 활동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그룹 활동을 주로 하되 개인 활동이 허용되는 만큼, KRM가 내 개인 일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단 것이다.
KRM가 쓸 방법은 간단할 터였다. 솔로 활동이 허용되는 연차가 되자마자 KRM는 개인 일정을 다수 만들 것이고, 최대한 나를 팀과 떨어뜨려 놓을 것이다.
그래야만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 되어서 각자 솔로 활동을 위해 찢어지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테니까.
-그게 어렵다는 건 알잖아. 소속사가 뭘 풀지 어떻게 알고. 약점 잡고 있는 나까지도 이적은 어려웠는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시기를 잘 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다 내가 반항하면 괜한 말을 풀어서라도 내 몸값을 깎으려 할 게 분명했고 말이다.
이제는 완전히 로드 소속이 된 도지혁도 이적은 쉽지 않았다. 비베스트가 도지혁을 놓아주기를 아쉬워했을뿐더러 블랙오션과 얽혀 도지혁도 한동안 고생해야 했으니까.
-KRM을 나오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예요. 적대하거나, 아니면 아예 스스로 ‘안 팔리는’ 물건이 되어 KRM가 먼저 절 놔 주길 기다리거나. 후자는 논할 가치도 없죠. 그렇게까지 안 팔리는 아이돌이 될 생각은 없으니까.
다만, 나는 어쨌든 KRM와는 대적할 수밖에 없다 판단하고 있었다. 애초에 KRM를 나오겠다 결심한 이상, 어찌 됐든 그쪽과는 척질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아이돌 활동을 이어 가기 위해 KRM을 나올 수밖에 없다 판단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KRM는 왜 유하 안 놔주려고 해? 유하 마음 뜬 거 모르는 거 아니잖아. 거기 있어 봤자 제대로 말 안 들을 거 아는데 왜? 아니면 그냥 원디어를 유지시키는 쪽으로 합의할 수 있게 해 보면 안 돼?
-카르마는 재계약은 고려도 안 할걸요? 원래 그쪽은 자기 아티스트가 다른 곳 가는 거 싫어하는 걸로 유명해요.
KRM는 어떻게든 원디어를 해체시키려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찬희 말이 맞아요. 유하 형 말대로 가치가 떨어지면 잘 놔주지만, 그게 아니면 어림도 없어요. 저도 솔직히 유하 형이 카르마 남는 건 별로기도 하고요. 그쪽이 소속 아티스트 어떻게 대우하는지는 지난번에 너무 확실하게 본 것 같아서.
천세림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당시 KRM가 백이현과 나를 얽어 어떤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본 만큼, 천세림 또한 KRM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형, 진짜 형 중심으로 카르마가 새 팀 만들려고 할까요?
-그건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직 개인 활동 허용되는 연차까지도 일 년 반이 남았는데. 계약 종료까지는 한참 더 남았고. 그럴 기미는 아직 안 보이잖아.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유찬희가 말하자, 강현진은 곧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덧붙였다. 실장이 내게 연습생들을 보여 주기 전이었지만, 멤버들은 이미 KRM가 나를 그냥 놀리려 들지는 않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건 도지혁과 천세림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오히려 지금이니까 더 그럴 수도 있어. 어떻게든 유하를 붙들어 둬야 하기도 하고, 말마따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부터 조율해 볼 수도 있지.
-뭐, 모두 경험 있잖아요. 회사에서 데뷔조랍시고 몇 번이나 팀 만들었다가 엎는 건. 카르마도 똑같아요, 구심점 되는 멤버로 유하 형 하나 잡아 두고 그거에 맞춰서 계속 연습생 갈아치우면서 팀 구상 들어가겠죠.
-맞아. 솔직히 유하 형 하나만 잡아 둬도 다음 데뷔 남돌은 화제성부터 먹고 들어가잖아요. 카르마가 놓을 리가 없어요. 잡아 둘 수 없으면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무너뜨리려고 하겠죠, 루미엘 유아연 선배처럼. 이미 전적이 있는 만큼 그러다 보면 형이 처음엔 반항해도 나중에는 그분처럼 되돌아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할 테니까.
KRM에 대해 적대감이 짙은 유찬희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입을 열어 내뱉은 것에 멤버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그때였다.
-유하는 원디어가 아니면 아이돌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단우가 그렇게 물은 것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