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글쎄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주단우의 말을 들은 후, 내가 내뱉은 대답은 어이없을 정도로 맥빠지는 것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전제에 대해서는 그것밖에 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
되돌아오고 난 이후, 원디어 이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볼 여유가 있었을 리 만무했다. 시스템은 내가 ‘원디어’의 멤버로서 아이돌 활동을 하길 바랐고, 그 길이 아니면 내겐 죽음만이 있을 뿐이었으니까.
원디어라는 팀을 잃고 싶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건 단지 시스템이 이 길을 강요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쌓아 올린 ‘지금’을 굳이 놓고 싶진 않기도 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원디어로 활동하는 것보다 좋은 환경은 없었다.
회사와는 비전이 맞고, 우리가 실적을 내는 한 충분히 목소리를 낼 환경이 갖춰져 있다. 각자 크고 작은 고난을 통해 겨우 만나게 된 팀이기 때문일까, 멤버들은 팀에 대한 애정이 크고 서로 활동에 열의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 중간 탈주 하거나 괜한 사고에 휘말리지만 않는다면 원디어는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어.’
그러니 내가 KRM에서 다시 한번 커리어를 쌓아 나갈 필요는 없었다. 어떤 가능성이든 지금 확실하게 느껴지는 만족감보다는 덜할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또 하나가 더 있었다.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또 한 번 두 손 놓고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 말이다.
이미 한 번 팀을 잃어 본 만큼, 그게 얼마나 허무한지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팀이 해체되는 건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쌓아 올려 낸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팀을 지켜봐 준 팬분들에게 더없는 상처를 드리는 그 기분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한 것이니까.
그래서일까, 내뱉고 난 다음에야 확신할 수 있었다.
-뭐가 됐든 끝까지 원디어에 남아 있고 싶기도 하고요.
나는 무슨 일이 있든 원디어라는 팀에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란 것 말이다.
지금까지 원디어로서 쌓아 올린 성과. 팀 자체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또 한 번 과오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지난 생에 나는 팀의 해체를 막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여섯 명에게는 평생 말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나는 지난 생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팀을 떠난 사람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의 라이트닝은 ‘IF’의 상황을 꿈꿀 수조차 없게끔 처참하게 분열돼 있었다. 소속사도, 멤버들도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살아 있었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재계약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점이죠. 저와 KRM이 그렇듯, 멤버들의 마음과 회사의 마음이 동일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계약 종료 시점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될지도 모르죠.
-…….
-빠른 결정이긴 해요. 리스키하고요.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되든 전 끝까지 원디어로 남아 있을 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유하야…….
-그래야 만약 예기치 못한 일로 뿔뿔이 흩어진다 한들 돌아올 길이라도 생기잖아요.
-……!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겠죠. 누군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만약 다시 되돌아오고 싶을 때 한 명쯤은 그 자리에 있어야 다시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 누구 한 명이라도 팀을 지키고 있었다면 다시금 라이트닝으로 나설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이제는 상상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린, 사라진 ‘미래’의 가능성이지만 말이다.
‘그때로 되돌아갈 순 없다.’
되돌아갈 마음도 없고.
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끝까지 팀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도 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건 이게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제 마음은 그래요. 이 확신은 나중이 되어서도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KRM을 뜰 토대부터 쌓아 보려고 하는 거고. 그러니까 지금 물을게요, 제가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왜? 유하 네가 이미 마음먹었다면 그렇게 해도 될 텐데.
-아뇨, 허락은 필요하다고 봐서요. 저 혼자만의 판단으로 팀에 영향을 미칠 일을 할 순 없잖아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팀에 이익이 되어야지, 해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그에 멤버들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처럼.
내가 하는 건 멤버들에게도 부담을 지우는 일이었다. 내가 너무 확실하게 팀에 남아 있고자 하는 뜻을 보이면 팬분들은 다른 멤버들의 뜻도 궁금해할 터였으니까.
날 위해 그런 부담을 멤버들에게 지우는 건 부당하다. 그러니만큼 내가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멤버들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유하야. 네가 뭘 하든 그게 우리에게 해가 될 일은 없으니까.
곧 그러한 대답이 따른 것이다.
원하던 대답이긴 했지만, 나는 망설였다. 혹시나 멤버들 중 누구 하나라도 본심과는 달리 마지못해 동의하는 것일까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유찬희가 말을 걸었다.
-형, 쓸데없는 고민 안 해도 돼요. 저도 그렇고 천세림이나 다른 형들도 그렇고 정말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괜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어. 팀 중 한 명이라도 원소속사 뜰 기미를 보이면 다른 멤버들 소속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으니까.
-맞긴 해요. 재수 없으면 감시당하겠죠. 근데 아예 손해 보는 길도 아니지 않아요? 원디어를 지키려고 지금부터 초석을 까는 건 결국 멤버 전체한테 이득이 되는 거잖아요.
-여론전 밑밥 깔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죠, 뭐……. 솔직히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좀 일찍 시작한다 뿐이지, 이렇게 쌓인 여론이 나중에 저희 힘이 되어 줄 거잖아요.
뒤이어 천세림이 말하는 것에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천세림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이내 분석하듯 말했다.
-멤버 마음 확실하고, 여론 쌓여 있으면 계약 종료 시점 되어서는 소속사도 눈치는 보겠죠. 그 눈치는 어떻게든 원디어를 존속시키는 쪽으로 흘러가게 될 거고요. 감시해야 하는 건 회사뿐만이 아니에요. 저희도 소속사 감시해야죠. 쓸데없는 짓 못 하게요.
-…만약 부담이 된다면.
-아, 당연히 부담 되죠. 안 되겠어요?
천세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혀를 찼다. 그리고는.
-근데 먼저 부담 짊어진 건 형이잖아요. 그럼 멤버들도 동일하게 짊어는 져야지. 혼자 가는 팀 아니잖아요, 원디어.
그런 말을 함으로써 또 한 번 내 입을 다물게 했다.
내가 그러는 동안 멤버들은 하나둘 입을 열었다.
-유하야. 억지로 동의하는 거 아니니까 정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뭐가 되든 네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향으로 가겠지. 너 그런 애잖아. 네가 뭘 하든 믿을게. 걱정되는 건 오히려 그게 네게 너무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그거 하나지.
-현진이 형 말이 맞아요. 진짜 형은 달라지는 게 없어.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부터 본인이 먼저 손해 짊어지고 해결 방법 찾으려고 드니까, 사람 미안하게.
-미안하라고 한 건 아닌데.
-아, 알아요. 근데 내가 스스로 미안해할 순 있잖아. 나도 확 회사에다가 나가고 싶다고 지르고 싶단 말이에요. 근데 당장은 그렇게 못 해 줘서 미안하다고요.
-아니, 넌 최대한 끝까지 눈치 보는 게 맞아. 몸 사려. DIO도 졸렬하기론 KRM 못지않잖아.
-찔리는 말 할래요? …어쨌든 나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긴 할 거니까, 차라리 잘됐어요. 어차피 연습생 때 저한테 수 썼던 것부터 DIO는 내 안에서는 아웃이었단 말이에요.
-나도… 어차피 배우 소속사라 옮기긴 할 거였어. 방법은 나도 찾아볼게. 부모님부터 설득해야겠지만.
한 명은 조심스럽게, 또 한 명은 선언하듯 입을 연 강현진과 유찬희.
-애초에 솔로 활동을 하거나 딴 팀을 할 생각이었으면 내가 굳이 로드에 오진 않았겠지?
한마디로 일축한, 이 자리에서 제일 방향이 확실한 도지혁.
-흠, 난 솔직히 소속사 옮길지 말진 좀 더 생각해 봐야 되긴 하는데, 만약 원디어 안 할 거면 영국 갈 거야.
-아니, 뭐 그렇게 단칼이에요? 형 원디어 아니면 아이돌 안 할 거예요?
-안 할 건데?
-어?
-응?
-안 해, 난.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활동 시작한 거야. 회사랑도 그렇게 합의 봤었고. 나인히트랑 작성한 계약서에도 적혀 있어. 다른 멤버 소속사가 반대해서 팀 재결합 안 되면 모를까, 우리 회사가 반대하면 나 고소할 수 있게.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 그거 믿고 한국 왔으니까.
이미 원디어로 데뷔할 때부터 팀에 진심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진 에이든 리.
-일단 저는 불확실하긴 하거든요, 아마 회사에서 팀 준비해서 저 거기 끼워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저도 최대한 버텨 볼게요.
-너한테 해 안 갈 정도까지만 해.
-해 가도 뭐 어쩔 거예요. 그럼 회사가 저한테 해 못 끼칠 정도까지 올라가면 될 일인데. 솔직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고요. 생각보다 잘되고 있는 거 같거든요,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해 나가는 거.
-…….
-그니까 이건 형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날 위해서지. 아무리 봐도 이게 내 최선이거든요, 이 멤버랑 오래 팀 하는 거. 그러니까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마요. 이건 야망이거든요, 내게는.
본인다운 자신만만함을 보이는 천세림.
-난…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나간 걸 기적이라고 생각해. 데뷔라는 꿈을 이룰 줄도, 이런 멤버들을 만날 줄도 몰랐으니까.
-…….
-그러니까 난 원디어라는 팀이 있는 한 줄곧 함께하고 싶어. 그걸 위해서는 나도 최선을 다할게, 무슨 상황이 오든. 그러니까 유하 너도 혼자 부담 짊어지진 말았으면 해. 노력해야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굳건히 다짐하듯 말하는 주단우까지.
‘덕분에 질렀지.’
그 허락 덕분에 나는 현지오와의 합동 U라이브에서 이른바 ‘탈주’를 위한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괜한 부담과 마주하게 하진 않았나 싶어 여전히 우려스럽긴 했지만.
“아아악!”
“얘들아, 왔… 악!”
“추, 추워요…….”
그 이후 멤버들은 별다른 불안감이나 힘듬을 보이진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대화가 단합이 된 듯 좀 더 끈끈해진 분위기라면 모를까.
서로 팀에 대해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계약은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껏 자세하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다. 언급은 하되 서로 눈치를 살피고 가늠만 할 뿐이었지.
그러던 중 처음으로 서로의 확신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멤버들은 작년 말을 좀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었던 듯했다.
“아~ 찬희야! 들어가도 좀 조용히 들어가야지, 온수 풀에 다이빙하면 어떡해. 단우 형이 물 다 뒤집어 썼잖아.”
“니, 니가 먼저…… 이든이 형이랑 짜고 겨울 바다에 밀어 넣었잖아….”
“바다에 발 담글까 고민하길래 좀 더 호쾌하게 넣어 준 건데.”
“유하도 보냈어야 하는데, 아쉽다.”
“…보내? 뭘 보내? 천국?”
“에이, 놀러 온 김에 확실하게 놀아야지. 바다가 있는데 입수 한 번 안 할 순 없잖아.”
“벌써부터 재밌게 돌아간다, 이번 촬영.”
덕분에 이번 촬영은 멤버 모두에게는 작년의 피로를 모두 풀 날이 될 듯했고 말이다.
‘…맞겠지?’
…진짜 준비된 게 없다면 말이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