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 전 팀이 다 탈락했다고요?”
“네, 끝까지 촛불을 지켜 내지 못하셨거든요.”
시작점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먼저 간 팀이 전부 탈락했다는 소식에 남아 있는 멤버들은 전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지혁이 형이 탈락……?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지혁이 형만큼 겁 없는 사람 없는데.”
“지혁이 형조차 촛불을 지켜 내지 못할 정도의 뭔가가 있다는 건가? 뭘 숨겨 놓은 거지?”
“지혁이 형이 탈락할 정도면 깜짝 놀라게 하는 것만 있다는 건 아닌 거겠죠. 물리적인 게 있을 수도 있겠는데… 문제는 지혁이 형이 물리적인 공격에도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란 거고요.”
“근데 우리, 아무도 세림이랑 찬희가 탈락한 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네…….”
대체 뭐가 숨겨져 있길래 그 도지혁마저도 완주에 성공하지 못한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타공인 도지혁만큼 겁 없는 멤버는 없었으니까.
뒤이어 주단우가 어색하게 잊힌 막내들을 언급하는 것에 우리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도지혁이 탈락한 게 생각보다 좀 충격적이었다 보니, 같이 들어간 두 막내는 아예 언급조차 안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두 명 탈락은 예상했긴 하지만.’
공포 소재 콘셉트나 추격전 같은 것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유찬희가 촛불을 지켜 내지 못할 것은 대충 예상한 바였다. 천세림의 경우는 약간 의외긴 했지만.
“혹시 어떤 순서로 멤버들이 탈락되었는지는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탈락은 세림 씨, 지혁 씨, 찬희 씨 순이었어요.”
때문에 생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물은 질문에 PD가 그렇게 답한 후,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대충 가늠해 낼 수 있었다.
‘천세림은 아마 숨겨진 장치 같은 것으로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사람 때문에 놀라지는 않으니까.’
서프라이즈 중독자로서 사람이 자신을 깜짝 놀래키는 일에는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놈이다. 그런 천세림이 탈락했다는 건, 놈이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단 뜻이다.
즉, 제작진의 잔머리가 잔뜩 들어간 장치에 당했단 거겠지.
“초반부에는 장치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요. 보물쪽지가 숨겨진 방 외에 현진이 형은 웬만해서는 주변을 자세히 안 살피는 게 좋겠어요.”
“으음…… 알았어. 확실히 뭐가 튀어나오든 내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없긴 해.”
그렇다면 초반부에 신경 써야 하는 건 귀신에 약한 멤버가 제작진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잘 지켜 내는 것일 터였다.
“뒤에는 추격전이 있다고 봐도 되는 걸까? 유하야.”
“네, 지혁이 형이 당할 만한 건 그런 거겠죠. 아마 찬희를 지키려다가 탈락당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뒤이어 주단우가 묻는 것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가 탈락한 순서로 봤을 때, 그게 아니고서는 도지혁이 유찬희보다 먼저 탈락당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세림이는 장치 때문에 가장 먼저 탈락한 거고, 그다음에 지혁이 형이 찬희 지키려다 탈락하고, 찬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긴 했는데 결국 탈출을 못 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게 아니고서야 저런 식의 탈락 순서가 나올 리 없다. 개인전이었다면 모를까, 유찬희와 함께였던 이상 도지혁이 그를 두고 탈출하기 위해 내달렸을 리가 없으니까.
‘아마 도지혁이 추격하던 사람들을 막으면서 유찬희가 탈출하려 할 시간을 벌려고 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찬희마저 탈락했단 건 다른 곳에서 기습당했거나, 어떻게든 도지혁을 도우려다 촛불을 꺼뜨렸단 뜻일 테고.’
애초에 추격전에서 촛불을 들고 달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입 바람에도 잘 꺼지는 마당에 그걸 들고 달리면서 불을 지켜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그러니 도지혁은 허를 찌르는 방법을 택했을 터였다. 바로 자신의 촛불을 유찬희에게 맡기고 대신 추격자들을 막아 주는 것 말이다.
‘유찬희가 자신의 촛불을 지켜 주기만 탈락당할 일은 없고, 그럼 촛불을 든 사람이 출구로 나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가능하니까.’
즉, 탈출을 위해서는 서로 역할을 나눠야 할 터였다. 추격자가 있다는 전제하에 누구 한 명은 추격하는 사람을 막고, 다른 하나는 두 명 모두의 촛불을 들고 1층까지 무사히 ‘걸어서’ 도착해야 했던 것이다.
탈출은 촛불을 손에 든 사람만 가능하니, 결국 한 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게 되겠지만.
“그럼 우리 팀은 현진이에게 보물쪽지를 몰아주는 걸로 갈게. 그래야 내가 탈락되어도 찾아낸 포상은 가져올 수 있잖아.”
“그래도 되겠어, 단우야? 체력 소모 심할 텐데.”
“응, 괜찮아. 대신 보물쪽지를 찾을 땐 최대한 조심해 주고, 만약 추격전이 시작되면 촛불이 꺼지지 않게만 잘 주의하면서 걸어 줘. 오는 사람들은 내가 최대한 막아 볼게.”
때문에 주단우와 강현진은 빠르게 분업을 정한 후 들어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첫 팀의 탈락을 타산지석 삼아 최대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뭐… 정확히 말하면 이건 원디어 대 ‘메큐원’ 제작진 같은 구도니까.’
팀이 나뉘었다 한들, 이번 촬영은 결국 팀전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주적은 적은 ‘메큐원’ 제작진이라 볼 수 있고.
그러니 우리는 최대한 많은 수의 포상을 가져가야 했다. 그래야만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올 테니까.
지난 팀의 탈락으로 인해 보물쪽지는 전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니 상황은 원점이라 할 수 있었지만.
“잘 다녀와요. 꼭 탈출하고요. 조금 있다 봐요.”
“형들만 믿어요!”
“열심히 할게.”
“좀 있다 보자.”
전황은 밝아 보였다. 대충 폐교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도 파악이 끝난 만큼, 저 두 명의 조합이면 탈출하지 못할 것도 없었으니까.
* * *
“……지금까지는 별일 없긴 한데.”
“아마 추격전은 우리가 마음을 놓을 때쯤 시작되는 게 아닐까.”
주단우와 강현진의 폐교 탐험은 순조로웠다.
전 팀의 탈락 순서로 인해 어떤 식으로 제작진이 폐교를 꾸며 놓았을지를 미리 짐작한 채 들어선 만큼, 두 명은 빠르게 1층부터 3층까지를 격파해 나갔다.
-현진아, 2층에서는 웬만해서는 주변 안 둘러보는 게 좋겠어.
-왜, 왜?
-응, 여기 다 이상한 거만 있어서. 신기한 게 좀 많아. 나중에 다 치울 수는 있을까? 페인트도 그렇고 벽에 붙여 놓은 살점 같은 건 잘 안 떨어질 텐데……. 아, 혹시 나랑 떨어지고 내려가게 되면 웬만해서는 땅만 보고 걸어 줘. 옆 보면 놀랄 거야. 사람 얼굴이 있어.
-…꼭 그렇게 할게.
미리 합의해 둔 대로 보물쪽지를 찾는 방 이외의 공간에서는 계속 눈을 감고 있던 강현진을 주단우가 이끄는 식으로, 각 층의 특이점까지 잘 설명해 가며 나름 평화롭게 전진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팀의 도지혁이 방송을 위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한때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막내들을 그냥 둔 것과는 달리, 주단우와 강현진은 성실하게 옥상에 올라섰다.
그러는 동안 그들이 마주한 ‘돌발 상황’은 거의 없었는데.
“나는 공포 영화가 이해가 안 돼……. 왜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는 거지?”
“응,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게 맞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두 명이 이른바 ‘공포 영화를 시작도 못 하게 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이었다.
리액션이 적다 보니 방송 분량이 적을 수도 있을 듯했지만, 두 명은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앞팀이 전원 탈락된 만큼 두 명은 ‘성공’ 그 자체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최대한 함정을 회피하고, 위험해 보이는 건 건드리지 않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도 두 번씩 의심해 가며 마지막 장소에 다다른 주단우와 강현진은 마지막 초로 다가섰다.
“그럼 불 붙일게.”
“…그래.”
그리고 주단우가 들고 있던 초를 기울여 마지막 불을 붙인 순간.
타다다닥-!
“……! 현진아, 뒤에!”
“뭐, 뭐야? 이게 대체 뭐……!”
두 명은 분위기를 바꾸듯 들려오는 발소리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 다들 숨어 있었던 건지, 그들이 초에 불을 붙이자마자 나타난 끔찍한 귀신 분장의 추격자들이 옥상 문을 넘어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현진아, 가!”
그에 두 명은 각자의 역할대로 움직였다. 주단우가 최대한 추격자들을 막는 동안 강현진이 촛불을 든 채 1층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었다.
추격자의 수는 정해져 있는 듯했다. 때문에 그 모든 추격자가 옥상에 올라선 순간, 주단우는 강현진을 빠르게 옥상 바깥으로 내보낸 후 문을 닫았다.
“3층 계단 옆에 함정, 2층에선 땅만 보고, 1층에서는 교실 들여다보지 말고…….”
그러는 동안 강현진은 1층과 2층, 3층에서 말해 준 특이사항을 머릿속으로 암기하며 촛불이 꺼지지 않을 만큼의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1층을 눈앞에 둔 순간.
타닥-!
“……!”
강현진은 미처 옥상에 올라가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라스트 보스 같은 느낌으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를 1층의 추격자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마지막 추격자는 강현진이 약한 것들이 집대성되어 있는 듯한 분장을 하고 있었다.
드러난 살갗, 피투성이인 얼굴, 흐느적거리는 듯한 몸짓. 사람인 것을 알고 있어도 너무 리얼해서 더럭 겁을 먹게 되는 분장.
“…하.”
왜 이런 쪽에서 매번 진심인 건데…….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강현진은 눈앞의 추격자를 바라보았다.
“…지나가겠습니다.”
꿈에 나올 것 같은 얼굴에 강현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맥시멈의 사회성을 발휘해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넸지만.
“……!”
탈락시키기 위해 온 추격자가 똑같이 평범한 인사를 건네줄 리 없었다.
인사 직후 슬쩍 몸을 움직이자마자 말없이 달려드는 추격자에 강현진은 경악해 내달리려다 말고 손안의 촛불이 거세게 흔들리는 것에 멈칫했다.
지금 달리면 촛불은 백 퍼센트 꺼질 터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추격자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릴 수도 없고,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음에 강현진이 머뭇거릴 때.
“현진아!”
“…! 단우야!”
자신을 스쳐 지나가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에 강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옥상의 추격자들을 어떻게 한 건지, 주단우가 숨을 헐떡이며 어느새 1층에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주단우는 바로 강현진의 앞을 가로막은 채 추격자와 대치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추격자와 강현진, 주단우는 서로의 자리를 바꾸듯 원을 그리며 복도를 돌았고.
“지금 가.”
“……!”
강현진의 등이 탈출구와 가까워진 것을 확인한 주단우는 속삭였다. 그에 강현진은 어느새 코앞에 자리한 탈출구를 확인하곤 다급히 입을 열었다.
“단우야, 이 정도면 같이 탈출해도 될 것 같은데. 탈락자한테 또 어떤 페널티 줄지 모르잖아.”
성공이 코앞에 있었지만, 훗날 주단우가 받을 수도 있을 다음 촬영의 페널티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단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둘이 같이 가면 저분이 쫓아올 거야. 내가 막는 동안 네가 나가는 게 안전해. 그게 더 성공 가능성이 높고.”
“하지만 탈출구가 바로 코앞인데…….”
“현진아, 알잖아. 저번에 내가 그렇게 탈출 실패했던 거.”
“……!”
이미 한 번 경험이 있는 만큼, 주단우는 이번엔 최대한의 효율을 챙기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지난 우주 콘셉트의 촬영에서 주단우는 탈출구를 두고 강현진을 챙기기 위해 되돌아갔다가 실패를 맞이하게 되었으니까.
“네가 이기는 게 내가 이기는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
“…….”
그에 강현진은 잠시 침음했다. 이번 촬영의 모든 공은 주단우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 나가도 될지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찾은 포상은 꼭 단우 네가 먼저 고르는 걸로 하자. 다들 이해해 줄 거야.”
“응. 고마워, 현진아.”
주단우의 말이 맞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강현진은 자신이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약속을 한 후 뒤돌았다. 그러자 뒤에서 추격자가 다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강현진은 아랑곳않고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탈출 성공하셨습니다. 단우 씨의 촛불까지 가지고 나오신 관계로 단우 씨는 자동 탈락이고요.”
원하던 대로 처음으로 ‘이길’ 수 있었다.
* * *
“앞서 들어간 형들이 영화 한 편 찍었다는데.”
“……? 영화 찍을 일이 있어?”
“몰라? 되게 긴박하고 극적이었대. 엄청 멋있었나 봐.”
나는 제작진의 말을 귀동냥한 에이든 리의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주단우가 탈락하고 강현진이 탈출에 성공했단 것까지는 알겠지만, 그 외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도 가야지. 보물쪽지 좀 남아 있댔지?”
“응. 형들이 못 찾은 것도 좀 있나 봐.”
“최대한 털어먹어야지. 가자.”
그에 나는 뒷일은 방송으로 보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앞선 팀에서 성공을 거뒀으니, 우리도 한 명쯤은 성공해야 할 터였다.
“…….”
“……? 뭐야, 왜 안 와?”
하지만 나는 곧 얼마 걷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채 뒤돌 수밖에 없었다. 잘 따라오는 듯하던 에이든 리가 어느새 멈춘 채 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있어?”
나는 에이든 리가 보는 방향을 따라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거나, 벌써부터 추격자가 나타난 것인지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에 에이든 리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별것 아니란 투로 내뱉었다.
“그냥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어쩐지 묘한 느낌의 말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