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열심히 꾸몄겠는데.’
에이든 리와 함께 1층에 들어선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했다.
복도에 널브러져 있는 부서진 가구들하며 사람 모양의 마네킹들, 벽과 창문에 덧대어 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시트지에 페인트까지. 전날부터 열심히 준비하는가 싶더니 꽤 그럴싸한 풍경이 나온 듯했다.
“하, 진짜 싫다…….”
주변을 둘러보던 에이든 리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 진절머리 난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너 이런 분위기에도 약했었나? 귀신만 무서워하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왜 벌써부터 겁먹고 있어?”
“유하. 그 말은 공포 영화가 공포 영화인 줄 알고 틀었으면서 왜 무서워하느냐는 말이야……. 뭐가 나올 걸 아니까 무서운 거라고.”
놈답지 않게 일리 있는 말을 한 에이든 리는 심호흡을 하더니 한 발자국 더 걸음을 옮겼다. 이제야 용기를 좀 내 보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러다가.
툭.
덜컹-!
“으으아아악!”
“야, 촛불 조심해.”
주변을 둘러보느라 막상 자기 앞에 튀어나와 있는 함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건드려, 무너진 책걸상 사이에 있는 마네킹이 툭 튀어나오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지만.
“귀신의 집 같네.”
나는 피투성이인 마네킹을 치우며 말했다. 대부분의 장치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해 손에 든 촛불이 꺼지게끔 하도록 마련돼 있는 듯했다.
‘사람은… 복도에는 없는 것 같고.’
에이든 리가 제작진의 말을 귀동냥해 온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떤 형식으로든 추격전이 일어날 것임은 확실했다. 겨우 이런 장치 같은 것으로 긴박한 모습이 연출되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떤 쪽으로든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일 터.
“이제 슬슬 가자. 이러다 클리어하기 전에 초부터 다 녹겠……. 뭐냐?”
그에 주변을 수색해야겠다는 생각에 에이든 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곧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잠깐만.”
“…설마 우냐?”
“…하, 그냥 심장이 뛰어서 그래.”
이 소란에도 굳건히 자신의 촛불을 지켜 낸 것을 봐선 걱정할 필요 없다 생각했는데, 에이든 리는 놀라지 않은 게 아니라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리는 제 가슴에 손을 얹고 촛불을 제 숨결이 닿는 방향에서 멀리 쭉 뺀 채 심호흡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나는 새삼스럽게 에이든 리가 정말 오컬트류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귀신 같은 걸 본 적이 있다고 했던 것 같기도…….’
그에 나는 흐릿하게,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 에이든 리가 했던 말을 떠올려 냈다.
주단우와 천세림, 나와 놈이 같은 방을 쓰던 초창기에 우리가 머무는 연수원이 밤에 가끔 이상한 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며 놈이 말한 것이다.
-왜 이런 데에는 다 그런 거 있어……? 나 영국에서도 그랬어. 새벽에 연습실에서 나랑 같이 연습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밖에 나오니까 아무도 없었던 적 있었어.
놈은 당시 꽤 유서 깊은 예술 학교를 다녔는데, 새벽 연습을 하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연주를 한 박자 늦게 따라 치는 사람이었는데, 꼭 자기 뒤를 쫓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시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때문에 그게 한 시간이 넘게 지속되자 결국 머리끝까지 화가 나 밖에 나갔지만 아무도 없었다는 게 에이든 리의 ‘귀신 경험담’이었다.
“난 진짜 귀신 싫어…….”
모든 방이 비어 있는데 어딘가에서 놈이 연주하지 않은 다음 소절의 피아노를 누군가가 연주하는 바람에, 당시 에이든 리는 혼비백산해 학교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다음부터는 절대 밤에는 학교에 혼자 남아 있지 않게 되었고.
‘난 솔직히 에이든 리를 골탕 먹이려던 사람이었을 거라고 보지만.’
다분히 판타지적인 능력을 가진 시스템의 룰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나는 귀신은 없다고 믿는 쪽이었다.
당시 에이든 리가 중요한 콩쿨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으니, 결국 그 콩쿨을 방해하기 위해 누군가 손을 쓴 게 아니냔 게 내 입장이었고.
그런 식의 기 싸움이야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지곤 하던 일 아닌가.
‘연습실 괴담의 반수 이상이 오해거나 누군가의 수작이기도 하고.’
KRM 시절에도 이미 여러 번 본 적 있었다. 애초에 그런 괴담들은 꼭 중요한 평가를 앞둘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까.
다행히 에이든 리는 그런 수작질에도 불구하고 당시 콩쿨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하니, 누가 준비한 것이든 입이 꽤 썼을 것이다.
“무서워할 게 뭐 있어. 귀신이 사람 두 명일 때 나타나는 거 봤냐.”
“으, 알긴 아는데.”
“그리고 네가 말한 거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공포 영화는 공포 영화란 걸 알고 보기 때문에 무서워하지 않을 수도 있단 뜻 아냐?”
다만 에이든 리에게는 귀신에 대한 무서움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심호흡을 마치고 영 머쓱한 듯 제 머리를 헤집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이든 리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는 얌전하게 자리해 있는 교실들과 복도에 숨겨져 있을 장치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우리 손에서 촛불을 꺼뜨리기 위해 준비돼 있을 ‘메큐원’ 제작진들의 함정, 그리고.
‘저 안에 분명 뭔가가 숨어 있겠지.’
교실 안에 숨어 있을 사람들을.
나는 괜한 곳은 수색하지 말라고 했던 PD의 말을 떠올리며, 보물쪽지가 숨겨져 있지 않은 방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를 가늠해 봤다.
PD가 학교로 들어서는 멤버들에게 그런 말을 건넨 건 우리가 ‘미리 발견해선 안 되는’ 것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 터.
그렇다면 에이든 리를 더 이상 쫄게 하지 않으면서 혹시 모를 위험을 제거하는 건 간단할 듯했다.
“보물쪽지 방은 나중에 보는 걸로 하고, 일단 따라와.”
“어?”
“문 열어 두고 일단 다른 교실들 들어가서 촛불 붙일 테니까, 그때까지는 눈 감고 괜한 거 건드리지 마. 그다음에는 힘 좀 쓰고.”
“…뭐 하려고?”
그에 나는 2반의 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괴담 원천 봉쇄.”
* * *
“우리 이래도 돼?”
“안 될 게 뭐가 있어? 아, 눈 감아. 옆에 사람 얼굴 같은 거 있네.”
“으!”
나는 내 말에 기겁하며 눈을 감는 에이든 리의 팔을 붙잡고 놈을 복도 안쪽으로 끌어다 놨다. 이제 막 3층에 도달한 우리는 마지막 교실의 촛불만을 앞두고 있었다.
“…됐다. 이제 옮겨.”
나는 내 말에 따라 열심히 책걸상을 옮겨다 교실문을 막는 에이든 리를 따라 문 입구에 부서진 밀대 걸레로 빗장을 걸었다. 이렇게 해 두면 교실 문을 쉽게 빠져나오진 못할 터였다.
‘이 방은 저 캐비닛에 있나.’
보물쪽지 방이 아닌 다른 방에 들어간 후 나는 역시나 교실마다 이후 우릴 쫓을 ‘추격자’들이 자리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교실은 하나 건너 하나꼴로 사람이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캐비닛과 수납함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아마 추격자는 그 안에 들어가 있을 터.
지금은 잠잠하다지만, 아마 우리가 자신들이 있는 곳을 들쑤시려 들거나 옥상에 올라가면 활동을 개시할 듯했다.
그렇다면 그들을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이게 괴담 원천 봉쇄야?
-뭐가 나오니까 괴담인 거라면 애초에 뭐가 나오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아냐?
애초에 나올 길을 막는 것 말이다.
귀신이 나와야 괴담이고 사람이 나와야 추격전이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 나올’ 길을 막아 버리면 될 일이었다.
“보물쪽지 다 찾았지? 이제 옥상으로 이동한다.”
“OK~!”
때문에 나는 모든 방의 촛불을 붙인 후, 옥상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구조물들을 움직여 사람이 나올 만한 모든 교실 문을 막아 둔 상태였다. 애초에 추격전이 일어날 수 없게끔 말이다.
‘탈출 끝나면 와서 다 제거해야겠군.’
평소라면 사람을 가둔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에이든 리를 겁먹게 할 필요는 없었다.
힘을 줘 밀면 걸리적거릴지언정 탈출은 할 수 있게끔 막아 두기도 했으니, 혹시 모를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도울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아마 이게 마지막 장치 같은데. 건드릴 테니까 눈 감고 있어.”
때문에 나는 그다음 일에 착수했다. 바로 제작진이 설치해 놓은 장치들을 한 번씩 건드려 다 파훼시키는 것이었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장치들을 건드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 정도까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들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어찌 됐든 혹시라도 추격자가 교실에서 나와 추격전이 벌어진다면 에이든 리를 마음 편히 1층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혹시라도 에이든 리가 나와 떨어진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때문에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 아마도 마지막일 장치를 건드려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귀신 형상과 마주한 나는 에이든 리와 함께 옥상으로 올랐다.
“으, 추워.”
말한 대로 최선을 다해 눈을 감고 있다가 옥상에 올라온 후에야 다시 눈을 뜬 에이든 리는 순간 불어닥치는 바람에 몸을 떨었다. 나는 그런 놈과 함께 옥상 끝에 자리한 촛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는 바람에 꺼지지 않게끔 바람막이 안쪽에 자리해 있는 촛불은 앞서 다녀간 두 팀에 의해 두 개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남은 초는 두 개였고.
“불 붙인다?”
“응.”
그에 나는 불을 붙였고.
‘이 남은 하나는 대체 왜 있는 거지?’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왜 남은 초가 두 개인지 새삼스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우리를 세 팀으로 나눌 거였다면 굳이 네 개의 초가 있을 이유는 없지 않나.
‘여유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인지, 아니면 준비된 또 다른 게 있는 것인지 가늠해 보며 마지막 촛불을 붙인 직후였다.
쾅! 쾅쾅쾅!
“어.”
“음, 나왔나 본데.”
나는 곧 계단 아래쪽에서부터 들려오는 다급한 소리에 일이 괜찮게 풀리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추격전을 위한 발소리가 아닌, 닫힌 문을 어떻게든 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던 것이다.
“이 틈에 가자.”
“응!”
그제야 에이든 리는 긴장이 풀린 듯했다. 저런 식으로 당황한 소리를 내는 건 귀신이 아닌 사람밖에 없고, 사람이라면 무서워할 일도 없었으니까.
“보통은 사람을 무서워해야 마땅할 텐데. 너도 신기하다.”
그에 대해서 에이든 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무서워할 일이 뭐 있어? 사람은 제압할 수 있잖아.”
“…….”
딱 놈다운 말을.
귀신은 무서워하되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일까. 모든 장치들이 파훼되고, 귀신 분장을 한 추격자들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에이든 리는 완전히 제 페이스를 되찾은 듯했다.
“성공~!”
오히려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에게는 마음 편한 소리로 느껴지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아주 빠르게 탈출구로 빠져나왔으니까.
하지만 에이든 리는 뒷일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탈출하신 분들은 총 세 분이죠. 현진 씨, 유하 씨, 이든 씨. 이 세 분이 찾아낸 보물쪽지는 그대로 원디어 여러분들의 포상이 됩니다.”
“와~!”
“포상에 뭐 있었지? 스타일러 있었죠?”
“한우 세트도!”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더 정산해야 할 게 있어서요.”
“……?”
탈출 직후, 클로징을 위해 모인 멤버들 앞에서 PD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직 촬영이 남았다는 말이었다.
그에 의아해하는 멤버들에게 PD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여러분 모두 촛불을 켜실 때 의아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학교에 들어갈 팀은 세 팀인데 어째서 촛불이 네 개 놓여 있는지에 대해서요.”
“……!”
“…아니, 설마.”
자신들이 숨긴 꿍꿍이는 깜짝 담력 체험이 끝이 아니었다는 듯, 아주 꺼림칙한 미소를.
PD가 언급한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중 천세림은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 입을 열곤 재빨리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네, 맞습니다. 포상을 해야 하면 페널티도 정산해야겠죠. 그리고 지금 딱, 하나 쌓인 페널티가 있거든요.”
“…….”
“원디어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해 주신 페널티가요.”
“…설마 나?”
바로 에이든 리를 말이다.
-으, 이거 카메라 꺼내서 메모리 지우면 안 돼? 페널티 이상한 거 줄 거 같은데.
-어허, 어딜 그런 소리를? 우리는 어떤 편집과 날조도 없는 리얼 방송이에요. 페널티를 피하는 건 안 돼요. 내리자마자 제작진분들한테 연락해서 다음 촬영 때 이든이 형한테 페널티 주라고 할 거예요.
‘다음 촬영’ 즉, MT 이후의 촬영에서 페널티를 받은 건 에이든 리가 유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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