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
“아, 형! 미안해요. 아, 진짜 난 이럴 줄 모르고!”
페널티로 인해 에이든 리가 다시 한번 안에 들어가야 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천세림은 황급히 무릎부터 꿇고 봤다.
평소라면 놈도 낄낄거렸겠지만, 아무래도 재입장 소식을 듣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에이든 리에게 우선 용서부터 빌고 봐야겠다 생각한 듯했다. 천세림 또한 귀신에 약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이거 놔…….”
“아악, 형! 진짜 미안해요.”
그에 에이든 리는 매몰차게 손을 떼어 내는 것과는 반대로 힘없이 내뱉은 후, 나라라도 잃은 표정으로 멀거니 하늘만 올려다봤다.
탈출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다시 한번, 그것도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멘탈이 털릴 대로 털린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데 3층에 있는 사람 얼굴 진짜 리얼하지 않았어? 그런 영상은 대체 어떻게 찍어 놓은 거예요? 그 사람도 우리 스태프 중 한 명인가?
-……? 3층에는 사람 얼굴 같은 건 따로 배치해 놓지 않았는데요?
-…네?
-3층은 오컬트보다는 스릴러 쪽으로 콘셉트를 두고 꾸며 놔서요. 이미 1층에서도 귀신이 튀어나오는 영상을 장치해 둔 게 있으니까 또 걸릴까 싶어서 따로 해 놓진 않았죠.
-…음, 전 봤는데.
-저도 봤어요. 교실 쪽 창문에 붙어 있지 않았나?
-눈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길래 그것도 영상이겠구나 했는데…….
모두가 탈출에 성공한 후 후기를 풀 때, 안쪽에서 이상한 걸 목격한 사람이 몇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거 진짜 귀신이었나?’
귀신(추정)을 본 사람은 총 세 명이었다. 눈을 뜨고 있던 도지혁, 주단우, 나.
-…에이~ 거짓말이죠? 무슨, 장치해 놓지도 않은 게 왜 있어요~!
-저희 이런 걸로는 거짓말 안 해요. 정말 3층에는 귀신 영상 같은 건 따로 설치해 둔 게 없어요. 이상하네.
-그럼 형들이 본 게 진짜 귀신이었다고요? 그 귀신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요, 다들? 다 다른 거 본 거 아냐? 추, 추격자 중 한 사람이었다던가?
-추격자 같진 않았는데. 일단 내가 본 사람은 긴 머리였어. 앞머리는 없었고.
-다른 귀신 영상들과 달리 피부에 푸른빛 같은 게 안 돌아서 기억이 좀 생생한데……. 무표정했고 눈이 컸어.
-왼쪽 뺨에는 점도 있었지 않아요?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가만히 우리가 가는 걸 보고만 있던데. 막상 교실 안에 촛불 붙이러 들어갔을 땐 아무도 없길래 그냥 영상이었겠구나 싶었지.
이야기를 듣자마자 최선을 다해 부정하며 믿지 않는, 혹은 믿지 않으려 애를 쓰는 멤버들 사이에서 나와 도지혁, 주단우는 함께 목격한 그 귀신의 몽타주를 되짚어 봤다.
그리고 도출해 낸 결론은 모두가 같은 얼굴을 봤다는 것이었다.
-추격자들이 철수하면서 확인해 봤는데, 없다는데요.
그렇기에 ‘메큐원’ 제작진 측도 추격자들을 철수시키면서 다시 한번 창 쪽을 확인해 본 모양이었지만, 우리 세 명이 본 귀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미스터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멤버들 사이에서 도지혁이 “귀신을 보면 행운이 온다잖아. 우리 이번 연도 활동이 대박 난다는 뜻 아닐까?” 하며 하하 웃고 있을 때였다. 제작진이 추가적으로 에이든 리가 페널티를 수행해야 한다는 비보를 전한 건.
“그럼 제가 대신 갈게요. 그래도 돼요?”
“어?”
“유하 씨가요?”
해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에이든 리 대신 페널티를 수행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메큐원 제작진에게 아예 빼 달라고 할 순 없겠지.’
에이든 리가 생각보다도 더 귀신을 싫어한다는 건 멤버나 아는 사실이다.
보통은 귀신을 ‘정말’ 무서워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데다가, 공포나 슬픔까지도 콘텐츠로 이용해 먹는 게 이 업계 아닌가. 정해진 촬영을 뺄 순 없다.
‘그럼 대충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에이든 리가 몸을 사릴 놈이 아니란 것이었다.
놈은 일에 있어 꼼수를 부리는 걸 원치 않았다. 항상 느물대는 것 같아도 일에서만큼은 솔직하게 굴곤 했으니, 이번에도 제 약점 때문에 일을 빼려고 하진 않겠지. 아까 전에도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끝끝내 안에 들어가 클리어까지 버티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에이든 리 대신 페널티를 수행하겠다 말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었다. 그게 여러모로 이득이었으니까.
“그러지 마. 내가 가.”
그런 내 자원에 에이든 리는 대번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나 또한 할 말은 있었다.
“됐어. 너 그러고 나서 진짜 귀신이라도 마주쳐 봐. 이번엔 7일간 잠 못 자게? 우리 아직 시상식 무대 연습할 거 남은 거 알지. 또 컨디션 공칠 생각은 없다, 난.”
“윽, 그, 그땐 그냥 잠 안 왔던 거라니까?”
같은 방을 쓸 때 에이든 리가 TV에서 무료로 방영해 주는 공포 영화를 보고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전적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렇게 문을 막았으면 귀신이 못 들어왔을까?
-…….
-아닌가? 귀신은 투명하니까 문 안 열려 있어도 뚫고 들어오나……? 아, 그리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바로 달리면 되는데 왜 뒤돌아본 걸까?
-좀 자라….
-나는 보지도 않았는데 영화 내용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귀신을 피할 수 있었을까’를 주제로 밤새 떠든 에이든 리 덕분에 당시 같은 방을 썼던 나와 강현진은 덩달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 셋 모두 다음 날의 컨디션을 완전히 공쳤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에이든 리를 설득할 구실을 찾는 건 쉬웠다.
“혼자 간다고?”
“페널티는 혼자라잖아요.”
“…음.”
오히려 다른 멤버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지.
페널티는 페널티다. 게다가 제작진이 찍고 싶은 건 팀이 아닌 개인이 담력 체험을 하는 것이었기에, 다른 멤버가 같이 가겠다고 하기도 뭣했다.
“그럼 차라리 내가 갈게.”
“아니면 내가 가도 되는데. 단우랑 유하는 탈출했지만 나는 못 해 봤잖아. 혼자 가기 딱이지 않아?”
그렇기에 도지혁과 주단우는 날 혼자 보내기 걱정된다는 걸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건 제작진 쪽에서 거절하게 됐다.
어찌 됐든 에이든 리와 같은 팀이었던 건 나고, 내가 추격자들을 사전에 막아 버린 탓에 그럴싸한 장면이 나오지 않은 걸 꽤나 아쉬워한 제작진이 나 홀로 보내는 그림을 원한 것이다.
“이번에는 추격전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유하 씨는 딱 하나만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 각 방마다 하나씩 더 놓여 있던 촛불에 불을 붙여 주시는 거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저희는 출입구 쪽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고요, 뭔가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해 드린 무전으로 저희를 호출하시면 됩니다.”
“뭘 호출까지야. 해를 끼칠 귀신이었으면 진즉 끼쳤겠죠.”
나는 방금 전의 촬영과는 달리 꽤 당부 사항이 많은 PD의 말을 들으며 무전기를 받아 들었다.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나를 보내는 것까지는 좋지만, 막상 보내 놓으려니 걱정이 되는 듯 PD는 유독 주의 사항이 많았다.
“내부 카메라를 통해 저희도 계속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유하 씨가 호출하지 않아도 저희가 뭔가 이상이 있다, 싶으면 먼저 올라갈 수도 있어요.”
“이렇게 걱정이 많은데 대체 왜 보내는 거예요?”
“…걱정은 되는데 조회 수는 뽑고 싶어서…….”
그에 머뭇거리면서도 솔직한 말을 뱉어 내는 PD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인간미는 있는데 조회 수에는 냉철한 PD다웠다.
‘이런 성격이니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단 생각을 하는 거긴 하지만.’
가끔 보면 진짜 골 때린다 싶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콘텐츠 제작자는 거의 없을 터였다. 기획에도 그렇고 멤버 굴리기에도 진심인 덕에 명장면도 다수 만들어 내, ‘메큐원’은 미튜브 인기 동영상에도 여러 차례 오르고 있었고.
‘이번 담력 체험도 꽤 재밌는 장면이 나왔겠는데.’
그 마지막을 진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탐색하는 것으로 끝내는 건 또 콘텐츠적으로 괜찮은 그림이 나올 듯해, 나는 선뜻 입구 앞에 섰다.
어차피 탐색은 에이든 리와 들어갔을 때 끝냈으니, 그냥 빠르게 촛불만 붙이고 3층에 귀신이 있는지까지만 확인할 생각이었다.
“유하, 이상한 거 있다 싶으면 바로 나와. 중간 탈주로 무슨 페널티 당하든 그거 그냥 내가 할게.”
“페널티로 들어가는 마당에 또 다른 페널티 받아 올 이유가 뭐 있겠어. 그리고 걱정 안 해도 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추격자들이 철수하면서도 한번 내부 탐색이 끝난 데다, 출입구를 내내 제작진이 통제한 덕에 외부인이 들어올 만한 건덕지는 없었다. 있어 봐야 귀신인데 해를 끼칠 것 같지도 않고.
“그럼 다녀올게요.”
“무전으로 계속 이야기해 줘! 우리도 모니터링하고 있을게.”
“네.”
그렇기에 나는 망설일 것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 안으로 발을 디뎠고, 그러느라 뒤이어 에이든 리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추격자가 다 철수했으면 그 발소리도 이제 안 나겠지…….”
분명 들었으면 위화감을 느꼈을 말을.
* * *
‘없는데?’
1층과 2층의 모든 교실에 있는 촛불에 불을 붙인 후, 나는 3층에서 귀신(추정)을 봤다 생각한 장소에 도착해 고개를 기울였다. 아까 전까지는 분명 있었던 사람 얼굴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작진이 또 거짓말한 것 같은데.’
그렇기에 나는 역시나 제작진이 또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싶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적으로 재미있는 리액션을 위해 우리에게 진짜 귀신이 있다고 말해 본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어찌 됐든 빠른 클리어를 위해 교실 안에 있는 초에 불을 붙인 후, 나는 천천히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이게 마지막.’
추격자가 없으니 클리어는 쉬웠다. 옥상에 올라 바람을 막는 아크릴 판 안쪽 마지막 네 번째 양초에 불을 붙인 후,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촛불을 꺼뜨렸다. 마지막 초까지 불을 붙였으니 굳이 불편한 촛불을 들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대신 손전등을 켠 채 옥상에서 천천히 내려갈 때였다.
덜컥!
“아.”
혹시나 다른 귀신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미처 발밑에 있던 구조물을 보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타닥.
“…….”
문득 들려오는 발소리에 숨을 죽였다.
‘…방금 뭐였지?’
잘못 들었다 생각하기엔 너무나 선명한 소음.
귓가로 들어온 건 누가 들어도 사람의 발소리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대로 침묵한 채 뒤이어 들려올 소리를 기다렸지만, 발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제작진이 들어왔나?’
하지만 제작진이 들어왔다면 굳이 멈춰 설 필요가 없다. 들어온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일 테고, 그렇다면 내가 걸음을 멈췄다 해서 저쪽도 멈출 이유는 없으니까.
잘못 들은 걸까.
…아니면 저쪽도 나처럼 숨을 죽이고 반응을 살피고 있는 걸까.
“…….”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행동하는 것.
그에 나는 천천히 한 걸음씩 걸음을 옮겼고, 그러면서 확신하게 됐다.
터벅.
타닥.
터벅.
타닥.
“…….”
내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누군가 똑같이 발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내 발소리에 겹쳐 들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아마 이 소리는 줄곧 날 따라왔을 거란 것도.
확인은 거기까지면 됐다.
“혹시 지금 누구 들어온 사람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과민 반응일지도 모르겠는데 뭐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요. 죄송한데 올라와 주실 수 있나요.”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뭔가 수상한 느낌이 나는데 굳이 버틸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바로 제작진을 호출했지만.
[유하 씨! 혹시 안쪽에서 문 잠그셨나요?]“아니요.”
[…문이 안 열립니다.]“네?”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분명 잠그지 않았을 문이 잠겨 있어 제작진이 들어올 수 없다 말한 것이다.
[일단 저희가 최대한 빨리 안쪽으로 들어갈게요. 창문 쪽도 지금은 설치한 구조물 때문에 다 잠겨 있어서… 뭐가 됐든 빨리 문을 딸 테니까 일단 교실에라도 들어가서… 지직-]“PD님?”
그에 문을 확인하기 위해 다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들어가 계시면 저희가 올라- 지직-]귓가로 들어오는 노이즈. 완전히 멈춰 버린 PD의 말.
“…….”
이내 찾아온 완전한 침묵 속에서, 나는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오던 나와 동일하게 한 걸음씩 위를 향해 올라오던 누군가와 마주치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감이 틀리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든 도망쳐야 할 터였다.
‘이런 X발.’
저것은 버그였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