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유하는 항상 그 사람 이야기만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처럼 굴었지.”
에이든 리는 이미 제 안에서 모든 것을 결론 내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확신하는 것 같은, 묻는다기보다는 사실을 정리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유하는 나한테 사생 붙었을 때도 회사랑 연락해서 처리 방법을 찾아내려 했었고, 무슨 일만 생기면 꼭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었어. 문제는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단 것처럼.”
“…….”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계속 손 놓고 있었잖아, 애초부터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처럼. 그래서 알았어.”
에이든 리는 덤덤하게 내뱉었다.
“유하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걸. 방법이 없단 걸 안다는 건 그게 누군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던 거잖아.”
완벽하게 정곡을 찌르는, 둘러댈 수조차 없는 직구를.
“맞아?”
“…….”
에이든 리의 물음에 거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멤버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말을 고르고 있거나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에이든 리는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있는 반면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내가 피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는 것처럼.
‘오래 참았지, 이 정도면.’
-형, 제가 예전에 한 말도 기억하죠? 생각보다 형 지켜보는 사람 많다는 거요.
천세림의 말이 맞았다.
내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이라고 나를 지켜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니 멤버들도 꽤 오래 생각해 왔었을 터였다.
“누가 날, 왜 쫓는지는 알아.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 몰라. 해결 방법도 없어.”
누가 나를 쫓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그게 ‘왜’ 잡히지 않는 것인지.
추측은 많았을 것이다.
-유하 네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들은 우리도 모른 척해 줄 테니까. …그래도 언젠가 말해도 된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때는 말해 주길 바라지만.
다만 굳이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은 건 그게 내게 예민한 문제인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화제를 돌렸고, 내가 풀어낸 최소한의 진실을 미끼로 대부분의 사실을 감춰 왔으니까.
‘배려였겠지.’
눈치 빠른 사람들이다. 모를 리 없다.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이야기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저 인내했겠지.
“해결 방법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이야? 오늘 그 사람이 어떻게 학교로 침입했는지, 널 가두고 어떻게 빠져나갔는지와 관련이 있어?”
그 인내심이 모두 닳고, 결국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오기까지.
도지혁의 질문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이야기해 봤자 멤버들이 믿어 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가지 않는데, 일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말하려면 그 전에 털어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나.
가령 내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어떻게 과거로 되돌아와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 따위에 대해.
‘말한다면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멤버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믿어 보려는 노력이라도 해 줄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니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저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마 그건 물리적으로 잡아낼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못했던 거고요.”
그런 걸 털어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뭐라고 말해.’
개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제대로 살지 못해 이상한 것에 붙들렸다고?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딴 지난한 일들에 멤버들을 붙들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조금쯤은 우리 걱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줘.
주단우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생 그 미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게 진짜 귀신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비슷해. 귀신은 아니지만 실존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일종의 허상 같은 거라서.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건지는 대충 감이 오는 게 있고.”
나는 이번 일로 인해 ‘버그’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미래.’
버그는 나의 과거이자 미래일 터였다. 그러니 버그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 없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온전히 내가 견뎌야 할 짐이었으니까.
내가 버그에 대한 확신을 얻은 건 정신을 잃기 직전 놈의 말을 들었을 때였다.
-이기적인 새끼.
지독한 적의를 담은 말. 온통 새까맣던 버그의 말에 나는 정신을 잃어 가면서도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기적이라고?’
어째서 버그가 나를 ‘이기적’이라고 칭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버그에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회귀를 하게 됨으로써 생겨난 반작용 같은 것. ‘원유하’라는 인간의 운명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일종의 현상만으로 바라봐 왔었으니까.
때문에 나는 버그에는 자아가 있되 오로지 나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로만 채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버그가 끝도 없는 적의를 내게 쏟아 낸 순간 알 수 있었다.
‘버그는 나를 증오하고 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겠다고.
버그는 ‘반작용’이 아닌, 말 그대로의 오류였던 것이다.
사라져 가는 기존의 미래가 만들어 낸 감정. 나를 다시금 ‘불행한 미래’에 밀어 넣고 싶어 하는 뒤죽박죽인 존재.
시스템에게서 비롯된 게 아닌, ‘무언가’를 계기로 ‘원유하’에게서 튀어나온 존재.
‘그래서 행동이 그렇게 경우가 없었던 거다.’
그렇기에 시스템은 그것을 오류로 취급한 거고.
사라져 가는 기존의 미래를 우려했을 뿐이라면 나를 되돌려 놓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버그는 미래의 불행을 떼어 와 지금에 덧입히려 들었다.
현재에 미래를 덧씌우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당장 돌아가게 할 수 없다면 고통이라도 주겠다는 악의에 더 가까웠다.
혹은.
‘…내가 동일한 선택을 하길 바라는 것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지난 생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는 것이거나.
지금 내가 죽으면 기존의 미래로 돌아가게 되는 건지, 아니면 완벽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생에서는 죽어 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버그는 나를 잡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란 것.
그러니 놈은 어떻게든 나를 ‘불행’으로 이끌려 들 터였다.
“잠깐, 저 지금 정말 혼란스럽거든요… 형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가 이대로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한다는 거예요?”
“말이 돼? 그게 뭔지도 모른 채로 그냥 두고만 보라고? 유하가 죽을 때까지?”
“이든아!”
그래야만 아주 순조롭게 나를 죽음으로 이끌 수 있을 테니까.
시스템이 내게 끝을 선사하는 것이든, 내 스스로가 다시 지난 생과 동일한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든.
나는 분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에이든 리를 마주 보았다. 혼란스러워하는 멤버들은 내게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듯했다. 적어도 내가 어떤 방법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때문에 나는 입을 열었고.
“그래서 좀 미안한 말을 하려고 하는데.”
“……?”
“…끝까지 좀, 포기하지 않아 주실 수 있나요.”
“…뭐?”
이내 아주 구차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이 된 멤버들 앞에서 숨을 골랐다. 머리가 복잡했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버그가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놈이 앞으로 할 일은 뻔했다.
“우리는 확실히 쉽지 않은 활동을 하고 있죠. 데뷔하고 나서 쉬운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쉬운 일도 돌아가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게 되고,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일어나고.”
“…….”
“그런데 지금까지의 일들로 끝이 아닐 거거든요. 아마 우린 앞으로 이 정도의 일들을, 혹은 더한 일들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점점 더 나빠지는 것.
이미 이전에도 일어났던 일들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되었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나다.’
기존의 미래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멤버들이 겪는 이유는 오로지 나 때문일 터였다.
과거에는 터지지 않았던, 혹은 묻히거나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딱 하나의 변화 때문이었으니까.
버그가 불러오는 ‘과거의 재현’ 그리고 나와 얽힌 멤버들의 운명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 말이다.
버그는 지금까지 그것을 이용하려 들었다. 그건 앞으로라고 다르지 않았다.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불행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사건들을 떠안겨 주며 나를 그리고 원디어를 몰아가려 하겠지.
그리고 지치게 하려 할 터였다.
『메인 시나리오: 새로운 도약』
성공 조건: 계약 만료까지 원디어의 기존 멤버 모두 유지
연차별 활동 업적 달성
????(조건 잠금)
????(조건 잠금)
성공 보상: 행운 룰렛 확정권 +1
실패 페널티: 죽음
운: 1point
※ 운이 0이 될 경우 ‘원유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래야만 내게 순조롭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
‘버그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리겠지.’
이번 일로 인해 내가 깨달은 건 버그가 조급해한단 거였다. 놈은 확연하게 악에 받친 채 행동하고 있었고, 그건 어쩌면 오늘을 계기로 더 심해질 터였다.
‘직접적인 공격이 먹히지 않은 만큼 더 교묘해질 테니까.’
그건 나와 관련되어 일어나거나, 필연적으로 멤버들과 엮인 채 발생하게 될 것이다.
나를 추락시키고, 내가 넘어가지 않는다면 멤버들을 공략해 어떻게든 팀을 붕괴시킬 수 있도록.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애초에 지금까지라고 별로 뭘 확연하게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
“한 가지 확실한 건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게 꽤 골치 아플 거란 겁니다. 꽤 큰 타격을 입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겠죠. 팀에서 나가고 싶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게끔요.”
“……!”
“유하야, 그건…….”
“그래서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때문에 나는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절대 포기하지만 말아 주세요. 방법은 제가 어떻게든 찾아볼 테니까.”
“…뭐?”
팀에 있기만 해 달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사고가 나든, 끝까지 남아 있어 주세요. 재계약 이후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남은 삼 년을 말하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제가 사고를 낼 수도 있죠. 하지만 부탁드리는데… 조금만 견뎌 주세요.”
절대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원디어라는 팀을 나가지 말아 달라는 말을.
-유하 네가 우리에게 그렇게 해 주듯이 우리도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힘을 빌려주고 싶으니까. 그런 관계가 되길 바라고.
그 말에 기대 나를 도와 달라고 하기 위해.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어떻게든 해결해서 팀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할 테니까.”
…버그의 말처럼, 이기적이게도.
날 좀 살려 달라고.
‘정말 그 말이 맞다.’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건 결국 날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멤버들을 걱정하는 건 결국 멤버들이 원디어를 떠날까 봐서다.
‘모든 불행의 원천은 결국 나인데.’
원래라면 필요 없었을 도움을 주면서, 악어의 눈물 같은 걱정을 흘리면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건 멤버들을 위한 길도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되돌아온 미래에서 멤버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니까.
‘하지만, 만약 나와 함께 원디어를 하면서 그보다 더한 불행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래도 나는 이 모든 게 ‘멤버들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나?
그런 의문이 든 순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날 위해 멤버들이 끝까지 남아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끝도 없이 구차해질 걸 알았다. 배척받을 말이기 때문에 아꼈다, 지금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더는 숨길 수도 없었다.
‘내가 벼랑 끝에 밀리면 멤버들도 그렇게 될 텐데.’
이유도 모른 채 같이 떠밀려 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나.
누군가에 의해 떠밀린다면 그 이유라도 알게 해야 했다. 원망할 상대 없이 불행을 감당하는 건 못할 짓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멤버들이 탓할 대상이 필요하다면 그건 온전히 내가 되어야 했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꺼낸 부탁이었는데.
“유하 형.”
나는 문득 들려온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형이 없었던 일을 만든 적이 있어요? 뭔, 빚을 진 사람처럼 말해, 이 형은?”
다른 쪽으로 화가 난 듯한 유찬희가 꺼낸 말에.
“…우리가 계속 원디어로 있어 주면, 유하는 살 수 있어?”
유난히도 평온한 얼굴의 에이든 리가 꺼낸 말에,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