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형 말 다 맞거든요? 이제 갓 3년 차인데 뭐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나 생각한 적, 없다고는 말 못 해요. 근데 그 빌미를 형이 제공한 건 아니잖아요?”
방금 전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것과는 달리 유찬희는 오래 참아 왔던 것이 터진 것처럼 한 번 입을 연 후에는 말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다 X같긴 했죠. 근데 그게 다 아무 전조도 없이 일어난 건 아니었잖아요! 길 가다 뒤통수 얻어맞는 거랑은 달랐다고요. 형 만나기 전부터 있던 일들, 우리가 쌓아 놓은 문제들이 터진 거지.”
“하지만 안 터질 수도 있었…….”
“그럼 영원히 해결되지 않았을 문제가 됐겠죠!”
유찬희는 답답한 듯 발을 구르며 내뱉었다.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는, 저러다 제 분에 못 이겨 쓰러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을 내면서.
“안 힘들었단 건 아니에요. 안 일어났으면 좋았겠죠. 근데 일어났는데 뭐 어쩌라고요? 언제든 터질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난 거고, 해결했으면 된 건데. 오히려 해결해서 더 좋아진 경우도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고요.”
“…….”
“길가다 만약 뒤통수를 맞는 일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형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아요? 앞으로 뭐든 나쁜 일이 일어나면 형 탓하라는 거예요, 지금? 죄송한데 적어도 전 원래 그렇게까지 행운이 넘치던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던 유찬희는 곧 제 머리를 헤집었다. 그리고는 신음하듯 입술을 짓씹더니, 이내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 진짜 솔직하게 이야기할게요. 우리한테 뭐 빚진 거 있어요? 왜 자꾸 그런 식으로 갚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굴어요. 사람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게 왜 다 형 잘못인 것처럼 구냐고!”
“그거랑은 달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예상치 못한 분노에 나는 한 번 유찬희의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그보다는 유찬희가 말을 뱉어 내는 게 빨랐다.
“미치겠네, 진짜! 난 형이 그렇게 다 책임져야 할 것처럼 굴 때가 진짜 싫어요. 책임지지 않으면 우리가 실망이라도 할 거 같아요? 우리가 원디어 안 하겠다고 박차고 떠날 것 같아요? 왜 형이 희생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연히 안 남을 거라고 생각하냐고요!”
“……!”
“걱정 좋고 도움도 좋아요. 형이 원디어 지키고 싶은 것도 알겠어. 근데 왜 맨날 우리는 임시인 것처럼 생각해요? 우리도 이 팀에, 형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왜 사전에 한계가 있는 것마냥 결론 내려 놔? 왜 우리 안 믿냐고!”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에 말을 잃었다. 그렇게 내내 쌓여 왔던 것을 털어 내기라도 한 듯 씩씩 대던 유찬희가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고를 때, 뒤이어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네가 뭐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유하야.”
강현진이었다. 그는 복잡한 얼굴로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솔직히 복잡하다, 머리가. 해결 방법 없는 귀신 같은 게 널 따라다닌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네가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혹시 모를 일들을 걱정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쉽게 믿을 수 있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불신도 당연했지만, 그럼에도 강현진은 설명이 부족한 내 말을 한번 믿어 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넌 이런 걸로 장난치거나 거짓말하지 않지. 그래서 더 네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겠는데, 나는 그래서 더 이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네?”
“정말 네 말대로 너 때문에 나쁜 일이 일어난다 쳐. 근데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우린 우리 몫으로 일어나는 불행까지 널 탓할 수밖에 없게 돼.”
“……!”
“맞잖아. 우린 구분 못 해. 나쁜 일은 누구 때문이라고 이름표 달고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말하는 게 신빙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강현진은 내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으니까.
그는 쓰게 미소 짓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난 진짜 그렇게 하긴 싫거든……. 왜 내 불행을 너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해? 실은 대부분의 일들은 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찾아오는 것들일 텐데.”
“형. 만약 나쁜 일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무턱대고 ‘아, 이것도 유하 형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생각하게 되면 어떨 거 같아요?”
그 뒤를 이어 내게 말문을 뗀 건 천세림이었다.
천세림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비난하는 어조도 아니었다. 때문에 그의 말은 내게는 더더욱 날카롭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장담하는데 오히려 팀 분열될걸요. 형은 지금 우리를 지키는 게 아니고 우리랑 거리를 두는 거예요.”
천세림이 지금,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걸 모를 수 없었으니까.
“난…….”
그 말에 나는 입을 열려다 말고 이내 다물었다. 강현진과 천세림의 말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방향에서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거리를 두는 거라고?’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찾아드는 불행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알고 있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그에 혼란을 느끼는 내게 도지혁은 말했다.
“난 솔직히 고맙긴 하거든, 원래대로라면 유하 넌 우리한테 제대로 된 설명도 안 해 주고 무턱대고 걱정하지 말란 소리나 했을 텐데 이젠 좀 뭔가를 얘기해 주긴 하는구나 싶어서. 이틀 전에 대화를 좀 잘했나 싶기도 하고.”
“…….”
“근데 유하야, 한 가지는 너도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충분히 믿음을 주지 못한 건가 싶기도 한데, 우리도 원디어에는 진심이야.”
“그건 알아요. 누구도 팀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그에 대해서는 의심한 적 없었다. 무슨 일이 있든 이 여섯도 원디어를 지키려 들 거란 것쯤은.
하지만 도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 듯이.
“정말? 그렇다기에 유하 너는 우리를 안 믿잖아. 뭔가 힘든 일이 생기면 당연히 우리가 원디어를 뜰 거라고 믿는 것 같은데.”
“…….”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가만히 침묵했다.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뜰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팀이라는 건 결국 필요에 의해 모인 거다. 수요가 있어 뭉쳤고 팔리기 때문에 유지되는 거다.
그래서 중요한 건 팀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거였다. 좀 더 좋은 환경이 되어야 하니까.
누구도 지치지 않게. 실망하지 않게. 만족할 수 있도록.
“가끔 의문스럽긴 했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는 건 멤버로서 당연하지만, 가끔 보면 유하 너는 일어나는 사고들을 좀 강박적으로 처리하려 들 때가 있었거든. 그런데 이젠 좀 알겠다. 유하 너는 상황이 좋지 않아지면 멤버가 당연히 팀을 뜰 거라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누구도 원디어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린 도지혁은 곧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답지 않게 조금쯤 기가 차다는 듯한,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상황을 한번 제시해 볼까.”
그리곤 도지혁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원디어가 갑자기 훅 고꾸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초동은 백 장 정도 나오고, 음방마저 못 나간다고 생각해 보는 거지. 그럼 넌 우리가 원디어 때려치우고 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 상황에서는 개인이라도 살 방법 찾는 게 맞지 않아요?”
“맞지. 해 봐도 안 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야 하긴 하겠지.”
그에 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직후였다.
“근데 적어도 일 년은 더 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
도지혁이 무슨 의도로 하는 건지 모를 수 없는 말을 꺼낸 건.
“일 년이 안 되면 이 년을 해 보자고 할 거고, 이 년이 안 되면 삼 년을 해 보자고 할 거야. 개인 활동을 해도 팀을 놓지는 않겠지. 뭐, 소속사 다 빼고 개인 의지만으로 따져 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도지혁은 한가롭게 말을 이었다. 때문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너는 어때? 그런 상황이 되면 너부터 원디어 탈주할 거야?”
“…….”
이미 답을 예상해 두고 물은 질문에, 나는 뻔한 말을 되돌려줄 수밖에 없었으니까.
‘…남겠지.’
이유는 간단하다. 이 팀에 걸려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떠나서, 목숨의 위협이니 뭐니 하는 너절한 이유들을 떠나 개인의 목적으로 따졌을 때도 원디어를 그만할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쌓인 게 너무 많아서.’
갓 결성되었을 시기라면 모를까, 지금 원디어에는 쌓인 것들이 너무 많았다.
팬분들과 쌓은 시간들하며 원디어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쌓인 기억들 같은 것. 무엇보다도.
“우리는 돈 때문에 모인 게 맞지. 그런데 이젠 돈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기에는 우리가 너무 서로한테 신경 쓰고 있지 않아?”
원디어라는 팀의 멤버로서 다른 멤버들과 쌓은 확신이나 신뢰 같은 것들이.
“그러니까 그런 건 부탁할 것도 없어.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우린 원디어에 계속 남아 있을 거니까. 네가 최대한 원디어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동일해. 누구 하나 손쉽게 여기까지 온 애가 없어. 찬희 말처럼 우리 중에 운이 좋은 애는 딱히 없었잖아.”
애초에 원 소속사에서도 떠밀리듯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했던 데다, 데뷔 전후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은 만큼 멤버들이 팀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그런 일들을 이유도 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전.”
그래서 더 이유를 알려 주고 싶었다. 그 일들이 멤버들을 깎여 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수많은 일들을 겪었을 때 바뀌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불행의 원천을 찾다 스스로 자신을 깎아 나가는 것보단 외부를 탓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말이었지만.
“알아. 네가 뭐 때문에 그러는지. 근데 그건 너도 그렇잖아.”
“네?”
“우리한테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너한테는 그 배로 이유 없는 불행 같은 게 일어난다는 뜻일 텐데. 그럼 넌 대체 어딜 탓하고 어떻게 견디려고. 너를 탓한 후 우리 팀은 또 어떻게 하고. 너한테 모든 짐 다 지우다 네가 잘못되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어져.”
“……!”
멤버들은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멤버들은 당연하다는 듯 떠올린 거다.
불행에 맞서 지키려 드는 대상에서 내가 당연하단 듯 제외한 나 자신을 잊지 않고 챙기는 식으로.
“그러니까 여기서 결론 내리자. 혹시 모를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린 널 탓하지 않을 거야. 대신 도움을 구할 테니까 넌 최선을 다해 도우면 돼. 우리도 너에게 그렇게 할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랑 별반 다를 것도 없겠는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겠단 것처럼 도지혁이 결론을 내리며 헛웃음을 내뱉었을 때.
“여태까지 해 온 거에서 달라질 게 없으니까. 줄곧 해 오던 거잖아, 그건. 그러니까 우리가 널 다르게 대할 일은 없을 거야. 당연한 일을 부탁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유하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이야기하며 도지혁이 끝내 미소 짓고, 그의 뒤를 이어 마침내 주단우까지도 입을 열었을 때, 나는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멤버들이 내 말대로 해 주지 않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다 우리 각자의 몫이야. 그러니까 일이 어떻게 되든 절대 네 몫이라고, 네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
“…….”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야.”
멤버들은 오히려 내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게 온전히 맡길 생각 없이 스스로 감당하려는 듯했으니까.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우리가 계속 원디어로 있어 주면, 유하는 살 수 있어? 무슨 조건 같은 거 있나? 그 이상한 거 떨쳐 내는 거.”
때문에 더 알아가려는 의욕으로 가득 찬 듯했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