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5)
“저…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도를 믿습니까?
나는 반찬이 담긴 그릇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다 말고 멈칫했다. 내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는지, 내 이름을 물은 손님 한 명이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요! 혹시 그… 연예인이세요?”
손님의 천진한 물음에 나는 잠깐 머뭇거렸다.
‘연예인은 아니지…….’
그렇다고 아직 방송도 안 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습생이라고 말하기에도 뭣한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아뇨, 연예인은 아니고…….”
“혹시 미튜브나 별스타 같은 거 하세요? 아니면 티키톡이나…….”
“아뇨, 따로 하는 건 없는데……. 음.”
“유하야! 4번 테이블 주문!”
“아, 네. 저… 죄송합니다.”
“앗,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붙잡았죠.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서…….”
나는 손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우선 테이블을 떠났다. 그러고는 사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4번 테이블로 가 주문을 받았다.
주문을 받아 처리하고 음식을 나르면서, 나는 내게 말을 건 손님이 있는 테이블을 흘긋 바라보았다. 손님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가늠하는 듯했다.
‘커뮤니티 같은 데에서 잠깐 봤나.’
아직 방송 전이지만, 내 첫 홈마께서 찍어 주신 사진은 커뮤니티에서 한차례 크게 돌았었다. 아이돌에 관심이 있다면 나를 낯익게 느낄 법도 했다.
‘…이제 진짜 그만해야 될 때가 된 것 같은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이 아르바이트를 지속하던 한 달 동안 몇 번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혹시 원유하? 님 아니에요? KRM엔터……?
-아, 네…….
-헉, 왜 여기 계세요?
새벽에 갔던 물류 창고 아르바이트에서도.
-혹시 그… [디자인 유어 아이돌>인가? 거기 출연자분 아니에요?
-아, 네.
-헉. 왜 여기……?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잠깐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미소남 아니에요?
-…미소……. 네.
-헉, 왜 여기에……?
행사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그런 경우와 마주쳤던 것이다.
‘대부분 사람 만나는 일인 만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아직 방영 전이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슬슬 끝낼 때가 된 것 같았다.
‘…역시 이번 주까지가 한계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불판을 갈았다. 매일 밤마다 일하던 고깃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 대타가 필요해 급히 투입된 거였는데, 긴가민가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젊은 손님들을 꽤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방영이 시작되기 전이고 사정이 급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디어돌>이 송출되면 아르바이트 자체를 못 하게끔 회사가 막을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아이돌 연습생으로 출연한 이상 방송을 타고 나면 반 공인이 되어 버리니까.
그런 만큼, 나는 한 달 동안 지속해 왔던 아르바이트를 오늘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적당히 돈은 모았으니 됐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치마를 벗었다. 양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은 금액과 더불어 한 달 동안 일해 번 돈이면 적당히 생활비나 월세를 낼 정도는 될 터였다.
만약 [디어돌>에서 떨어지고 나면, 그때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바로 일을 시작하면 될 테니 지금만 버티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사장님에게 적당히 인사를 하고는 고깃집의 문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나를 주시하고 있던 손님과 눈이 마주쳐,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에 손님도 화들짝 놀라 내게 멋쩍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적당히 푸근해진 바람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간만에 새벽 아르바이트 없이 바로 잠에 들 생각이었다.
내일이 바로 [디어돌>의 제작 발표회였기 때문이다.
* * *
[디어돌>의 제작 발표회는 거창하게 치러졌다.“안녕하세요!”
“아이돌 메이커님들!!”
“[디자인 유어 아이돌> 연습생 일동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를 비롯한 백 명의 연습생들은 새벽부터 서울의 한 컨벤션 센터에 모여 [디어돌>의 시그니처이자 단체복인 교복을 차려입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아야 했다.
다들 긴장된 얼굴로 대기하던 것도 잠시, 곧 우리는 스태프의 부름에 의해 기자들이 모여 있는 홀로 향해 포토 타임을 가졌다.
에이넷이 이전부터 꽤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왔고, 무엇보다도 각 기획사의 연습생들이 모여 치러지는 서바이벌인 탓에 [디어돌>의 화제성은 꽤 좋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홀을 채운 기자들의 수도 꽤 많았다.
나는 함께 출연하는 연습생들과 의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플래시 세례를 견뎠다.
“이제 천천히 퇴장할게요!”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긴장하고 기다려 온 날이었으나, 실은 오늘 우리의 역할은 포토 타임이 끝이었다. 아직 방영이 되기도 전이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한 명 한 명을 조명할 수 없는 탓에 우리는 개인이 아닌 단체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은 제작 발표회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정확히는 PD와 멘토 군단들이었다. 발언권은 그쪽에게만 있으니까.
“아쉽다.”
“눈 깜빡할 새 끝나네.”
대기한 시간에 비해 짧게 끝난 포토타임에 연습생들은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머리며 얼굴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그건 아직 우리에게 제작 발표회의 포토 타임보다도 더욱 중요한 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진아!!”
“지혁아!!”
“세림아! 천세림!!”
“김우영! 여기 봐!”
“준석아!”
“유하야!!!!”
바로 퇴근길에 이루어지는, 홈마들에 의한 포토 타임 말이다.
“이든아! 여기 한번 봐 줘!”
“오, 유하! 같이 찍자~!”
나는 양옆에서 사진을 찍는 홈마들과 팬들 사이를 지나 버스로 향하려다 얼떨결에 에이든 리와 붙어 섰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카메라에 내가 습관적으로 미소 짓는 사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역시 미소남.”
그런 내 모습에 킬킬거리며 뒤에 붙어 선 천세림이 자연스럽게 주단우를 함께 끌어 왔다. 주단우는 양옆에서 터지는 셔터음에 영 적응을 못 하는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괜찮나.’
지난 1차 경연 이후 오늘 처음 마주한 주단우는 약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시즈레이블에서 대체 뭘 어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좀 정신이 빠져 있었고.
그에 나는 주단우를 툭 치며 속삭였다.
“형, 웃어요.”
“어?”
“손 흔들고!”
뒤이어 말한 천세림의 말에 얼떨결에 주단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군중 속 누군가가 그런 주단우의 모습을 찍어 갔다.
나는 입 모양이 드러나지 않게끔 손으로 가리고 주단우에게 이어 말했다.
“손 자연스럽게 흔들어 주고 카메라 마주하면 한 번씩 웃어 주세요. 형 보려고 나온 분들 있으시니까.”
“나… 를 보려고?”
얼떨떨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형 이름 부르는 소리 안 들려요?”
모여 있는 팬들은 각기 다른 연습생을 응원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하나하나를 분간하기는 어려웠지만 분명 그 안에는 주단우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있었다. 막상 당사자는 못 들은 듯했지만.
“웃어요, 분명 예쁘게 찍어 주실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렸다. 주단우는 얼떨떨한 얼굴이다가 옆에서 울리는 셔터음 소리에 반사적으로 다시 미소를 지었다. 굳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긴장 때문에 그렇다고 볼 만했다.
“얘들아! 하트 한번 해 줄 수 있어?”
“오, 형들! 하트! 하트!”
그러던 중 군중 속 누군가가 한 말에 천세림이 우리를 끌어다 가장 먼저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렸다. 천세림의 독촉에 주단우 또한 조금 소심하게 작은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고, 에이든 리는 씩 웃으며 두 손을 이용해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
나는 그 셋에 이어 엉겁결에 한쪽 손을 볼에 올려 볼 하트 동작을 취하다가, 찰칵 소리에 이어 카메라 너머를 바라보고는 우리를 찍은 사람이 내 첫 홈마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내리고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고마워! 오늘 너무 수고했어! 꼭 데뷔하자, 얘들아!!”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다른 세 명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버스에 앉자마자 경직되었던 어깨의 긴장을 털어 냈다.
여전히 바깥에서는 플래시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걷는 동안 각자의 방법으로 팬들에게 어필을 하는 연습생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부터 진짜 시작이겠군.’
얼마 전부터 슬슬 생겨나던 연습생 홈 계정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터였다. 바로 내일모레면 [디어돌>의 방영이 시작되니까.
공식적으로는 처음 얼굴을 대중에게 내보이는 만큼, 연습생들은 오늘 비주얼을 점검하고 각기 친한 연습생들끼리 붙어 다니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후 공개될 방송에 대비하여 일종의 떡밥들을 뿌리기 위해서 말이다.
‘첫 번째는 개인의 비주얼이나 끼, 두 번째는… 관계도.’
즉, 서사 만들기였다.
[디어돌>처럼 협동과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 간의 케미가 중요했다. 그것이 이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게 될 연습생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고.무엇보다 이러한 관계도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했다.
‘일종의 동맹이 가능해지니까.’
각기 다른 연습생들을 좋아하는 개인 팬들끼리는 이른바 동맹을 맺기가 쉬웠다.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팬덤으로도 그렇고.
-아 형동생 조합 진짜 최고… 보증된 관계도 안 살리고 뭐하냐고 둘이 같이 데뷔시키라고
-영원하자 00즈ㅠㅠㅠ 제발 같이 데뷔해 한명도 떨어지지 말자ㅠㅠㅠ
-투표하는 김에 내새끼랑 친한 애들도 같이 투표했다ㅠㅠ 내새끼 걔네랑 같이 있을 때면 얼굴 확 피던데 같이 데뷔해서 꽃길 걷자
아이돌 그룹 멤버들끼리의 케미는 중요하다. 친하면 친할수록, 서로 가족 같으면 가족 같을수록 팬들의 흐뭇함과 즐거움은 커지기 때문이다.
[디어돌> 팬들도 다르진 않았다. PD와 제작진은 연습생들의 관계도를 십분 살려 서사의 재미를 만들어 내는 데 중점을 두었고, 팬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도를 받아들이고 한데 묶인 연습생들이 함께 데뷔하기를 바랐다.즉 이왕 하는 데뷔, 내 최애와 친한 놈들로 팀이 꾸려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디어돌>은 초반에는 복수의 연습생을 투표할 수 있었고, 이후 파이널에 가까워질수록 뽑을 수 있는 연습생의 수를 줄여 나가는 투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그런 만큼 정말 친한 이유도 있지만 이른바 전략적인 선택으로 초반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과시하듯 관계도를 보여 주는 연습생들도 있었다.
“마지막에 찍은 우리 네 명 사진 괜찮게 나올 것 같지 않아요? 흠, 하트 포즈 좀 더 예쁜 걸로 할 걸 그랬나 봐.”
그리고 천세림은 그런 식으로 관계도적 동맹을 맺을 연습생들을 일찍이 정한 모양이었다. 에이든 리, 주단우, 그리고 나. 이른바 ‘102호 룸메이트’ 말이다.
‘똑똑한 놈이야.’
천세림은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놈이었다.
그는 [디어돌> 내에서 가장 발이 넓은 연습생이자 가장 넉살 좋은 연습생이었는데, 모두와 한 번씩은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연습생은 아주 소수였다.
천세림은 그런 식으로 발이 넓은 점을 활발하고 쾌활한 자신의 캐릭터성을 보여 주는 데 이용하고, 실제로 붙어 다니는 연습생은 아주 소수로만 형성해 관계도는 최대한 살리려고 하는 듯했다. 계산하에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완전히 계산속으로만 대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비즈니스 70%, 친근감 30% 정도인가.’
아마 [디어돌>내에서 가장 똑똑하게 처신하는 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했다.
자신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파악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주변을 통제하면 그만큼 살아남기도 쉬운 법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기세를 타고 가기만 한다면 천세림은 무난하게 파이널에까지도 진출할 수 있을 터였다. 사고만 안 친다면.
그리고 이런 식으로 똑똑하게 처신하는 놈이 있으면 당연히 막 나가는 놈도 있었는데.
“원유하 연습생님은 대형 끝자락에 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중 한 명은 바로 나만 보면 날을 세우기 바쁜 유찬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