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백이현은 굳이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괴상한 숫자를 궁금해하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변동하는, 큰 폭으로 솟구치거나 떨어질 때마다 누군가의 삶을 틀어쥐고 휘두르는 숫자. 사람을 지배하는, 백이현에게만 없는 ‘수치’.
‘운이었구나.’
백이현이 그 숫자의 정체를 깨달은 건 원유하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의 일이었다.
알려 한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다 뿐이지 그 수치가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몰랐던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일부러 궁금해하거나 티를 내지 않았던 건 자신이 ‘다르다’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이현의 ‘다름’은 높은 확률로 그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 테고, 그는 굳이 제 삶을 어렵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애초에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원유하의 머리 위에도 떠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타인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에 백이현은 처음으로 그 숫자의 정체를 궁금해하게 됐다.
그래서 그 수치가 ‘운’을 뜻한다는 것, ‘운’이 변동함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조금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 후에야 그는 알 수 있었다.
‘유하는 나와 다르구나.’
백이현과 원유하의 차이점을.
그와 원유하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유하의 운은 움직이지 않아.’
‘운’ 그 자체가 없는 백이현과 달리, 원유하는 항상 고정된 수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매 순간 변동하며 사람들을 휘두르는 운. 하지만 그 운은 원유하에게만은 항상 예외를 두는 듯했다.
원유하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운의 수치값은 언제나 누군가가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여길 만한 숫자에서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일까.
“유하는 애가 참 순하고 예쁘죠.”
“애답지 않은 건 유하도 같은데, 조금 다른 쪽으로 애답지 않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저렇게 순하고 속 깊은 애가 있는지.”
원유하의 일상은 매일이 좋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나쁜 하루를 보내지 않았다. 원유하는 쉽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였고, 누군가에게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다른 아이들처럼 떠들지 않아도 모두의 관심을 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하야, 그 레고는 왜 줬어? 예전부터 가지고 싶다고 했었던 거잖아.”
“응, 그런데 나보다는 지웅이가 더 레고를 잘 조립하잖아.”
원유하는 ‘그럴 만하게’ 행동했으니까.
사랑받는 만큼 주변에 제가 가져야 할 것들을 나누어 준다. 그렇게 해 놓고 조금도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유하 생일 선물로 준비된 거였잖아. 선생님도 유하가 가지길 바라고 준비해 두신 거였을걸.”
“그래도… 다른 애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원유하는 백이현과 동일하게 이상한 아이였다. 분명 원하는 게 있음에도 그걸 너무 쉽게 포기하곤 했으니까.
왜 저렇게 쉽게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걸까. 왜 불리해지는 걸 자처하는 걸까. 원유하도 그 무엇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때문에 백이현은 의문을 가졌지만, 곧 깨닫게 되었다.
“고마워, 유하야! 나도 나중에 꼭 유하한테 보답할게.”
모든 게 무감한 자신과는 달리 원유하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원유하는 양보하지 못하는 단 하나 때문에 제 운을 주변에 뿌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라는 주변의 말처럼, 원유하는 사랑받기 위해 제 운을 주변에 나누어 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건 본능과도 같았다. 원유하는 사랑받기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알았고, 덕분에 숨 쉬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쉽게 주목받았다.
‘그래서구나. 유하가 운을 주변에 뿌리는 건.’
그렇기에 백이현은 천천히 알게 되었다. 항상 넘치는 운을 가지고 있는 원유하가 본능적으로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양도한 운은 사라지지 않고 원유하에게 다시 되돌아온다. 뿌린 운이 타인의 신뢰나 애정이 되어 돌아와 원유하의 삶을 ‘좋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원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거였다. 원유하는 배신당하지 않으니까. 주변에 먼저 손을 내밀수록 그 자신의 삶이 완성되어 가니까.
“형, 나 아이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어른이 되면 이번에는 아래쪽이 아니라 무대에 설래.”
그러니 원유하가 그런 꿈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몰랐다. 그 꿈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은 없었으니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놀러간 놀이공원. 관객들과 호흡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지켜보던 원유하가 무대를 바라보다 홀린 듯 입을 여는 것에 백이현은 가만히 무대를 응시했다.
화려한 불빛 속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인정해 주는 직업.
“나도 아이돌이 되려고 해.”
계산은 빨랐다. 백이현은 원유하의 목표를 따라 하기로 했다. 그것이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주목받을수록, 사랑받을수록, 모든 순서에서 최우선이 될수록 삶은 편해진다. 세심한 보살핌이 와닿고 존재를 인정받으며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없다 해도 불편한 것보다 편한 게 낫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래서 백이현은 원유하처럼 살아가기로 했고, 그 순간 깨달았다.
‘더 필요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많다는 것을.
원유하의 옆에서 그가 흘리는 운을 받아먹으며 백이현은 마침내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원유하와 동일한 무대에 서기까지는 그것으로 부족했다.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더 많은 운이 필요했다. 더 많은, 그럴싸한 ‘운명’이 필요했다.
“내가 대신 해도 돼?”
“응? 뭐… 마음대로 해.”
그래서 백이현은 주변의 운을 빼앗기로 했다.
일방적인 건 아니었다. 모든 거래는 합의하에 이루어졌으니까.
다만 모든 거래는 그가 무엇을 빼앗는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는, 다분히 불공정한 계약하에 이루어지곤 한다는 특이점이 있었을 뿐이다.
‘그게 나쁜가?’
하지만 백이현은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양도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가치를 몰라보는 사람에게서 하나의 행운을 빼앗아 오는 것뿐이다. 게다가 백이현에게는 배정된 운명이 조금도 없지만, 그들은 다른 것도 많지 않은가.
“형 대신 내가 했어야 했는데… 괜히 넘겼어. 그걸 했으면 선생님한테 혼날 일도 없었을 텐데. 나도 칭찬받을 수 있었는데.”
그러니 원래 그들에게 돌아갈 행운 대신 ‘불행’이 찾아오는 것도 대충 견딜 만할 터였다.
사람에게는 관성이라는 게 있다. 불행이 찾아와 좌절하더라도 많은 사람에게는 그걸 딛고 일어날 만한 탄력성이 있었다. 그러니 한두 개쯤의 불행이야 괜찮을 터였다.
“지웅이 말인데요. 지난번에 이현이한테 자기가 했어야 할 일을 넘겨 버려서 혼을 좀 냈더니 지금까지 삐졌나 봐요. 좀… 애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못 일어나고 바뀌어 버리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근데 그걸 내가 신경 써야 하나…….’
하지만 백이현은 그런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운명을 빼앗아 온 대가로 그들이 넘어지고, 결국 다신 못 일어나도 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긴 했다. 백이현은 그 행운이 과분하다 여겨지는 상대를 최우선적으로 선택했고, 한번 운명을 빼앗은 상대에게는 더 접근하지 않았으니까.
이유는 하나였다.
‘불안정해.’
자신이 운을 빼앗은 상대는 조금쯤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행운을 빼앗겼기 때문일까. 그들은 그에 반하는 불행이 찾아오기 쉬운 상태가 되곤 했다.
그건 백이현이 가까이 있을 때면 더더욱 심해졌기에, 그는 한 번 운명을 빼앗은 상대의 곁에는 다가서지 않았다.
그 정도면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였다.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런 것까진 백이현의 소관이 아니었으니까.
백이현이 신경 써야 하는 건 딱 두 가지뿐이었다.
“지웅이가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지라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유하야. 지금 가까이 가면 오히려 네가 다칠걸.”
백이현 자신. 그리고 원유하를 지키는 것 말이다.
원유하의 하루가 매번 좋다고 해도, 그게 원유하의 주변에서 언제나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라고 봐도 좋았다. 제 운을 퍼 주는 데 익숙한 원유하는 너무 쉽게 주변의 일에 감화당하곤 했으니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 원유하는 그들과 함께 잘 일어섰지만.
‘왜 저래야 하지, 굳이.’
백이현은 언제나 의문이었다. 저렇게 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는데, 굳이 왜 타인의 불행을 자처해 제 것처럼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더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위해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지?’
굳이 그딴 게 없어도 잘살 수 있는 원유하가 왜 사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던 백이현은 곧 원유하에게는 자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자신이 아니라면 원유하는 내내 빼앗기거나 스스로 깎아내릴 뿐이었으니까.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곧 원유하가 목격할 ‘나쁜 일’들을 치우기 시작했고,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그 사실을 원유하가 아느냐, 알지 못하느냐, 혹은 원하고 원하지 않느냐는 상관없었다.
여전히 원유하가 흘리는 운을 받아먹으며 사는 만큼, 그건 원유하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으며.
“유하는 형이 지켜 줄게.”
백이현은 원유하의 형으로 살아가는 게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운으로 제 존재를 채우지 않더라도 원유하만은 그를 알아볼 수 있다. ‘인간다운’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유하가 유일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원유하는 특별하다. 그래서 백이현은 원유하를 챙겼다.
혹시나 무언가가 잘못되더라도 원유하만은 백이현을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봐 줄 테니까.
“형, 이거 좋아하잖아.”
“내가?”
“응. 아니야?”
“…아니, 맞아.”
원유하가 백이현을 알아주고, 인간으로 대해 줄 테니까.
애초부터 잘못되게 태어난 사람에게 좀 치사하더라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알려 준 건 원유하였기에.
그래서 백이현은 빠르게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입양을 가면 진짜 가족이 생기는 거야, 유하야.”
“가족이요?”
“그래. 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고 유하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하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보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더 좋은 사람… 이요?”
“응. 지금과는 다른 사람.”
원유하를 보내지 않기로.
“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는 거지.”
어느 순간 찾아온 원유하의 터닝 포인트. 고정돼 있던 원유하의 운을 흔들리게 만든 ‘행운’이자 ‘불행’.
“유하야, 아픈 건 싫지?”
“…응.”
특별한 존재였던 원유하에게 거대한 불행을 겪게 하고, 이내 ‘평범한 사람’처럼 운에 휘둘리는 인간으로 만들어 낼 그 ‘운명’을 자신이 빼앗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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