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런 운은 빼앗으면 안 된다는 건.
‘저건 안 되겠네.’
백이현은 아주 가끔,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운’과 마주하곤 했다.
그것은 백이현의 시야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던 숫자의 탈을 쓴 채로 찾아왔다.
함께 살던 보육원 아이가 입양되기 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폭으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으로,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를 당하기 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형태로.
‘저게 진짜 운명이라는 거구나.’
몇 번 그런 수치를 목격한 후, 백이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그건 자신이 빼앗거나 개입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할당된 ‘진짜 운명’이라고.
그 운명을 맞닥뜨리면 사람은 바뀐다.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거나, 더 나쁜 쪽으로 떨어지거나.
정확히 어떻게 그 운명이 사람을 바꿔 놓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것은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명백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거였다.
“…….”
“형? 왜 그래?”
그래서 그 ‘터닝 포인트’가 원유하에게 찾아왔을 때, 백이현은 알 수 있었다.
“…아니, 좀. 짜증이 나서.”
그 ‘터닝 포인트’가 원유하를 크게 바꾸어 놓을 거라는 것을.
언제나 고요하던 원유하의 수치 아래 어느날 떠오른 숫자. 그것은 고정된 수치 아래에서 미약하게 흔들리며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었다. 운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래서 백이현은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유하를 고치려고 하는 거다.’
그게 앞으로의 원유하에게 배정될 운이라는 것을.
비정상인 원유하에게 ‘터닝 포인트’가 주어져, 고정되어 있던 그의 수치를 빼앗기게 될 거라는 걸.
“그 두 분이 유하를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 유하 성적표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꽤 엄격해 보이긴 하지만요……. 정말 괜찮을까요?”
언제나 ‘좋은 하루’를 보내는,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에게 생애 처음으로 불행을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원유하는 확실하게 운에 의해,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할 터였다.
“그 두 분은 아이를 응원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실 분들 같던데.”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는 환경에 내던져 버리면 되는 거다.
행운을 빙자해 원유하에게 찾아온 터닝 포인트는 불행이었다. 정도 이상의 수치를 가지고 있는 원유하의 운을 한 번에 깎아 버릴 만큼 거대한.
그 누군가는 그런 식으로 원유하를 새로운 환경과 불행에 내던져 버림으로써 그의 고정된 ‘운’을 리셋시켜 버리려는 거였다. 그래야만 원유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운에 휩쓸리는 평범함을 가지게 될 터였으니까.
‘견뎌 내기야 하겠지.’
다만 그것이 원유하를 완전히 깎아내리지는 못할 터였다. 백이현에게는 보였으니까.
오랫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환경에서 고뇌하고 좌절하다가도 이내 일어나 자신이 내내 원해 왔던 직업을 선택해, 마침내 다시금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원유하의 미래가.
‘하지만 그때의 유하는 지금과 다를 거다.’
그러나 그 미래의 원유하는 지금처럼 언제나 좋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아니게 될 터였다.
원유하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바뀌게 된다. 꾸준히 주어지는 불행은 원유하를 단련시키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변화시킬 터였다.
원유하는 조금 더 조심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관계를 계산하고 쉽게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욕심을 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선을 긋고 제 것을 나누는 데 인색해질 것이다. 한 번 모든 것을 빼앗긴 경험은 그에게 큰 상흔으로 남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그는 이후 남들처럼 크고 작은 행운과 불행을 번갈아 겪으며 휩쓸릴 것이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원유하를 바꿔 놓기 위해 누군가가 부린 수작이니까.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게끔.
“유하야, 오늘은 여기 있을래? 조금 있다가 형이 꼭 데리러 올게.”
‘오류’를 없애기 위해.
‘그건 싫은데.’
하지만 그 ‘누군가’가 간과한 게 있다면, 원유하의 옆에 ‘오류’ 하나가 더 붙어 있다는 거였다.
원유하를 바꿔 놓으려면 백이현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백이현이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원유하가 안정적인 삶을 손에 넣는 걸 꺼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오히려 기뻐했을지도 모르지.’
응원했을 수도 있다. 원유하가 고난을 겪어 내고 마침내 제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을. 고난이야 있겠으나 아주 자연스럽게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하지만 누군가는 아주 깨끗이 백이현을 무시했다. 지금까지 모두가 그래 왔던 것처럼, 그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놓고 유하를 바꿔 놓는다고.’
그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원유하가 입양 희망자들을 만나고 왔을 때, 백이현은 불현듯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저 자신이 느끼는 게 불쾌감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판단은 빨랐다.
백이현은 원유하가 순리에 포섭되는 것을 방해하기로 했다.
백이현이 더 이상 운을 빼앗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그를 인식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누구도 그와 교류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게 될 테니까.
‘그걸 어떻게 놔두지?’
백이현이 원유하를 아끼는 이유는 하나였다. 원유하만이 그를 알아보았으니까.
항상 고정된 운을 가지고 있는 원유하는 운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안중에도 없는 백이현에게도 손을 뻗을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유하가 바뀌면 상황은 달라져.’
원유하가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그 또한 백이현을 눈치채지 못하게 될 터였다.
그를 유일하게 인간으로 대해 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알아봐 줄 유일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의 최초이자 마지막 인간성이.
“유하는 못 오겠대요. 무섭다고.”
“…무섭다고 했다고?”
그걸 가만히 둘 수 있을 리 없었다. 백이현은 원유하와는 달리 제 손 안에 들어온 걸 빼앗기는 데에는 재주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백이현은 처음으로 원유하를 기만하게 됐다. 그가 자주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하듯, 정확한 설명 없이 거래해 원유하의 운을 빼앗게 된 거다.
다만 그것이 이번에는 ‘행운’이 아닌 ‘불행’이라는 점, 그 ‘터닝 포인트’가 원유하라는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란 것만이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유하가 저 방에 있어. 내가 간 후에 꼭 열어 줘.”
“…알았어.”
이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람의 생 그 자체를 파고들어 끊임없이 영향을 미칠 사건을 빼앗아 버리는 거니까.
그러나 백이현은 그것이 원유하를 지키는 길도 된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불행을 겪어 보지 못한 원유하를 지키는 제 나름대로의 방법이라고.
오히려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하에게 배정될 불행은 내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멸시니 핍박이니 하는 것은 백이현을 바꿔 놓지 못한다. 애초에 그런 것으로 감흥을 느낄 만한 인간이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애정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그를 바꿔 놓지 못한다. 그저 백이현이 원하는 것,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 미친 자식이, 내가 그딴 딴따라 짓 시키려고 널 데려온 줄 알아!”
“딴따라보다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직업이 아닐까, 전 생각하는데.”
존재의 인정.
그래서 백이현은 여전히 아이돌이 되고자 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거니까.
다행히 일은 쉬웠다. 백이현이 빼앗아 온 건 다름아닌 원유하의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아이돌이 될 기회가 주어졌다.
교수 집안에 어울리는 아들을 바랐던 양부모의 소원대로 묵묵히, 속 썩이는 일 없이 숨죽이던 백이현은 어느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으로 양부모를 배신했다. 그리고 의절당하듯 집에서 나와 숙소로 들어간 후, 1위로 서바이벌에서 승리해 데뷔했다.
처음에는 그리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이현은 무언가를 차근차근 쌓아 올려 나가는 데 능숙했고, 곧 1군 아이돌로 올라섰다. 그쯤 되니 양부모와도 다시 연락하게 됐다.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아들이 된 덕이었다.
백이현은 가끔 연락을 하고, 선물을 안겨 주고, 양부모가 주변에 떠벌릴 자랑거리가 되어 주는 식으로 밥값을 했다.
‘슬슬 올 땐데.’
그러면서 백이현은 기다렸다, 원유하가 오는 것을.
백이현은 자신이 운명을 빼앗았다 해서 원유하가 아이돌이 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득바득 기어 올라올 것이라 믿었다. 애초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였으니 당연히 이쪽으로 올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백이현이 ‘터닝 포인트’를 너무 얕봤다는 데 있었다.
그가 빼앗은 불행 뒤에는 이후 찾아올 원유하의 모든 행운이 잠재돼 있었다는 것. 원유하는 넘치는 운을 여기저기 흘리는 사람었다는 것. 그가 손댄 인간은 불안정해진다는 것.
‘…아, 이런.’
그 모든 요소가 모여 원유하가 불행한 인간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백이현은.
* * *
“카르마에서 연습생 평가를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유하 널 본 덕이 있어. 그때 알았지. 네가 이상해졌다는 걸.”
“…….”
이야기를 끝낸 후, 가볍게 한숨을 쉰 백이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대로 자라진 못하겠다고 생각하긴 했지. 한 번 내게 뭔가를 빼앗기면 그 사람은 한동안 불행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수년이 지나서까지도 계속되고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게 널 그런 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줄도 몰랐고.”
“그런 인간?”
내 되물음에 백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가늠하는 듯, 혹은 답지 않게 꺼내는 것조차 꺼려지는 듯한 조심스러움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백이현은 끝내 조용히 대답했다.
“모든 운을 다 빼앗기는 인간.”
“……!”
백이현은 그때의 내 머리 위의 숫자가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예전과 달랐다.
“마이너스는 처음 봤어.”
“…….”
언제나 ‘좋은 하루’를 보낼 수치가 떠올라 있던 예전과 달리, 내 머리 위의 숫자는 바닥을 치다 못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듯하니까.
“아마 내가 네 터닝 포인트를 빼앗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건. 넌 불행을 겪은 다음에 운을 되찾을 예정이었으니까.”
이에 대해 백이현은 그렇게 추측했다. 그 터닝 포인트 속 내게 할당되어 있던 모든 운을 자신이 빼앗아 버린 탓에 내게는 끝도 없는 불행이 시작된 거라고.
누구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던 골방에서부터 시작해 단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던 불행이 몰아치기 시작한 거라고. 그 불행 가운데에서도 가끔씩 차오르는 운조차 매번 누군가에게 빼앗기면서 말이다.
“오래 지속될 것 같았어. 겪을 불행을 네가 다 겪기 전까지 네 체질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았지. 그래서 알은체하지 않았고.”
“…….”
“내가 있으면 넌 더 불안정해질 테니까.”
“…그래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고? 내 불행이 모두 끝날 때까지?”
백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내가 겪을 불행이 모두 끝난 후에야 나를 찾아올 생각이었던 듯했다. ‘형’으로서 동생을 찾아가기로, 오래 전에 이미 약속했었으니까.
“그러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나온 널 봤어. 고정된 숫자조차 사라진 너를.”
그렇게 몇 년. 백이현은 곧 ‘디어돌’에 출연한 나를, 정확히는 사라진 내 머리 위의 숫자를 보게 된다.
고정된 숫자는 사라졌지만 내가 여전히 ‘다른’ 존재임은 확실했다. 제가 만들어 낸 불행이 모두 끝이 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백이현은 나를 찾아와도 되겠다 판단을 내렸고, 나를 언급하게 되었다.
“도와주려고 했지, 또 네가 여기저기 빼앗길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어릴 적처럼 제 방식대로 나를 지키려 들었다. 여전히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건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로.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거다.
“…….”
구구절절 길기도 길고 지난하기도 한 이야기였다.
의심하던 것에 대한 확신을 받고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하.”
기가 막힌 이야기였다.
나는 헛웃음을 뱉어 낸 후 잠시 낄낄거렸다.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백이현은 당황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도 아니었다.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멀거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백이현, 네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백이현이 뭔가를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백이현은 사람에게는 관성이 있다고 했다. 몇 가지 불행 정도야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나쁜 일들을 이겨 내면서 살아가니까.
하지만.
“불행이 끝날 일은 없었어.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
그건 ‘어느 정도’ 선까지나 가능한 이야기다.
절대 회복되지 않는 상흔을 남기는, 그래서 끝내 사람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불행도 있다는 걸 백이현은 알아야 했다.
“…죽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
그게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놈이 어떻게 약속을 어겼는지에 대해서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