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합숙소를 본 순간 생각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무슨 수를 써서든 깐다.’
뭐가 됐든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계속해서 원디어가 소환되는 건 딱 이번 년도까지만으로 하고 싶다고.
서바이벌이 끝난 지도 이제 2년째인데 매번 이런 식으로 불려 다니면서 기억을 강제 소환 당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
“…형, 긴장돼요?”
“아. …음, 아니. 긴장된다기보다는 그냥… 스튜디오까지는 괜찮았는데 막상 합숙소를 보니까 영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
그건 강현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아무래도 몇 개월간 온갖 고생을 해 온 만큼, 합숙소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서바이벌 당시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촬영은 이게 처음이 아닌데도 말이지.’
강현진의 [디자인 유어 아이돌> 촬영은 오늘로 세 번째였다. 첫 센터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강현진은 이미 작년에도 얼굴마담으로서 한 번 시즌2에 출연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연도에도 연습생들이 테마 송을 찍을 때 한 차례 불려 갔었으니까.
‘시즌 2에서 테마 송 센터를 맡았던 후배 걸 그룹 멤버와 함께 MC를 봤다고 했었지.’
그렇게 작년처럼 초반부의 일일 MC로 끝날 것 같았던 촬영에 나까지 불려 나오게 된 건, 생각보다 저조한 시즌 3의 화제성 때문이었다.
스스로 만들어 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아류작, [비 더 아이돌>에 이어 걸 그룹을 만들었던 시즌 2의 시청률이 저조하자 똑같이 남자 아이돌을 만드는 시즌 3에 사활을 걸었건만, K팝 팬덤 사이에서도 화제성이 이전과 같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시즌 1 같은 화제성을 기대하는 건 욕심 아닌가.’
다만 나는 이 같은 흐름이 당연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1 때는 ‘디어돌’ 같은 포맷을 가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하나뿐이었던 데다 예상외의 사건까지 줄줄이 터져 준 덕에 그만한 화제성이 모였던 것뿐이지, 지금 와서 동일한 언급량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물이 다 빠진 거지. 당장 다른 방송사도 비슷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지금도 당장 동시기에 진행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타 방송사에서도 하나가 더 있지 않나.
그럼에도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화제성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서도 탑을 달리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이미 시즌 1에서 시청률의 달달함을 맛본 탓에 에이넷 제작진은 무리수까지 둘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2차 경연에서는 지혁이 형이랑 찬희가 경연 코치로 오는 거지?”
“네. 3차 때는 세림이랑 단우 형이 불려올 거고요. 파이널 때는 에이든이 또 작곡가로 참여할 예정이고.”
“…끝날 때까지 열심히 부려 먹히겠네, 우리들.”
“뭐, 갑은 에이넷이니까요. 별수 없죠, 그러고 싶다는데.”
그대로 원디어 멤버들을 전체 소환할 생각을 한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회사가 고생 좀 했지.’
이미 짜인 일정에 어떻게든 공백을 만들어 내 에이넷이 요구한 스케줄을 집어 넣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야 하라는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지만, 웃대가리와 씨름하느라 매니지먼트 팀이 고생깨나 했을 터였다. 당장 매니저 형들 얼굴도 최근 굉장히 해쓱해져 있었고.
‘숙소에 천세림이 가져온 환약이 있었지.’
빼돌려서 매니지먼트실에 한 개씩 돌려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나와 강현진은 차에서 내려섰다. 이미 안쪽에서는 한창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보니까 기분 좀 이상하다? 연습생 때로 돌아온 것 같고 좀 그런가?”
“으음…… 네. 솔직히 좀……. 지난번 촬영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합숙소까지 오는 건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한 것 같습니다. 합숙소 보자마자 다시 연습생 된 것 같아서.”
“아하하, 우리는 좀 감개무량하지만요. 연습생이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어엿하게 성장해 시상식에서 상까지 다 휩쓸고 있으니까.”
때문에 합숙소로 들어온 후, 우리는 바로 마이크를 매단 채 촬영에 들어갔다. 시즌 1 때와 동일한 코치진인 만큼, 새롭게 인사를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선생님들 덕분이죠. 이번 시상식 무대 때도 도움 많이 주셨잖아요. 덕분에 댄서분들이랑 재밌게 무대할 수 있었기도 하고.”
“뭐야, 웬 금칠? 그래 봐야 나오는 거 없다~.”
“저희 무대에 선생님들 지분이 크다는 걸 다들 아는데 어떻게 금칠이에요. 사실 적시지.”
“내가 진짜 사람 하나는 잘 본다니까. 이렇게 난놈일 줄 내가 너 첫 등급 평가 때부터 알았어, 원유하. 아부가 해를 거듭할 때마다 늘어, 어떻게.”
애초에 춤 선생인 제인이나 보컬 선생인 차미나는 로드 엔터에도 소속되어 함께 일하고 있는 덕에 회사에서도 매번 만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원디어는 대부분의 경우에 자체 창작이라는 룰을 고수하고 있기는 했지만, 당연히 멤버들로만 모든 무대를 꾸릴 순 없었다.
그렇기에 회사에 소속된 프로들과 협업하며 노래와 춤, 랩 레슨을 듣기도 하고 무대를 함께 구상해 소화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로드에 소속되어 우리를 전담으로 맡고 있는 사람들은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 우리를 가르쳐 준 심사 위원들이었다.
덕분에 꽤 친밀한 분위기에서 첫인사와 함께 신변잡기식의 말을 나눈 후, 나는 자리에 앉아 슬쩍 제인에게 물었다.
“연습생분들은 어떤 것 같아요? 1차 경연이면 아직 많이들 헤맬 것 같은데. 방송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사건 사고도 많이들 터질 것 같고.”
궁금한 게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민기, 이희민, 하오란.’
그 세 명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 유어 아이돌>을 촬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는 별다른 사고가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과거의 재현이 떠오른 순간 그 셋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함께 나오게 된 게 우연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그 세 명과 얽혀 뭔가 문제가 일어난다는 뜻일 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위기부터 파악할 겸 그렇게 물었으나, 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다 옛말이야. 애들이 아주 능수능란해. 예전이야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없었으니까 다들 어리바리했는데, 지금은 스튜디오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떻게 행동하라고 회사에서부터 행동 지침을 다 정해 주는 것 같더라고.”
“음, 그렇지. 첫 촬영부터 대놓고 캐릭터 만들기 들어간 애들도 꽤 있었고.”
그에 옆에 앉아 있던 춤 멘토, 리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마디를 더 얹었다.
해가 거듭되며 참고할 수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수 나온 만큼 연습생들도 꽤 연구를 한 채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악편은 덜 당하고 주목은 더 받을 수 있게끔 말이다.
“시즌 1 때는 애들한테서 좀 날것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꼭꼭 감추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덕분에 관리는 편해요. 시즌 2 때까지는 애들이 카메라가 있어도 개싸움을 벌였는데, 이제는 다들 서로 몸 사리고 있거든. 영악한 애들도 좀 있고.”
“…영악한 애요?”
“이제 연습생들 들여보내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중 차미나로부터 어딘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들었을 때였다. 무언가를 더 묻기도 전 스태프가 주의를 돌리는 것에 심사 위원들은 다들 태도를 가다듬었다.
“안녕하세…… 헉!”
“…와. 원디어 선배님들…….”
“뭐, 뭐야? 뭐야? 형! 앞에 누구 있어요?”
“얘들아, 빨리 얼굴 정리해. 현진 선배님이랑 유하 선배님 오셨다.”
“자, 다들 거기 멈춰 서 있지 말고 들어오자~. 다들 입장 잘하고 나서 제대로 인사해야지?”
그에 나는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덩달아 강현진과 함께 연습생들이 들어오는 문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고.
“그럼 이번에는… 유하랑 현진이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곡이네. ‘UTOPIA’를 커버하게 된 두 팀을 만나 볼까?”
곧이어 다른 의미로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UTOPIA’를 커버하게 된 A팀입니다. 저는 리더이자 센터를 맡은 김민기.”
“…저는 하오란.”
“저는 이희민입니다.”
“…….”
더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세 명을 한꺼번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 * *
약 이틀 동안의 연습을 거치고 1차 중간 평가를 한 후, 이어서 또 한 번 이틀 동안의 평가를 한 후 2차 평가를, 마지막으로 리허설을 거쳐 진짜 경연을 하는 수순으로 촬영이 흘러갈 예정이었던 것이다.
시즌 1과 2에서 내내 한 번의 중간 평가만 있던 것과 달리 한 번의 평가가 더 추가된 이유는 간단했다.
‘원디어로 화제 몰이를 좀 해 보겠다 이거지.’
차마 고정 코치로까지는 못 두지만 중간 평가의 횟수를 늘려 매주 한 번씩은 원디어 멤버들의 얼굴을 비추게 함으로써 시청률을 좀 끌어모아 보겠다는 꼼수 말이다.
덕분에 이번 1차 경연에서 나와 강현진은 총 네 차례 코치로서 연습생들 앞에 얼굴을 들이밀 예정이었다. 오늘은 대망의 첫째 날이었고.
“유하 씨는 이쪽 연습생과는 안면이 있다고 아는데.”
“…네, 오랫동안 같이 연습을 했었죠. 오랜만이에요, 형.”
“응, 오랜만이야. 아, 아니. 오랜만이에요, 유하 선배님. 좋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그러니 이런 불유쾌한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그림을 원하고 나를 1차 경연 쪽에 집어넣은 것일 테니까.
‘다리는 다 나은 것 같군.’
화장기 없이 수수한 얼굴. 한창 연습하고 온 듯 구겨져 있는 연습복을 입은 김민기, 누가 봐도 샵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팅한 게 확실한 나.
그야말로 완벽한 대비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연습해 왔으며 함께 LON 데뷔조에서 떨어졌으나, 한 명은 서바이벌 1위로 데뷔, 한 명은 소속사 방출로 또 한 번 운명이 갈린 KRM의 두 연습생으로서는 말이다.
“형도요. 마지막으로 뵀을 때 솔직히 걱정이 컸었거든요. 갑작스럽게 형이 그렇게 다리를 다칠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불미스러운 ‘사고’였죠.”
“네. 예상치 못한 ‘사고’요. 형이 괜찮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한시름 덜었어요. 형이 건강해 보이셔서요.”
그런 대비 끝에 눈물을 짜낼 만한 서사가 놈과 내 사이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건데? 왜 내가 구른 거야? 네가 날 밀기라도 했어?
-…설마요. 제가 어떻게 형을 밀었겠어요, 계단을 등지고 있던 건 저였는데.
-그럼 어떻게 내가 굴렀어? 네가 아니고서야 내가 구를 일이 없잖아!
-그거야 저도 모르죠. 눈 뜨고 보니까 형이 제멋대로 구르고 있던데요. 저야말로 묻고 싶네요. 분명 제 앞에 있던 형이 어떻게 절 제치고 계단을 구르고 있었는지요. 마치 절 떠밀려다가 삐끗해서 넘어지기라도 한 것처럼요.
-……!
‘원한 서사라면 모를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잘하고 계신 듯해서 다행이기도 하고.”
“덕분이지. 네 존재가 나한테는 엄청난 용기가 됐었거든.”
대체 어떻게 저 자식이 [디자인 유어 아이돌> 제작진의 편애를 받고 있는 건가, 하고 말이다.
“나도 네가 걸어간 길을 따라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
정확히는 뭐라고 입을 털었는지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김민기가 모든 인터뷰에서 날 거론하고 다녔다는 건 확실해 보였으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개인 연습생으로 출연한 김민기가 첫 센터까지 차지할 순 없었을 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