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김민기는 센터로 뽑힐 만한 자질이 충분하다 볼 수 있었다.
애초에 실력이 없었다면 LON의 멤버로 고려되었을 리 없고, 그 전에 KRM의 A반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리 없으니까.
‘애초에 김민기는 지금은 LON의 리더가 된 최한결보다 더 오래 연습생 생활을 한 놈이기도 하고.’
내내 A반에 있던 건 아니었지만, 김민기는 나름대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결국 유력한 데뷔 후보까지 올랐었다.
다만 KRM가 새 팀을 꾸리기까지가 생각보다 늦었다는 점, 김민기가 A반으로 올라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는 점.
무엇보다도 그렇게 들어오게 된 A반에 최한결이 있었다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일 터였다.
‘그때쯤 김민기는 리더 포지션으로 데뷔할 수밖에 없는 나이였는데, 그마저도 최한결에게 밀려 버렸으니까.’
최한결은 연습생 시절부터 직원들에게 차기 리더감으로 손꼽혀 오곤 했다. 입사부터 데뷔까지 단 한 번도 A반을 벗어난 적이 없는 이른바 천재 롤인 데다,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성격까지 더해져 연습생들과 직원들로부터 신망도 두터웠으니까.
‘그래서 새 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최한결이 낙점된 거기도 하고.’
팀이 결성된 게 조금 일렀거나, 김민기가 나이조차 고려되지 않을 만큼 LON이라는 팀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A반에 있었을 당시에도 내내 최한결에게 밀리는 듯하던 김민기는 끝내 데뷔 멤버로 뽑히지 못했고, 곧 다른 살길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여졌다.
“동기를 따라 김민기 연습생도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연습한 걸 볼까?”
그 ‘다른 살길’을 결국 남의 것을 빼앗는 쪽에서 찾으려 했었고.
‘그러다 제 악의에 본인이 당해 버렸지만.’
옆자리의 차미나의 요구에 따라 준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움직이는 김민기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지난 생, 내 운명을 크게 뒤틀어 놓았던 이른바 ‘운명 분기점’, 백이현의 말에 따르면 ‘터닝포인트’는 이전과는 다르게 작용했다.
나는 별다른 탈 없이 ‘디어돌’에 나가고, 지난 생에 내가 당했던 불행을 받게 된 김민기는 결국 월말평가를 망치고 KRM에서 방출되는 결과를 맞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의문인 거다.
‘지금 김민기는 개인 연습생이다. 즉, 뒷배가 없어.’
봐주는 사람이 누구도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김민기가 테마 송의 센터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말이다.
테마 송의 센터는 시즌 내내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얼굴이 된다. 그러니만큼 제작진은 당연히 그냥 센터를 뽑지 않았다.
‘스타성보다도 더 전에 인지도를, 그 전에 소속사를 고려하니까.’
수많은 연습생들이 참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당연히 이해관계가 없을 리 없었다.
더 많은 분량, 좋은 편집점, 이 모든 게 결국 에이넷, 그중에서도 제작진과 사이가 좋은 소속사의 연습생들에게 몰리곤 했으니까.
그런 만큼 센터가 뽑히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했다.
강현진의 경우 타인을 압도할 만한 스타성과 그 전에 톱 배우 부부의 아들로서 쌓아 두었던 인지도가 있었다. 그러니만큼 에이넷과 친하지 않은 배우 기획사 출신임에도 수월하게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얼굴이 될 수 있었던 거였고.
‘시즌 2의 센터는 좀 달랐지.’
뒤이어 진행된 시즌 2의 센터는 KRM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연예 기획사라고 불리는 엔터사를 타고 나온 연습생이었다.
그 때문인지 해당 연습생은 당연히 초반부 방송 분량이며 편집점을 제작진에 의해 좋게 배정받았고, 연습생들에게 거의 몰표를 받으며 첫 센터로 낙점받았다.
‘즉, 연습생들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센터를 뽑는 연습생들은 소수. 대부분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제작진의 입김에 따라 후보 투표를 하는 게 대다수였다.
‘2년 전에 내가 실력이 부족함에도 센터 후보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KRM라는 소속사를 뒤에 뒀기 때문이 컸을 테고.’
그런 만큼, 아직 캐릭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초반에는 결국 소속사의 힘만으로 초반 방송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매 시즌 출연하지만 결국 변변찮은 분량을 받지 못하고 데뷔에 실패하는 개인 연습생들의 처우는 내내 은근한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하지만 김민기는 뒷배도 없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센터를 차지했다.’
그게 그저 실력만으로 된 일일 리 없다. 그 수많은 이해관계를 제치고 제작진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김민기에게 있었다는 뜻이니까.
“어, 희민아. 거기서 0.5 정도 옆으로…… 어어, 거기. 하오란은 그 살짝 뒤.”
“여기… 이렇게요?”
“여기 맞아요?”
혹은,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즌 3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나갈 깜냥이 놈에게 있다고 봤거나.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같은 팀의 연습생들의 자리를 세밀하게 조정해 주는 김민기를 따라 하오란과 이희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리군.’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이희민과 하오란은 각각 이십 대 중반으로 다가서는 나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희민은 이제 스물하나가 되었을 테고, 하오란은 아직 열아홉, 즉 미성년자일 테니까.
그래서일까.
“오, 잘하는데.”
“연습 많이 했나 봐.”
“…….”
나는 곧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게 노네.’
저 둘이 지금, 두 눈을 뜬 채 후려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감사합니다!”
“감, 감사합니다.”
아마 본인들도 긴가민가해 말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교묘하게 말이다.
숨을 헐떡이며 동작을 마친 연습생들은 이내 각자 무릎을 부여잡고 몸을 굽히거나 옷깃을 펄럭이며 벅차오른 숨을 골랐다. 이번에도 경연 방식은 같은지, A팀이 커버한 ‘UTOPIA’는 안무가 여러 군데 재창작되어 있었다.
“완성도 높네.”
“……!”
“편곡도 괜찮게 된 것 같고, 안무 연결성도 좋아. 너희에게 맞게 잘 바꾼 것 같은 느낌? 그중에서도 센터가 잘 살아나는 것 같고.”
그런 A팀의 퍼포먼스를 본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좋았다. 다른 곡을 커버하게 된 다른 연습생들의 퍼포먼스도 몇 개 본 상태인 만큼, ‘UTOPIA’ A팀의 무대에 혹평을 날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팀은 아직 평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니까.’
[디자인 유어 아이돌>은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달리 초반부터 일정 부분 연습생들의 창작성을 필수로 요구한다.때문에 1차 경연은 언제나 쪽박 아니면 대박일 수밖에 없었다. 빡빡한 일정을 따라오지 못하고 낙오되는 팀과 그 속에서 천재성을 뽐내는 팀이 갈리니까.
‘그런 와중에 중간 평가를 한 번에서 두 번으로 쪼개 놨지. 덕분에 평가 날짜가 앞으로 당겨졌고.’
즉, 절대적으로 연습 시간이 부족했을 터.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본 팀 중 반절 이상은 아직 평가를 할 만한 단계가 아니었다. 아직 한창 창작 중인, 미완성 단계였던 것이다.
‘덕분에 심사위원들은 쉴 새 없이 혹평을 쏟아 내고 있고.’
그런 와중에 간만에 나와 준 완성도 높은 팀이다. 이 즈음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쯤 받아 주는 팀이 있어 줘야 하는 데다, 그게 이번 시즌의 테마 송 센터가 포함되어 있는 팀이라면 공치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안무 창작을 하신 분이 누구죠?”
“접니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한참 동안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현진이 입을 여는 것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강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우리에게 배부된 연습생들의 프로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종이를 들춰 김민기의 프로필을 찾아 낸 강현진은 잠시 동안 침묵한 채 빠르게 종이를 읽어 나갔고, 이내 원하던 것을 찾아낸 듯 고개를 들고 물었다.
“원래 포지션으로는 리드보컬을 적어 넣으셨는데. 안무 창작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 네. 원래 희망하는 포지션이 리드보컬이기는 하지만, 연습생 때도 안무 창작은 해 본 적이 있어서요. 저희 팀에는 편곡을 할 줄 아는 친구는 있지만 따로 안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친구는 없어서 부득이하게 경험이 있는 저를 위주로 창작을 하게 됐습니다.”
“그럼 김민기 연습생을 주축으로 모든 연습생들이 의견을 내서 함께 만들었다, 그렇게 보면 되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강현진은 김민기의 말을 들은 후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혹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럼 한 가지 더, 이번에는 다른 팀원분들께 질문을 좀 드리려고 하는데.”
“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안무 구성에 다른 팀원들은 백 퍼센트 동의하시는 건지? 전체적으로 모든 안무의 포커스가 김민기 연습생에 맞춰서 진행되는 것 같아서요.”
“…….”
이 안무는 이상했으니까.
‘연결성이 좋고 본인에게 맞춰 잘 바꾼 건 맞아. 완성도도 높지.’
‘김민기에게’만 말이다.
안무를 창작하는 사람의 개성이 춤에 나타나는 건 당연하다. 창작자의 버릇, 습관, 선호도까지도 춤에는 다 드러나니까.
‘하지만 프로는 달라.’
당장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제인이나 리오만 하더라도 본인의 선호도 대신 의뢰인에 맞추어 안무를 만들곤 하니까. 본인의 개성을 남겨 두되 철저히 의뢰인과 노래에 맞추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김민기의 안무는 달랐다. 김민기는 본인의 개성이 아니라 ‘본인이 움직이기 편한’ 쪽으로 안무를 깎아 둔 거니까.
‘그 안무에 다른 연습생들을 억지로 짜맞춰 놨고.’
김민기는 프로도 아니고, 댄스 포지션을 목표로 하는 연습생도 아니다. 그러니만큼 김민기가 만들어 낸 안무 창작은 어찌 보면 숙련도 부족에서 나온 폐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예쁜 안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면이 커요. 분명 더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잡아 당기고 절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저희는 최대한 포지션에 맞추어 안무 배분을…….”
“네. 배분은 잘된 것 같습니다. 김민기 연습생님께도 잘 맞는 안무라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그래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팀에서 김민기 연습생님밖에 안 보이거든요.”
나는 알 수 있었다. 김민기가 의도적으로 춤 포지션 멤버들을 깎아 놓았다는 것을.
분명 안무는 잘 짜였다. 애초에 김민기의 포지션이 ‘센터’인 만큼, 센터가 돋보이는 건 문제가 되지도 않고.
“이건 김민기 연습생님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안무와 구성의 문제예요. 부드럽고 연결성이 좋은 대신 그 중앙에 항상 김민기 연습생님이 있거든요.”
“그건 제가 센터이기 때문에…….”
“아니요, 다릅니다. 이건 다른 멤버가 돋보일 만한 구석을 만들지 않은 거니까요. 다른 멤버가 고려되지 않은 안무인 거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다. 센터가 센터답게 돋보이는 구간이 있다면 다른 멤버가 돋보일 구간도 있어야 마땅하지 않나.
‘하지만 A팀의 안무엔 그런 구석이 없어.’
센터가 중앙에 올 때는 당연하단 듯 센터가 조명된다. 하지만, 다른 멤버가 중앙에 올 때는 안무가 교묘하게 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무가 끊김 없이 유연하고 연결성이 있었던 거다. 초점이 단 한 사람에게 맞춰져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안무에 다른 멤버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았음을, 정확히는 의도적으로 무시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하나 묻고 싶습니다. 춤 포지션의……. 네, 하오란 연습생, 이희민 연습생.”
“……! 네, 네!”
“…네.”
“이 춤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곳이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이희민과 하오란이 저 정도밖에 못 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의 메인 댄서였던 하오란, 리드 댄서이자 래퍼였던 이희민. 저 둘과는 지독하게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했고, 매일 같은 연습실에서 부대꼈다.
그러니만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없는 것… 같아요.”
“…….”
이 안무는 다른 연습생들을, 그중에서도 저 둘을 죽여 놓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하오란과 이희민의 파트는 저 둘의 약한 부분을 극대화시키는 식으로 짜여 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