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멘토들이야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혹은 뭔가 위화감을 느껴도 그 정체를 찾지 못하거나.
이유는 하나뿐이다.
‘멘토들은 연습생 하나하나의 습관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까.’
지금은 1차 경연. 참여하는 연습생만 백 명이다. 당연히 멘토들은 아직 연습생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외우지 못했을 테고, 그런 상황에 연습생들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했을 리 만무하다.
“혹시 원래 안무 기억해요?”
이런 쪽에서 비상할 정도의 눈치를 가진 강현진은 좀 달랐던 것 같지만.
‘강현진이 가진 춤에 대한 재능은 프로 댄서를 웃돌 정도니까.’
데뷔 후 강현진의 춤 스텟은 S-에서 S로 한 단계 성장했다. 로드 엔터의 지원하에 원하는 대로 춤을 배우고 활동을 거치며 실력을 갈고닦은 결과, 이제는 아이돌 중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수준까지 오게 된 거다.
‘저 정도 스텟이면 댄서 사이에서도 손꼽힐 테고.’
여기에 부모의 반대에도 숨어 가며 여기저기서 춤을 배울 만큼 억누를 수 없었던 춤을 향한 열망, 크게 찾아온 슬럼프를 두 번이나 스스로 이겨 낸 경험까지.
“2절 후렴구 쪽 댄스 브레이크 파트 기억하고 있으면 한번 해 보실 수 있나 해서요.”
덕분에 강현진은 사람의 몸을 쉽게 파악하곤 했다. 오래 봐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충 몸을 몇 번 움직이는 것만 봐도 어떤 쪽의 동작을 잘하는지, 어떤 쪽이 약한지 바로 캐치해 내곤 할 만큼.
‘의사급이지, 거의.’
때문에 연습실의 강현진에게는 멤버만이 부르는 별명이 하나 붙어 있기도 했다. ‘연습실의 X-RAY’ 말이다.
연습을 하는 중에 멤버의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안 맞는 것 같다 싶으면 그걸 단번에 파악해 내곤 안무를 바꾸거나 컨디션을 살펴 주는 덕에, 멤버들은 자주 자신도 모르던 몸의 이상을 발견해 내곤 했다.
‘솔직히 강현진이 아니었다면 연습 중에 멤버 모두 한 번씩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니까.’
아이돌은 몸을 쓰는 직업이다. 그런 만큼 활동기와 비활동기를 가리지 않고 부상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현진 덕에 지금까지 멤버의 부상은 일어난 적 없었다. 그런 강현진이니만큼 더 용납이 안 되는 거겠지.
“잘하시네요. 댄스 브레이크 파트를 왜 생략한 건지 의문일 정도로.”
김민기는 저 둘을 의도적으로 무리시키는 동작을 안무에 넣어 뒀으니까. 마치 언제고 다쳐도 괜찮다는 것처럼.
이희민과 하오란의 동작을 모두 지켜본 후, 강현진은 제 나름의 분석을 모두 끝낸 모양이었다. 곧 인상을 찌푸린 채 이렇게 말했으니까.
“하오란 님은 브릿지 쪽 파트 잘 안 되죠? 이희민 님은 3절 시작 즈음이 그렇고. 아뇨, 다시 해 볼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동작으로는 연습하지 말란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그 동작은 두 분한테 안 맞아서 어렵게 느껴지는 거니까.”
“…안 맞는다고요?”
“그냥… 아직 좀 미숙할 뿐인 게 아니라요?”
이희민과 하오란은 어리둥절해하는 듯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멘토들의 칭찬을 들을 정도로 안무는 잘 빠진 상태였으니까.
‘잘 되지 않는 동작도 본인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겠지.’
안무가 유독 몸에 잘 안 익는다고까지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동작이라는 건 몰랐겠지.
“미숙한 것도 맞지만, 이건 실력 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그 동작이 두 분한테 잘못된 동작이라는 뜻입니다. 비슷하게 다른 팀원분들에게도 그런 동작들이 있고요.”
그 모든 것을 파악할 만큼 저 두 명은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 속에서 그런 걸 깨달을 정신도 없었을 테니까.
“…저희 안무가 이상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퀄리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저는.”
그렇게 정신없는 연습 과정 속에서 김민기는 주도권을 틀어쥐었고 말이다.
강현진이 이희민과 하오란에게 원곡의 안무를 시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김민기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판단한 듯했다. 약간은 방어적인 태도로 끝내 입을 연 것이다.
그에 강현진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최선을 다하신 게 맞겠죠. 안무도 멋있고, 잘 연결되고, 현재 안무에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럼 변경할 이유는….”
“근데 그 필수적임 하나 때문에 멤버가 다치면 더 손해니까요. 그래서 바꾸는 게 낫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리를 다쳐 한동안 춤을 추지 못했던 강현진은 부상에 예민했다. 몸이 다치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단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몸에 안 맞는 동작도 할 필요가 있긴 하겠지.’
언제나 몸에 맞는 동작만 할 순 없으니까.
팀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가끔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뭣보다 시간을 들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익숙해지면 부상 위험도 또한 낮아진다. 그러니 저 둘이 김민기가 짜 놓은 안무를 하지 않을 필요는 없겠지만.
“연습하다 이희민 연습생과 하오란 연습생이 다쳤을 때, 김민기 연습생이 저 둘 인생을 책임져 줄 건 아니잖아요. 팀이 짜였다 한들 결국은 개인전인데.”
“…!”
“그 동작을 영원히 하지 말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안무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번 1차 경연만 하고 프로그램 하차할 거 아니잖아요. 춤을 그만 출 것도 아니고.”
그건 저 팀이 일회성이 아닐 경우에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뭣보다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 저 안무가 두 명에게 이득이 되어야 할 테고.
‘하지만 저 동작은 이희민과 하오란에게 이득이 되는 안무는 아냐.’
오히려 몸에 맞지 않는 동작을 억지로 시킴으로써 저 둘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효과만 내고 있을 뿐. 그렇다면 더더욱 저 동작을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건 상의하에 결정해야 할 문제겠지만요. 제 말은 조언일 뿐입니다. 팀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팀원들끼리 논의를 해 보시는 게 좋겠죠. 하지만 좀 더 본인이 잘 드러날 동작이 없을지, 다른 팀원들도 생각해 보시길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애초에 본인들의 매력을 죽이기 위해 짜인 안무이니만큼 당연히 변경하는 게 옳고.
강현진의 말이 끝난 후, 연습실 안쪽엔 침묵이 감돌았다. 거울에 붙어 앉아 있는 ‘UTOPIA’ B팀 연습생들은 눈만 굴렸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A팀 연습생들은 혼란해하는 기색이 강했다.
“…현진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거겠죠. 알겠습니다. 제가 조금 다른 애들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저희끼리 좀 더 상의해서 잘 바꿔 보겠습니다.”
그 사이에서 김민기는 입을 열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은 정말 그럴 의도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은 잘하는군…….’
그에 나는 겉으로는 무덤덤한 얼굴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김민기가 이 상황에서 ‘자신은 열심히 했을 뿐인데 미숙함에 따라 얼결에 피해를 끼칠 뻔한 연습생’ 따위를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 새끼는 애초부터 남 파악하는 데 선수였지.’
김민기는 나와 같이 KRM에서 연습할 때부터 강현진과는 비슷한 결이지만 또 다른 재능이 있었다.
“형…….”
“미안하다. 마음이 좀 급했나 봐. 맏형이자 리더로서, 그리고 센터로서 포지션만 생각하다 보니 내가 미숙하다는 걸 잊었어. 너희도 당연히 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미처 물어보는 일 없이 너무 내 방식대로만 몰아붙였으니까….”
“아니, 형이 열심히 한 거 누가 몰라요. 형 덕분에 저희가 연습 시작되고 나서 제일 진도 많이 나간 팀 된 거잖아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솔직히 저희 만난 지 며칠 됐다고 형이 저희 약한 부분을 다 알아요.”
“그래도 미처 알아봤어야 했던 건 맞잖아. 내가 리더니까…….”
김민기는 남의 약한 점을 귀신같이 꿰뚫어 보곤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해 연습실에서는 저놈을 따로 부르는 말이 있었고.
-형은 근데 민기 형이랑은 유독 교류가 없네요. 둘이 비슷한 포지션 노리고 있으니까 솔직히 민기 형이 A반으로 올라오고 나서는 형이랑 제일 친해질 줄 알았는데.
-음……. 편 가르는 것 같아서 솔직히 좀 그렇긴 한데, 민기 형은 좀 거북해서.
-왜요?
-남의 약한 점을 꿰뚫어 보고 일부러 그걸 파고드는 사람이랑은 별로 안 친해지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아? 감인데, 저 형은 그런 식으로 파벌 만드는 데 특화된 사람 같거든.
가스라이팅의 귀재 말이다.
‘저 자식에게 뒤통수 맞은 놈이 꽤 많지.’
그렇게 오랫동안 KRM에 붙어 있었음에도 김민기가 방출당하는 걸 연습생들이 그리 아쉬워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처음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김민기에 의해 구워삶아졌다 뒤통수 맞은 연습생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KRM의 텃세는 대부분 김민기가 주도했으니까.’
사람 좋은 척, 새로 온 연습생들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자존감이란 자존감은 다 깎아내렸지. 덕분에 자진 퇴사한 연습생들도 많고.
‘KRM 웃대가리들은 그런 걸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니 김민기가 더 날뛸 수 있었던 거고.’
그런 가스라이팅과 텃세 속에서도 살아남는 연습생들만 데리고 가도 회사로서는 문제될 게 없다. 애초에 그런 정신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니까.
“미안, 앞으로는 절대 독단적으로 굴지 않을게.”
“형…….”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길러진 가스라이팅 실력이 어디 갔을 리 없다. 같이 팀을 하게 된 팀원들을 구워삶는 동안 뭘 잘하고 못하는지 정도야 진즉 파악 끝났을 테고, 그것까지 전부 고려해 가며 안무를 짰겠지. 멘토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교묘한 수준에서.
“…하.”
그걸 알아보는 놈이 일일 코치로 참석할 줄은 몰랐겠지만.
나는 터지는 헛웃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강현진은 프로필을 훑던 것에서 고개를 든 채 조금쯤 삐딱한 시선으로 김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수 있죠. 시간도 촉박한데 어떻게 벌써 팀원들의 장단점을 다 알아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의견을 듣는 건 중요하니, 다음 평가 때는 더 발전된 모습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진 또한 이미 파악이 끝난 거다. 다른 건 몰라도 김민기가 짠 안무에 다른 팀원들을 향한 악의가 포함돼 있다는 걸 놈이 모를 리 없으니까.
“그 사람은 원래 그래? 유하야. 기분 나쁘던데. 아, 혹시 친했던 거면…….”
“아뇨, 친하진 않았어요. 원래 그랬던 사람이 맞고요.”
그 때문인지, 모든 평가를 마친 후 강현진은 김민기에 대한 말부터 꺼내고 봤다. 백여 명의 연습생 중 김민기만큼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안 친했어?”
“안 친했죠. 나이도 차이가 나는 데다 그다지 접점이 없었어서.”
그런 나와 강현진의 말을 듣고 있던 제인이 슬쩍 고개를 들이밀며 묻는 것에 나는 선선히 대답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 내가 들은 이야기랑은 다른데.”
“예?”
그에 제인이 의아하다는 듯 묻는 것에 내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묻기 전이었다.
“유하 씨, 인터뷰 따러 가겠습니다!”
“음, 다녀올게요. 무슨 이야기 하려고 하셨던 건지는 조금 있다가 들어도 될까요?”
“급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뭐. 잘 다녀오고.”
“갔다 와, 유하야.”
‘디어돌’ 스태프가 나를 부르는 것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내 인터뷰를 따기 위해 연습실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오랜만이네요, 유하 씨. 인터뷰실은 간만이죠?”
“네. 간만에 들어오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다시 연습생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초심 찾는 기분이죠? 그런 마음으로 편하게 인터뷰해 봅시다, 우리. 유하 씨한테는 오늘이 꽤 기억에 남는 날로 남을 테니, 이야기할 것도 많으실 거고요.”
“…기억에 남는 날이요?”
그리고 이내 제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믿고 따르던 형을 연습실에서 코치와 학생으로, 선배와 후배로 재회하게 된 거잖아요. 김민기 연습생도 아침부터 심경이 복잡해 보이던데. LON 데뷔 조에서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부터 좀 해 줄 수 있어요?”
“…….”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지만, 다행이기도 하겠고요. 김민기 연습생이 이번에 데뷔 성공하면 바로 KRM으로 복귀하게 될 테니까.”
“…아아, 네.”
김민기가 어떤 식으로 입을 털었는지, 놈이 어떻게 센터를 할 수 있게 됐는지 PD가 직접 이야기해 줬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