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솔직히 말해 김민기는 B팀을 얕보고 있었다.
‘얼굴 괜찮은 놈은 몇 있긴 한데 실력이 별로지. A클래스가 둘 들어 있기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엔 존재감이 모자라니 신경 쓸 건 딱히 없고.’
B팀은 각각 메인 보컬과 프로듀싱 멤버를 지망하는 A클래스 연습생 둘을 제외하고는 D등급과 F등급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팀의 퀄리티를 책임져 줄 중간이 없는, 이른바 밸런스 붕괴 팀이었던 것이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 모여 턱없이 짧은 시간에 맞춰 무대를 준비하고 있으니, 1차 평가 때 좋은 평을 들었을 리 만무했다. B팀은 평가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내내 A팀과 비교당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속이 시원하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1차 평가 때는 그 정도밖에 못 한 거야?”
“애들 한 명 한 명 잘 보이고, 뭘 보여 주고 싶은 건지도 확연하네. 랩은 좀 더 손보는 게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안무 잘 짰다. 이건 현진 코치 덕인가?”
“앗, 네! 현진 선배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뭐야, 혹시 안무 대신 짜 주고 그런 건 아니지? 그러면 형평성에 어긋나?”
“아, 아닙니다! 현진 선배님께서 대신 짜 주신 건 없어요!”
장난스러운 제인의 말에 김민기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강현진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강현진이 혹시나 B팀 쪽에 정도 이상의 도움을 준 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B팀의 리더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재빨리 말을 뱉어 냈다.
“어떤 게 저희 강점이고 약점인지를 알려 주셨어요.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UTOPIA’를 창작하셨을 때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셨는지도 말씀해 주셔서, 저희끼리 어떻게 B팀만의 서사를 만들어 보여 드릴 수 있을지 새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현진 코치가 뭘 만들어 주고 그런 건 없는 거야?”
“안 했습니다. 저는 조언자 입장일 뿐이잖아요. 연습생분들이 하셔야 하는 일을 제가 대신할 수는 없죠. 그건 오히려 연습생분들께 해가 될 테니 저도 주의했고요.”
“그럼 조언만 듣고 이 정도까지 해냈다고? 대단한데.”
강현진은 가볍게 미소 짓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의혹을 걷어 냈지만, 김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차오르는 의구심을 떨쳐 내 버릴 수 없었다. 강현진이 A팀을 고까워해 B팀을 편애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B팀의 완성도가 뛰어났던 것이다.
“한 분 한 분 저한테 오셔서 어떻게 하면 본인 파트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물어보시더라고요. 동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들 욕심이 있어서 안무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보면서 정말 뿌듯하고 또 좋았고요. 연습량이 보이는 퍼포먼스였어요.”
“감,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진 마, 아직 너희 보컬이랑 랩 쪽도 연습 많이 해야 되니까. 대신 이 흐름만 잘 살려. 알았지?”
“네!”
“그럼 B팀은 이 정도까지만 하고, A팀도 볼까?”
“…….”
“네, 네!”
A팀이 팀원 모두가 위기감을 느끼고 서로 눈치를 볼 만큼 말이다.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오히려 중간중간 흐름이 끊겨. 안무를 변경하긴 했는데 좋은 쪽으로 변경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 위기감은 준비한 퍼포먼스를 모두 끝낸 순간 극대화되었다. 지난 1차 평가 때와는 달리 멘토들이 모두 차갑게 비난을 쏟아 냈기 때문이었다.
김민기는 당황했다. 지난번의 평가를 무시할 수가 없기도 하고, 팀원들에게도 어쨌든 할 만큼은 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 몇 군데 안무를 변경하긴 했다. 하지만 그게 이 정도까지의 혹평을 들을 만큼인가, 싶었다.
‘내가 이 안무만 몇 달을 준비했는데 몇 군데 좀 고쳐 넣었다고 퀄리티가 그렇게까지 망가질 리 없잖아.’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한 안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안무는 그가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나가기로 결정된 순간부터 짜 두었던 것이었으니까.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배출해 낸 최고의 아웃풋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원디어의 곡이 시즌3의 미션곡으로 주어질 것임은 확실했다.때문에 김민기는 출연이 결정되자마자 원디어의 모든 곡을 훑고 대표곡마다 안무의 전체적인 흐름과 편곡 방향성을 잡아 두었다. 어떤 곡이 나오든 대응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그 덕에 겨우 하루 정도의 시간 안에 대략적인 안무를 만들어 내 팀원들의 신임과 멘토들의 칭찬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고.
“애들이 보이려다가 안 보이는 게 반복되네. 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각자 잘할 수 있는 걸 왜 안 하지?”
“이 와중에 센터는 혼자 취해 있는 것 같고.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 가려는 건 좋은데 지금 네 뒤에 있는 애들이 방황하고 있는 건 알아야죠. 딴 친구들도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민기야, 원맨쇼해? 너 솔로 가수 하려고? 이거 팀 미션인데, 지금 안무에 정말 팀 의견이 포함된 게 맞아?”
그러니 이런 말을 들으면 안 됐을 텐데.
“기존 안무 허점이 이렇게 드러나네. 흐름이 잘 이어지는 건 좋은데 중간중간 허접하게 바꾸니까 전체적인 퀄리티가 무너지는 거 말야. 애초에 한 사람만을 위해 짜인 것이니만큼 누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니 바로 안무 퀄리티가 확 이상해졌고.”
“…….”
댄스 멘토, 리오의 평가에 김민기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침묵했다. 어차피 이런 식의 혹평은 조금만 견디면 금방 끝날 터였으니까.
하지만, 멘토들은 김민기가 침묵하는 것을 그대로 두려 하지 않았다.
“1차 평가 때 코치들이 한 말을 듣긴 했어? 의식은 한 것 같은데 오히려 반항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너희 연습은 어떻게 했니?”
뒤를 이어 또 다른 댄스 멘토, 제인이 날카롭게 물은 것이다.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
“멤버들끼리 상의해 가면서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살리려고 했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의 구분은 누가 했는데? 코치가 해 줬나?”
심드렁한 물음에 팀원들은 눈치를 살폈고, 그 모습을 본 김민기는 욕을 짓씹었다.
“…아뇨, 민기 형한테 먼저…….”
이렇게 몰리는 상황에서 팀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꺼내지 않을 리 없었던 것이다. 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팀 전체에게 책임이 돌아온다면 누구 한 명은 제물로 바치는 게 당연했으니까.
그에 제인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왜? 어제 현진이랑 유하가 스케줄 사이에 시간 만들어 가면서 저녁 내내 애들 도와준 걸로 아는데. B팀도 그렇고 다른 팀 애들도 스펀지같이 조언 흡수하고 훨씬 발전한 모습 보여 줬는데, 너희는 조언이 필요 없었나 봐? 유하나 현진이보다 민기가 더 믿음직스러웠어?”
“그게 아니라, 유하 선배님은 아무래도 포지션이 메인 보컬이시기도 하고 저희가 스스로 논의해서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선배님께 묻는 건 괜히 폐 끼치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날선 목소리에 김민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웃긴다. 그걸 왜 너희가 판단해. 애초에 그렇게 폐 끼치라고 데려다 놓은 게 일일 코치인데. 포지션 얘기는 또 뭐고? 너희 옆에 있었던 건 원작자이자 프로야. 얼마든지 데려다 써먹을 수 있는, 니들이 메인 보컬이니 춤 못 출 거다, 생각할 수준이 아닌 현직 아이돌.”
“…….”
그 즉시 제인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졌던 것이다.
“백 번 양보해 유하가 못 믿음직스러웠던 거라고 치자. 그러면 현진이라도 불러다 놓을 수 있었겠지. 걔가 다른 팀 돌고 있는 거 너희 몰랐던 거 아닐 거 아냐? 걔는 원작자인 데다 창작자이고 댄서이기도 한데, 현진이한테는 왜 안 물어봤는데? 이것도 변명해 봐.”
“…그게, 다른 팀에 더 신경 쏟고 계신 걸 아니까 괜히 저희가 민폐를 끼치기가 좀 그래서…….”
“그게 욕심이 없었던 거지. 다른 팀 애들은 지들이 먼저 코치들 찾아가고 그랬어. 유하도 계속 왔다 갔다 했던 걸로 아는데, 애들 도와주느라. 그 와중에도 유하는 너희 팀에 가장 오래 있어 줬잖아. 근데도 도움을 안 구한 건 결국 너희가 그쪽을 선택했다는 거겠지.”
제인은 팔짱을 낀 채 김민기를 먼저, 그다음으로 A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뭔가 착각하나 본데, 지난번에 너희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 준 건 너희 팀 퀄리티‘만’ 좋았기 때문이야. 너희 팀이 특출나게 잘났던 게 아니란 소리야.”
“…….”
“그 안무가 완벽했으면 코치들이 추가적으로 고칠 점을 이야기해 주진 않았겠지. 우리도 여기서 멈춰도 되겠다고 말했을 테고. 근데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
“저희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려고 노력을…….”
“아냐, 너희 그렇게 안 했어. 니들은 있는 기회도 다 놓쳐 버렸잖아. 자만해서 지금 안무로도 B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고. 지금 너희가 한 안무가 1차 평가 때랑 크게 다른 점이 있어? 여전히 민기 혼자 나서고 뒤에서 애들이 기 못 펴고 꿈틀거리는데.”
X발, 뭔 말을 못 하게 하네.
김민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제인은 여전히 되는 대로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한 사람만 돋보이는 안무, 그것도 좋긴 해. 그게 전체적인 퍼포먼스 퀄리티를 위한 너희 선택이면 우리가 뭐라 말할 건 없지. 하지만 지금 보니 다른 애들은 스스로 돋보이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이 안무에 꽤나 유감들이 많아진 것 같고.”
“…….”
“그렇게 생각했으면 더 적극적으로 바꿨어야지? 이런 식으로 누구 눈치 보듯 자잘하게 굴 게 아니라. 팀 퀄리티를 위해 센터 빼고 다수를 죽이든가, 한 명씩 제대로 본인 분량 챙기든가. 선택을 해, 얘들아. 이런 식으로 옹졸하게 굴지 말고.”
“그래서 말인데요, 하나 의견 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제인의 독주가 이어질 때였다. 문득 강현진이 손을 들고 입을 여는 것에 김민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저도 제인 선생님 말씀에 동의해요.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긴 한데… 우선 센터를 바꾸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곧 튀어나온 강현진의 말에 어이없는 한숨을 토해 내고 말았다.
“센터를… 바꿔요?”
“센터 한 명의 독주가 문제가 되는 거라면 그 센터를 바꾸고 전체적인 흐름을 고치는 게 맞으니까요. 지난 1차 평가 때와는 달리 지금은 다른 팀원들이 센터에 맞춰 주지 않고 있잖아요. 전 솔직히 그 방향이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럼 센터도 재고해 봐야죠.”
“일리 있네. 지금 와서는 솔직히 어떻게 센터를 정한 건지도 약간 의문스럽거든. 저 가운데에서 민기가 제일 돋보인 게 애들이 스스로 죽어 주고 있었기 때문인 건가 싶기도 해서.”
그리고, 김민기는 그때 느꼈다. 제 옆에 서 있는 팀원들의 눈길이 바쁘게 서로를 훑고 있는 것을.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럼 간단하네요. 김민기 연습생 파트를 다른 연습생에게 한번 시켜 보죠. 어떤 사람이 정말 ‘센터’스러울지 확인하는 건 그게 가장 빠르니까.”
김민기는 그제야 제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전날, 아무런 말도 없이 연습실에 자리함으로써 제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생각했던 원유하가 실은 이런 흐름을 노렸다는 것부터.
“그래서 말인데, 이희민 연습생. 혹시 나와서 김민기 연습생 파트 좀 해 볼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혹시 다른 쪽으로 해 봐도 될까요.”
“……? 다른 쪽?”
“따로 생각한 안무가 좀 있어서……. 괜찮을진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
“오히려 좋네요. 볼까요?”
놈이 제 팀에 있는 놈을 꾀어내 애초부터 이런 상황극을 할 생각이었다는 것까지.
“네, 잘 봤습니다. 한번 A팀분들끼리 의논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떤 안무가 낫고, 어떤 센터가 나을지. 전 여기까지만 평가하겠습니다.”
“들었지? 너희끼리 잘 생각해 보고, A팀 평가는 이걸로 끝. 나머지는 팀원끼리 결정해. 3차 때 보자.”
“네!”
목표는 하나일 터였다.
“전 솔직히 희민이 형이 대신 센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민기 형이 만든 안무로 진행되어도 희민이 형이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전 실은 안무도 바꿨으면 좋겠어서……. 다시 창작해야 되면 저도 의견 내고 싶고요, 이번에는.”
“…….”
누구의 개입과 압박도 없이, 연습생들끼리 저희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저를 밀어내는 ‘서사’를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