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야, 원유하!”
쾅!
“윽!”
“유하야!”
순식간이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온 후 김민기에게 떠밀려 벽에 부딪친 건.
어깨로 밀려오는 통증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강현진이 득달같이 다가와 내 어깨를 붙들고 있는 김민기의 손을 떼어 냈다. 물러나지 않으려 애를 쓰다가도 곧 강현진에 의해 강제로 떼어 내진 김민기는 씩씩거리며 주먹을 꽉 쥐곤 위협적으로 물었다.
“언제부터 짰어? 어?”
“…하.”
나는 대충 구겨진 옷을 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나다니던 몇몇 연습생들은 놀란 얼굴로 멀리 가지도, 그렇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한 채 머뭇대고 있었고, 막 닫히던 인터뷰실 문 사이로 나와 김민기의 대립을 목격한 안쪽의 제작진들에게서는 웅성거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뭘 따지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 말해도 되겠어요? 전 상관없지만 형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은데.”
“……!”
그제야 김민기는 주변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머리에 열이 뻗쳐 달려오긴 했지만, 이제야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김민기는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힘을 푼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내뱉었다.
“…잠깐 좀 보자.”
“형, 저 다녀올게요.”
“뭐? 안 돼. 갈 거면 같이 가.”
강현진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집스럽게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원래도 김민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놈을 위험인물로 낙인찍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앞으로 나섰다. 굳이 걱정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괜찮아요. 형은 연습생분들 좀 봐주고 있어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별일 없을 테니 이쪽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요. ‘촬영 중’이잖아요.”
“…….”
목격자가 이렇게 많다면, ‘혹시나’의 상황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이쪽도 머리는 굴러가는 만큼, 지금 본인과 내가 여러 명의 호기심에 둘러싸여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면 행동을 조심할 테고.
‘애초에 여기까지가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고.’
뭣보다 단둘이 남는 상황이 되어야만 일어날 일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생각에 김민기와 단둘이 자리를 옮겨 도착한 곳은, 여전히 CCTV가 없는 곳이었다.
“너 미쳤지? 영상 풀어도 된다, 이거야?”
김민기가 마음껏 나를 협박할 수 있다 자신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이희민이랑은 뭘 어떻게 한 건데? 그 자식이랑 대체 뭘 했길래 조용하던 새끼가 갑자기 치고 나와서 센터 자리에 욕심을 내냐고!”
침묵하는 나를 둔 채 김민기는 더 자제하지 않고 있는 대로 화를 쏟아 냈다.
2차 평가 이후 연습생들끼리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김민기에게 더없이 불유쾌한 쪽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뺏겼어요?”
“씨X, 뭘 모르는 것처럼 말을 해? 네가 다 짠 거잖아!”
예상했던 대로 김민기는 센터 자리를 빼앗긴 듯했기 때문이었다. 놈이 내내 깎아내리던 이희민에게 말이다.
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너 지금 웃었냐?”
“아, 미안해요. 그냥 웃겨서요, 형이 부족해서 센터 자리를 놓친 걸 왜 이제 와 저한테 화내시나 하고.”
“…뭐?”
“대체 뭘 근거로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 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전 정말 한 게 없거든요. 아까 전에 중간 평가 때 현진이 형이 그랬잖아요.”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는 듯, 그 자리를 ‘빼앗겼다’고 말하는 김민기의 모습이 우스웠던 것이다.
“우린 조언자일 뿐이라고.”
그렇게 자만하고 있었으니 잡고 있었던 기회도 놓쳐 버린 것이겠고.
나는 후, 작게 한숨을 쉬고 웃음기를 얼굴에서 걷어 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나를 노려보는 김민기는 여전히 내 말을 믿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놈은 여전히 내가 뭔가를 꾸며 제 자리를 강탈해 딴 놈에게 쥐여 줬다 생각하는 듯했던 것이다.
머리가 굳어 있는 건 저놈 탓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설명해 줄 필요가 있나 싶긴 했지만,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시간을 끌 필요는 있어 보였던 것이다.
“조언자일 뿐인 제가 연습생과 뭘 짰겠어요. 그냥 전 제 본분에 맞는 역할만 했을 뿐이에요. 도움을 구하는 연습생을 도와줬을 뿐이니까. 그 덕에 실력이 는 연습생이 센터 자리를 가져간 거라면 그 연습생이 열심히 한 덕 아니에요?”
“뭐?”
“형이 방심해서 뒤떨어진 걸 왜 저한테 와서 분풀이하느냐 이거예요. 그렇게 센터 자리가 간절했으면 형이 최선을 다했으면 됐잖아요?”
“……!”
김민기는 제힘에 취해 있었고, 그 때문에 연습생들에 비해 여유로웠다.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고 착각하는 만큼 연습에 온 힘을 쏟아붓지도 않았겠지.
-네?
-저희가 뭐…… 뭘 어쨌다고요?
-센터 자리에도 욕심을 내 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간절한 놈한테 져 버린 거다.
김민기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연습생들 중 제일 간절하지 않은, 그렇기에 서바이벌과 맞지 않는 참가자였으니까.
연습하고 있는 이희민과 하오란을 발견한 건 바로 어제자의 일이었다. 1차 평가가 끝난 다음 날 말이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은 여전히 밤이 늦어지면 모든 전원을 소등하는 듯했다. 덕분에 진짜 간절한 놈이 아니면 대다수의 연습생들은 숙소로 돌아가 쉬곤 했고.김민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숙소로 돌아가는 타입이었다. 그러니만큼, A팀 연습생들이 개인 연습을 할 틈을 노리기에는 소등 후가 제일 적절했을 터였다.
‘솔직히 반신반의하긴 했는데.’
때문에 찾아간 연습실. 마주한 게 이희민과 하오란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다. 있을 것 같아서 간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연습실에 남은 두 놈을 보는 건 몇 년 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손전등 두고 갈까요? 빛 없는 곳에서 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 불을 켜 줄 순 없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 듯해서.
-앗. 가, 감사합니다!
-무슨 연습해요? 기존 안무?
-그, 기존 안무…는 아니고.
-다른 안무로 변경됐으면 해서?
-……! 아, 그게…….
-말 고를 이유 뭐 있어요? 당연한데. 지금 이 상태로 들어갔다가는 혼날 것 같아서 딴 거 생각해 보고 있는 거잖아요.
이희민과 하오란을 모르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직 연습생이었을 때의 저 둘에게는 열정이라는 게 있었지.’
데뷔가 결정된 후, 한창 연습을 할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는 권혁규도, 이희민도, 하오란도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다.
‘그게 당연했지.’
망할 거라 생각하고 데뷔하는 놈이 어디 있나. 모두가 잘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니만큼 가장 열정에 불탈 때가 신인 때이기도 한 것이고.
신인 때까지만 해도 이희민과 하오란은 최선을 다했다. 피드백을 받으면 어떻게든 그걸 반영시켜 퍼포먼스를 발전시켜 나갔고, 레슨도 열심히 받았다. 그래야만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고, 더 많은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생각했으니까.
그러던 두 명이 꺾이기 시작한 건 ‘아무리 해도 뜨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더 이상 앞을 헤쳐 나갈 수 없다 판단했을 때. 뭘 어떻게 해도 팀에서 자신이 돋보일 수 없다 생각했을 때. 무엇보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여겼을 때.
-저는 좋은 선택이라고 봐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당장 다음 평가에서 A팀은 혹평을 면치 못할 것 같아서요. 오늘 하루 지켜본 바로는 달라진 게 없었잖아요. 그래서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웠고요, 오늘 연습이.
-……!
-그, 그럼 어떻게…….
-글쎄요. 혹평받지 않으려면 변화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게 안무 쪽이든, 포지션 쪽이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면 새로운 평가가 나와 줄 게 당연하잖아요.
-새로운 평가… 요?
-네. 전 A팀이 지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분명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는 길이 있을 겁니다. 어느 정도의 변화만 있으면요.
그래서 나는 이 둘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기로 했다.
스스로 다른 길을 만들면 돋보일 수 있을 거라는, 김민기를 제치고 팀에서 주요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A팀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라고 봐요. 새 안무, 새로운 중심점이 되어 줄 센터. 전 그게 두 명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센터 자리가 가는 게 전 맞는다고 생각해서.
-……!
무엇보다도 새롭게 만드는 성공 신화의 주역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그때, 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서로 바쁘게 시선을 교환하는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둘은 바로 가능성을 점쳐 본 거다.
-저, 선배님……. 아까 전에는 혹시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못 물어봤던 게 있는데, 혹시 시간이 되시면 몇 가지 정도만 여쭤볼 수 있을까요?
-저부터요! 그때 현진 선배님이 안 되는 동작 이야기하셨었잖아요. 그거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어요!
그 가능성 끝에 그 둘은 충분히 김민기의 자리를 가져올 수 있겠다 판단했고.
“도와 달라는 연습생이 있어 도와줬습니다. 제가 한 건 그것뿐이고요.”
이희민과 하오란은 새벽 내내 머리를 맞대고 안무를 짜냈다. 아직 엉성한 부분들이 꽤 있긴 하지만, 본인들의 파트는 김민기의 것보다 훨씬 완성도 있었고.
때문에 나는 그 둘 중 곡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를 만들어 낸 이희민을 센터로 추천할 수 있었다. 하오란이야 아쉽긴 하겠지만, 새 안무를 함께 짰단 것에서 꽤 짭짤한 분량을 얻게 될 테니 새벽 내내 연습한 보람을 느꼈을 테고.
‘그 두 명이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이유는 김민기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었지.’
A팀의 분위기는 기형적이었다. B팀이 특출나게 뛰어난 연습생이 없어 오히려 모든 연습생들이 참여해 서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면, A팀의 연습생들은 김민기를 제외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뭘 하든 A팀에서 김민기 이상으로 주목받을 놈은 없다. 편집도 김민기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며, 테마 송의 센터인 김민기 이상으로 센터를 잘해 낼 놈도 없다.
이희민과 하오란을 비롯해 다른 연습생들은 그렇게 단정짓고 애초부터 포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어도 하지 않고 김민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해 줬을 테고.
‘그래야만 서사가 생긴다고 판단했을 테니까.’
편애받는 김민기와 대적해 봐야 손해 보는 건 자신이다. 괜한 악편을 당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 테고.
그렇기에 A팀의 연습생들은 김민기가 A팀을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고 협조성 있는 팀원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그래야 김민기 옆에서 호의적인 분량이나마 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네가 애초에 괜한 악평만 하지 않았어도 애들이 그렇게 나올 일은 없었어!”
“그 또한 전 제 역할을 한 것뿐이죠. 흠집 잡힐 만한 행동을 한 건 형이니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와 강현진에 의해 김민기의 안무가 혹평을 받고, 그 안무에서 자신들이 돋보일 수 있는 구간이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무엇보다도 B팀에 승리하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을 때 다른 팀원들은 마음을 고쳐먹었겠지.’
김민기가 계속해서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되는 게 있었다. 모든 상황이 김민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티끌 한 점 없이 무결하고 완벽한, 절대 이길 수 없는 센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다 한들 팀에 승리를 가져다줄 팀원.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김민기는 연습생들을 찍어 누를 수 있었다.
“독재가 안 좋은 건 그런 이유라고 봐요. 웃대가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물어뜯기 위해 밑에서 치고 올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김민기에게 흠집이 나기 시작하며 권력은 분산되었다. 쉽게 가져올 수 있으리란 승리를 두 눈 뜨고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팀원들은 반발하게 되었고.
‘김민기만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면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테니까.’
흔들리는 김민기에게서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올 수도 있겠다는 욕심도 들었을 테고.
‘욕심이 든 순간 이희민도, 하오란도 망설이지 않았겠지. 다른 연습생들도 이제는 그렇게 할 테고.’
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놈들이다. 어떻게든 돋보이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들이 참여한 게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그런 욕심은 정당하고.
“그러니까 제가 그랬잖아요, 그렇게 살지 말라고. 언제 어떻게 돌려받을지, 누구에게 약점 잡힐지 모른다고. 결국 형이 한 행동이 형의 약점이 된 건데 어떡하겠어요?”
그런 욕심 덕에 김민기의 위상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PD가 만들려고 했던 캐릭터에도 문제가 생겼겠지. 김민기는 더 이상 여유롭고 완벽한 센터가 아니라 팀을 망가뜨릴 뻔해 자리를 빼앗긴 센터가 되었으니까.
그러니 이제 김민기에게 배정될 ‘서사’는 뻔했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형이 뿌린 대로 거둔 건데.”
가장 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서사 자체가 삭제되는 팀원이 되거나.
“받아들이긴, X발! 내가 나한테 해가 되는 편집을 그냥 두고 볼 것 같아? PD가 그런 걸 그냥 내버려 둘 것 같냐고!”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누가 보면 PD님 본인이신 줄 알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혹은, 악편의 주인공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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