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7)
‘뮤직 A’ 출연과 게릴라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A등급으로만 이루어진 에이스 팀의 ‘봐’ 무대가 ‘뮤직 A’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동안, 각 클래스를 적절히 섞어 나누어진 네 팀 또한 서울의 번화가로 퍼져 동일한 시각에 퍼포먼스를 해냈다.
방송으로도,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이슈화를 해낸 덕분에 오늘 송출되는 첫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물론 그 누구도 우리보다는 기다리지 않았겠지만.
“아, 떨려.”
“분량 제대로 나왔으려나…….”
“얼굴이라도 한번 제대로 비춰 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디어돌> 출연 연습생들은 각자 사복을 입은 채 강당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바로 오늘 첫 방송을 할 [디어돌> 1화의 리액션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시간 진짜 안 간다.”
“언제 시작하냐…….”
평생 봐 오던 광고가 꼭 영원처럼 느껴지는 듯, 연습생들은 긴장된 목소리로 그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애타는 연습생들의 마음을 놀리기라도 하듯 그 후로도 광고는 계속해서 진행되었지만, 결국 끝은 왔다.
“…시작한다.”
광고가 끊기고 화면이 어두워지는 순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와아아아!”
“화이팅!”
누군가가 외치는 파이팅 소리와 함께 익숙한 심의 화면이 스크린에 떴고.
곧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연습생들이 기다려 온 대망의 1화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 * *
[어, 들어가면 돼요?] [안녕하세요~!]연습생들의 등장은 평이한 분위기에서 차례로 이루어졌다.
각자 대기실에서 함께 출연하는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과 함께, 혹은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다분히 의도된 듯한 대화를 하던 연습생들은 안내에 따라 세트장으로 입장하기를 반복했다.
등장 직전에는 세트장에 자리한 큰 대형 스크린 위로 각 연습생들의 소속사 로고가 떴는데, 그 때문에 미리 도착해 있던 연습생들은 등장하는 연습생들의 소속사를 알고 그에 따른 리액션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물론 소속사의 인지도와 등장하는 각 연습생들의 비주얼 등에 따라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그중에서 우선 큰 리액션을 얻어 낸 연습생들을 몇 명 뽑는다면.
[어, 저분…….] [뭐야? 누구야? 아시는 분이야?] [그 데뷔하신… 블랙오션…….]가장 먼저 도지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소속사 로고 아래에서 홀로 걸어 나온 도지혁은 다른 연습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가볍게 목례하고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동요한 연습생들의 수런거림을 들으며 말이다.
물론 도지혁을 향한 연습생들의 대화는 당연히 방송을 탔는데.
[와, 비주얼부터가 너무… 멋지신데. 저분은 연습생 아니야. 역시 데뷔하신 분은 다르구나.] [근데 이거 형평성에 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이미 데뷔하셨는데……. 우린 데뷔 한번 못 해 봤잖아.] [좀 불공평하다고는 생각됐는데, 이유가 있겠죠…….]순수하게 도지혁이라는 사람 개인에 감탄하는 연습생과 이미 한차례 데뷔를 한 그의 재데뷔 도전에 반발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번갈아 나오는 식이었다.
“…….”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자신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한 것을 본 한 연습생이 약간 어색한 눈빛으로 슬쩍 도지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지혁은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띠운 채 딱히 별다른 동요 없이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뭐, 저 정도는 예상했을 테니까.’
대중의 반응도 딱 저렇게 나뉘고 있을 거다. 그걸 모두 감안하고 도지혁은 출연을 결정한 거니까, 이제 와 저런 반응을 신경 쓰진 않는 걸 테지.
이후로 큰 반응을 얻어 낸 연습생은 강현진이었다.
[헉?] [대박… 뭐야, 진짜 뭐야?] [강현진? 그분 아냐?] [와, 미쳤다……. 저분이 여길 나와?]강현진은 등장만으로 연습생들 사이에 큰 파문을 만들어 냈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강현진이라는 연습생 자체가 이미 구름 위 존재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강현진은 등장만으로 일종의 셀럽 취급을 받았다. 그만큼 동경과 견제의 시선 또한 함께 따라붙었고 말이다.
자막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연습생들」이라는 글귀와 함께 각자 침을 꿀꺽 삼키며 대화하는 연습생들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강현진은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해 보이며 적당한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이어진 연습생들의 등장에는 에이든 리와 천세림도 있었다. 에이든 리의 경우 또 한 번 비주얼적으로 연습생들에게서 감탄을 이끌어 냈으며.
[안녕하세요~!] [성격 진짜 좋으시다…….]천세림은 특유의 활발한 기운으로 처음 보는 연습생들에게도 살갑게 인사하는 이른바 ‘인싸’ 캐릭터로 전파를 탔다.
“흠.”
옆에서 천세림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는 게 느껴졌다. 나름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흡족한 듯했다.
그렇게 연습생들의 등장이 어느 정도 완료됐을 때쯤이었다.
[와, 주변 봐.] [다 너무 잘생기셨는데…….] […나 오징어 같냐?]서로 비주얼을 신경 쓰며 나름대로 귀엽게 보일 대사들을 뱉어 내던 중, 연습생들은 스크린을 바라보고 경악했다.
[헉.] [뭐야? 진짜 나온다고?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와, 진짜 역대급이다….]…스크린 위로 「KRM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떴기 때문이었다.
‘…음.’
나는 웃음기 섞인 눈으로 나를 슬쩍 바라보는 에이든 리의 시선을 외면하며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옆에서 천세림이 킬킬거리며 나를 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대형 기획사의 등장에 경악하는 연습생들」이라는 자막과 함께 스크린에서는 문을 통해 내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긴장감 넘치는 BGM까지 얹어져 꼭 최종 보스처럼 편집되어 있었다.
[와, KRM 엔터 같다, 진짜.] [잘생기셨다.] [딱 그쪽 느낌인데…….] [경쟁 엄청나겠다, 이게 무슨 일이냐…….]아무런 표정 없이 걸어 나온 화면 속의 원유하는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찬 세트장을 가볍게 바라보고는 멈춤 없이 비어 있는 100등자리에 가 앉았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그 뒤로 따라붙었다.
[와, 배포. 엄청 구석진 자린데 그냥 가서 앉으시네.] [난 솔직히 1등자리 가실 줄 알았어.] [아, 그러고 보니…….]수군거리던 연습생들이 곧 1등자리가 있는 위쪽을 바라보았다. 곧 카메라가 돌려지며 1등 자리에 앉아 있는 유찬희를 비추었다.
유찬희는 방금 전 팔씨름으로 중소 기획사의 연습생을 밀어내고 자리를 얻어 낸 상태였다.
놈은 날카로운 눈으로 내가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다른 연습생들이 그런 유찬희와 나를 바라보며 숙덕거리는 것 또한 방송에 등장했다.
[DIO랑 KRM이 같이 나오네.] [두 분이 엄청 신경전 벌일 것 같아.] [우리 데뷔할 수 있긴 한 걸까……? 라인업 뭐야……?] [형, 우리 일등 하려고 온 거잖아요! 할 수 있어, 지지 마요! 기선을 제압해!] [저분들은 제압할 생각도 없는데 그냥 내가 제압당한 거 같아…….]나를 마지막으로 모든 연습생들의 입장이 끝난 후에는 멘토단 소개와 함께 모두가 기다리던 또 하나의 코너, 개별 평가가 공개되었다.
구성은 예상대로였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왔어요.] [끝이 안 보이는 시간이라…… 착잡했죠.]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데 나이는 먹어 가고….] [답답했어요. 내가 정말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저 자신을 의심하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춤이랑 노래가 너무 좋아서 시작한 건데 갈수록 정말 제가 이 길에 맞는 사람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어서.] [[디자인 유어 아이돌>은 희망이에요. 드디어 저 자신을 많은 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다는 희망. 어쩌면 데뷔할 수 있다는 희망이요.]정확히 서바이벌다운, 무대 이후 연습생들의 개인사를 통해 감동과 절박함을 살리는 구성으로 1화가 진행된 것이다.
그중에는 모두가 궁금해하던 도지혁의 개인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는 대중뿐만 아닌 기자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디어돌> 도전을 결정한 이유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대로 정말 끝나는 건가, 생각했어요. 아직 많은 걸 보여 드리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무대에서 내려가는 건 너무 슬프다고. 아…… 죄송합니다.]도지혁은 잠시 침묵 후 붉어진 눈시울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모습에 강당 안의 연습생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군대에 간 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어요. 전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했고… 그런 만큼 가수가 아닌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2년 동안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해 봤어요, 내가 왜 아이돌을 하고 싶은지, 정말 이 길이 아니면 안 되는지.]곧 화면 위로 어두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춤을 추고 있는 도지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벽에 기대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목에 핏대가 서도록 열창하는 모습 등이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가면서.
‘음, 잘 살리네.’
나는 확신했다. [디어돌> 제작진들이 도지혁을 밀어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1화부터 저렇게 힘을 준 연출이 들어갔다는 건, 이후 [디어돌>에서 도지혁이 차지하는 분량과 존재감이 꽤 클 거라는 뜻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초반부터 이른바 ‘피디픽’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기에, 놀랍진 않았다. ‘피디픽’이라고 견제는 당하겠지만, 그만큼 득도 볼 테니 당사자도 좋아하고 있을 테고.
‘‘피디픽’인 놈들은 좀 각이 잡힌 것 같군.’
보통 첫 화에서 자잘한 인터뷰 장면까지 들어가며 조명되는 놈들은 이후 미션을 진행하며 밉보이지 않는 이상 끝까지 분량을 잘 얻어 가곤 했다. 즉, 확신의 ‘피디픽’은 1화부터 정해진다는 거다.
[…네, 저는 이 길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도지혁이란 사람을 제대로 보여 드리지 못했는데 이대로 내려가는 건 너무 아쉽다고. 어떻게든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제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기회가 너무 간절해요, 저에게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은 저에게는 마지막 기회예요, 그렇게 말하는 도지혁을 끝으로 화면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숨을 헐떡대며 멘토들의 평가를 기다리던 도지혁은 A등급을 얻어 내고 아련한 미소를 입가에 띠운 채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아주 제대로 된 감동 구성이었다. 이걸로 도지혁을 욕하는 여론보다 재도전을 응원해 주자는 여론이 더 강해질 것이 뻔히 보였다.
그런 식으로 피디가 신경 써 등장한, 이른바 확정적인 ‘피디픽’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등장했는데.
[…강석호와 윤희연의 아들이 아니라 아이돌 강현진으로 보이고 싶습니다.]그중에는 강현진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강현진의 자료 화면으로는 어린 시절 놈이 출연한 방송(보컬 멘토인 도민과 함께한 육아 예능 또한 자료로 사용되었다)과 화보, 마지막으로 이전에 출연한 에이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캐치 탤런트>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캐치 탤런트> 속 앳된 강현진이 아쉽게 TOP10에 들지 못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 냈다.‘…그러고 보니 [캐치 탤런트>는 주작으로 망했지 않나?’
나는 현실 속의 강현진을 바라보았다. 놈은 묵묵한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캐치 탤런트>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방송된 에이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는데, 1등이 뽑힌 이후 투표수 조작이 알려져 한차례 큰 물의를 빚었다. 당시 피디는 구속되었고.당시 1등을 한 건 몇 년간 한 중소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던 가수 지망생이었는데, 이후 투표수 조작 사건이 알려진 후 또 다른 비밀이 밝혀져 대중의 분노를 샀었다.
그가 [캐치 탤런트>로 인지도를 올려 다시 소속사를 타고 데뷔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알려진 것이다. 소속사가 그걸 위해 피디에게 접대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고.
또한 유명 미튜버, 별스타 셀럽 등 공개 오디션이 아닌 개인적인 컨택으로 몇 위의 등수를 약속하고 출연진을 데려왔다는 사실 또한 알려져 [캐치 탤런트>는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그렇게 두고 보면 강현진이 TOP10에 들어가지 못한 게 좀 이상하긴 한데.’
강현진만 한 인지도와 사회적 입지를 가지고 있는 놈도 드물다. 그런데 그런 강현진이 [캐치 탤런트>에서 TOP10에도 들지 못하고 일찍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강현진이야말로 ‘피디픽’으로 꼽혀 TOP10에 올랐어야 하는데, 그렇게 두고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뭐, 이미 지난 일이니 상관없지만.’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아요, ‘강현진’이라는 사람을 꼭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화면 속 강현진은 결연한 얼굴로 제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번에는 ‘피디픽’에서 벗어나진 않은 모양이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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