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세림아!!!!
-헐 세림아
-세림아ㅠㅠ안자??
-안녕 세림아!!! 뭐해?
-세림아 디어돌 봤어???
12시를 넘긴 시각, 라이브를 켠 것은 다름아닌 천세림이었다.
호텔 방인 듯 보이는 공간에서 가벼운 차림새로 턱을 괸 채 의자에 앉아 있던 천세림은 어느 정도 사람들이 라이브에 들어온 듯 보이자 씩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잘 지냈죠? 그냥 갑자기 보고 싶어서 틀었어요~. 다들 들어오고 있죠? 유어원. 흠,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역시 많이 깨 있었나 봐. 유하 형이랑 현진이 형 나온 디어돌 다 보셨나?”]올라오는 채팅을 훑으며 그렇게 운을 뗀 천세림의 말은 어딘가 의미심장했다. 팬들이 멤버들의 스케줄을 챙기는지 묻는 것만이 아닌, 어딘가 떠보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에 뭔가를 눈치챈 몇몇 팬들이 말을 아끼는 동안, 채팅창에는 해맑은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을 언급하며 원유하와 강현진을 칭찬하는 말들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꽤 다수의 유어원이 [디자인 유어 아이돌> 본방 사수를 했다는 것에 천세림의 표정은 곧 미묘하게 바뀌었다.
[“흐음, 그렇구나. 그럼 지금쯤… 투표하고 있었겠네요? 응? 다들 열심히 해서 좋았다고요? …흠. 우리보다?”]그리고 직후 고개를 기울이며 부러 심드렁한 말투로 천세림이 그렇게 물었을 때, 당연히 못 알아보는 팬들은 없었다.
-세림아.. 질투해?
-세림아ㅋㅋㅋㅋㅋ 우리 감시하려고 튼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놓고 함정수사하는 게 어딨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세림이 팬들이 [디자인 유어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단속할 목적으로 라이브를 틀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젠 굳이 토라진 것을 숨길 생각도 없는 듯 화면에서 살짝 고개를 돌린 채 흘기듯 화면을 바라보는 천세림의 모습에 유어원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린 것도 당연했다.
혹시나 팬들이 다른 아이돌한테 빠질까 걱정돼 너무나도 속 보이는 타이밍에 찾아와 속 보이는 질문을 하는데, 그것을 귀여워하지 않을 팬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 난 진짜; 그냥;; 현진이랑 유하 보려고 튼 거야 세림아;; 오해하지마ㅠㅠ;
-천세림 질투하는거 진짜 귀엽다 니가 이렇게 귀여운데 우리가 어딜 보겠니 봐도 너만한 아이돌이 없어서 딴 데 갈 일이 없다………
-한눈팔기에 넌 너무 영앤핸섬앤프리티앤솔티앙큼보이야 자부심을 가져 천세림
때문에 유어원들은 적극적으로 채팅을 달며 그를 얼렀지만, 천세림은 쉽게 자신이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유어원을 단속해요? 난 그냥 유어원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온 건데. 나 오늘 아주 끝내주는 하루를 보냈으니까 그거 이야기도 좀 하고, 유어원들이랑 같이 좋은 밤 만들려고. 내 진심을 곡해하면 곤란해요. 나 진짜 단속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오히려 더욱 능청스러운 태도로 자신은 절대 단속을 위해서가 아닌 소통을 위해 라이브를 켰음을 피력한 것이다.
[“근데 그렇게 재밌었어요? 혹시 거기에서 이상형 발견했다 하는 유어원 있어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난 나랑 원디어가 유어원이 찾아낸 이상형인 줄 알았거든요. 우리보다 더 멋있는 사람 있었는지 궁금해서.”]물론 그러면서도 여전히 반은 장난을, 반은 진심을 담아 신경 쓰여 죽겠다는 티를 팍팍 내는 것도 잊지 않았지만.
-세림아ㅋㅋㅋㅋㅋㅋㅋ그냥 원디어만 봐달라고 말을해ㅋㅋㅋㅋㅋㅋㅋㅋ
-세림아 그렇게 걱정이 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유하랑 현진이가 나오는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림아~ 이건 너가 이해해줘야 돼~~ 형들 나오는데 어떡해~~ㅠㅠ
그 반응에 더욱 즐거워진 건 팬들이었다. 천세림이 진심으로 토라진 게 아니란 것은 알았으나, 이런 식으로 자신들만 보라는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간만에 천세림을 대놓고 놀려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원유하와 함께 원디어 내에서도 가장 서치가 빠르고 팬심을 잘 아는 멤버인 만큼, 평소 천세림은 대부분 팬들을 조련하는 쪽이지 조련당하는 쪽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세림이 대놓고 굽히고 들어오는데 귀여워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그런 반응들에 천세림은 이제 와 다시 주도권을 잡겠다는 듯 샐쭉해진 얼굴로 대꾸했다.
[“아, 나 보는 거로 뭐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봐 줬으면 좋겠어. 형들 나오는 분량 잘 확인해 주면 좋지. 근데 궁금해할 순 있잖아, 우리 유어원들이 어떤 장면을 인상 깊게 봤는지. 형들만 본 거 맞죠? 혹시 형들이 안 나온 장면 돌려 보고 그러는 거 아니죠?”]그렇게 괜히 신경 쓰이지 않는 척을 하면서도 채팅창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모습에 또 한 번 팬들이 우르르 걱정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자, 천세림은 마침내 표정은 풀었으나 여전히 미심쩍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하게 약속을 받아 냈다.
[“그래? 나 그럼 믿어요? 배신하지 마요? 약속.”]그러곤 일단은 믿어 보고 지켜 보겠다는 투로 그렇게 답한 후, 이내 화제를 돌렸다. 단속이니 질투 때문이 아니라 정말 오늘 하루를 공유하기 위해 라이브를 틀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본인이 오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떠보기로 시작해 일방적인 약속으로 그날의 라이브가 마무리되었다면, 그다음 주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유어원~! 뭐 해요? 다들 잘 준비하고 있나?”]이번에 천세림은 아예 디어돌이 시작하기 전에 라이브를 틀어 버림으로써 유어원들이 디어돌을 확인조차 못 하게 했으니까.
-세림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진짜 속 보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림아 아직 현진이랑 유하 방송분 나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어딨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어떻게 애들 확인하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에 채팅창에 폭소가 이어지는 모습에도 천세림은 능청만 떨 뿐이었다.
[“아~ 디어돌 조금 있으면 방송 시작이구나. 깜빡했다. 근데 뭐… 어떡해. 나도 이미 라이브 틀어 버린걸. 유어원, 제가 지금 갔으면 좋겠어요? 디어돌은 언제든 재방송이나 미튜브로 볼 수 있지만 나는 지금 가면 오늘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오늘의 천세림은 오늘 아니곤 없는데……?”]물론 이렇듯 시무룩한 얼굴로 대놓고 아양을 떠는 못흡에 넘어가지 않는 유어원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디어돌은 언제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질투하는 천세림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리고 그날의 즐거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 진짜 저번주에 이어서 뭐 하냐?”] [“유어원, 안녕하세요.”] [“오, 형들~! 왔어요?”]그날의 라이브에 ‘디어돌’에 출연한 장본인들인 원유하와 강현진 또한 깜짝 등장해 준 것이다.
스케줄을 끝내고 방에서 쉬고 있었다는 두 사람은 라이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천세림의 방에 난입해 라이브에 참여했다. ‘디어돌’ 방송 시작을 약 약 오 분가량 앞두었을 때였다.
그렇게 등장한 두 형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역시 원유하였다.
[“너 이러다 현장 가서 제작진분들께 한 소리 듣는다. 코치로 출연하는 애가 방송 못 보게 막았다고.”]‘디어돌’ 출신인 데다 곧 코치로 출연할 천세림이 이렇게 대놓고 훼방을 놓아도 되냐는 말이었으나, 천세림은 당당했다.
[“형은 무슨 그런 말을. 막긴 누가 막아요? 전 그냥 유어원들이랑 같이 하루 마무리 같이 하고 싶어서 튼 건데. 팬분들이랑 같이 하루 즐겁게 마무리하고 싶은 게 욕심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기에는 시간이 너무 공교롭지 않냐…….”]자신이 라이브를 튼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라이브를 켠 시각도 그렇고 본인의 태도 또한 그 말을 믿어 주기에는 너무나도 문제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유하야!! 디어돌 출연 소감 이야기해줘!
-현진아 이번에 디어돌 갔을 때 기억에 남는 일 있었어?
-김민기랑 싸운 거 누구야?
-코치로 디어돌 참가한 소감 어땠어? 재미있게 보냈어?
-@타 연습생 언질하는 거 그만합시다@
-뭐 좋은 일이라고 이상한 걸 물어 그런 얘기 그만 애들 잘한 거나 칭찬해줘요;
그에 떨떠름해하는 원유하와는 달리 유어원들은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화제의 중심이었던 원유하와 강현진이 직접 라이브에 등장한 것이었으니, 물어볼 말이 많았던 것이다.
때문에 은근슬쩍 돌려 묻거나 직접적으로 캐물어 어떻게든 ‘카더라’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팬들과 그것을 단속하는 유어원들로 빠르게 채팅이 어지러워졌으나, 원유하와 강현진은 채팅을 확인했음에도 쉽사리 그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고 평온한 어조로 천세림과 대화만 이어 갔다.
그러나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대한 화제를 완전히 피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넌 막상 오늘 방송 안 보기로 한 거면 끝까지 보지 마라, 웬만해서는.”] [“어라? 진짜 시청자를 막는 게 누구지?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거예요? 저 뒤늦게라도 방송 챙겨 보려고 했는데.”] [“세림이 넌……. 방송 보면 또 우리 놀릴 거잖아…….”] [“너 때문에 단톡방을 못 보겠다. 지금 에이든이랑 찬희가 작당해서 연습 때마다 슬쩍 와서 정말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조언 물은 게 몇 번이냐? 다 네가 놀려서 그렇잖아? 이젠 지혁이 형까지도 그러고 있다고.”] [“단우가 중심 지켜 줘서 다행이지, 단우까지 그랬으면……. 하, 이제는 그냥… 멤버들이 다 안 봤으면 좋겠어, 다들 놀리니까.”] [“놀리다뇨. 전 형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그에 대해서 말을 몇 마디 한 것뿐인데? 그리고 형들이 좋은 선생님인 건 맞잖아요~. 나 지금 전화번호부 이름도 바꿔 놨다고요. 자, 봐요. ‘참선생 리더 형’, ‘참선생 현진이 형’…….”]오히려 지난 방송 이후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공유하는 등, 예민한 주제는 피하고 유어원들이 흥미를 보일 이야기를 가져와 풀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맞춰 천세림은 낄낄대며 번호를 가리고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원유하와 강현진의 이름을 슬쩍 유어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팬들은 보지 말라고 단속한다지만 정작 본인은 ‘디어돌’에 꽤 감명을 받은 듯, 벌써 여러 번 본 투였다.
이미 여러 번 그에 대한 놀림을 받은 강현진과 원유하가 해탈한 표정을 짓는 동안 천세림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 나 진짜 너무 감명 깊었잖아요. 연습생들을 가르치는 우리 형들 모습이 너무 빛나 보여서. 나 질투도 했어요. 만약 우리가 연습할 때 그런 실수 했으면 분명 유하 형은 진심이냐는 얼굴로 바라보고, 현진이 형은 독설 내뱉었을 텐데 ‘디어돌’에선 너무 상냥해서…….”] [“질투는 무슨……. 한창 연습하시는 분들께 화를 낼 순 없잖아. 화 낼 일도 없었고, 다들 최선을 다하셔서.”] [“응, 맞아. 최선 다하시는 분들한테 화낼 이유는 없지. 미숙한 건 당연히 처음엔 어쩔 수 없고.”] [“어라, 그 말은 나는 연습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 이거 고도의 돌려 까기인가? 형들, 나 상처받아요? 연습생분들께 해 준 것의 반이라도 저한테 상냥함을 보여 달라고요. 나 그래도 막내 라인인데.”]그에 천세림이 우는 시늉을 하는 것에 원유하와 강현진은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방송 이후 일주일 내내 천세림에게 이 주제로 시달린 듯했다.
멤버끼리 연습할 때와는 달리 강현진과 원유하가 조금 더 누그러진 태도로 연습생들을 대하고 더 세심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은 천세림뿐만이 아닌 모든 유어원들이 공감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한 모습이 유어원들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비쳤다면, 멤버들은 좀 달랐던 모양이었다. 매번 연습 때마다 마주하는 얼굴들이 보여 준 색다른 모습은 멤버들 사이에서는 자랑과 함께 장난기 섞인 놀림거리가 되기 충분했던 것이다.
[“너 언제 디어돌 촬영 간댔지? 빨리 출연해 주면 안 되냐?”] [“우리도 본방 사수 할게, 세림아. 유어원도 같이 보고 꼭 세림이한테 많은 의견 남겨 줘요.”]때문에 충분히 시달린 두 명은 자신들만 이렇게 놀림당할 수 없다 판단한 듯했다. 곧 원유하와 강현진은 훗날 천세림이 방송에 출연할 때 꼭 함께 놀려 달라는 말을 유어원에게 남긴 것이다.
[“아, 형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안 그래도 돼요, 유어원. 나 나오는 거 굳이 볼 필요 없어요. 나 보지 말란 건 아닌데, 볼 거면 미튜브로 봐요. 나랑 단우 형 나온 분량만. 딴 사람은 보지 마요. 내가 이상형이라며. 안 보기로 약속했으니까, 알죠?”]그 대꾸 이후 천세림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정색한 것도 당연했다. 애초에 ‘디어돌’을 보지 말아 달라고 라이브를 켠 것이니만큼 굳이 자신을 보기 위해 ‘디어돌’을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세림이 또 질투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써 너 나오는 거 미튜브로 볼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너만 나오는 걸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하랑 현진이는 근데 괜찮아? 우리가 디어돌 보는거
-유하랑 현진이는 질투 안해?
두 형들 사이에서 이젠 숨기지도 않는 질투에 유어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와 함께 화제는 곧 원유하와 강현진에게로 돌아왔는데, 이유는 하나였다. 아이돌의 질투는 많을수록 좋은 만큼, 두 명의 반응도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에 훤히 보이는 질투를 내비치는 천세림과 달리 원유하와 강현진은 초연해 보였다.
[“디어돌 보시는 거요? 응, 전 괜찮아요.”] [“안 볼 이유 없죠.”]반응조차 가벼웠다.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진에 이어 원유하마저 상관없다 대답한 것이다.
보는 맛이 있던 천세림과는 달리 어딘가 맥 빠지는 답변. 때문에 유어원이 아쉬워하려 할 때였다.
둘은 곧 각기 다른 대답을 함으로써 유어원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믿음에 가득 찬 얼굴로 그렇게 대꾸한 강현진에 이어 원유하는 어딘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대꾸한 것이다.
그 대답을 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 하는 반응들 속, 강현진은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세림이와 하셨다는 약속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다수의 유어원분들과 나눈 말들이 있거든요. 아직도 기억합니다. 평생 유어원 하신다고 해 주셨던 말씀들이요. 전 그 약속 믿고 있어요. 다들 그러셨잖아요, 우리가 원디어로 있는 한 계속 유어원 하시겠다고.”] [“오…….”] [“전 계속 원디어로 있을 테니까 걱정할 이유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굳이 의심 안 해요. 질투 안 하고요. 그렇게 안 해도 어차피 저희 옆에 있어 주실 걸 아니까.”] [“…아니, 형이 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되는…….”]대놓고 단속하는 게 아닌 단단한 믿음을 기반으로 팬들을 붙들어 놓는 강현진의 말에 천세림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더듬거렸다. 그런 반응에 강현진이 씩 미소 지으며 천세림의 등을 토닥이는 사이, 뒤이어 원유하가 입을 열었다.
[“보셔도 좋고 보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저희를 보시기 위해 ‘디어돌’을 시청하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물론 그렇게 하다 다른 연습생분들을 응원하실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그렇게 말한 원유하는 잠시 침묵하며 흘긋 호텔 방에 걸려 있는 시계를 응시했다. 그에 팬들은 현재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한창 방영되고 있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지만.
[“전 어쨌든 어떤 상황이든 저희가 유어원의 가장 큰 즐거움일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요. 뭐가 됐든 그거 하나는 변하지 않을 거라.”]라이브를 끄고 [디자인 유어 아이돌>을 보러 가는 팬은 당연히 없었다.
원유하가 산뜻한 얼굴로 그렇게 말을 이음으로써 유어원들은 얼이 빠져 버리고 말았으니까.
[“더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까지 잘할 거고. 우리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실 만큼이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보셔도 좋고 보지 않으셔도 좋아요. 저흰 언제나 변함없을 거거든요.”]즐거움을 위해 다른 아이돌에게 시선이 갈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들 만한 아이돌은 없을 거라는 포부. 그러니 어딜 보든 결국 자신들에게 되돌아올 거라는, 부탁 섞인 자부심.
자신들보다 더 잘해 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여유까지.
-원유하진짜유죄남아니냐고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아니……. 디어돌 안볼게… 안보면 되잖아……..
-어차피 너희만한 아이돌 없어; 뭘 보든 니들 두고 어디 갈 생각 없어
-나 결심했다. 맘 먹었어. 오늘부터 평생 유어원하기로.
-내 투표권은 이미 시즌1에서 너희한테 다 썼어…… 딴 애들 투표할 수가 없음……
그에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 것도 당연했다. 원유하의 말은 결국 자신들이 더 잘할 테니 어디 가지 말아 달라는 완곡한 부탁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런 쪽으로 언제나 초연해 보였던 원유하가 드러낸 은근한 질투에 팬들이 빠르게 클립을 따 온갖 SNS에 원유하의 말을 공유하고 채팅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곧 유어원들은 다른 이유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곧 다른 데 보실 여유가 없게 되실 것 같기도 하고.”]그것은 원유하가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대한 화제를 마무리하며 남긴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유어원은 오래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원디어의 일본 활동이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ㅁㅊ
-ㅅㅂ뭐야?????? 뭐야???
-이거 뭐야????
원디어의 공식 계정에 새롭게 떠오른 동영상 하나에 유어원들은 곧 ‘디어돌’을 신경 쓸 새가 없게 되었으니까.
또 한 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공개된 동영상. 뜬 알림을 확인하고 다급히 미튜브에 접속한 유어원들은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폐쇄된 공간. 그 무엇도 없는, 무거운 적막만이 깔려 있을 뿐인 곳. 한 줄기 빛만이 가늘게 쏘아져 내려올 뿐인, 온통 회색빛의 공간이 보인다. 그 아래로 내리깔리는 것은 잠긴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먼 음악 소리다.
그리고 그 음악을 가르고 들리는 누군가의 발소리.
그 발소리를 따라 카메라는 곧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누군가의 검은 구두를 클로즈업한다. 밑에서부터 위로, 훑듯이 누군가를 조명하는 카메라.
그 구두의 주인공을 확인한 순간, 유어원들은 탄식했다.
-미친…
-단우야
-아 미친 단우야…
차가운 공간 속, 그 어떤 때보다도 냉막한 얼굴의 주단우가 화면에 담겼기 때문이었다.
금욕적으로 보이는 검은 수트를 입고 가슴에는 십자가 모양의 푸른 브로치를 단 남자, 주단우는 이내 유일하게 빛이 내리쬐는 곳, 벽의 끝으로 다가선다.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막다른 공간. 그 끝에 다다른 주단우는 이내 표정 없는 텅 빈 얼굴로 고개를 들고.
[“…….”]이내 아무런 말없이 벽에 몸을 기댄 채 카메라를, 그를 바라보는 카메라 너머의 상대를 바라본다.
구원을 바라기라도 하는 듯. 혹은, 자신을 꺼내 주거나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그런 주단우를 담고 느리게 멀어지는 카메라. 이와 함께 깜빡대는 빛, 점멸하는 조명.
「ONEDEAR 3rd Mini Album」
third Projects for : crush
마침내 떠오르는 자막.
그 끝에서 유어원은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얘들아…. 드디어 원디어 온다
쓸데없는 이슈 따위도, ‘디어돌’의 연습생들도 신경 쓸 새가 없을 만큼 ‘큰 게’ 왔다는 사실을.
원디어의 한국 컴백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