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우리는 미리 예정돼 있던 자선 콘서트 행사를 위해 지방으로 이동했다.
“다녀와요, 형~!”
“잘 다녀와, 유하야.”
“먼저 가 있을게~!”
“그래. 조금 있다가 봐요.”
그렇게 행사장에 도착해 멤버들이 먼저 대기실로 이동하는 동안, 나는 따로 다른 쪽으로 향했다. 원디어의 무대를 기다리기 전 따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예정되어 있는 레드카펫 행사의 MC로서, 우선 파트너와 합을 맞춰 봐야만 했으니까.
“선물.”
“……? 응? 나한테?”
바로 함께 MC를 맡게 된 현지오와 말이다.
나는 대기실로 들어서자마자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건네기부터 하고 봤다. 그에 먼저 대기실에 도착해 대본을 보고 있던 현지오는 얼떨떨하게 봉투를 받은 후, 곧 고개를 기울여 안쪽을 확인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술이네?”
“너 사케 좋아하잖아.”
나는 재작년 겨울, 온갖 술들을 물처럼 마셔 대던 현지오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내가 맥주 한 캔을 할 동안 호텔 바닥에 술병을 몇 병씩이나 태연하게 늘어놓던 현지오의 모습은 아직도 선연했다.
온갖 주종이 다 나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사케를 물처럼 마셔 댔었지.
‘얼굴색 한번 변하는 일 없었고……. 솔직히 그 정도로 주당일 줄은 몰랐는데.’
어찌 됐든, 그렇게 술을 마셔 대도 술에 먹히기보다는 술을 즐기는 선에서 끝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 편히 현지오에게 줄 선물로 술을 고를 수 있었다.
그에 현지오는 빙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
“같이 마셔 줄 거야?”
“…한 잔이어도 괜찮으면 같이 마셔도 되긴 하는데, 그 이상부터는 그다지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아하하. 농담이야. 선물 고마워, 유하야. 잘 지냈어?”
그렇게 말하며 사케가 들어 있는 봉투를 갈무리하는 현지오의 모습에 나는 그가 대답을 예상하고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나는 픽 웃고는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잘 지냈지. 그러는 너는 일주일 정도 외국에서 예능 찍었다며. 그 후에 몸살 났었다고 들었는데.”
“찬희한테 들었구나? 맞아. 미국에 좀 다녀왔어. 닉네 집도 가 보고. 거기 수영장이 있어서 멤버들이랑 좀 놀았는데… 으음, 미국도 아직은 야외 풀에서 놀 날씨는 아니더라. 바로 감기에 걸렸는데 떨어지기까지 좀 오래 걸렸어.”
“아무래도 4월에 야외 풀장에서 노는 건 감기 걸리겠단 뜻과 일맥상통하긴 하겠지……. 아. 그 안에 홍삼도 들었으니까 먹어.”
“일부러 사 와 준 거야? 정말 괜찮은데…….”
“일부러 사 온 건 아니야. 내 거 사는 김에 같이 산 거니까. 몸 관리에 진심인 멤버들이 이쪽에 다수 있어서 어쩌다 보니 건강식품이니 보조제 같은 건 주기마다 사거든. 지금 하나 먹어. 오늘 고생할 텐데.”
내 말에 현지오는 고개를 끄덕이곤 가만히 봉투에서 홍삼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지금이야 편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지오는 꽤 앓긴 했던 듯 살이 조금 빠져 있었다.
그에 나는 LON 또한 바쁜 일상을 보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원디어가 일본 활동을 하느라 바빴다면 LON은 이번에 에이넷 쪽으로 리얼리티를 내보내게 되어 그 촬영을 하느라 바빴다는 듯했으니까.
‘덕분에 유찬희가 한국 다녀와서 영혼이 다 털려 있었지.’
일본 활동을 하면서도 천세림과 유찬희는 매주 각자 MC를 맡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한국에 들르곤 했다.
그중 유찬희의 경우 함께 MC를 하고 있던 닉이 해외 스케줄로 한 주 빠져 버림으로써 한차례 대타로 온 선배 아이돌과 MC를 진행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때의 방송은 짤로 남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제 우상이었던 선배와 이렇게 MC를 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정말요? 에이, 괜히 앞에 있어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건 아니고요?”]
-[“……! 아니! 대본에 적혀 있긴 한데 진심이기도 해요! 저 거짓말 안 해요! 데뷔곡부터 이번에 나온 솔로곡까지 저 춤도 다 출 수 있어요. 보실래요? 뮤직비디오 릴리즈된 순간 제가 제일 먼저 안무 땄을 텐데……!”]
-[“아하하!”]
유찬희가 냅다 선배 앞에서 성덕 인증을 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오키드 멤버에게…….’
나는 아직까지도 떠오르는 그 방송에 지끈대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당시 대타이자 스페셜 MC를 맡은 건 유찬희보다 훨씬 전에 같은 방송의 MC를 맡았었던 오키드의 멤버 서안이었는데, 하필 그 멤버가 유찬희가 평소 존경해 오던 선배였다는 게 문제였다.
처음에는 뚝딱대면서도 나름대로 각을 잡고 MC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하더니만, 능청스러운 물음 한마디에 유찬희는 바로 표정을 무너뜨리곤 바로 자신의 팬심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증명해 버리고 만 것이다.
-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걔지?ㅋㅋㅋㅋㅋㅋㅋㅋ이현이네 동생 있는 그룹 막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그룹은 진짜 애정이 너무 간다ㅋㅋㅋㅋㅋㅋ 한명은 우리 막내 동생이고 한 명은 우리 프로듀서 찐팬이라잖아요ㅠㅠ 귀여워 죽겠네ㅋㅋㅋㅋ
-쟤 누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귀엽네ㅋㅋㅋㅋㅋㅋ 서안이 안 말렸으면 냅다 수록곡 메들리 춤이라도 췄겠다ㅠ
-찬희 반응에 어리둥절하는 유어원 좀 있는 것 같아서 푸는 말… 찬희 레알 서안 좋아하는 거 맞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희 인터뷰 보면 맨날 서안 언급하고 그랬음… 근데 그 언급이 소극적이어서 눈치 못챈 사람이 많은 거지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나 찬희 인터뷰 가져왔어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보면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었을 정도로 개 투명함ㅠㅠㅠㅠㅠㅠ
「Q.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뽑자면?
A. (찬희) 마이넴, 스네이크, 오키드 서안 선배님, 바이올런스.」
「Q. 래퍼뿐만이 아닌 작곡가로서의 꿈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자신의 작업물에 영향을 미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A. 역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같은 팀의 이든이 형. 그 형 같은 천재는 못 봤어요. 그다음을 꼽자면 역시 HMOON, 디하프, 오키드 서안 선배님, 로이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찬희 진짜 무슨 고양이나 강아지가 간식 몰래 숨겨 놓듯이 서안이 이름 숨겨 놨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머글들한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숨기면서도 티내려고 하는 팬 화법 아니냐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는 (대중픽), (대중픽), 그리고 원디어 좋아해요~^^”ㅋㅋㅋㅋㅋㅋ이거랑 뭐가 다른데ㅠ
└알고보니 내 아이돌이 아스터였던 썰 푼다…
-방송 끝나고 올라온 챌린지 다들 봤어?ㅠ 찬희 얼굴이 그냥 빛이 나고 있어요 우리 애 지금 직업 만족도 100 찍으신 듯 ㅠㅠ
물론 반응은 좋았다. 까마득한 선배 앞에서 후배가 대놓고 제 팬심을 표현한 것인데, 그것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보다는 귀여워하는 K-POP 팬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
다만 X된 건 나였다.
-형, 그… 서안 선배님이 나중에 연락 한번 하고 싶다는데. 일단 번호는 안 드렸어요, 형이 안 좋아할 거 같아서. 그러니까 형한테 물어봐 줄 수는 있는지 여쭤보시길래 일단 알겠다고는 말씀드렸거든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안이 뜬금없이 내 쪽으로 연락을 한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근데 아니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해 줘요! 제가 바로 서안 선배님께 전달드릴게요!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유찬희는 내내 눈치를 봤다. 내가 백이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오키드 쪽 멤버와 나를 연결시켜 주는 게 꺼려지는 듯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데다 까마득한 연차를 가진 선배의 부탁이다.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 때문에 유찬희는 일단 그런 식으로 대답을 유보해 둔 듯했다.
고민이 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잠시간의 침묵 후 나는 대답했다.
-상관없어, 드려도 돼.
-……! 정말 괜찮겠어요?
-피할 이유 없잖아. 괜찮아.
굳이 좋아하는 선배에게 부탁을 받은 유찬희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나 또한 서안의 연락을 피할 이유는 없어 보였던 것이다.
서안이 대체 무슨 이유로 이쪽에 연락을 하려는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유찬희로부터 번호를 받아 가 놓고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건 뭔가, 싶기도 하고.’
다만 나는 그 이유를 대충 백이현 쪽으로 추측해 놓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안과 내 사이에 있을 연결 고리라고 하면 그 정도뿐이지 않나.
‘서안이 유찬희로부터 내 번호를 받아 갔을 즈음에는 확실히 연락을 할 만한 이유가 있기도 했었고.’
지난겨울, 나의 회귀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후 백이현은 한동안 외부로의 노출을 삼갔다.
그건 다분히 백이현답지 않은 행보였다. 백이현은 약 두어 달 정도를 기존에 미리 계약되어 있는 일정들에만 참석한 채 새로운 일정을 꺼렸으니까.
-이현이 요즘 너무 뜸하지 않아?ㅠㅠㅠ진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이현이 벌써 8년차인데 슬슬 번아웃 올 때 됐다 싶긴 해서 더 걱정된다… 이현이처럼 열심히 살았던 애가 한번 번아웃 오면 진짜 무서운데ㅠㅠ 곧 솔로 데뷔도 있고 드라마도 방영될 텐데 괜찮을까 모르겠어
-이현아 뭐가 됐든 상관없고 네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대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무사히 그리고 안전히만 와 줬으면 좋겠어
때문에 팬들의 걱정이 하늘을 찔렀던 만큼, 멤버라고 다르진 않았을 터였다. 오히려 멤버인 만큼 백이현의 이상을 더욱 잘 알아봤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게 연락을 해 봐야겠다 생각했을 수도 있다.
「오키드 백이현, 명품 브랜드 글로벌 엠버서더 발탁」
「‘아이돌에서 어엿한 주연 배우로’ 백이현 주연 드라마, 하반기 방영 예정」
「백이현, 첫 미니 앨범 ‘CONTROL’ 콘셉트 포토 공개…‘압도적 비주얼’」
물론 그 전에 백이현이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내게 연락할 일은 없어졌을 테지만 말이다.
내내 칩거만 하는 듯하더니 어느 날 백이현은 솔로 컴백을 앞두고 갑작스레 활동을 재개해 버렸으니까.
‘걱정하던 게 해결되어서 연락하지 않는 거라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나야 좋지만.’
때문에 나는 유찬희와 서안의 만남을 그저 해프닝으로만 치부한 채 넘어가려고 했지만.
“…있잖아, 유하야. 저번에 그랬지? 회사가 뭔가 이상한 것 같으면 언질 달라고. 하나 생각난 게 있는데……. 혹시 백이현 선배님이랑 최근에 연락한 적 있어?”
“아니, 없어. …왜? 무슨 일이 있어?”
그건 또 그럴 수만도 없어질 듯했다.
“지금 회사가 좀 뒤숭숭하거든. 백이현 선배님이랑 권 실장이 대립 중이어서.”
백이현은 또 한 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듯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