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84)
384화
원디어의 U라이브에서 원유하가 내뱉은 의미심장한 말에 아스터들이 온갖 추측을 나누고 있을 즈음이었다.
-이현이 바이럴 벌써 돌고 있나? 나 지금 이현이 뮤직비디오 본 것 같아서
한 커뮤니티에 누구나가 의아해할 게시글이 올라온 건.
백이현의 솔로 앨범 프로모션은 현재 진행 중이었다. 타임 테이블이 뜨고 이제 막 이틀에 걸쳐 콘셉트 포토만이 공개되었을 뿐, 앨범에 대한 가닥을 잡을 만한 제대로 된 콘텐츠는 아직 없는 시기. 그렇기에 더더욱 관련 사항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때.
반응한 아스터들은 많았다.
└??? 그럴 리가? 지금 공개된 거 겨우 컨포(콘셉트 포토)밖에 없고 하라메(하이라이트 메들리)랑 타이틀 제목도 안 나왔는데 어떻게 벌써 뮤비를 봐
└아니; 뭐 이렇게 과민반응해 난 외국 쪽이랑 한국 쪽 프로모션이랑 다른 건가 싶었을 뿐임;;; 원유하 말 듣고 뭐 뜬 거 있나 하고 찾다가 외국 사이트까지 가게 됐는데 거기서 이현이 이번 솔로 앨범 뮤비 본 것 같아서 물어본 거임
└??? 뭔 소리야 링크좀
외국 사이트에서 백이현의 솔로 앨범 뮤직비디오를 발견했다고 말한 한 아스터는 증거를 요구하는 다른 팬들의 반응에 바로 링크를 댓글로 달았다. 이에 따라 수십 명의 아스터들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고.
-(사진), (영상) 아니 얘들아 이거 이현이 솔로 맞는 거 같은데??? 타이틀 제목 bad apple인가봄 로고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어
곧 해당 사이트에 고스란히 올라와 있는 백이현의 솔로 데뷔 앨범 타이틀, ‘BAD APPLE’의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확인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피폐한 분위기 속, 백이현의 나른한 음색을 최대한으로 살려 낸 곡과 전 회사인 RE 엔터와는 달리 자본이 충분한 KRM답게 돈을 들인 티가 물씬 풍기는, 백이현의 섬세한 연기력까지 더해진 한 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까지.
칼을 갈고 준비한 솔로 데뷔다운 완성도에 모두가 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잠시.
-막내잘알 서안이답게 이현이한테 찰떡인 노래 만들어줬다고 감탄하다가 문득 상황파악하고 존나 싸해짐 퀄리티 이런 거 제쳐두고 이게 지금 벌써부터 풀릴 타이밍은 아니잖아
-씨발 카르마 이새끼들 지금 뭐하냐고 무슨 타이틀 제목도 공개되기 전에 벌써부터 뮤비랑 전체 음원이 풀려 빼박 유출이잖아
팬덤은 말 그대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개된 영상이 유출임을 모르는 아스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링크. 접속자가 몰리면서 해외 사이트의 트래픽이 증가하고, 상황을 파악한 원 게시글의 작성자가 게시글을 삭제했으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이미 이전에 사이트에 접속했던 아스터들은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모자라 녹화까지 해 둔 상태였고, 그것은 빠르게 한국 커뮤니티와 SNS에 나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키드 백이현, 솔로 데뷔 앞두고 MV·음원 유출로 ‘비상’」
「오키드 백이현, 솔로 데뷔 앨범 뮤직비디오 유출…KRM “경로 확인 중”」
「오키드 백이현, 유출 알고 있었나? 원유하와 “타이틀 문제” 이야기 나눴다」
5월의 가장 강력한 컴백 주자 중 한 명이라고 이야기되던 백이현에게 일어난 역대급 유출 사건에 기자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커뮤니티와 SNS에서 이야기가 돌던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었을 때, 기자들은 발빠르게 기사를 내고 KRM에 연락해 공식 입장을 받아 내려 했다.
그러나 KRM라고 현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리 없었다.
“유출 경로 파악 아직도 안 됐어?”
“실장님, 기자들한테 연락이 너무 많이 오는데…….”
“팬들한테도요!”
“전화선 빼놓고 팬들 전화 받지 마. 기자들한테는 유출 경로 파악 중이라는 말만 돌려. 상황 제대로 알기 전까지 마음대로 괜한 말 흘리기만 해, 그 사람한테 책임 물을 테니까.”
때문에 KRM 또한 비상 태세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백이현의 첫 솔로 앨범의 유출은 권 실장 또한 잠시 아찔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차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제 휴대폰을 울리는 친한 기자의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끊어 두며, 권 실장은 초조하게 담배를 찾아 입에 빼물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유출 사고 자체가 당황스러운 건 아니었다. 이미 20여 년간 엔터 업계에 몸담은 만큼, 그런 사고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으니까.
그녀가 당황스러운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타이틀이 유출된 것도 아닌데, 이 정도 문제야 쉽게 커버 가능하지 않나요.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문득 원유하의 한마디가 떠올랐으니까.
‘뭘 알고 있기라도 했나?’
잠시 의문을 떠올린 권 실장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는 담배를 비벼 껐다. 아무리 초조하다 한들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상상이었기 때문이었다.
KRM조차 아직 경로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어떻게 원유하를 의심할 수 있단 말인가. KRM의 데이터베이스 접속 권한도 없고, 백이현의 프로모션 일정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바가 없을 원유하이지 않나.
‘백이현이 풀었을 리도 없지.’
그렇기에 권 실장은 뒤이어 백이현에 대한 의심을 떠올리게 되었으나, 곧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음원이라면 모를까, 뮤직비디오 자체는 백이현 또한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모를 유출을 대비해 당사자인 백이현 또한 리액션 영상을 찍을 때 뮤직비디오를 처음으로 볼 예정이었다. 그러니 백이현이 컴백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풀 수도 없었을 터였다.
즉, 이번 일은 빼도 박도 못하게 KRM의 과실이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하느냐인가.’
그러니만큼 권 실장은 입맛이 썼다. 모든 책임을 KRM가 뒤집어쓰게 된 이상, 백이현에게 빚을 지우려 하던 당초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권 실장은 백이현이 예정대로 컴백할 경우에는 그의 성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원디어 쪽과 교묘하게 싸움을 붙여 둘 생각이었다. 만약 그의 독단 하에 컴백이 미뤄진다면 훗날 그 책임을 물려 할 생각이었고.
그래야만 백이현의 계약 종료 즈음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으니까.
‘텄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성적이 어떻게 되든 훗날 백이현을 몰아붙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유출 사고는 온전히 회사의 잘못이었으니까.
‘유출한 놈은 잡을 수도 없겠지.’
어떻게든 유출 경로를 찾아내라고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기는 하지만, 권 실장은 범인을 알아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유출 사고는 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흘러 나갔는지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 데이터베이스야 관련자라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것이고, 엔터 업계가 혼자만의 힘으로 굴러가는 게 아닌 만큼 얽힌 직원은 많았으니까.
모든 직원들의 연락처와 대화 내역을 까뒤집을 수도 없는 마당인데, 그렇게 해 봤자 소용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크게 일이 터진 이상 유출한 사람은 빠르게 흔적을 지워 뒀을 테니까.
‘직원 과실보다는 해외에서의 해킹으로 모는 게 그나마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겠고… 컴백 일정은 그대로 픽스하는 걸로 해야겠군.’
그러니만큼 권 실장은 더더욱 물러날 수 없었다. 백이현을 옭아맬 수 없어진 지금, 원유하라도 제대로 잡아야 했으니까.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원유하는 끝도 없이 반기를 들고 원디어의 계약이 끝날 즈음에는 KRM에서 벗어나려 할 터. 애매해진 패라고는 하나 여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백이현을 이용해 원디어 쪽에 경각심은 줘야 했다. 그래야 완전히 손해 보지 않을 수 있으니까.
‘회사 입장이 난처해지기는 했지만… 대처 방법이 없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권 실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골치가 아파지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을 무마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자와 대중들에게 둘러댈 말이야 충분히 있고, 다행히 유출된 타이틀을 대체할 곡도 나와 있었으니까.
“기자들한테 연락 돌려. 해외에서의 해킹으로 판명되었고, 유출된 뮤직비디오와 음원은 타이틀이 될 뻔한 곡이었을 뿐 진짜 타이틀은 따로 있다고. 전체 프로모션 계획은 타이틀 후보였던 곡으로 다시 짜고.”
“백이현 씨께도 연락할까요?”
“일 마무리된 다음에. 어차피 타이틀곡 변경은 본인도 원하는 거였으니 따로 의견 없겠지. 이번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자. 두 번째 타이틀은 유출 안 되게 조심하고. 또 한 번 유출 사고 나면 너희 다 자를 테니까.”
그러니 권 실장은 이 정도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도 그럴 수만은 없을 듯했다.
“……! 실장님, 이거……!”
“또 뭐……. …이게 뭐야?”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이 기사를 타고 나온 직후였다.
-외국 해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캡처)
또 한 번 일이 터진 건.
어느 순간 커뮤니티에 도배된 한 캡처본. 그것을 확인한 후, 권 실장은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익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존나레전드ㅠ오늘 백이현이랑 실장 개싸웠어] [익명: 헐 왜???] [익명: ㅁㄹㅋㅋㅋㅋ 백이현은 자기 몸상태도 안좋고 지금 타이틀도 좀 더 작업해서 심사숙고한다음 결정하고싶다는데 권실장이 무조건 5월컴백이라고 밀어붙였거든ㅋㅋㅋ 의견이 안 좁혀지나봄ㅋㅋ] [익명: 아 왠지 요즘 스케 없는거같더니ㅠ] [익명: 그래도 걔 이제 활동 다시 개시할거야 ㅋㅋ XX부터 시작~ 보려면 늦지않게 가 어쨌든 걔 책임감은 있어서 컴백 맞춰서 다시 활동개시하긴 했거든 뮤비랑 음원도 지금 픽스됐음ㅋㅋㅋ 볼래? 어디 풀진 말고ㅠ이거 얘기나오면 나 좆되는거알지ㅠㅠ] [익명: 걱정하지말구ㅠㅠ나도 용돈 줘가면서 스케 받아먹고있는건데 딴사람들한테 풀 리가ㅋㅋ 뮤비랑 음원 봤는데 개좋네 이걸 왜 싫어하는거지? 노이해]KRM의 직원과 한 팬이 나눈, 지금까지 백이현의 스케줄과 내부 기밀이 ‘용돈’을 받고 외부로 팔아치워지고 있었다는 게 확실한 익명 채팅방 캡처본이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의 해킹으로 인한 피해’라는 변명이 무색해질 만큼 확실한 증거.
그에 권 실장은 예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르마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임 피해가려고 언플은 언플대로 돌렸는데 어떡하냐 니들 직원이 돈받고 팔았다는 거 이제 빼박인데ㅋㅋㅋㅋㅋ
-이 개새끼들아 직원 관리를 잘못한 것도 잘못한 거지만 아티스트 의견 진짜 개 X으로 알아들은 거잖아 지금 이 솔로 앨범에 이현이 의사가 뭐 얼마나 들어있는 건데 지금 컴백을 하는게 맞기는 해? 애가 몸이 아픈데 스케줄을 내보내고 그걸로 쳐웃어?
-실장인지 지랄인지 뭐하는새낀지도 모르겠고 아티스트가지고 사적으로 장사질해먹는 직원도 직원임 이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이번 컴백 보이콧하고싶어 이현이가 원하는 시기에 이현이가 건강할 때 다시 나와줬으면 좋겠어
-#카르마해명해 #카르마_아티스트_말_들어 #카르마_독재그만해 #백이현컴백보이콧 #카르마_백이현컴백연기해
이번에는 어떻게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그 예감은 들어맞았다. 여론은 곧 최악으로 치달았으니까.
제멋대로 아티스트를 휘두르려는 소속사에 좋은 반응을 보일 팬은 누구도 없다. 그러니만큼, 이번 사건에서 KRM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권 실장은 또 한 번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 실장님, 이현 씨 전화…….”
“…하.”
이런 여론 속에서 백이현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점을 잡으려다 되레 아티스트에게 약점을 잡힌 셈이 된 권 실장이 앞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네, 이현 씨.”
[회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회사로 갈까요?]아티스트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로 인해 컴백을 연기하고, 백이현이 원하는 대로 프로모션을 돌아주는 식으로 모든 손해를 감수하는 것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