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솔로 데뷔’ 백이현, MV·음원 유출에 결국 컴백 연기…KRM “완성도 위해 심사숙고”(공식)」
「“해외 해킹 피해→직원 과실→완성도 위한 컴백 연기” KRM, 진실은 무엇?(종합)」
「백이현, 컴백 연기에 사과 “약속 못 지켜 죄송, 재정비 후 빠른 시일 내 만나 뵐 것”(전문)」
‘결국 이렇게 됐군.’
나는 기사를 확인한 후 가볍게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백이현의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이제 겨우 이틀. KRM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처음에는 해외 해킹에 의한 유출이라며 컴백 일정은 그대로 강행하겠다 뻗댔으나, 직원 유출 증거까지 터지자 결국 버티는 것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끝내 직원 유출 사고가 사실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만 KRM는 공식적으로 직원에 의한 유출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직전에 낸 공식 입장에서와는 달리 컴백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긴 했으나, 사유에 대해서는 ‘타이틀곡의 완성도를 위한 연기’쯤으로 퉁치고 넘어간 것이다.
‘딱 권 실장이 선택할 법한 방법이긴 하군.’
솔직함보다는 숨기는 쪽을 택해 잡음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건 권 실장이 언제나 써먹는 방법 중 하나였다.
어차피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으니, 그 시간 동안만 움츠린 채 버티면 된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 방법은 효과가 있지. 한편으로는 그만한 악수도 없지만.’
하지만, 그 방법은 KRM를 향한 팬들의 신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풀리지 않는 앙금으로 남아 훗날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분노를 더 키우게 될 뿐.
‘그렇게 내내 묵혀 온 문젯거리들이 한 번에 터졌을 때는 결국 감당하지 못하게 될 테고.’
물론 어느 쪽을 택하든 그런 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원디어 쪽도 대충 득을 보긴 했으니까.
-근데 진짜ㅋㅋㅋㅋㅋㅋㅋ 투명하지 않음? 카르마 레알 ㅇㅇㅎ어떻게든 뭉개버리려고 작정한 거 너무 뻔히 보여서 오히려 더 같잖음.. 직원 메시지 캡처 보면 컴백 일정 원래 하반기였다 갑자기 5월로 땡겨진거잖아 이유가 뭐겠음ㅋㅋㅋㅋ
-나 아는 지인한테 들은 건데 ㅇㅇㅎ가 카르마에 밉보였다는 거 찐이래 지난번 L이랑 한 동발때부터 긴가민가했다는데 이번에 ㅂㅇㅎ이랑 같이 나올 뻔한 걸로 확실해졌대 어떻게든 1뎌 성적 떨어뜨리려고 수 쓴 거ㅇㅇ.. 카르마쪽에서는 그렇게 해야 소속 연옌들 기강도 잡고 나중에 계약만료 때 ㅇㅇㅎ튀려는 거 잡을 수 있다 판단했다는 듯.. 성적 깎아먹어야 가치도 떨어지잖아
└ㅁㅊ졸렬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카르마다운 수법이다 걔네 ㄹㅁㅇ ㅇㅇㅇ도 그런 식으로 뭉개버리고 다시 데려왔잖아ㅋㅋ 자사 소속 아티스트 딴 데 가는거 존나 싫어함 레알
└괜히 사이좋은 애들 둘 붙여서 싸움 일으키려다 지들이 개처망한거 왜이렇게 꼬시냐ㅋㅋㅋㅋㅋ
-이현이 컴백에 재 뿌려져서 속은 상하는데 차라리 이게 낫긴 하다ㅠ 이현이도 몸 안좋다 하기도 하고 원래 원하던 곡 따로 있었다니까 재정비하고 오는 게 둘다한테 좋잖아 카르마 진심 눈치 보고 앞으로는 날짜 아티스트 의견 물어보고 제대로 잡아라 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알음알음 KRM가 지금껏 원디어 쪽에 손을 뻗쳤던 일까지도 함께 퍼지게 되어, 말 그대로 대중들의 눈길이 더욱 날카로워졌으니까.
‘이런 방법은 더는 써먹지 못하겠지.’
덕분에 권 실장은 앞으로 원디어와의 동발은 적극적으로 피하게 될 터였다. 업계 소문에 밝은 만큼, 이런 여론을 모를 리 없으니까.
또 한 번 원디어와 시기가 겹치면 대중들이 이번 사건까지 얽어 뭐라 말할지 모르니, 앞으로는 최대한 날짜를 피해 가며 소속 연예인들의 컴백 날짜를 잡겠지.
즉, 어떻게든 KRM 쪽에 약점을 잡히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을 듯했던 백이현 쪽도 KRM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언제고 KRM 소속 아티스트와의 동발을 두려워해야 할 터였던 원디어도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걱정을 없애게 된 셈.
“알고 있었어요? 카르마 쪽에 유출하는 직원이 있다는 걸?”
“소문으로는요?”
누구 한 명은 손해를 보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원디어도 백이현도 이득을 얻어 낸 상황에 서안은 기가 찬 모양이었다. KRM에서의 공식 입장이 나자마자 바로 회사로 찾아온 것을 보면.
연습 중이라는 말에 냅다 로드 엔터로 쳐들어와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묻는 말에 나는 그렇게만 대꾸했다. 그에 서안은 더더욱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어떻게?”
“KRM 출신이니까요?”
“오랫동안 연습생을 했다는 것도 알고, 권 실장이 유하 씨 아꼈던 거랑 그쪽이 LON 멤버들이랑 친한 것도 아는데, 이건 KRM 출신이라는 말로 설명이 부족하지 않나? 권 실장도 유출하는 직원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있던 것 같던데?”
“원래 웃대가리는 모르는 걸 아래 직원들이 알고 있기도 한 법이라.”
꼬치꼬치 캐묻는 말에 나는 그렇게만 대꾸했다. 그에 서안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듯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여기서 뭘 더 말해 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아는 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어떻게 터뜨린 거예요? 나는 유하 씨한테 음원 들려준 적도 없고, 뮤직비디오는 나조차도 아직 못 봤는데. 해킹이라도 한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에 유출이 일어나지?”
설명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터뜨릴 수 있었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야, 원유하. LON 쪽이랑 아직 연락하냐? 그쪽 이번에 유출로 난리 났던데?
권혁규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건 4년 차, 멤버들이 일으키는 문제들과 낮은 인지도에 라이트닝이 결국 국내 활동을 접고 일본에서의 해외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작은 무대 위주로 라이브 공연을 돌던 빠듯한 일상 속, 권혁규가 간만에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내게 들이민 휴대폰 속에는 LON이 입은 유출 피해 기사가 떠 있었다.
‘직원 중 하나가 오랫동안 외부에 돈 받고 자사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을 팔아넘겼다고 했지.’
아티스트들의 휴대폰 번호부터 시작해 해외 출국 시 어떤 비행기를 타는지, 어떤 숙소에 묵는지, 어디에서 촬영을 하고 어떤 외부 스케줄에 참석하는지에 대한 정보부터 컴백 일정과 콘텐츠 유출까지 몇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직원 중 유출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은 연습생 시절부터 유명했다. 감시가 덜한 해외 사이트 쪽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선배 아이돌들의 스케줄이 가끔 떠돌곤 했으니까.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습생들끼리 떠드는 낭설일 뿐이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저 의혹만 느낄 뿐인 소문. 직원들끼리도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도 제대로 캐 볼 생각을 하지 않던 고질적인 문제.
“글쎄요. 이번에 회사에 갔을 때 슬쩍 떠보긴 했었죠. 그러다 보니 유출자가 위기감을 느끼고 본인의 사고를 덮으려다 뭔가 삐끗해 실수한 게 아닐까요.”
그러니 언제고 터져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어쨌든 터질 일이라면 이쪽이 원하는 대로 이용해 주는 게 좋았고.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KRM에 있단 걸 깨달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였지.’
그것이 누군가의 ‘불운’으로 작용하리라는 것 말이다.
「업보」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악용한 당신.
떳떳하지 못한 행동의 결과가 당신에게 돌아갑니다.
덕분에 나는 ‘불행 룰렛권’을 사용할 수 있었고 말이다.
‘룰렛권을 지정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갈 필요가 있기는 했지만.’
다만 문제는 있었다. 내가 불행 룰렛권을 지명해야 하는 대상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기사로만 읽어 확인했을 뿐, 나는 현지오를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유출을 한 직원의 이름을 전해 듣지 못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을 빼돌릴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소속 아티스트들을 전부 총괄하는 권 실장 직속이자 연차가 꽤 된 직원일 거라 추측만 할 뿐.
-[아, 불쌍해 죽겠어. 권 실장 고집 때문에 괜히 아티스트들만 이게 무슨 일이야……. 유하한테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도 않고.]
-[유하는 그냥 놔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도 얘 부모님 관련 터뜨린 걸로 찝찝하기도 하고, 자기 팀이랑 잘해 보겠다는 애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엄밀히 따지면 이제 우리 매니징 받지도 않는데…….]
-[미친, 계약서상으로 어떻게든 아티스트들 목줄 틀어쥐려고 용쓰네……. 커리어만 아니면 여기 안 붙어 있는 건데. 일하는 보람이 없네, 진짜. 최선을 다해 아티스트 도와 활동 준비해 준 건데 굳이 동발시켜서 성적을 깎아야 한다니, 속 터져서.]
-[그냥 적당히 타이틀에 대해 이야기만 나눈 거면 왜 ‘타이틀 문제’라고까지 표현을 해? 백이현이 진짜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원유하가 유출 어쩌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혹시 뭐가 터졌나? 스케줄 받아 간 애들한테 연락해 봐야 하나? 그러다 걸리면?]
그래서 나는 서안의 말을 받아 U라이브를 진행한 후 KRM 쪽의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거기서 ‘통찰안’을 사용해 직원 한 명 한 명의 속마음을 들어보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각자의 사념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나는 곧 이질적인 말을 잡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그 직원의 이름과 소속을 알 수 있었고.
‘그다음은 쉬웠지. 불행권을 돌리면 끝이었으니까.’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다만 문제가 된 쪽은 따로 있었으니.
‘백이현에게는 행운 룰렛권이 먹히지 않았으니까.’
바로 ‘운’ 자체가 없는 백이현이었다.
불행 룰렛권을 적용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말마따나 불행 룰렛권이 어느 쪽으로 튈지는 알 수 없으니까.
때문에 행운 룰렛권을 이용해 백이현 쪽이 원하는, 즉 놈에게 ‘유리한’ 쪽으로 운의 흐름을 잡아 둬야만 했다. 그래야 불운과 행운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게 될 테니까.
-넌 정말 ‘운’이 없구나.
그러나 백이현은 본인이 직접 한 말처럼 그 어떤 ‘운’도 없는 듯했다. 놈을 적용해 사용한 행운이 그 어떤 일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을 보면 말이다.
‘덕분에 새삼스럽게 깨달았지. 놈이 정말 무(無)와 가까운 존재라는 걸.’
백이현이 이질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놈을 상대로 적용한 운이 어떤 일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없어져 버릴 줄은 몰랐다. 계획이 어그러진 거다.
그런 만큼, 원래대로라면 백이현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조율할 수 없었을 테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좋게만 돌아간다고……? 말이 돼요? 너무 상황이 운 좋게 돌아가서 오히려 무서운데?”
“그럴 만큼 쌓인 업보가 많았던 거겠죠, 카르마 쪽이. 뭣보다 한 사람만의 운으로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아닌 듯하고요.”
“예?”
백이현이 ‘혼자’가 아니란 점에서, 나는 놈을 구제할 방법을 새로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서안 선배님도 노력하셨잖아요. 절 찾아와서 조력을 구하기도 하고, 스스로 꽤 움직이기도 하셨던 듯한데. 그 덕분 아니에요?”
“…나?”
「안전지대」
어떤 불운도 당신을 침범하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염원으로 인해 오늘의 당신은 안전합니다. 모든 위험과 불행이 상쇄됩니다.
백이현의 옆에 놈과 지독하게 얽혀 있는, 오히려 본인보다도 더 조급한 마음으로 백이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놈이 있다는 걸 떠올린 것이다.
덕분에 ‘운’이 없는 백이현은 살아날 수 있었다.
-단우 형이 그랬어. 오는 동안 내내 속으로 기도했대, 유하를 넘어지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피할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대.
재작년의 나처럼 말이다.
‘당시의 나도 같았지.’
그때 나는 스스로 불러온 불행에 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대신해 나의 안전을 그 누구보다도 염원해 준 사람이 있어, 그 ‘운’으로 불행을 상쇄시킬 수 있었으니까.
“…난 뭐 한 게 없는데? 오히려 나댄 거에 비해 아무것도 이현이에게 해 준 게 없어서 멋쩍기도 하고.”
“글쎄요.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런 거겠지만.”
그래서 그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서안에게 말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안 선배님이 좀, 자부심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굳이 본인을 깎아내리진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서안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 사건을 해결한 게 나도, 백이현도 아닌 서안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안이 ‘진심’이 아니었다면 백이현이 유리한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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