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
서안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둥그렇게 뜬 눈으로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음, 왜 이현이가 끼고 도는지는 알겠다. 유하 씨 이런 타입이구나. 이현이 동생답네.”
“……?”
뜬금없는 말이나 꺼내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내가 얼굴을 구기자 서안은 즐거움을 느끼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의아해하던 얼굴을 뒤로하고 곧 낄낄대며 웃음을 터뜨린 걸 보면.
“대놓고 ‘이해는 못 하겠고 불쾌하기만…….’ 하는 얼굴을 할 일이에요? 유하 씨가 이현이 동생인 건 맞잖아. 그렇게까지 부정하고 싶을 일인가?”
“언제 적 동생 이야기를……. 제가 백이현을 싫어하는 건 알고 계시지 않나요. 불쾌하지 않을 수가.”
서안은 나를 찾아왔을 때부터 내가 백이현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는 듯한 어조로 말을 해 왔다. 그러니 내가 이런 말을 불쾌해하리란 걸 모를 리 없었다.
“……?”
…정말 알고 있나?
그러고 보니, 백이현이 내가 본인을 싫어한다는 걸 멤버들에게 굳이 말을 할 놈인가 싶어 내가 고개를 기울였을 때였다.
“몰랐는데? 이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가. 그냥 떠본 거예요. 들어맞을 줄 몰랐지만.”
나는 곧 이어진 서안의 능청스러운 말에 잠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비뚤어진 미소를 걸친 서안이 장난스럽게 턱을 괴고는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알 것 같아요. 이현이가 뭔가 잘못을 했겠죠. 걔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속 터지는 행동을 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말했잖아요? 우리도 처음엔 질투하기도 했다고. 거기엔 싫어함도 포함돼 있었던 거라. 본인의 최선이 다른 사람의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단 걸 모르잖아요, 이현이는. 모든 게 자기 위주라서.”
“…….”
“근데 뭐… 우리가 언제까지 이현이를 싫어할 수 있었겠나 싶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금은 질투니, 혐오 같은 감정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이는 서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에 서안은 한숨을 쉬듯 웃고는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고.
“결국 걔를 둘러싼 소문이라는 게 오키드 살리겠다고 나온 거란 걸 모르지 않으니까.”
나는 곧 서안이 백이현을 둘러싼 ‘개미지옥’이라는 소문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서안은 무겁게 운을 뗀 후, 천천히 말을 이었다.
“본인을 위해서였기야 했겠죠. 오키드라는 팀에 속해 있으니 오키드 자체를 띄우는 게 본인에게 좋았을 테니까. 그런데 좀…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전.”
“…….”
“이현이 정도면 굳이 ‘팀’으로 나오지 않아도 됐었을 텐데, 하는 거. 걔는 솔로로 나와도 충분히 잘됐을 테니까.”
서안은 말했다. 백이현이 어딘가 결여돼 있는 인간인 걸 모르지 않는다고.
현재 오키드 멤버들과 백이현은 연습생 때부터, 그리고 RE 엔터와의 계약 만료가 다가오며 백이현이 집을 얻어 나가기 전까지 5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그 정도 함께 붙어살게 되면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완벽한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백이현이 얼마나 이질적인지 같은 것 말이다.
“지인은 있는데 친구는 없고, 부모님은 있는데 사랑받진 못하죠. 그런데 이현이는 그 누구와도 친밀해지려 애쓰지 않더라고요. 팬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심은 있으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관계에는 집착하지 않는 거야.”
그게 말이 되나, 서안은 생각했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그때부터 오키드 멤버들은 백이현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이현이 도저히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로봇 아니면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했지, 난. 저런 놈이 수틀리면 뭘 할지 모른다, 그런 생각도 했었고.”
사람은 누구나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 속을 터놓을 수 있고, 가까이 붙어 있을 수 있는 존재, ‘나’를 알아줄 수 있는 존재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이현은 그런 것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굴었다.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 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처럼, 그 어떤 틈도 내어 주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일까.
“어느 순간이 되니까 불쌍해지더라고, 이현이가.”
“…….”
“그렇게 혼자서도 잘나가는 놈이 왜 오키드라는 팀에 붙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거기서부터였죠. 걔가 어쩌면 ‘모르고’ 있는 것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서안을 비롯한 오키드 멤버들은 곧 백이현을 연민하게 된다. 백이현이 굳이 팀을 유지하는 건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딴사람들은 애초에 받아들이지도 않고, 이득을 보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뒤통수를 쳐 떠밀면서도 우리는 거기서 무사한 이유가 뭘까. 이현이가 팬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듯, 실은 옆에 끊임없이 붙어 있어 줄 존재를 원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자꾸만 빚을 만들어 멤버들의 어깨에 짊어지워 둔 것일 수도 있겠다고. 굳이 팀으로 데뷔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계약상으로라도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고.
어떻게든 제 옆에서 변하지 않을 어떤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그걸 깨닫고 나서는 멤버들이랑 이야기를 좀 했죠.”
오키드 멤버들은 나름의 합의를 봤다. 오키드라는 팀으로서 그 누구도 허튼짓을 하지 않기로. 백이현이 씌우는 빚을 등에 진 채, 그 무거움을 잊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해 줄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해 주기로.
백이현뿐만이 아닌 다른 멤버들까지도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오키드라는 팀을 더욱 나아가게 해 이번에는 그들이 백이현에게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이현이 옆에 끝까지 붙어 있자고.”
본인이 스스로 밀어내는 것이건, 참지 못해 자의로 떠나 버리는 것이건 언제나 사람 한 명 남아 있지 못하는 백이현의 곁에 끝까지 붙어 있어 주자고 말이다.
그게 오키드라는 팀의 멤버로서 쌓인 빚을 갚는 유일한 방법이자, 자신들도 모르게 정을 줘 버린 막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 될 터였으니까.
생각한 건 더 많았을 것이다. 겪은 사건도 많았겠지. 하지만, 서안은 그에 대해 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고 밝은 얼굴로 곧 화제를 돌렸다.
“유하 씨가 등장했을 땐 안심이 되는 한편 걱정 많이 했어요, 우리. 이현이가 냅다 소속사를 옮기겠다기에 설마 오키드를 그만두려는 건가, 싶기도 했던 반면 아, 드디어 백이현에게 인간다운 관계가 하나 생겼구나 싶었거든. 결국 우리 다 찬성하긴 했지만.”
“…어떻게 소속사를 옮기는 걸 다 찬성할 수 있었던 겁니까? KRM로 가는 이상 불안함이 분명 들었을 텐데.”
그러다 문득 걸리는 말을 들어, 나는 서안에게 물었다. 아무리 합의를 봤다 한들 오키드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멤버가 타 소속사로 간다는데 그것을 어떻게 말리지 않을 수 있던 건가 싶었던 것이다.
그에 서안은 흠, 작게 침음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글쎄요. 거짓말하는 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가?”
“……?”
“말을 안 할지언정 거짓말은 안 하니까요, 이현이는. 냅다 소속사를 옮기겠다고 하더니 그러더라고요. 오키드를 나갈 생각은 없고, 자기는 그저 회사를 옮기는 것뿐이라고.”
백이현은 KRM로의 이적을 통보하면서 자신의 이후 계획을 멤버들에게 알려 주었다고 했다. 리더인 우찬부터 시작해 지호와 서안, 자신으로 이어지는 군백기 동안 다른 멤버들과의 끈을 놓지 않고 솔로 활동을 한 후, 끝내 오키드로 돌아오겠다고.
결국 완전체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도록, 끝내 돌아올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본인이 어디로 돌아와야 할지 알고 있다잖아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말릴 방법이 없었죠. 그래서 보냈어요, 원하는 대로 동생 보러 가라고. 그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몰랐지만.”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이유는 뭡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던 중, 나는 끝내 물었다. 서안이 백이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떠오르는 반발심에 툭 그렇게 묻자, 서안은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걱정하지 말란 거지. 무슨 말을 하든 이현이 옆에 붙어 있을 놈이 세 명 정도는 있다고 하고 싶었거든. 유하 씨, 이현이에 대해 지금 좀 여러 가지 마음이 얽혀 있는 듯해서.”
“……!”
“그렇게 싫어하면서 못 놓는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맞죠? 가령… 유하 씨도 이현이한테 진 빚이 좀 있다든가. 그 빚을 청산하고 싶어서 이번에도 이현이를 도운 거고.”
곧 나를 움찔하게 할 말을 내뱉었다.
서안은 그런 내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는 제 추측이 맞았다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긍정을 종용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저더러 백이현 동생답다고 하시면서 선 그을 위치는 아니신 듯한데. 그러는 서안 씨는 백이현 팀 동료다워서요. 사람 속을 정말 잘 뒤집어 놓는 게.”
“정곡 찔렸단 소리죠? 추리력이 좋단 소리로 받아들일게요.”
“…이런 점이요.”
“어릴 적 형 동생 인연을 못 놓고 있는 건가?”
서안이 한 말은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대답에 서안은 신이 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재미있다는 듯한 얼굴로 뒤이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 걸 보면.
때문에 나는 선을 긋듯 고개를 젓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슬슬 시간이 거의 다 된 듯했다.
“일단 그건 아닙니다만, 설명을 해도 그건 서안 씨께 말할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일단 지금은 이만 돌아가 주시는 게 좋을 듯하고요.”
“어, 왜? 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할 말도 하나 더 있기도 하고…….”
“그게 본인 신상에 좋을 것 같아서요.”
“응?”
“백이현한테는 아직 말 안 했잖아요, 저를 따로 만났다는 거.”
나는 정말로 백이현과 청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고.
“그렇죠? 그렇게 동생 끼고 도는 애가 내가 자기 동생 만나서 협조 구했다는 거 알면 가만히 안 있으려 들…….”
똑똑-
“유하 씨, 백이현 씨 오셨는데…….”
“…거라서.”
“……?”
“들어와서 앉아. 문 닫고.”
그걸 위해 오늘, 백이현을 로드 엔터로 부른 상태였으니까.
“…….”
백이현은 문가에 선 채 안쪽에 자리한 나와 서안을 잠시 바라보았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한 얼굴이었다.
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만 벙긋거리는 서안을, 그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고.
“…아하. 유하가 왜 갑자기 U라이브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나 했더니.”
“아니, 이현아. 형 말 좀 들어 봐.”
이내 이번 사건의 정황을 모두 깨달은 듯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에 다급해진 서안이 직전의 평정심을 모두 잃고 당황해 입을 열었지만, 백이현은 굳이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돼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대충 알겠으니까. 유하가 날 도운 것도 의외라고는 생각했는데, 형도 의외긴 하네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는데.”
“아니, 이현아. 형 말 좀 들어 보라니까….”
“먼저 나가 있을래요? 어차피 타이틀곡 이야기도 해야 하니까 대화 끝나면 형 작업실로 갈게요. 형부터 가 있으면 그때 자세한 이야기 하는 걸로 하죠.”
“…….”
서안은 곧 울상을 지은 채 쫓겨나듯 터덜터덜 작업실 바깥으로 나가게 됐고 말이다.
그러면서 왜 말을 해 주지 않았냐는 듯, 나라도 편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듯한 얼굴로 원망스럽게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말없이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먼저 쳐들어와서 협박을 했으면 그 값은 치러야지.’
이런 상황을 원하고 서안과 백이현과의 약속을 겹치게 잡은 만큼, 흡족한 상황에 굳이 서안을 골려 먹지 않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서안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다 이내 문을 닫고 나갔을 때, 나는 마침내 백이현과 단둘이 마주했고.
“하나만 묻자. 내가 죽은 후에 넌 날 어떻게 ‘되돌려’ 냈어?”
“…….”
끝내 줄곧 궁금하던 것을 놈에게 물을 수 있었다.
“죽었지? 너.”
추측은 모두 끝내 두었지만, 본인의 확인이 필요한 물음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