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90)
「오키드 백이현, 5월 말→6월 중순으로 2주 컴백 연기 “기다림, 완성도로 보상”」
‘결국 이렇게 됐네.’
개인 팬은 혀를 차며 스크롤을 내렸다. 역대급 유출 사건으로 팬덤을 뒤집어 놓은 KRM는 컴백 시점을 미루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곤 내내 조용하더니만, 겨우 시기를 다시 정한 모양이었다.
‘2주면 이현이가 꽤 갈리겠는데…….’
이미 뮤직비디오까지 유출된 곡을 백이현이 그대로 들고 나올 리 없다. 새 타이틀 곡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모션으로 돌릴 동영상 등 꽤 많은 것들을 재촬영해야 할 테니 2주간 편히 쉴 일은 없을 터였다.
‘아프진 않은 것 같아 보이니 괜찮지만.’
개인 팬은 서안의 작업실 쪽에서 촬영된 백이현의 사진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드문드문 참여하는 스케줄을 제외하고 어떤 사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백이현은 최근, 약 두어 달 만에 ‘목격담’을 만들어 낸 상태였다. 덕분에 위스퍼에는 한동안 ‘백이현 목격담’이라는 트렌드가 떠올라 있었고.
‘목격담’ 속 백이현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안의 작업실이 있는 지역을 활보하고 있었다. 한창 작업을 하다 나오기라도 한 듯, 서안과 함께 한 식당에 들어가 식사까지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던 것이다.
서안의 작업실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만큼, 백이현을 목격한 사람들은 많았다. 당연히 SNS마다 촬영된 백이현의 사진이 떠다녔고, 이에 아스터들이 말을 쏟아 내며 팬덤이 한창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현] 그동안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스터. 저 괜찮아요. 만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다려 드리게 한 만큼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알죠, 전 아스터들에게 한 말은 꼭 지켜요.」
줄곧 아무런 말이 없던 백이현이 마침내 팬 커뮤니티 앱인 아워스에 게시글을 올린 건.
오랜 시간 동안의 공백 끝에 재개된 소통에 놀라워한 것도 잠시, 덕분에 아스터들은 애끓던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게 되었다.
-두달 간 내내 아무런 말없던 이현이가 일부러 보란 듯이 목격담까지 만들어내고 아워스에 글까지 올린 거 다 우리 그만 걱정하라고 해준 거잖아 나 진짜 일하다 말고 눈물 질질 흘렸음…
-근데 이현이 이번에 자기가 나오고 싶어서 나온 건 맞아? 카르마가 민심 달래기용으로 내보낸 거면?
-아니 목격담에서는 건강해 보이긴 했는데 애 ㄹㅇ괜찮은 거 맞겠지?ㅠㅠ ㅅㅂ소속사 하나 잘못 만나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 진짜
-이현이가 이런 쪽에서 허투루 굴 애가 아니란 거 알아서 나는 그래도 좀 안심됐어.. 몸이든 회사든 본인이 다 정리를 끝냈기 때문에 나와 준 것 같아서ㅠㅠ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아는 아이돌인 걸 알아서 난 이제 그냥 기다리려고
아직 걱정하는 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내 난장판이던 팬덤 분위기는 백이현의 등판으로 많이 정리된 상태였다. 마음을 다잡은 건 개인 팬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현이는 자기가 손해 볼 짓은 안 해. 정말 다 정리됐으니까 나온 거겠지.’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오랜 시간 동안 봐 온 백이현을 믿었으니까. 개인 팬은 그렇게나 욕심 많고 모든 쪽에서 ‘완벽한’ 아이돌은 본 적이 없기에.
무엇보다도 백이현은 머리를 잘 굴리지 않나.
백이현은 자신이 어떤 스케줄을 나가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해선 안 될 말은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꼭 한다. 굴러온 기회는 놓치지 않고 소화해 낸다. 그 모든 ‘눈치 빠른’ 계산들이 모여 지금의 백이현이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현이는 거짓말은 안 해. 상황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팬들을 안심시킬 리 없지. 정리가 되지 않았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거야.’
백이현은 굳이 책잡힐 짓은 하지 않았다.
감추는 것이야 다수 있겠지만, 굳이 입 발린 말로 안심시키거나 일을 덮으려 드는 아이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입장이 믿을 만한 거고.
‘걱정은 그만하자. 이현이가 알아서 하겠지.’
때문에 개인 팬은 조금은 느긋하게 백이현의 컴백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걸 위해 백이현이 일부러 아워스에 글을 남긴 걸 테니, 괜한 추측으로 심력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고.
-서안이랑 U하도 친한가? 걔 작업실 쪽에 OU하 떴었다는 말 있던데
무엇보다도 개인 팬이 궁금한 건 따로 있었고 말이다.
원유하의 목격담이 떠오른 건 백이현의 목격담으로 한창 팬덤이 시끄러울 무렵이었다. 대놓고 사진이 떠돌아다니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몇몇 사람들이 분명 서안의 작업실 쪽에서 원유하를 봤다는 말을 해 개인 팬은 의아해졌다.
‘얘네 둘이 뭐 접점이 있긴 한가?’
오히려 서안의 작업실 쪽에 있어야 하는 건 유찬희 쪽이 아닌가, 개인 팬은 생각했다.
지난 공동 MC 이후 서안은 유찬희를 꽤 예뻐하는 듯했고, 유찬희 본인도 개인 작업을 하고 있으니 작업실로 초대한다면 오히려 유찬희 쪽이어야 하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백이현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긴 하지만, 그 둘이 공식적으로 마주친 건 지난 명품 브랜드 패션쇼 때가 유일할 터. 그런 와중에 서안의 작업실에 원유하가 방문하다니, 이처럼 뜬금없는 목격담도 없을 거라고 개인 팬은 생각했다.
‘사진도 뭣도 없는 거라 신빙성이 좀 떨어지기는 한데……. 왜 난 뭐가 있을 거 같지?’
하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어딘가 뒷맛이 찝찝해 개인 팬은 고개를 기울였다. 뭔가 공식적으로 뜬 건 없지만, 서안과 원유하의 만남이 어쩐지 또 다른 스케줄의 일환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 팬은 곧 생각을 그만하기로 했다.
-하 ㅅㅂ오늘 마지막티저!!!!
-드디어 원디어 섹시컨셉본다 진짜 심장떨려
언제일지 모르는 훗날의 스케줄을 상상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컴백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사다난했던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원디어의 컴백이 바로 다음 날로 다가와 있었으니까.
‘어제 풀린 티저 진짜 장난 아니었지…….’
남돌 3년 차는 곧 이미지 체인지를 할 시기가 되었음을 뜻한다. 이 공식을 원디어 또한 배신하지 않을 생각인지, 원디어는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소년의 이미지에서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 주려는 듯했다.
당장 어제 풀린 티저에서 원디어는 그 누가 봐도 ‘이번 활동은 섹시 콘셉트다’라고 생각할 만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
낮게 내리깔린 어둠 속, 가벼운 걸음으로 빛을 향해 걷고 있던 주단우의 모습.
그 뒤를 이어 어딘가 급박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얼굴로, 비틀린 미소를 짓거나 새까매진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원디어 멤버들의 얼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내버려진 채 무너지는 마음은
끝내 절망이 될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어
빠르게 울리는 베이스 소리. 짙은 감정이 차올라 있는 원유하의 목소리로 내뱉어진 타이틀의 한 소절과 함께 티저가 끝이 났으니까.
절절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물속으로 잠겨 들던 티저의 마지막 장면 속 원유하를 떠올려 낸 개인 팬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풀릴 티저2도 그렇지만, 당장 뮤직비디오의 풀 버전을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프로모션은 뭐 하려나.’
원디어가 이번 프로모션으로는 뭘 할지도 궁금했고 말이다.
원디어는 매 컴백 때마다 특색 있는 프로모션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 주곤 했다. 앨범의 콘셉트를 담은 전시회를 기획하는 건 물론이고 팝업 스토어나 예상외의 영상 콘텐츠 등을 풂으로써 팬들이 컴백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끔 신경을 써 왔던 것이다.
하물며 이번 컴백은 ‘sensibility’, ‘FLAME’에서 이어지는 이른바 ‘창조 3부작’의 마지막 스텝이 아닌가. 서사에 진심인 원디어가 창조 3부작의 마지막을 허투루 보낼 리 없단 생각에 개인 팬은 이번 활동을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망시키지 않는’ 아이돌인 원디어는 역시나 이런 기대를 배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했다.
“……! 떴다.”
밤 12시. 다음 날의 컴백을 위한 마지막 프로모션인 뮤직비디오의 두 번째 티저가 풀린 이후.
“……?”
또 다른 콘텐츠들이 추가로 풀렸으니까.
[dear_yuha : https://onedear/findinglove/firstplace] [dear_Jihyeok : https://onedear/findinglove/secondplace] [dear_Hyunjin : https://onedear/findinglove/thirdplace]……원디어 7명이 동시에 자신들의 별스타에 게재한, 각기 다른 인터넷 사이트의 링크가.
* * *
-이거 링크 뭐야? 들어가니까 그냥 카운트다운만 있는데?
-ㄹㅇ뭐임?; 내일 9시까지 일단 기다리라는 거 같은데?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두 번째 티저에 이어 원디어 일곱 멤버의 별스타 게시글을 마주한 유어원들은 모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링크를 따라 들어간 순간, 유어원들은 줄어드는 카운트다운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원디어가 무엇을 의도하고 갑자기 이런 링크를 올린 것인지 의아해하던 유어원들은 우선 얌전히 카운트다운이 줄어드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원디어 진짜 유어원 쫄리게 잘하네… *^^*
-나 진짜 궁금해서 잠도 안와 니들 뭐하는 건데 얘들아ㅠㅠ
그렇게 억겁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마침내 다가온 아침 9시.
-ㅁㅊ떴다
-뭐야 이거?
대체 어떤 프로모션으로 원디어가 즐거움을 줄 것인지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링크에 접속한 유어원들은 또 한 번의 의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좌표인데?
카운트다운이 모두 완료되고 떠오른 것은 좌표였기 때문이었다.
어딘가로 향하라는 듯 주어진, 각기 다른 일곱 개의 좌표들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