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92)
얼어붙어 있는, 그 무엇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몽환적인 공간.
푸른 얼음과 발밑에 깔린 하얀 눈이 가득한, 정적만이 가득한 곳. 오르골이 멈춘 직후, 주단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귓가를 스치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공허한 눈에 담기고, 주단우는 하얀 숨을 내뱉는다.
그런 주단우를 조용히 조명하고 있던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주단우가 천천히 눈을 깜빡인 직후였다.
그의 머리 위, 먼 곳에서 관조하듯 바라보기만 할 뿐이던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며, 영상에는 조금씩 속도감이 붙는다.
주단우를 먹어 치우기라도 할 듯 가까워지는 카메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그의 검은 눈이 가까워지며, 화면은 한순간 먹물이 부어진 듯 까맣게 변하고.
-아 미친
-와
영상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곧 탄식하는 듯한 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 검은 실크로 뒤덮인 공간 속, 직전과는 달리 그 어떤 색채도 없는 곳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는 원디어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유일하게 배경과 대비를 이루고 있는 공간. 핏이 맞는 검은 수트를 맞춰 입은 채 주단우를 가운데 두고 서 있는 여섯 명.
그와는 반대로 유일하게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주단우와 그를 내려다보는 다른 멤버들의 대치는 어딘가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죄인을 심판하는 듯, 혹은 구속하려는 듯한 구도. 소름 끼칠 정도의 적막.
그에 유어원들이 숨을 죽인 채 영상을 바라보는 사이,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넌 날 창조하고 또 무너뜨려
헤어날 수 없게 만들어
붙잡힌 영혼은 끝없이 추락해
첫 음이 뱉어짐과 함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뒤틀어 무너지듯 땅을 짚는 멤버들 사이, 주단우가 날 선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낮은 음성으로 노래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분위기는 급변한다.
고개를 든 멤버들의 눈빛에 날선 예리함이 서림과 동시에 뮤직비디오는 다른 장면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감정은 love? (or hate?)
이름은 몰라도 알 수 있어
이 감각은 죽음보다 무거워
박진감을 더하는 퍼커션 소리와 함께 타오르고 있는 수십 개의 촛불이 보인다.
형체를 완전히 알아볼 수 없는 조각상에 둘러싸인 채 앉아 있는 강현진, 촛불이 비춰 내는 강현진의 그림자가 늘어진 곳을 바라보며 의자에 기대어 있는 도지혁.
멍한 얼굴로 제 감정을 되짚어보는 강현진의 귓가에 정반대의 감정을 속삭이는 도지혁. 그에 따라 곧 강현진은 평온한 얼굴로 촛불을 향해 손을 뻗는다.
제 손을 태울 열기가 걱정되지도 않는다는 듯 초연한 표정. 그의 손끝이 불꽃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먹구름이 낀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이며 한순간 그림자의 방향이 바뀐다.
가만히 앉아 있는 강현진의 모습과 달리 제 머리를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는 듯한 형체로 일렁이는 그림자.
괴로워하는 강현진의 얼굴, 신음하며 웅크리는 모습이 짧게 잘린 채 교차 삽입되는 동안, 도지혁은 짙게 미소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둘 뿐이다.
그 시선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
You call me a monster
But my master, that’s not true
이건 타락한 마음일 뿐
가벼운 온기가 만들어 낸 예상치 못한 구속과
스치던 눈길이 불러낸 미련한 집착일 뿐
잔뜩 끼어 있는 먹구름을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한 카메라는 곧 끝없는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의 인영을 조명한다.
꺾여 버린 나무, 가로등도 목적지도 없는 곳을 비척비척 걷고 있는 누군가.
죄수복 같은 흰옷을 입은 채 걸음을 옮기고 있는 에이든 리는 짜증스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팔을 아래로 쳐 내린다. 그 움직임을 따라 그의 손발에 묶여 있는 사슬이 짤랑거린다.
앞으로 향하려고 할수록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사슬. 하얗게 얼어붙은 사슬은 에이든 리의 몸에 끝없는 상처와 멍을 새기지만 에이든 리는 그것을 풀어내지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도 못한다.
계속해서 제자리걸음만을 되풀이할 뿐인 에이든 리.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숨을 헐떡이며 뒤를 바라보는 에이든 리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는 사슬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끝에는 에이든 리와 동일하게 구속당한 채인 천세림이 있다.
조각난 세계 예정된 파멸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이 고통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너무 멀리 와 버렸지
온몸이 사슬에 감싸인 채 허공에 떠 있는 천세림. 조여 오는 숨 때문인지 얕게 숨을 몰아쉬며 뒤로 고개를 늘어뜨리는 천세림의 발밑에는 거울 조각들이 깔려 있다.
천세림이 추락하는 순간 그의 몸을 온통 찔러 버릴 거울 조각들. 그에 따라 함부로 떨어지지도, 그대로 숨통이 조여진 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천세림의 모습이 이어지고.
에이든 리와 천세림을 잇는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서로의 숨을 조이는 동안 카메라는 천천히 바닥을 비춘다. 깔려 있는 거울 조각 위에는 어느새 도지혁이 홀연히 서 있다.
망가졌대도 함께할 수만 있다면
(함께할 수가 없다면, ah-)
거울 조각에 비친 천세림의 형상을 바라보던 도지혁이 화답하듯 노래한 순간, 반짝이는 거울 조각. 수십 개의 갈래로 나뉘어진 천세림 사이로 비친, 천세림이 아닌 누군가.
그 이질감을 따라 세계가 바뀌듯 화면이 뒤집히고, 직후 떠오른 건.
내쳐진 순간 죄가 된 갈망에
돌이킬 수 없는 지금이 만든 방황이
모두가 떠나간 폐허 속에 홀연히 서 있는 유찬희였다.
부서진 조각상이며 타들어 간 양초 찌꺼기 따위가 늘어져 있는 쇠퇴한 저택. 유찬희는 찡그린 얼굴로 제 발밑에 깔려 있는 거울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다.
먹구름 아래 몇 줄기의 빛이 내리쬐고 있을 뿐인 을씨년스러운 폐허. 그 빛을 그대로 투과한 거울 조각들이 유찬희의 얼굴로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얼룩덜룩한, 마치 기워진 듯 엉망진창으로 자리를 잡은 그림자.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불쾌한 듯 바라보고 있던 유찬희의 시야로 미소 짓는 도지혁이 스친 순간, 유찬희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거울을 집어 든다.
하지만 거기에 비치는 건 여전히 얼룩덜룩한 그림자로 뒤덮여 있는 자신뿐이다.
그에 괴로워하는 유찬희의 모습을 끝으로 마침내 지상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거울에 비친 유찬희의 얼굴이 물방울로 인해 흐려지고, 줄기가 되어 떠내려가기 시작한 물줄기를 따라 또 한 번 이동하는 카메라는 덩굴들을 담아낸다.
황폐하던 저택을 벗어날수록 피어나는 초록색 덩굴들. 그와 반대로 땅에 깔리는 순백의 눈. 그 끝에 있는 것은 눈에 파묻힌 하얀 장미꽃이 환상적으로 만발해 있는 호숫가였다.
내버려진 채 무너지는 마음은
끝내 절망이 될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어
반쯤 얼어 있는 차가운 호수. 그 위에 떠 있는 누군가는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듯 수면에 떠 있는 원유하였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옅은 백금발은 수면 위에서 가볍게 너울거린다. 하늘에서 나부끼는 흰 눈을 그대로 맞으며 숨을 몰아쉬던 원유하는 곧 눈을 감고 호수 속에 빠져든다.
그렇게 잠겨든 차가운 호수 속에서 가까스로 눈을 뜬 그의 시야로 보이는 것은 도지혁이다.
호수의 밑바닥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원유하를 바라보는 도지혁. 카메라는 곧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물체를 조명한다.
낡고 해진 검은 심장. 이제는 그 박동을 멈춰 버린 죽은 마음.
원유하의 시선이 닿음과 동시에 검은 심장이 한순간 두근거리며, 퍼커션은 피치를 올리고 화면은 화려한 군무로 전환된다.
um- um- um um
I’m a pilgrim
Who looking for god
의도하지 않았던
생겨나지 않았어야 했던 마음은
일그러진 그림자로 깨어나
길을 잃고 끝없이 표류해
찢긴 종이를 형상화한 듯 보이는 순백의 공간. 흰 수트를 맞춰 입은 멤버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화음이 이어진다.
빽빽하게 채워져 몰아치는 후렴구의 세션. 웅장함이 더해진 비트와 함께 군무를 이끄는 도지혁을 중심으로 멤버들은 몸을 뒤틀어 고통을 표현해 낸다.
실을 매단 채 조종하는 듯, 가운데에서 유려하게 움직이는 도지혁. 쪼개진 비트를 따라 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멤버들.
W자로 바뀐 대형을 따라 펼쳐지는, 아이솔레이션이 돋보이는 포인트 안무.
um- um- um um
I’m a pilgrim
Who begging for mercy
찢어진 기억을 기워
끝나 버린 마음을 따라
부서진 세계로 추락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강현진을 따라 군무는 유려하게 이어진다. 그 사이로 고통받는 멤버들의 모습이 교차 삽입된 직후, 반씩 나뉘어 갈라선 멤버들 사이 에이든 리가 노래한다.
이미 잃어버린 것을 찾아
끝내 맞물릴 때까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아래 감춰진 지독한 감정. 더욱 형형해지는 멤버들의 눈빛.
2절로 다가설수록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는 더더욱 어두워져 갔다. 각자의 공간에서 괴로워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진 것이다.
하얀 설원을 헤매고 있는 주단우. 내면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텅 빈 얼굴로 한 줄기 눈물만 흘릴 뿐인 강현진.
너라는 religion은 날 지배해
네가 만들어 낸 illusion은
또 내 세상을 흔들어
이건 사랑이 아냐(아니, 사랑이 맞아)
점점 더 강하게 조여 오는 사슬에 이제는 바닥을 기는 에이든 리. 고개를 늘어뜨린 채 질식해 가는 천세림. 거울을 헤집는 유찬희. 끝없이 잠겨 드는 동안 하얀 장미 덩굴에 온몸이 뒤덮이고 있는 원유하까지.
광기 어린 감각이 남긴 damage
내 삶을 쥐어뜯고 또 한 번 질문을 던져
잃어버린 진심에 난 또 기억 속에 잠겨
짓이겨진 마음을 붙들고 엇갈려
아름답지만 기괴하고, 기괴하기에 더 빠져드는 장면들의 연속. 그 끝에서.
Why do I love you?
(Why do you run away?)
멈추지 못해
끝없는 갈구 마르지 않는 욕망
한순간 몸을 완전히 낮춘 채 서로를 붙드는 멤버들. 오른쪽 끝으로 이동한 원유하의 팔을 붙드는 도지혁의 모습이 이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그 끝에서 도지혁이 뒤로 몸을 젖힌 원유하를 지탱하고 있는 구도. 도지혁이 손에서 힘을 뺀 순간 금방이라도 넘어져 버릴 듯 위태로운 대형 속, 원유하가 노래한다.
덤덤한 얼굴로 의문을 노래하다 이내 도지혁의 팔을 잡고 스스로 선 채 대형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원유하, 그런 그의 어깨를 붙잡고 교차하듯 센터로 나서는 에이든 리.
나를 미치게 하는 faith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마음 뒤
스스로 자유를 등지게 돼
자신의 숨을 스스로 조이기라도 하듯 목을 감싸는 제스처 끝에 멤버들은 한 바퀴를 빙글 돌아 쓰러지듯 몸을 숙이고, 화면은 잠시 설원 속에 자리한 호숫가를 담는다.
잠겨 드는 원유하를 바라보고 있는 도지혁. 그런 그가 원유하를 감싸고 있는, 가시투성이인 장미 덩굴로 손을 뻗고.
있잖아, 후회 같은 건 없어
알잖아, 내가 뭘 원하는지
순식간에 잦아든 세션. 다시금 동그랗게 변한 대형 속, 몸을 낮춘 멤버들 가운데 홀연히 선 원유하가 나른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낮게 속삭인 끝에.
um- um- um um
I’m a pilgrim
Who looking for god
의도하지 않았던
생겨나지 않았어야 했던 마음은
일그러진 그림자로 깨어나
길을 잃고 끝없이 표류해
천세림의 목소리로 마지막 후렴구가 이어지며, 이야기는 하이라이트로 접어든다.
망설임 없이 가시투성이인 장미 덩굴을 뜯어내는 도지혁. 그의 손에서 흐른 핏방울이 호숫가에 떨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파랗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을 칭칭 감싸던 장미 덩굴이 불타 없어짐과 동시에 눈을 뜨는 원유하. 천천히 화염에 잠식되어 녹아 버리는 설원 속, 놀라는 주단우.
결국 자신을 감싼 모든 유리를 깨부수고 미친 듯 웃는 유찬희. 반전된 세계를 통해 넘어온 불꽃에 의해 사슬이 녹아 버리자 지면으로 떨어져 미소하는 천세림.
자신을 구속하던 것이 없어지자 앞으로 달려 나가는 에이든 리와 불에 타 모두 녹아 버린 양초 사이에서 끝내 비명을 지르는 강현진까지.
um- um- um um
I’m a pilgrim
Who begging for mercy
찢어진 기억을 기워
끝나 버린 마음을 따라
부서진 세계로 추락해
이미 잃어버린 것을 찾아
끝내 맞물릴 때까지
뒤이어 노래하는 원유하의 리드에 맞춰 마지막 군무가 펼쳐지고, 끝내 잦아드는 세션에 맞추어 멤버들은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그 사이, 마침내 중앙에 선 두 명.
이미 잃어버린 것을 찾아
끝내 맞물릴 때까지
(마침내 우리가 될 때까지)
비스듬히 선 주단우와 도지혁이 그렇게 속삭이며 어느새 동그란 대형을 이룬 멤버들 사이에서 서로의 등을 기대앉는다.
군무의 마무리와 함께 변환되는 화면 속에는 다시금 푸른빛이 들어찬다. 모든 것이 파랗게 타올라 재가 된 곳.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이야기의 끝에.
첨벙-
깊은 물속에 잠겨 있던 원유하가 수면 쪽으로 나아간 것이다.
물결을 따라 하늘거리는 옷자락. 유려한 헤엄.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몰아쉬던 원유하는 곧 먹구름이 모두 사라져 해가 내리쬐는 지상에 발을 디딘다.
모든 것이 재가 된 공간 속, 원유하는 혼자뿐이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던 그는 곧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이내 멈칫한다.
순간 그 얼굴에 번지는 놀라움.
원유하는 잠시간의 침묵 끝에 잿더미로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따라가는 카메라.
그 끝에 있는 건 도지혁이 들고 있던 검은 심장이다.
심장을 손에 쥔 원유하는 가벼운 숨을 내쉬어 심장에 묻은 재를 털어 낸다.
두근-
그에 따라 일어난 변화.
죽어 있는 듯하던 검은 심장이 박동하는 것에 원유하의 얼굴 위로 놀라움이 스친다.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인트로의 오르골 소리와 함께, 검은 셔츠를 입은 채 원유하를 지켜보던 도지혁이 천천히 뒤돌아 어딘가로 걸어가는 모습이 수면 위로 비쳤으니까.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기라도 하듯, 의미심장한 이미지로 끝나 버린 뮤직비디오에 유어원들은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ㅋ나진짜어이없어미치겠어
팬들이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K-POP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본격적인 섹시 콘셉트. 그와 함께 이루어진, 과몰입을 불러오는 컨셉추얼한 가사와 노래.
-씨발.. 가자 케이팝 털어먹으러
원디어가 정말 작정하고 컴백을 했다는 사실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