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94)
원디어가 앨범이 발매되기 반년 전에 냅다 공개해 버린 곡은 총 두 곡이었다.
하나는 앨범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틀곡 ‘pilgrim’. 또 하나는 타이틀과 함께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커플링 곡 ‘Star-Crossed’였다.
즉, 앨범 그 자체를 반년도 전에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해 버린 셈이었던 것이다.
-진짜 어이없어.. 작년 아티스트 어워즈 댄브 부분 들어보면 지금 필그림 퍼커션 소리 그대로 들어가 있고 베이스 라인도 필그림에 삽입된 그대로 따라감ㅋㅋㅋㅋ 이렇게 무대 꾸려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어원 보면서 자기들끼리 흐뭇하게 웃었을 거 생각하면ㅋㅋㅋㅋㅋㅋ
-말 나온 김에 작년 케아 무대 재탕중인데 플레임 무대 그냥 필그림 뮤직비디오 스포였네; 하얀 장미에서 파랗게 물들어 가는 장미로 무대 세트 꾸리고 자기들 딛고 선 바닥 쪽에 물그림자같은 거 표현했잖아; 유하가 뮤비에서 잠겨든 호수 그대로네;;
-케아에서 플레임 무대 시작하기 전 잠깐 나온 인트로말인데 피치가 낮아졌다 뿐이지 그냥 스타크로스드 멜로디 라인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진짜 독기 오졌다 경쟁 때문에 골아팠을 텐데 다음 활동 떡밥까지 심어둔 거였던 거잖아 ㅁㅊ
-얘들아 나만 무서워지기 시작했니? 이쯤 되면 언제 어디에 원디어가 스포 숨겨놓은 건지 모를 정돈데 지금;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거 더 있을지도 모름;; 그게 언제 어떤 곡으로 나와서 또 우리 뒤통수때릴지 모른다 다들 긴장놓지마
그에 따른 유어원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황당함, 흥미와 즐거움 사이를 오갔다.
지난 영상들을 찾아보며 원디어가 숨겨 두었던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지만, 원디어가 얼마나 오래 이 사실들을 숨겨 왔는지 생각하면 기가 차기도 했던 것이다. 원디어가 숨겨둔 게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들었고.
-이 와중에 레전드가 따로 있다는 게 제일 골때린다…
-그래도 이 정도 스포는 스포도 아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감탄하다가 찐 스포 보고 나니까 이제 그냥 웃기다 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막상 유어원들에게 헛웃음을 짓게 한 ‘스포일러’는 따로 있었다.
어떤 연말 무대도 공식 콘텐츠도 아닌, 어찌 보면 정말 별것 아니라 할 수 있는 과거의 일.
[안녕~! 유어원. 좀 간만이죠? 저희 이제 연습 끝내고 집 와서 식사하려다가 유어원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틀었어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다들 주무실 시간일 것 같은데…….] [주무실 분은 저희랑 이야기하시다가 편하게 주무셔도 돼요. 저희 라이브 보시면서 주무셔도 되는데… 음, 약간 시끄러운 라이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바로 지난 1월에 있었던 U라이브 영상 말이다.
새해가 밝아 온 직후 원유하가 부상을 입고, 이에 따른 해명 겸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진행된 라이브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원디어가 간만에 진행했던 U앱.
일명 요리 멤버라고 불리는 주단우, 천세림의 주도하에 있었던 숙소 요리 라이브. 유어원들은 지금에 와서야 그때의 영상을 다시금 입에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일어난 ‘스포일러’는 정말이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찬희랑 지혁이 형, 현진이 형, 이든이 형은 지금 자요. 그래서 오늘의 라이브는 깨어 있는 저희 셋이서 진행합니다~!]당시 팬 미팅을 위한 연습 후 숙소에 돌아왔다고 밝힌 세 명은 편안한 차림새로 평소와는 달리 부엌에 자리해 있었다.
옹기종기 앉아 밝은 얼굴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세 명은 곧 꽤 늦은 밤에 라이브를 틀게 된 연유를 밝혔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다 보니 최근 너무 인스턴트식 식사만 했다는 것을 깨달아 간만에 집밥을 하기로 했다는 거였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유어원이 저희 요리 라이브를 보고 싶어 하셨었던 게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요리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틀게 됐고요~.]그렇게 설명한 천세림은 씩 웃는 얼굴로 부엌 싱크대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재료들을 가리켰다. 찌개나 반찬을 만들 만한 요리 재료들이 늘어져 있는 가운데, 천세림은 그날의 라이브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간략하게 덧붙여 이야기해 주었다.
[저랑 단우 형이랑 오늘 요리 배틀을 좀 해 보려고요. 이쪽의 유하 형은 심사 위원. 저 좀 아쉬웠거든요, 저희 데뷔 초에 [K밥 아이돌>에서 사회 보느라 저는 요리 못 한 거. 하, 제가 어느 쪽이든 들어갔으면 분명 그쪽 팀이 승리했을 텐데.] [그렇다기엔 찬희랑 단우 형 요리 실력이 너무 만만치 않던데. 특히 단우 형은 거의 집밥 마스터잖아. 세림이 너도 요리 잘하는 건 아는데… 양식 위주 아니었나?] [형은 무슨 말을? 제가 지금까지는 안 한 거지 못한 게 아니라고요. 실은 이건 해명 라이브이기도 해요. 유어원들도 내가 한식을 못하는 줄 알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오늘 제가 어디 한쪽에만 편중되지 않은 요리사라는 걸 증명해 보이죠. 요리인의 긍지를 보여 주겠어.] [아니… 뭐, 증명하는 건 좋은데……. 넌 아이돌이잖아.]투지에 불타는 천세림, 훈훈하게 미소 짓고 있는 주단우, 떨떠름하게 반박하는 원유하의 모습과 함께 그날의 간략 요리 배틀은 평화롭게 시작되는 듯했다.
도울 건 없냐는 원유하의 질문에 약간 애잔해하는 얼굴로 ‘형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대답한 천세림의 말에 따라 원유하는 얌전히 식탁에 앉았다.
본인 또한 자신의 요리 실력을 알고 있기에 최선의 도움이 가만히 있어 주는 거라는 데 동의하고 가만히 요리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요리하느라 바쁜 두 명을 대신해 요리의 상황을 중계해 주기도 하는 등, 원유하의 주도로 세 명이 유어원들과의 소통을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요리 잘되어 가?]-오
-와 이든이?
-aiden!!
-이든아 안녕!!!
라이브 현장에 들려온 목소리에 흥미진진하게 라이브를 지켜보던 유어원들은 반색했다.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화면 바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에이든 리였기 때문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천세림이 알은체를 했다.
[어, 형. 자는 거 아니었어요?] [응, 자려다가 배고파서 깼어. 찬희는 아직 자고. 나도 조금 있다가 같이 먹어도 돼?] [당연히 되죠. 여러분, 심사 위원이 늘었네요. 형, 유어원한테 인사할래요?] [유어원, 안녕~! 나 자다 깨서 지금 좀 이상해요. 모자만 바로 가지고 나올게요!]자다 일어난 게 확실한 듯, 에이든 리는 약간 잠긴 목으로 인사를 하더니 화면에 나타나기 전에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이후 캡 모자를 써 새집이 된 머리를 감춘 에이든 리는 그제야 화면에 나타나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유어원들에게 인사를 하곤 라이브에 참여했다.
덕분에 유어원들은 한층 더 즐겁게 라이브를 지켜볼 수 있었다. [디어돌> 때부터 ‘102호즈’라고 묶여 왔던 네 명만의 라이브는 꽤 간만이었던 것이다.
[좀 더 안 자도 되겠냐?] [으음, 밥 먹고 잘래. 배고파서 잠 안 와. 유어원이랑 이야기도 하고 싶고~.]여기에 잠이 반쯤 덜 깬 듯한 에이든 리에게서는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듯했다. 평소와 달리 눈에 힘이 풀린 듯한 얼굴로 얌전히 음식을 기다리면서 유어원들의 채팅을 잃고 대꾸해 주는 에이든 리가 유독 순해 보였던 것이다.
아직 반쯤은 꿈나라에 있는 듯한 에이든 리의 모습에 그가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 옆자리의 원유하는 조금쯤 걱정하고 있는 듯싶긴 했으나 다행히 에이든 리가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원유하의 어깨에서도 긴장이 풀어졌을 때였다.
익숙한 구도와 티키타카, 새로움이 공존하는 식으로 평화롭게 시작해 평화롭게 끝이 날 것 같던 라이브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분위기가 변한 건 모든 요리가 끝이 나고 네 명이 부산스럽게 식탁을 차릴 때였다.
정확히는 네 명 분의 물컵을 가져와 물을 따르고 있던 에이든 리가 몽롱함이 그대로 남은 얼굴로 흥얼거리기 시작했을 때 말이다.
[~♩♬] […who looking for god~] [……?]흥얼거리는 에이든 리에게 전염이라도 된 듯 옆자리의 천세림이 자연스럽게 에이든 리가 부르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곧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던 주단우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에 따라 노래하던 에이든 리와 천세림의 의아한 시선이 주단우와 마주치고.
[……!] [……!]이내 에이든 리가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한 얼굴로 덜걱 움직임을 멈추고, 동시에 천세림이 노래하던 상태 그대로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을 때.
침묵이 채 깔리지도 못한 아주 찰나의 시간. 한쪽의 상황 판단은 빨랐다.
[~♩♩]천세림이 곧장 가사를 내뱉던 입을 다물고 멜로디를 뒤바꿔 다른 노래의 허밍을 이어 나간 것이다.
빠른 전환이었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다른 쪽에서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기를 늘어놓던 원유하가 눈을 내리깐 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도 않고 천세림처럼 허밍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전에 천세림과 에이든 리가 부르던 노래와 비슷하지만 다른 멜로디 라인을 가진 노래, 해외의 유명 팝송으로.
[다 됐다. 먹을까요? 우리.] [좋죠. 형이 유어원들한테 인증해 주는 거예요? 제가 어떤 쪽의 요리든 잘한다고.] [미리 말할 순 없지. 먹어 보고 결정할게. 단우 형이랑 이든도 얼른 앉아요. 요리하느라 너무 수고 많았어요, 형.] […으응.] […맛있겠다~!]직후 어딘가 어색해진 멤버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듯 그렇게 말한 원유하의 말에 능청스럽게 죽을 맞춘 천세림은 이제는 완전히 잠이 깬 얼굴이 된 에이든 리, 주단우와 함께 바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해 나갔다.
그다음에는 요리 승부에 나름대로 진심인 것 같아 보이던 천세림이 무승부라는 요리 결과에 낙담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등, 라이브는 웃음을 남기고 마무리되었지만.
-방금 애들 뭐였지?
-나만 좀 이상했던 거 아니지?
-뭐지? 혹시 스포였나?
이상함을 눈치챈 유어원들은 당연히 있었다. 순간적이나마 이루어졌던 재빠른 눈빛 교환에 유어원들은 이른바 ‘쎄함’을 느낀 것이다.
-ㅋㅋㅋㅋ같은 숙소 살고 같이 연습해서 그런가 ㅠ 애들 진짜 귀여워 한 명이 노래부르니까 따라부르네ㅠㅠ 거의 뉴런까지 공유하는 수준
-단우 세림이랑 이든이 합창하는 거 보고 귀여웠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귀여워하듯 쳐다보네ㅋㅋㅋㅋㅋㅋ
-아 원유하 아무렇지도 않게 허밍 따라 부르고선 자각도 못하고 식탁 앉자고 하는 거 ㄱㅇㅇ
그러나 그런 의견은 그리 오래 이야기되지는 않았다.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서로 전염되듯 허밍을 따라 부르던 세 명의 모습을 귀여워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그렇게 귀여운 클립본 정도로 남은 듯했던 그날의 라이브는 원디어의 컴백과 함께 다시금 화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 찐으로 타이틀곡 부른 거였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밍으로 타이틀 멜로디라인 스포한 에이든+대차게 싸비 가사 공개해버린 천세림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로 개 큰 스포였잖아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천세림 상황판단력 오진다; 자기도 모르게 이든이 따라서 불러놓고 바로 멜로디 다른 거 흥얼거리는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원유하 식기 놓다가 고개도 안 들고 바로 머리굴려서 비슷한 다른 해외 팝송 부르는 것도 미친 거 같아요; 눈치 진짜 개빠르다
그날의 멤버들이 보여 주었던 예상치 못한 스포, 그것을 재빠르게 덮어 버린 멤버들의 재기가 이야기가 안 될 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새삼스럽게 팬들 사이에서 다시금 언급되고 있는 그날의 라이브에 대해 당시 라이브에 참여한 멤버들이 남긴 평은 간단했다.
[망한 줄 알았어요. 단우 형 눈이 엄청 흔들리더라고요.] [그, 많이 놀라서…….] [와, 그때만 생각하면…. 원래라면 입단속 잘했을 텐데 하필 녹음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어서 방심했죠.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대로 멈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노래 다른 걸로 바꿔 불렀는데, 저 괜찮았죠?] [솔직히 좀 긴장했는데, 다행히 눈치채신 분들은 많이 없던 것 같더라고요. 다행이었죠. 솔직히 한 이틀 정도는 혹시나 싶어서 계속 긴장하고 있긴 했지만.] [왠지 다음 날 되니까 세림이랑 유하가 필사적으로 휴대폰 보고 있더라니. 그거 반응 찾아보고 있던 거였구나?] [으으음,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그래도 더 안 불러서 다행이다… 좀 일찍 눈치채서 다행이었네, 그래도.]‘안 들켜서 다행’ 말이다.
활동 첫 주, 대기실에서의 U라이브에서 그날의 회고를 풀어낸 멤버들의 모습에 유어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서프라이즈에 웃음 짓는 동안.
「원디어, 첫 더블밀리언으로 자체 신기록 달성…미니 4집 ‘209만 장’ 판매고 올려」
「원디어 ‘Crush’, 美 ‘빌보드 200’ 3위…자체 최고 기록」
원디어의 성적도 모두에게 웃음을 안겨 주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1주 차의 초동 집계 결과, 선주문 200만 장을 넘어선 209만 장으로 원디어의 앨범 판매량이 기록된 데 이어.
「플럼: 최신 1위/TOP100 9위/실시간 1위」
마침내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원디어가 TOP100의 10위권 안쪽에 드는 기염을 토해 냈으니까.
그리고 이는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데뷔 3년차에 200만장 달성하고 1군 올라서는 아이돌 어떤데…
-나 초동 결과 집계되고 나서 내내 눈물 질질 흘리는 중임 자랑스러워 죽겠어
-그냥 지금까지의 고난들이 이런 결과를 위해서였나 싶음 나는 원디어 아직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분명 그럴 거라 믿으니까 앞으로 쭉쭉 나아가자 우리가 같이 갈게
-하 시발 1군의 맛 달달하다…….
원디어가 명실상부한 1군으로 K팝 판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