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97)
“유하, 이거 한번 들어 볼래?”
“……?”
에이든 리가 뜬금없이 내게 파일 하나를 보낸 건 후속곡 활동이 거의 마무리가 될 즈음이었다.
생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직전의 무대를 모니터링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멤버들로 인해 조용한 차 안에서 에이든 리가 다짜고짜 개인 메시지로 무언가를 전송하는 것에 나는 잠들려다 말고 얼결에 파일을 다운받게 되었다.
“새 곡이냐?”
“응. 이번에 작업한 거~.”
커버가 떠올라 있지 않은, ‘untitle’이라고 적혀 있는 노래 한 곡. 평소 에이든 리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이런 식으로 들려주곤 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우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 보았다.
“좋은데?”
그렇게 약 3분가량이 지난 후, 나는 가볍게 감상평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경우 에이든 리는 듣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곡을 만들어 내진 않지만, 이번 곡은 그중에서도 유독 느낌이 좋은 듯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리프가 특징적인 곡. 의미 없는 노랫말로 가이드 녹음까지 되어 있는 곡은 에이든 리가 꽤 신경을 쓴 곡처럼 보였다.
“다음 앨범에 넣으려고?”
“응, 일단은?”
때문에 다음 앨범의 수록곡으로 쓴 곡인가 싶어 그렇게 묻자, 에이든 리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다음 앨범에 넣을 만한 곡이란 생각에 내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한번 들려줘 보라는 말을 하려 입을 열었을 때였다.
“그럼 이거 유하 마음에 든 거 맞지?”
“…….”
그러다 말고 들려온 말에 나는 하려던 말을 내뱉지 못하고 문득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어딘가 가늠하는 눈, 떠보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묻는 에이든 리의 모습에 어쩐지 ‘쎄한’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긴 하지? 노래 좋다고 방금 말했잖아.”
그렇기에 잠시 침묵하던 중 들려온 물음에 나는 우선 떨떠름하게 긍정해 주었다. 노래가 잘 만들어진 것도 맞고, 이상할 정도로 내 취향인 것도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다행이다.”
그에 에이든 리는 씩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내뱉은 뒷말로 남아 있던 모든 잠을 달아나게 만들었다.
“이거 유하 솔로 곡으로 주려고 만든 거니까.”
“뭐?”
에이든 리는 또 한 번 내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행동’을 벌인 것이었으니까.
* * *
“왜?”
“…….”
“응? 왜냐니까?”
“…하.”
미니 4집 활동의 막방 날. 에이든 리가 메이크업을 마친 후 불퉁한 얼굴로 했던 말을 반복해 물어오는 것에 나는 더 이상 놈을 무시하지 못하고 깊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뭘 왜야? 무슨 대답을 원하는데?”
“알잖아. 왜?”
“몇 번 말하냐.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싫다니까? 다음도 있잖아.”
에이든 리가 지난번에 내가 거절한 솔로 곡을 어떻게든 내게 주지 못해 안달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맙긴 한데, 지금은 안 되겠다.
-어? 왜?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에이든 리의 곡은 분명 좋았다. 애초에 내게 주려고 썼다는 말처럼 내 취향에도 꼭 맞았고.
하지만, 나는 순순히 솔로 곡을 부르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니까, 난 납득 안 돼. 솔로 곡 부르기 좋은 시기가 따로 있는 거야? 그냥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지. 때가 문제인 거면 다음은 정규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닌가? 콘서트까지 겹쳐 있으니까 특별 무대로 나오면 유어원도 좋아할 텐데.”
“내가 준비가 안 됐어. 시기상조라고도 생각하고 있고.”
말마따나 나는 아직 솔로로 뭔가를 준비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이든 리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다음 활동이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
‘그러니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솔로 무대를 할 마음이 있냐, 없냐인데.’
에이든 리가 기껏 작업을 해 준 곡이다. 당연히 고려는 해 봤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솔로로 무언가를 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데뷔 초였다면 ‘정말로’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바이벌 출신이라는 팀 특성상 원디어의 팬덤, 유어원은 데뷔 초에는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때문에 우리는 그 날선 공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해 왔었고.
그렇게 3년. 그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팬분들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멤버들이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친해지는 동안 팬분들도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뜻하진 않았지만 같은 고난도 겪었고.’
그러다 보니 이제 유어원들은 데뷔 초와는 달리 이른바 ‘올팬’도 많아진 상태였다. 데뷔 초의 목표였던 ‘내 최애 옆의 저놈, 봐줄 만은 하다.’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분들도 꽤 많았던 것이다.
“왜? 이제는 걱정할 일 없지 않나? 우리가 솔로 활동 한다고 유어원이 화낼 거 같진 않은데. 오히려 좋아할걸? 특히 유하 팬들이. 그래서 우리 각자 개인 콘텐츠도 시작한 거잖아.”
때문에 최대한 단체 행동을 중시하던 초반과 달리, 이제 멤버들은 각자의 개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장 유찬희만 해도 이번 활동이 끝나고 공백기가 시작될 즈음 본인이 작업한 믹스테이프(비정규 음원)의 깜짝 공개를 예정해 두고 있었고, 강현진도 공식 채널에 풀 댄스 콘텐츠를 준비 중이었다.
주단우도 곧 있으면 첫 싱잉 랩 커버 콘텐츠를 찍을 예정이고, 도지혁은 공백기에 다른 댄서들과의 컬래버 챌린지에 힘을 쏟고 싶다 말한 바 있었다.
여기에 해외 아티스트와의 컬래버 작업을 예정해 두고 있는 에이든 리에 다음 활동 전까지 예능 쪽에 조금 더 출연해 보겠다 포부를 밝힌 천세림까지.
다들 공백기를 위해 슬슬 개인 콘텐츠에 하나씩 손대고 있는 만큼, 나 또한 지난번 생일에 공개한 커버 영상이 유어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두 번째 커버 영상을 생각 중이었지만.
“개인 콘텐츠랑 이건 좀 다르지. 멤버 중 처음으로 개인 노래 내기엔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거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정규 앨범에 멤버 중 처음으로 솔로 곡을 내보내는 건, 아무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된 실랑이지만, 에이든 리는 이번에도 역시나 납득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바로 미간을 찌푸린 채 뒤이어 말한 걸 보면.
“유하는 이 이상으로 준비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있긴 해? 지난번 K-AREA 무대 유어원들 아직 많이 이야기하잖아. 그럼 그 분위기 남아 있을 때 곡 내는 게 유하한테도, 이 곡한테도 좋은 거 아닌가?”
“…그럼 오히려 내가 묻자. 지금이 안 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왜 그렇게 지금 나한테 곡을 못 줘서 안달이야?”
때문에 나는 결국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에이든 리에게 그렇게 묻고야 말았다.
에이든 리야 원래 평소에도 고집 있는 놈이긴 했지만, 답지 않게 왜 이렇게까지 물러서질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에이든 리는 싫다는 말엔 아쉬워하면서도 빠르게 납득하곤 했었으니까.
“이 곡은 지금 내보내려고 나온 거니까. 지금의 유하가 불러야 돼, 그래야 맞아.”
그에 대해 이번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에이든 리가 내뱉어 버림으로써, 나는 놈과의 대화를 아예 포기해 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거 혹시 그 때문 아니에요? 형 이번에 서안 선배님이랑 작업하는 거.”
“뭐?”
그러던 중, 에이든 리의 행동에 대한 힌트를 얻은 건 내가 놈의 ‘왜?’라는 질문을 피해 대기실 바깥으로 탈주한 직후였다. 매점에 가겠다며 바깥으로 따라 나온 유찬희가 문득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유찬희는 과거의 일을 가늠하는 듯 흠, 작게 침음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서안 선배님이랑 형이랑 같이 작업한다는 이야기 듣고 이든이 형, 아닌 것 같아도 좀 견제하는 것 같았잖아요.”
그에 나는 내가 서안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이든 리가 보였던 반응을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아, 유하는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내가 뭔 화석이라도 되냐? 뭘 발견해?
-흠, 우리 멤버들 중에서 유하는 나랑 제일 먼저 인사했잖아. 난 유하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다구. 유하 보컬 좋은 건 내가 제일 먼저 알아봤을걸?
에이든 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냅다 한숨부터 쉬더니 그렇게 투덜거렸었다. 백 명의 보컬이 모여 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 본인이 가장 먼저 나를 알아봤단 거였다.
프로듀서로서 원디어 멤버 모두의 보컬적인 장단점을 자신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뜬금없이 자부심을 보인 에이든 리는 그 직후 자신이 먼저 솔로 곡을 줬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선수를 빼앗겼다는 거였다.
“뭔, 일곱 살짜리냐……? 진짜 그것 때문에 갑자기 솔로 곡을 준다고?”
“그거 아니고서야 갑자기 이든이 형이 고집 부릴 일 없지 않나 싶어서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일곱 살짜리 같긴 하네…….”
내가 어이없음을 담아 그렇게 중얼거리자, 유찬희는 멋쩍은 얼굴로 그렇게 화답하고는 매점에서 과자니 음료수니 하는 것들을 쓸어 담았다. 활동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내내 조절해 왔던 식이 제한을 좀 풀어 보려는 듯했다.
‘정말 그 이유뿐인가?’
그런 유찬희를 두고 나는 머리를 굴려 봤다. 서안을 견제하는 거야 경쟁심 높은 에이든 리가 충분히 할 법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기에는 좀 찜찜한 면이 없잖아 있던 것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예상 가는 게 조금도 없군.’
그에 머릿속으로 에이든 리의 심사를 가늠해 보며 비닐봉지에 멤버들에게 줄 먹을거리들을 담고 있을 때였다.
“근데 저도 좀 이해가 안 되긴 해요. 형은 왜 그렇게 솔로 곡이 하기 싫은 거예요? 곡도 준비돼 있겠다, 형도 실력 있겠다, 형 솔로 곡 보고 싶다는 팬분들 의견도 있겠다, 거절할 이유 없지 않나? 솔직히 나도 좀 보고 싶기도 하고…….”
“…….”
나는 문득 유찬희가 그렇게 묻는 것에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왜일까.’
나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이럴 거면 그냥 솔로 활동을 해, 원유하. 너 혼자 해 먹고 싶었으면 왜 팀 활동을 하는데?
-형, 팬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죠? 원유하한테 빌붙어 먹고사는 새끼들이라고 우리가 듣지 않아도 될 욕을 얼마나 들어먹고 있는지 알아요? 사람이면 미안함 좀 느껴요. 작작 나대고요.
-난 형 이해 안 돼. 리더면 오히려 멤버들 살려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우리 죽이고 혼자만 잘나가려고 해? 몸값 올려서 솔로 활동 하려고? 팬들도 맨날 그래, 유하 형 욕심 너무 많다고. 이젠 형이 좀 눈치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는 것에 가깝겠지만.
나는 결국 지나 버린 과거이자 오지 않을 미래에 들었던 말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