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399)
“유하는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잖아. 뭐가 됐든 선택을 할 때, 압박에 의해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원디어가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
뒤이어 에이든 리가 꺼낸 말은 내가 몇 번이나 생각해 왔던 말들이었다. 부러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내내 목표로 두고 있던 것들.
그에 대해 에이든 리는 말했다.
“근데 그러려면, 우린 팀으로만 보여서도 안 되는 거 아니야?”
“…뭐?”
결국 그 목표를 위해서는 멤버가 ‘팀’으로만 보여서도 안 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팀 활동인 거, 맞다고 생각해. 우린 애초에 팀 하려고 [디어돌> 나왔던 거니까. 하지만 팀 활동이 더 잘되려면 우리 멤버 하나하나가 더 ‘잘’ 보여야 하는 것도 맞잖아. 그게 결국 팀이 더 주목받는 길이 되는 거니까.”
내 멍청한 되물음에 에이든 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냈다. 드물게도 진지한 얼굴로 내내 본인이 생각해 왔던 말을 내뱉는 에이든 리의 모습에 멤버들 사이에도 침묵이 번졌다.
그렇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에이든 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우린 내년이면 각자 솔로 활동에 도전하게 돼. 계약이 그런 거니까. 이번 MT 갔을 때 다들 팀 활동에 더 집중하기로 했지만, 각자 소속사에서 시키는 스케줄도 해낼 수밖에 없어.”
“…….”
“개인 활동을 거부할 이유는 없어. 오히려 좋아. 솔로 활동도 팀에 도움 되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각자 소속사에서 다른 멤버들에게 어떤 이미지 만들어 줄지 난 모르겠어. 그게 정말 원디어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겠고.”
본인이 지금 솔로 곡을 작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그러니까 내가 먼저 만들어 줘야 해. 멤버들이 스스로 원하는 콘셉트, 맞는 이미지를 필요한 때에 맞춰서 줘야 해. 그게 내 프로듀서로서의 판단이야.”
본인이 생각한 팀과 멤버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에이든 리는 각자의 소속사가 우리의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 내기 전 먼저 구축해 놓는 거라고 본 거니까.
‘지금 당장 솔로로 앨범을 낼 순 없지.’
그럴 만한 연차도 아닌 데다 지금 나와 봤자 반발도 심할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원디어’라는 팀 내부에서 멤버 개개인의 색깔을 미리 찾아 두는 거였다.
“그래야 나중에 의견이라도 낼 수 있어. 사람들 반응이 멤버들한테 힘 되어 줄 거야.”
그래야만 훗날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지금 내보내는 콘텐츠나 이미지를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면, 줄곧 그런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면, 결국 엔터사는 그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처음 쌓아 두는 이미지는 중요해.’
팀 혹은 개인이 나아갈 방향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니까. 그 이미지의 주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고.
“유하한테도 힘 되어 줄 거고.”
때문에 에이든 리는 ‘지금’, 굳이 내게 솔로 곡을 주려고 했던 것인 듯했다.
KRM와의 소모전을 벌인 지금. 내가 완전히 권 실장의 눈 밖에 난 이때. 백이현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특별 무대로 인해 ‘원유하’라는 개인이 대중들에게 보이기 시작한 지금.
“그래야 카르마가 유하 가지고 헛짓거리 안 할 수 있잖아. 눈치라도 볼 수 있을 거고.”
미리 ‘원유하’라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확립시켜 놓고 싶어 하는 거다. 그래야 내년에 내가 카르마에 대항할 수 있을 테니까.
“…….”
에이든 리의 말처럼, 원디어 멤버들은 각자 내년이면 팀 활동뿐만이 아닌 개인 활동에도 도전해야 한다.
가장 먼저 중요시해야 하는 건 물론 팀 활동이다. KRM도, 멤버들의 다른 소속사도 계약 기간 동안에는 팀 활동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미리 합의를 해 두었으니까.
‘하지만 팀 활동이 없는 공백기에는.’
각 멤버들의 소속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할까. 로드에서만큼 멤버들의 의견을 받아 주려고 할까. 어떤 식으로 멤버들을 굴리려고 할까.
무엇보다도 어떻게 멤버들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려고 할까.
“지금 원디어에서 가장 ‘뚜렷한’ 색깔이 보이는 건 유하야. 그럼 유하를 먼저 만들어 줘야 해. 그게 맞아.”
확언할 수 없다. 그래서 에이든 리는 내게 더더욱 큰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팀에서 가장 눈에 띌 수 있도록. 더 많은 대중들의 눈길이 와 닿을 수 있도록. 누군가 허술한 기획을 들이대지 않을 수 있게끔.
감히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뚜렷한 이미지를 미리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유하가 제일 급하기도 하고.”
그래서 끝내 내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말이다.
에이든 리가 대체 왜 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려고 했는지를 깨달은 내가 침묵하는 동안, 에이든 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드물게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유하가 뭐 걱정하는지 알아. 혼자 튀는 거 아니냐고, 그런 거 걱정하는 거잖아. 근데 그런 거 신경 써서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
“…….”
“어떤 때는 누구 한 명 잘 보이고, 어떤 때는 누구 한 명 안 보이고, 그게 당연해. 팀이란 게 그래. 나도 어떤 땐 안 보이고 어떤 땐 잘 보일걸. 유하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다 평등할 수 없잖아. 인기도 다 똑같을 수 없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지는 거잖아.”
팀을 봐 주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다르다. 청량한 콘셉트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있다면 섹시 콘셉트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있고, 원유하를 최애로 둔 사람이 있다면 에이든 리를 최애로 둔 사람이 있다.
당연하다. 알고 있다.
“…그러다 돌이킬 수 없어지면.”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결에 그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내뱉고 나서 난 잠시 멈칫했다.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멤버들의 시선이 와 닿는 것에 나는 물러나지 못하고 뒷말을 꺼내고 말았다.
“분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팬분들 사이에서나 우리들 사이에서나. 그런 경우는 많으니까.”
같은 팀이라고 멤버 모두의 마음이 같을 리 없다. 때문에 이런 식의 문제는 비단 라이트닝뿐만이 아닌 다른 팀에서도 자주 일어나곤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말이 나오곤 하는 기 싸움들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지.’
더 많은 스케줄, 더 많은 포커스, 더 많은 인지도,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분란의 씨앗이 되곤 했다는 거다.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건 아닐 거다. 작정하고 싸웠다기보다는 내내 쌓아 두던 서운함이 끝내 폭발한 것에 가까웠겠지. 라이트닝 멤버들도 그랬을 테고.
-우린 형 병풍이 아니에요.
-넌 진짜 니 존재 자체가 민폐란 거 알아야 돼. 너 때문에 묻히는 놈만 몇이야.
같은 관심을 받아먹는 이상, 초조함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그대로 묻혀 버릴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옆에서 응원만 보낼 수가 있나.
엔터 업계에서 ‘보이는’ 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이돌도 팬도 업계 관계자도 모두가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서운함’은 언제나 생겼다.
서운함은 초조함이 되고, 그 초조함은 곧 분노가 되고, 그 분노는 결국 지겨움이 되다 라이트닝처럼 팀이 파탄이 나는 거다.
‘원디어가 그렇게 될 거라 믿는 건 아냐.’
당장 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게 나인가, 하면 그것도 아닐 거다. 이 팀의 멤버들은 각자 다른 쪽에서 뛰어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원디어를 두고 멤버 모두가 센터감이니 하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 걸 테고.
‘정규 앨범에서의 솔로 곡이나 콘서트 솔로로 뭔가 크게 바뀌지도 않겠지.’
당장 솔로 앨범을 내는 것도 아닌데, 큰 반발이 있진 않을 거다. 이건 준비 과정에 가깝다. 훗날의 ‘진짜’ 솔로 활동을 위한 초석 다지기 같은 것이었던 거다.
하지만, 결국 도전이란 변화를 불러오기 마련이지 않나.
“유하야. …혹시 우리가 변할까 봐 무서워?”
“아뇨. 멤버들이 아니에요. 원디어를 떠날 일 없다는 건 이미 저번에 들었었으니까, 그건 의심 안 합니다.”
앞으로 원디어가, 멤버들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제가 무서워하는 건 그냥 저예요. 제가 변하는 거요.”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될지 나조차도 모르겠고.
‘말도 안 되는 두려움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내가 과연 눈치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멤버들을 제친 놈이라는 비난에 평온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내가 변화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팀에 민폐를 끼치는 놈이 되지는 않을까.’
솔직히 내가 이런 식으로 겁이 많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현상 유지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난 그냥 혼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거라는 걸.
팀 사이에서가 아니라 혼자 무언가를 하는 걸, 그에 수반되는 모든 반응을 받아들이는 걸 꺼리고 있을 뿐이었다는 걸. 난 이 평온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으니까.
주단우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렇게 대꾸한 내 말을 끝으로 잠시 동안 대기실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복잡한 듯 무언가를 고뇌하고 있는 것 같던 그 침묵은, 또 한 번 예상치 못하게 깨졌다.
“아, 뭐야? 그럼 더 빠르게 변하면 되는 거 아냐? 우리도.”
“…뭐?”
조용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던 에이든 리가 별것도 아닌 걸로 고민하지 말라는 양, 투덜대듯 입을 연 것이다.
내가 벙찐 얼굴로 에이든 리를 응시하기만 하자, 놈은 어깨를 긴장시키고 있던 자세를 늘어뜨리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유하가 변하면 우리도 변해, 그건 당연한 거 아냐? 말했잖아. 누가 보이고, 또 누가 안 보이면 우린 더 잘하고 싶어진다고. 나도 보이고 싶으니까. 그럼 우리 다 열심히 해서 다 보이는 사람들 되면 되잖아.”
“…어?”
또 한 번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답을 알 수 없게끔 만드는 말을 토해 냈다.
“난 그거 절대 불가능한 일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한 명 한 명 다 ‘보이는’ 멤버들로 이루어진 팀 되면, 원디어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잖아. 그럼 오히려 그게 베스트 아냐?”
내가 절대 생각해 본 적 없는 ‘해결책’을 아주 시원하게 내뱉어 버린 거다.
“여기 그렇게 ‘보이는’ 거 포기할 사람 없는 거 유하도 알잖아? 그거 무섭다고 가만 있다간 오히려 유하가 수납될걸.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
“멈춰 있으면 무조건 수납이야, 여긴. 다들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
또 한 번 ‘쫄?’이라고 묻는 듯, 사람 뒤집어 놓는 미소를 만면에 지은 채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