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00)
“…하.”
에이든 리의 말에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감각 속에서 헛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너 여기서 페이스 회복 못 하면 팀에서 수납될 것 같은데. 너 대신 다른 사람이 데뷔하는 거 보고 싶어?
에이든 리가 고스란히 내게 되돌려준 저 말은 내가 [디어돌> 파이널 경연 직전 놈에게 말했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의욕을 잃어버린 놈을 자극하기 위해 건넸던 말.
“유하가 수납되고 싶은 거면 여기서 더 안 맡길게. 나 멤버 의사 존중해.”
“…난 수납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오? 정말? 난 유하가 수납되고 싶단 걸로 들렸었는데.”
경쟁심 강한 에이든 리가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깔아 놨던 걸, 놈은 지금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확대 해석 하지 말지? 내가 언제 수납되고 싶다고 했냐?”
내 말에 에이든 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능청스러운 투로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게 그거 아니야? 솔로 곡 싫다는 거는 결국 주목받는 거 부담 느낀다는 거잖아. 다른 멤버 뒤로 빠지고 싶은 거면 안 말릴게.”
“그런 거에 부담 느낀 적 한 번도 없어. 뒤로 빠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흐으음,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유하가 거짓말하는 거 같지?”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고…….”
“뭐야? 이 형들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튀지? 그만 싸우죠?”
“자, 얘들아, 이제 그만하자. 이러다 우리 불화설 나겠다. 그래도 괜찮아?”
“…근데 불화설 나도 좀 웃길 거 같긴 한데요? 뭔 불화설이 솔로 곡 해라, 하기 싫다로 난대요? 대차게 싸우는 것 같더니만 갑자기 분위기도 이상해졌고.”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행인 거 같아.”
“…이게, 분위기가 좋아진 건가……?”
그런 나와 에이든 리의 언쟁에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멤버들 또한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다들 한마디씩 말을 덧붙이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내내 주의 깊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던 천세림과 도지혁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웃는 얼굴로 싸움을 말리는 시늉을 하고, 뒤이어 유찬희와 주단우, 강현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직후,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고.
“됐다. 이미 네가 유어원들 앞에서 증거로까지 남긴 마당에 여기서 더 뺄 순 없겠지. 해 볼게.”
“오? 이래 놓고 나중 가서 무르려고 하는 거 아니지?”
“한 번 약속한 걸 어기진 않아. 내가 한 약속은 아니지만, 네가 이미 유어원들한테 기대하라고 말해 둔 거잖아. 기대를 어떻게 배신하냐?”
곧 에이든 리가 원하던 대로 원디어 멤버 중 최초로 솔로 곡에 도전하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군.’
자신이 원하던 대로 상황이 풀린 것에 씩 미소 짓는 에이든 리를 두고 나는 또 한 번 헛웃음을 내뱉었다. 바로 직전까지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던 고민들이 어쩐지 바보 같아진 탓이었다.
‘뭘 걱정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에이든 리의 말이 맞다. 생각해 보면, 내 고민은 정말 ‘괜한’ 것들이었는지도 몰랐다. 생각해 보면 멤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디어돌> 파이널 당시의 드림 팀과 비슷하니까, 원디어는.’
즉, 누구 한 명 ‘보이는 걸’ 포기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었다. 원디어라는 팀의 분위기는 기묘했으니까.
[디어돌> 때는 데뷔라는 목표와 함께 ‘내 옆 사람보다 더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그런 필사적인 목표가 없이도 다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니까.경쟁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쟁심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왕 하게 된 거 열심히 해요, 형. 나도 형 솔로 곡 궁금하니까. 타협하기 없기예요?”
“이번에도 레전드 무대 만들어 내 보자, 알았지? 유하야.”
“혹시 도와줄 거 있으면 이야기해 줘. 유하 네가 어련히 잘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하나의 팀으로 묶인 후부터 멤버들은 오로지 ‘원디어’라는 팀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는지, 그 하나에만 관심 있다는 듯 굴고 있었으니까.
누가 먼저 보이고 누가 보이지 않는지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건 팬분들의 만족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본인들의 노력일 터였다.
“스타트 잘 끊어 줘야 돼, 유하가. 못하면 바로 그다음 사람들한테 밀린다?”
애초에 다들 순순히 묻혀 줄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고, 본인들의 역량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에 도달할 거라 확신하고 있을 테니까.
“하겠다고 했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하나만 약속해라.”
“응?”
때문에 다른 고민들은 차치하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앞으로 스포일러는 자제해라. 할 거면 합의라도 봐 달라고. 이번 활동 전후로 대체 몇 개나 터졌는지 알아?”
“아~ 으으음, 그건.”
그래도 제발 이렇게 일방적으로 구는 것만은 참아 달라고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번에는 나도 등골이 오싹했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이 자식 버릇을 좀 잘못 들인 것 같은데.’
놈이 고집을 부려서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 적이 꽤 됐기 때문인가, 에이든 리는 이제 계략적으로 사고를 내고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프로듀서로서의 판단 때문에 고집을 부린 것이고, 놈이 이유 없는 사고를 낸 적은 없다지만.
“너 이러다 회사에서 너만 집중 마크할 수도 있어. 네가 사고 친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당장 오늘의 스포일러 때문에 회사 직원분들도 머리를 짚고 있을 테고.
그런 내 비난에 에이든 리는 잠깐 눈을 굴리더니만, 이내 되도 않는 변명을 했다.
“근데 스포일러 터지면 유어원 기뻐하니까~.”
“우리가 10년 차라도 되냐? 그렇게 마음대로 스포일러 터뜨릴 정도의 경력은 없어, 우린.”
에이든 리의 급발진을 어떻게든 막고자 한 말이었으나, 그런 내 비난에 찔려 한 건 오히려 다른 쪽이었다.
“…미, 미안해, 유하야.”
“…아니. 단우 형한테 한 말은 아니고요. 형이야 이유가 있었단 거 알고 있으니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단우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번 활동에 스포일러를 터뜨린 건 에이든 리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그에 잠깐 동안의 침묵 후 주단우를 감싸듯 말한 나는, 뒤이어 들려온 말에 또 한 번 어이없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에이, 형.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하하, 세림아. 그게 타이틀 공개 반년 전에 후렴구 가사 풀어 버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형, 쉿. 제가 지금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어쨌든 합의하에 스포일러 내는 건 동의요~. 모든 스포는 어쨌든 활동에 해 안 끼치는 쪽에서 되는 게 맞으니까. 나도 입조심할게요.”
이번 활동 이전, 폭탄 같은 스포일러를 터뜨린 천세림이 능청스레 한마디를 더 덧붙여 왔으니까.
그에 웃는 얼굴로 천세림의 잘못을 지적한 도지혁에 맞서 한마디도 지지 않고 태연스럽게 다신 안 그러겠다 이야기하는 천세림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나는 물었다.
“됐어. 일단 이번 활동도 아무런 사고 없이 마무리가 되긴 했으니까. 혹시 여기서 또 스포일러 푼 사람은 없죠? 이 이상 가면 우리 진짜 회사 눈치 봐야 해요.”
다른 엔터사에 비해 로드 쪽은 원디어를 향한 터치가 굉장히 적은 편이었다. 때문에 멤버들의 자유도는 비슷한 연차의 다른 팀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고.
그 보장된 자유를 위해서는 어쨌든 사고를 치지 않는 게 중요했기에, 안 그랬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확인차 물은 말이었건만.
“어……. 음. 내가 좀… 실수한 거 같기도 한데….”
“…형이요?”
나는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우리 다음 달에 어디 갈지 들킨 거 같아.”
“…뭐라고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포일러를 푼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던 것이다.
본인이 의도적으로 낸 사고는 아니었던 듯싶지만.
* * *
-ㅁㅊ원유하 솔로 개기대돼
-데스티네이션 진짜 여러모로 개쩔었다.. 지금 여기서 나온 레전드 장면만 몇 개야
원디어의 미니 4집 활동이 끝난 직후, 유어원들은 ‘THE DESTINATION’ 이벤트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멤버들이 직접 풀어 준 이번 활동의 비하인드. 유어원 사이에 섞여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 어떤 때보다도 가까이 호흡하던 멤버들의 모습. 마지막 즈음 풀린, 깜짝 선물 같던 원유하의 솔로 곡 예고.
-얘들아 이거 봤어???
그 와중에 또 하나의 스포일러가 터진 건 그날 밤의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유어원들 사이에 떠돌기 시작한 건 하나의 영상이었다. 직전의 원유하 솔로 곡 스포처럼 객석에 앉아 있던 팬들 중 하나가 찍은, 유어원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멤버들이 팬들과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영상.
마지막 노래가 나오기 직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객석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멤버들을 하나씩 담고 있던 영상은 곧 가장 가까운 자리의 강현진을 조명한다.
[현진아, 고마워!] [현진아, 이번 활동도 수고했어!] [잘생겼다!] [고맙… 아, 감사합니다…….]자신을 향한 응원과 고백, 인사 속에서 부끄러운 듯 귀를 붉히면서 여러 번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이던 강현진은 이내 누군가가 건넨 질문을 듣고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
[현진아! 너희 혹시 미국 가? 누가 그러던데, 원디어 다음 스케줄 외국 쪽이라고……!] [……!]객석에 자리한 팬들 중 누군가가 확신을 담아 물어 본 말에 강현진이 굳어 버린 거다.
잠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굳은 채 눈만 굴리던 강현진은 이내 사진을 찍겠다는 말이 들려오고 나서야 고개를 들고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파리해진 그의 얼굴색 하며 질문을 들은 직후 강현진이 보인 투명한 반응에 팬들은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이거 분명 뭐 있는 거 맞지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진이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현진이 이런 쪽에서는 가드 철저한데 팬들 칭찬 속에서 뚝닥.. 뚝닥.. 이러고 있다가 정곡 찔리고 레전드로 대응 못한 거 왜 이렇게 웃겨ㅠㅠㅠㅠㅠㅠ
-평소에는 무던함이 장점이었던 남자.. 팬들 사랑에 풀려 있다가 정공법으로 공격당해 버리다……..
오히려 평소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꽤 철저한 편이었던 강현진이 그토록 여유 없는 반응을 보인 것에 유어원들은 곧 원디어의 다음 스케줄을 확신할 수 있게 된 거다.
-와 그럼 원디어 레알로 미국가???? 나 진짜 그냥 구라일 줄 알았는데
-ㅅㅂ그럼 진짜 얘네 더트렌타보러가는거임??????
유어원들 사이에서 원디어의 미국행 이야기가 오간 건 꽤 된 일이었다. 얼마 전, 더 트렌타의 LA 콘서트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 유어원들은 하나의 추측을 나누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 트렌타 이번에 월드투어 끝내고 LA에서 마지막으로 콘서트한다는데 여기 스페셜 게스트 있음… 스페셜 게스트 시크릿이라고 되어있긴 한데 나만.. 이거 원디어같냐?
-더 트렌타 보컬이 라이브에서 최근에 원디어 만난 적 있냐고 물어봤을 때 최근에 연락한 적 있다고 했었잖아 작업도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연락을 왜 해? 이거 또 다른 일거리 있어서 아니었을까 싶음 최근 일거리라고 하면 콘서트 빼박이고
더 트렌타의 콘서트에 원디어가 나오는 게 아니냐 하는, 나름대로 그럴싸한 추측을 말이다.
지난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더 트렌타와 원디어의 ‘MIND BLOWN’ 무대는 큰 화제가 되었었다. 덕분에 그 무대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도 많았었고.
-더 트렌타 선공개 곡 같이 한 사람들 불러다가 자기 콘서트에 출연시키기도 했으니까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봄
-강현진 반응 보고도 원디어 미국 갈 일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눈치가 그냥 0에 수렴하는 거임
-로드 엔터 직원 여러분 우리 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냥 공식 입장 내 주세요ㅎㅎ
때문에 더 트렌타와 원디어 모두 각자 팬덤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별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은 이번 강현진의 예상치 못한 스포일러로 인해 확실시되는 듯했다.
하지만, 유어원들은 곧 그 스포일러를 확인받기 전 풀린 다른 스케줄 소식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원디어, 전 세계로 출격…美-日 대형 음악 축제 출연 확정 ‘글로벌 행보’ 이어 간다」
「원디어, 美 토크쇼 출연 확정으로 ‘글로벌 대세’ 입증」
미처 알지 못했던 ‘서프라이즈’가 뒤를 이어 줄줄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원디어라는 팀을 또 한 번 도약시킬 게 분명한, ‘미국행’이라는 말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굵직한 스케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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