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01)
공식적인 미니 4집 활동이 모두 종료된 다음 날의 새벽, 나는 이르게 눈을 떴다.
“…….”
같은 방을 쓰는 도지혁과 천세림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3주간 이어진 활동이 이제 막 끝난 만큼, 체력 좋은 둘이라 한들 오늘까지 일찍 잠에서 깨진 못할 터였다.
나는 두 명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깼어, 유하야?”
“단우 형?”
주단우가 새벽부터 분주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황해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다 말고 코끝으로 맡아지는 달큰한 냄새에 얼떨떨하게 물었다.
“요리하고 있는 거예요? 왜 더 안 자고…….”
“으응, 눈이 조금 일찍 떠져서. 한동안 스케줄 때문에 부엌 들어온 지도 꽤 되기도 했고…. 일어난 김에 반찬 좀 만들어 놓고 있었어.”
“…….”
나는 그 말을 들은 후 주단우의 말대로 식탁 위에 차려지고 있는 음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활동기에는 어쩔 수 없이 대부분 배달 음식 위주로 먹게 되는 만큼, 주단우가 활동기가 끝남에 따라 다시 요리를 재개하는 것이야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주단우는 도지혁과는 조금 다른 쪽으로 멤버들의 건강에 진심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먹으러 나오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작은 그릇에 미리 덜어져 있는 몇 가지 반찬들. 이상할 정도로 내가 선호하는 쪽으로 준비된, 시간을 맞춘 듯 따뜻한 아침상.
‘눈이 일찍 뜨인 게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좀 이상하다고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주단우가 일부러 시간을 맞춰 두고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활동기에 우리들은 새벽 사녹이니 본방이니 하는 식으로 밤낮을 가릴 것 없이 하루 종일 스케줄에 이끌려 다녀야 했다. 다른 일정까지 끼어 있으면 아예 숙소에 못 들어올 때도 많고.
그 때문일까, 멤버들은 활동기가 끝나면 며칠 정도는 밀린 잠을 보충하는 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주단우조차도 활동기가 끝난 다음 날은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때부터 활동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 주단우가 평소와는 달리 일찍부터 움직이고 있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조금 있으면 밥도 다 되는데 먹고 준비할래? 유하야. 부모님 뵈러 가기 전에 아침 먹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혹시 차 필요하면 내가 운전해 주고 싶은데…….”
일부러 일어나 준 거다. 내가 부모님을 뵈러 가기 전 뭐라도 먹이기 위해, 혹은 함께 따라가 주기 위해.
-저, 내일 아침에는 부모님 좀 보러 다녀올게요.
멤버들에게 외출을 하겠다고 말한 건 어젯밤의 일이었다.
팬 이벤트가 끝나고, 에이든 리를 비롯해 멤버들과의 대화가 일단락된 후 휴식을 위해 숙소로 이동하던 중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늦었지.’
부모님을 뵈러 가는 건 실은 좀 더 일찍이었어야 했다. 부모님의 기일은 6월 초였으니, 이미 뵈어야 할 때를 놓친 후였던 것이다.
‘시간을 빼 보고 싶었지만… 어려웠어.’
한창 활동 도중이었던 만큼, 개인적인 시간을 따로 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기에 흐지부지 넘길 수 없던 당일 대신 나는 활동이 끝나면 바로 부모님께 가 봐야겠다 생각했던 차였다.
-따라가 줄까?
-괜찮아요. 택시 불러서 잠깐 다녀올 거고, 내내 탁 트인 곳에서 혼자이지도 않을 테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 점심때쯤엔 돌아올게요.
지난 1월 이후 멤버들은 나를 혼자 남겨 두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었기에, 나는 행선지와 외출 시간부터 분명하게 밝혀 두었다.
부모님이 계신 곳에는 관리원도 있고, 이동 자체를 택시로 할 예정이니만큼 혼자가 될 일이 없다는 것, 무엇보다 아주 잠깐 다녀올 것임을 확실하게 이야기해 둠으로써 멤버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 한 것이다.
다행히 멤버들은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때문에 여섯 명이 잠에서 깨기 전 혼자 조용히 다녀오려 했던 것인데.
“도착하면 물론 안쪽까지 따라 들어가진 않을 거야.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만 할게.”
주단우는 다녀오라는 허락까지 해 줬음에도 무언가를 더 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본인도 더 자고 싶었을 텐데 지금 이렇게 일어나 있는 걸 보면.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한 주단우는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거절이라도 할까 우려스러운 듯한 얼굴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진 안 해 줘도 되는데.’
그에 나는 조금쯤,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눈치 볼 사람은 실은 나였기 때문이다.
멤버들에게 함께 가 달라는 식의 말을 꺼내지 않은 건 멤버들이 그럴 이유가 없어서였다.
평소에도 내 안전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걸 아는데, 개인사에 함께 따라가 달라 부탁할 만큼 염치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새벽에 빠르게 인사를 드리고 올 예정이었던 것이다.
버그를 경계하는 건 나다. 그러니 누군가 따라가 준다고 하면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건 이쪽임에도, 주단우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에 내가 뭐라 대답하려 할 때였다.
달칵-
“……?”
“아, 안 늦었네.”
나는 문득 문을 열고 나온 한 명의 모습에 당황 아닌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유하, 차 필요하지. 언제 가? 운전사 해 줄게.”
에이든 리가 잠이 덜 깬 얼굴로, 심지어 뒷머리는 완전히 까치집이 된 채 제 방에서 자동차 키 하나만 달랑 든 채로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 파악도 안 되는 주제에 운전사를 해 주겠다는 말을 내뱉던 에이든 리는 길게 하품을 하며 정신을 차리려는 듯 제 뺨을 몇 대 치고 나서야 약간 시야가 트인 듯했다.
“어? 단우 형, 깨 있었어요?”
그제야 아침을 차리고 있던 주단우에게 인사를 건넨 걸 보면 말이다.
나처럼 약간 당황한 듯 멍하니 에이든 리를 바라보고 있던 주단우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인 후 놈에게 물었다.
“응, 이든이도 아침 먹을래?”
“오, 좋아요~! 유하도 먹을 거지?”
그에 잘됐다는 듯 놈이 바로 식탁으로 다가올 때였다.
달칵-
“단우야, 유하 아직 출발… 아.”
나는 뒤이어 열리는 문소리에 또 한 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든 리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강현진이 아직까지 졸음이 붙은 눈으로 허겁지겁 방에서 나온 것이다. 심지어 에이든 리처럼 한 손에는 자동차 키를 든 채로.
때문에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짜기라도 했어요?”
원디어 내 운전면허 소지자 세 사람이 모두 모인 게 정말 우연으로 일어난 상황이라는 게 더 믿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누구 한 명은 데리고 가라는 것처럼 미리 합의하고 모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나는 아침에 단우가 너 아침 해 주려고 일어나는 것 같길래, 운전은 내가 해 주려고…….”
“모르는 사람보단 멤버가 데려다주는 게 낫잖아~!”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하에 물은 말에 세 사람은 각자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머쓱한 두 명의 대답에 이어 에이든 리가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달칵-
“으악, 늦었…….”
달칵-
“유하 형, 아직 안 갔으면 저도 같이…….”
“유하야, 택시 아직 안 불렀…….”
두 번의 문 여는 소리가 뒤이어 남과 함께 나는 결국 어이없는 웃음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
“……??”
“찬희 너 잔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 난… 어차피 오늘 쉬니까 유하 형 잠깐 따라가려고 한 건데. 그러는 너랑 지혁이 형은……?”
“어차피 오늘 어디든 외출하려고 했으니까 잠깐 유하 형이나 따라다니려고 한 건데.”
“음, 기껏 스케줄도 없는데 집에 있어 봤자 뭐 하나 싶어서 산책 겸 유하 따라가려고 나왔지.”
“형들은……?”
“어, 그게…….”
어쩌다 보니 활동이 끝난 다음 날에도 원디어 멤버 전원이 새벽부터 기상해 움직이게 됐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저희 일단 앉아서 밥부터 먹을까요. 다들 움직일 생각인 거면 일단 잠부터 깨야 할 것 같으니까.”
멋쩍은 듯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주단우를 도와 남은 아침상을 차리는 걸 보며, 나는 한숨 같은 웃음을 토해 냈다.
‘이제 와 뭘 고민했던 건지.’
그리고 아까 전, 미처 주단우에게 말하지 못한 대답을 꺼냈다.
“형.”
“응?”
“굳이 주차장에 있을 거 없이 안쪽까지 같이 가 줄 수 있어요?”
“…어?”
멤버 전원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새벽부터 기상한 마당에 뭘 주저하나 싶었던 것이다. 뭘 빼나 싶기도 했고.
“한번 인사시켜 드리고 싶어서요. 부담스럽다면 안 그래도 되긴 하는데, 이왕 다들 가는 거면…….”
“……! 갈게!”
주단우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빠른 대꾸에 내가 잠깐 당황하는 사이, 옆에서 흥미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그럼 나도 인사하러 가도 돼?”
“오든지.”
에이든 리였다. 놈이 내 대답을 듣고 씩 웃는 것에 이어 이제 막 취사가 끝난 밥솥에서 밥을 푸고 있던 도지혁이 물었다.
“유하야, 그건 우리도 전부 포함이야?”
“누구 한 명 제외 없어요. 어차피 오지 말라고 해도 다 올 생각이잖아요. 실은 어제부터 혼자 보낼 생각 없었던 거 아니었나.”
“형은 이제 우릴 너무 잘 알아.”
말없이 미소 짓는 도지혁 대신 옆에서 들켰다는 듯 중얼거리는 천세림을 한 번 툭 친 후, 나는 자리에 앉았다.
‘이것도… 늦긴 했지.’
그러곤 생각했다. 이 또한 늦은 것 같다고.
-유하가 아이돌을 하면 팀 동료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네. 그때 되면 우린 몇 명의 아들들이 더 생기는 셈이 될 테고.
-지오 같은 친구들이면 엄만 좋아. 좋은 사람보다도 유하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면 돼. 그 두 가지 전부에 해당하면 최고겠지만. 그때 되면 꼭 한번 다 같이 만나는 자리 만들어 보자, 유하야.
부모님이 염원했던 대로 아이돌로 데뷔한 지 수 년째인데, 이제야 소개해 드리게 된 거였으니까.
‘지난 생에는 소개해 드릴 수 없었지.’
나 자신도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한 마당에 멤버들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부모님의 부탁을 지킬 수 없었던 거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기다림은 정말 길었다.
그 때문일까.
“그럼 이왕 모두 같이 움직이는 거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꽃 사 갈까요?”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 근처에 꽃다발 예쁘게 하는 곳 있는데 거기로 가자.”
“……? 현진이 형, 잠깐만. 꽃다발 예쁘게 하는 곳을 어떻게 알죠? 혹시… 많이 구매해 보셨나요? 누구한테 보내려고……?”
“……! 아니, 동생들한테 보낼 때 몇 번 사거나 주문해 봤던 것뿐이야! 난 계약서 위반할 생각 없어, 의심하지 마. 한 번도 이상한 목적으로 꽃 같은 거 사 본 적 없어!”
“으음. 현진아. 믿고 있어, 알지?”
“형까지…! 진짜 아니라니까요……!”
나는 유찬희와 강현진, 천세림, 도지혁의 대화를 듣다 말고 아침부터 저항 없이 웃고 말았다.
‘…두 분 다 좋아하셨겠는데.’
멤버들을 보면 부모님이 꽤 좋아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부모님이 원했던 전제 조건이 모두 충족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지금의 멤버들은,
그런 생각 끝에 간만에 강현진이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 속, 낄낄대며 눈을 빛내는 에이든 리와 안쓰럽다는 듯 강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는 주단우 사이에서 내가 숟가락을 들었을 때였다.
띵동-
“……!”
나는 문득 들려오는 익숙한 알림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
곧, 또 한 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스텟 상승 완료!』
스텟 : 체력(정신) D+→C(스텟 2 상승)
이전과 같이 그 어떤 징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승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정신력 스텟은 뭘 위한 거지?’
새삼스럽고도 뒤늦은 질문을 남긴 채로 말이다.
오